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

(두엄에서 넘어옴)

파일:퇴비.png
퇴비 / 堆肥 / Manure

1 개요

풀, 짚, 동물의 배설물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발효시키거나 썩혀서 만든 천연비료.

식물이 자라기에 충분한 양분이 있고 썩어서 분해될 수 있는 재료라면 모두 가능하다.[1] 보통 한 가지의 재료만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율이 좋게 잘 섞인 퇴비는 동물의 배설물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지독한 냄새가 나지 않고 흙 냄새만 난다. 두엄이라고도 불리우는데, 유기질 비료(유박)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둘 다 주성분이 유기질이라서 많이 헷갈린다고. 이 둘의 비교는 후술.

2 역사

인류가 농경사회로 넘어온 이후부터 퇴비는 필수품이였다. 동·식물의 사체 또는 부상물을 이용한 데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고, 식물이 자랄 때 꼭 필요한 암모니아 등 양분을 공급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해방 이후에도 농촌의 필수품으로 여겨졌다.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해 인분을 보관하기도 하였다.

이전에는 식물에 영양을 공급해 농업 산물이 증대되는 효과에 초점을 맞췄으나 현재는 산물 증대 측면 뿐만 아니라 화학 비료 또는 농약으로 인해 오염된 토양을 개량하는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다.

프리츠 하버가 질소고정법을 개발하여, 상대적으로 값싸고 쉽게 비료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퇴비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현재까지도 인공 비료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곳이나 유기농 농법에서는 농촌의 중요 자원이다.

3 제조법

출처

3.1 재료 모으기

질소(N), 인산(P), 칼륨(K)을 비료의 3요소라고 지칭하는데, 되도록이면 이 세 성분이 골고루 들어간 퇴비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이겠지만, 특별하게 키울 식물이 있다면, 그 식물의 종에 따라서 더 도움되는 성분이 있으므로, 그 식물에 대해서 정확히 조사하고 그 식물의 특성에 맞는 퇴비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아래는 효율성이 좋고, 구하기 쉬워 널리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퇴비 재료의 성분 함유량을 나타낸 표이다. 단위는 %.

구분깻묵닭똥쌀겨생선찌꺼기우분돈분나뭇재왕겨볏짚
질소(N)54280.30.600.50.6
인산(P)2.22430.20.530.20.2
칼륨(K)1.21110.10.460.51
  • 질소
잎과 줄기의 성장을 돕는다. 주로 잎과 줄기를 먹는 잎줄기 채소류를 재배할 때 필요한 영양분이다. 잎을 무성하게 하는 성질이 있어 질소 성분을 과다하게 주면 열매나 뿌리가 부실해진다.
  • 인산
꽃을 잘 피게 하고 과실의 성장을 돕는다. 뿌리의 발육에도 도움이 된다.
  • 칼륨
광합성을 촉진하고 양분을 축적하는 데 탁월하다. 특히 뿌리채소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칼륨 성분이 많은 재료를 주변에서 구하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유일하게 칼륨 성분이 많은 재료가 나뭇재, 왕겨재 등 태워서 남는 것들이다. 다른 재료에 비해서 구하기 쉽지 않은 재료다.

3.2 섞어 넣기

모은 재료를 골고루 잘 섞어주고, 물을 조금씩 뿌려가며 수분 조절을 해준다. 이때 수분은 약간 모자라게 하는 것이 관건. 퇴비 재료를 골고루 섞었을 때 푸슬푸슬하고 손으로 꽉 쥐어 짰을 때 손에 물기가 나올락 말락 하는 정도가 좋다. 물기가 많으면 부패하기 쉽다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퇴비를 섞을 때 밭의 흙을 퇴비 전체 중량의 30~40% 넣어주면 퇴비의 품질이 상당히 좋아지고, 흙 속의 미생물들이 퇴비화 과정을 촉친해 준다.

