목차
1 마르코 폴로의 책
東方見聞錄
원제 Livres des merveilles du monde.
1.1 소개
마르코 폴로가 쓴 책.
마르코 폴로가 썼다고는 했는데 실제로 책을 집필한 사람은 마르코 폴로 본인이 아니다. 그가 제노바와 베네치아의 해전에서 제노바의 포로가 되어 감옥에 있었을 때 같이 감옥에 있던 죄수가 그의 이야기를 글로 기록했다고 한다. 이 책을 쓴 동료 죄수는 루스티켈로 다 피사라는 소설가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종의 여행담으로써 유럽인들에게 아시아에 대한 정보를 소개해 대항해시대를 열게 된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히며, 동방견문록이라 알려져 있지만 이는 일본에서 알려진 이름을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것 뿐으로 원제목은 세계의 서술(Divisament dou monde)이라는 이름이다. 서양에서는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 중국에서는 마르코 폴로의 행기 또는 마르코 폴로의 유기라고도 하며, 마르코 폴로의 별명이 백만(Milione)이라 이탈리아에서는 백만의 책이라 부르기도 한다.
처음에는 마르코 폴로의 아버지인 니콜로, 숙부인 마페오가 동쪽으로 여행했다가 서쪽으로 돌아온 후에 마르코도 이를 따라 여행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에 대해 서술하고 있으며, 이후에는 이 책이 아시아에 대한 정보를 서술하고 있는만큼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원나라의 수도, 중국의 북부, 서남부, 중국의 동남부, 인도양, 대초원 등을 기술하고 있다.
1.2 마르코 폴로의 여행이 진짜였는가?
1.2.1 의혹
신뢰성이 떨어지는 카더라 통신[1]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실제로 마르코 폴로가 중국까지 진짜로 왔다갔는지는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환상향에 다녀왔나?[2]
1.2.2 여행에 대한 증거
지금까지 확인된 증거들에 따르면 중국에 실제로 다녀온 것은 맞는 듯 하다.[3]
- 마르코 폴로의 귀환에 동행했던 중국인 사신에 대한 영락대전의 기록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떠나면서 동행했던 세 명의 중국인 사신에 대한 기록이 명나라 시절에 편찬된 중국측 사서인 《영락대전》의 《참적》에 등장하는데, 이때 동행한 세 사신들의 이름은 이 사서에만 등장하는 것이고 해당 사서는 중국에서도 그다지 널리 읽히지 못하는 만큼,[4] 마르코 폴로가 실제로 해당 사서를 읽고 사신들의 이름을 자신의 책에 넣었다고 보기는 힘들다.[5] 또한 이 때 해당 사신들에 대한 기록들은 목적지였던 일 칸국의 자료에도 나타난다. 말하자면, 그처럼 유명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름이 동방견문록에 정확히 언급되었다는 것은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 다녀왔다는 것 자체만큼은 사실임을 입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원나라가 남송을 멸망시킨 후, 성벽을 철거시킨 것을 기록한 유일한 외국인
동시대를 살던 중국인을 제외하면, 이런 기록을 남긴 사람은 마르코 폴로가 유일하다. 성벽은 기본적으로 약탈에 대한 방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철거는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힘드므로[6], 이러한 사실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직접 가봐야만 한다.
- 원나라의 도로 규정을 기록
쿠빌라이 칸이 제정한 법률에 의해 만들어진 도로이다.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1.3 왜 위서로 의심당했는가?
당시의 인식 수준을 감안한다면, 현재에 보나마나한 거짓으로 치부될 수 있는 것들이 당시에는 진실로서 믿어졌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마르코 폴로의 별명이 백만인 이유는 자신이 경험한 거대한 제국을 묘사하면서 "백만"이라는 수사를 자주 사용하였기 때문인데, 이는 당시 마르코 폴로의 인식적 한계를 보여주는 것일 뿐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동방견문록에 등장하는 다양한 설화들은 최소한 당시에는 사실로 믿어졌고, 따라서 당시의 기준에서 동방견문록은 사실을 기록한 여행기로 보아야 하며, 해당 기록으로 말미암아 동방견문록의 진실성이 훼손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다.
1.4 동방견문록은 진짜 과장이 심한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학술적 입장에서 보자면 역사 직접참고자료로서는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판타지소설이자 최근 연예인들이 자주 쓰는 여행팬픽('OO의 XX여행' 류)에 불과하지만, 일반인의 담담한 서술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절제되어있는 나름 객관적인 진술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마르코폴로의 과장을 욕하기도 뭣한게, 애초에 동방견문록이 학술용으로 기록된 정사도 아닐뿐더러, 군대 2년만 다녀와도 쥐가 호랑이만 해지고 나방이 대붕이 되는 희한한 인간의 심리특성상 오히려 동방견문록은 끓어오르는 과장욕구를 억제하고 상당히 객관적으로 서술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유럽의 어느 평범한 보부상의 아들이었던 소년이, 몇달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고, 당시로선 유럽이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신기술과 사치품, 희귀동물이 넘쳐흐르던 동방의 대륙을, 그것도 칸의 위세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에 귀족사회에서 견문하였으니, 이정도 과장은 과장이라 하기도 뭣하다.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사례와 같이[7], 동방견문록을 실제로 적은 작가가 창작을 해서(!) 넣은 부분도 상당하다고 여겨진다.
사실 21세기인 지금조차도 자서전 같은 경우는 개인에 대한 뻥미화로 사실관계에서 오류가 나는 경우가 굉장히 흔하다. 또 정보교류와 정보검색의 용이함이 그때와는 비교하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개방된 현대에도 각 국가별 과장이나 미화, 비하 등을 담은 스테레오 타입이 상당부분 존재하는 것을 보면, 당시 마르코 폴로의 과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