3.3 쌓아 두기

재료를 잘 섞어서 비가 새지 않는 곳에 쌓아 둔다. 쌓는 높이는 기온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온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30~40㎝, 하락하는 시기에는 60~70㎝ 정도로 쌓아 둔다. 쌓아 둔 후에 그 위를 짚으로 덮어주면 발효가 잘 되고 파리나 벌레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3.4 뒤집기

퇴비를 쌓아 두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한 번 정도 뒤집어 주면 좋다는데 중요한 건 이게 개고생굉장히 힘들다고 한다. 덮어두었던 짚을 치우고 퇴비를 섞어준 후에 다시 그 위를 짚으로 덮어주면 된다. 뒤집기 할 때 수분이 너무 적다고 느껴지면 물을 뿌려가며 수분 조절까지 같이 해주는 게 좋다고.[2]

4 사용법

퇴비를 쌓아두고 뒤집기를 3~4번 거치면 어느 정도 완숙퇴비가 된다고 한다. 완숙퇴비가 되었는지 구분하는 방법은 퇴비에서 열이 나지 않아야 한다. 아직 열이 난다면 그것은 완숙퇴비가 아니고 발효 중인 퇴비라고. 또 다른 방법은 냄새를 맡는 방법이 있다. 누룩 띄울 때 나는 달콤한 향이 나면 완숙퇴비, 간장 달이는 냄새가 난다면 발효 중인 퇴비라고 한다.

완숙퇴비가 되었다면 돈과 시간과 노력을 날리고 싶지 않다면 당연히 사용을 해야 한다. 퇴비를 사용할 때에는 위에 덮어둔 짚을 치우고 사용할 만큼만 퍼낸 후 다시 덮어두면 된다. 그래야 벌레도 덜 붙고, 습도도 유지되며, 미생물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이제 퍼낸 퇴비를 밭에 뿌려줘야 하는데, 여기서는 적당한 양과 밭에 퇴비를 골고루 뿌리는 시간이 중요하다. 절대로 퇴비는 밭의 어딘가에 쌓아둬서는 안되며 한 번에 많은 양을 줘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양이 흙에 퍼져있거나 한 곳에 쌓여있을 경우 잠시 동안은 식물이 달가워 할지 몰라도 곧 삼투 현상으로 인해 식물이 흡수했던 양분이 도로 흙으로 돌아가는데다가, 원래 식물에 있던 양분 및 수분이 빠져나가 식물이 죽어나가는 막장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해는 식물의 죽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퇴비를 아무리 골고루 뿌려도 너무 많은 양을 뿌리게 되면 식물도 죽을 뿐더러 지하수의 오염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퇴비는 최대한 빨리 골고루 뿌리고 너무 많은 양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두 가지만 주의한다면 식물이 자라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5 퇴비 사용 효과

5.1 양분 공급

퇴비 뿐만 아니라 모든 비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효과이다. 식물이 자라면서 토양에 녹아있는 양분을 흡수하는데, 당연히 이 양분도 고갈된다. 이럴 때 부족한 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 퇴비이다.

5.2 물리성 개선

퇴비는 토양의 구조를 식물이 자라기에 좋은 구조로 바꿔준다. 흙이 푸슬푸슬해져 뿌리가 뻗기 좋아지고, 수분 유지에 용이해 가뭄이 들어도 식물이 잘 버티게 해주고, 비가 오면 물이 잘 빠져 뿌리의 습해를 방지해주기도 한다. 또한 퇴비를 준 밭은 지렁이가 늘어나 밭을 갈아주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5.3 화학성 개선

퇴비를 발효하면서 생긴 미생물들이 흙의 화학적 성질을 개선한다. 퇴비를 준 밭의 식물은 외부의 화학적 충격에 강하며, 산성비가 내려도 쉽게 토양이 산성화 되지 않는다. 또한 다른 화학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 식물이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게 해준다.

6 기타

6.1 유기농 작물

퇴비를 사용해 작물을 재배한다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보통 유기농 작물 재배이다. 퇴비는 유기농 작물 재배에 필수적이긴 하지만 퇴비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 유기농 작물 재배인 것은 아니며 정확히는 아래와 같은 규정이 존재한다.

국내에서 규정하고 있는 유기농 작물에 대한 기준은 두 가지가 있고,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다.

  • 3년 이상(다년생작물, 그외 작물은 2년) 화학비료/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논/밭에서 재배되어야 한다.
    • 여기서 규정하는 화학비료에 퇴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퇴비는 제조 과정의 대부분이 미생물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
  • 농수산식품부에서 인정한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맹점 또한 존재하는데, 첫째는 화학비료 또는 농약은 농경지에만 안 주면 된다는 것이다. 주변에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제초제를 뿌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렇게 되면 제초제가 농경지까지 스며들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그 농경지에서 생산된 작물은 유기농 작물이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농경지에 직접 뿌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직접 뿌리면 바보다. 작물도 풀이다! 유기농 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둘째는 과연 3년간 농경지에 스며들어있던 화학 약품이 정말 모두 제거되냐는 것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 100년간 식물도 안 심고 그냥 맨 땅에 농약만 뿌렸다 치자. 그런데 갑자기 3년간 화학 약품 안 뿌린다고 토양에 스며들었던 화학약품이 모두 사라질까? 절대 아니다.

셋째는 정말로 농약을 안 뿌릴까?라는 것이다. 농약도 식약청 등에서 분류해둔 게 다 있다. 그런데 거기 속하는 농약 외에 '유기농약', '친환경제제'라는 별 희안한 이름으로 분류된 농약도 있다. 유기농이라고 해도 벌레가 잔뜩 갉아먹으면 상품 가치도 같이 갉아 먹히는데 농약을 아예 안뿌리기는 힘들다. 그래서 '유기농약이라도 뿌려보자!' 해서 그걸 뿌린다 해도 유기농 인증을 받는 데에는 별 이상이 없다.

따라서 퇴비만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유기농이 되는 것은 아니니 이 점 또한 알고 있으면 좋다.

6.2 인분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

물론 인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오히려 인분도 좋은 재료다. 영양가도 풍부하고, 재활용도 할 수 있고, 꺼림직한 거 빼면 굉장히 효율적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사용하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장내 기생충과 세균들에 있다. 인분 속에는 장내 기생충과 세균들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걸로 퇴비를 만들어서 식물에게 주게되면 식물은 그 오만가지 세균과 기생충들을 고스란히 흡수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세균이나 기생충 입장에서는 대박난 꼴이 된다. 식물을 통해서 번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인분은 꺼림칙한 것보단 뭣보다 우분, 돈분도 다 똥인데 쓴다. 감염을 피하기 위해 자연스레 퇴분 재료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기생충이 많이 줄어든 것은 구충제를 나눠주고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는 등, 구제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도 있지만 퇴분 재료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6.3 유박과 퇴비의 차이

유기질 비료(유박)과 부산물 비료(퇴비)는 흔히 혼돈해 사용되곤 한다. 이 둘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6.3.1 제조 공정의 차이

퇴비는 일반적으로 자연 발효를 통해 생산되지만 유박에는 발효 공정이 없다! 때문에 유박에는 원료 자체의 수분이 15% 정도밖에 없고 제품 내에 함유되어야 할 주성분의 최소량이 공정규격상 표기·보증 되어야 하는데 원료가 고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맞추는 데는 별로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퇴비의 경우에는 수분이 많은 원료와 건조한 원료 등 여러가지를 혼합한 후 발효 공정을 거쳐야 해 실질적으로 제품 내에 함유된 성분을 표기하기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적당한 수분 함유량, 유기물 대 질소의 비율 정도만 공정 규격에 정해져 있다. 잘 발효된 퇴비라면 수분 함유량이 30% 이상인 경우가 많은데, 만약 이 기준에 미달 한다면 미생물의 활동이 중단되므로 좋은 퇴비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요즘처럼 퇴비의 유기질원으로 톱밥이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6.3.2 사용 용도의 차이

유박은 퇴비에 비해 냄새도 덜 나고 사용하기가 편리하며, 비료 성분이 높고 속효성인 장점이 있으나 단점으로는 생유박의 경우, 토양 내에서 반드시 발효가 일어나므로, 많이 사용할 때 작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또한 가격도 비싸며 유익한 미생물도 별로 없다.

하지만 이에 비해 퇴비는 유익한 미생물이 많아 토양 내에서 나쁜 미생물들을 잡아먹고, 가격도 저렴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땅심(지력)을 높일 수 있느냐 마느냐이다. 유박은 목질(리그닌)이 없기 때문에 땅심을 높일 수 없지만, 퇴비는 유기질원으로 톱밥 등을 사용했기 때문에 토양 속에서 장기간 남아 토양 유기물로서의 역할을 해주므로 땅심을 높여준다. 따라서 농토를 되살리는 데 퇴비가 더 많이 기여한다.

6.4 유박과 퇴비를 헷갈리는 이유

현행비료관리법 상 유기질 비료의 대표격인 유박과 부산물 비료의 대표격인 퇴비가 확연히 구분되어 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헷갈리는 것일까?

그 이유는 두 비료 모두 주성분이 유기질이라는 데 있다. 유기질 비료라고 하는데 퇴비도 유기질이 주성분이다보니 유기질 비료를 퇴비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1. 하지만 동물의 시체같이 꺼림칙하거나 양분이 거의 없거나 썩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잘 사용하지 않는다.
  2. 지식백과에 따르면 퇴비더미에 구멍을 촘촘하게 내서 공기가 통할 수 있게 해주면 뒤집을 일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