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곽건민 (필명 이그니시스. 활동무대는 문피아)
작품명 : 라이니시스 전기
출판사 : 해우
1 평가
1.1 작가의 변
라이니시스 전기는 드래곤 환생물입니다. 하지만 막강한 주인공이 나와서 세상을 상대로 죽이고, 부수면서 다니는 단순한 유희물은 아닙니다. 자신의 과거를 잊지 못해 몸부림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환생이라는 상황이 과연 자신의 일생을 모두 부정할 정도로 매력적인 일인지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라이니시스 전기의 주인공인 라이니시스에게 부여한 갈등은 '인간'의 갈등입니다. 드래곤으로 태어났지만 영혼은 인간이기에, 과거에 몸부림치면서 쓰라린 기억들과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한 괴로움을 겪으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다시 언급하자면, 제가 설정한 것은 드래곤으로서의 주인공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주인공입니다.
바보 같을 정도로 인간적인 주인공에 읽으시는 분들이 답답해하거나 지루해하실지도 모르겠고, 강력한 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잘 사용하지 않는 모습은 짜증이 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힘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남발해도 되는 것일까요? 그것에 대해서 인과율적인 책임은 돌아오지 않을까요? 전 인과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원인이 있으면 그것에 따른 결과는 항상 나타난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제 글을 썼습니다...
1.2 비판
하지만 작가가 갈등이니 고뇌니 말하지만 실상은 슬픈 연애물과 흡사하며, 슬픈(적어도 작가와 몇몇 독자는 그렇게 생각하는) 과거, 절세미녀, 거의 무한에 가까운 능력, 뭐든지 들어가는 가방, 봐줄만한 마스크에 푼수행동 등 양판소의 조건까지도 갖추고 있다. 젊은 작가(84년생, 2003년 출판)의 한계가 여실히 보인다.
주인공 라이니시스는 레드 드래곤 여기서 이미 글렀다! 이며, 전생의 이름은 준열. 그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인 혜진이 있다.(하아.....)
과거를 잊지 않기는 커녕 당시 전형적인 드래곤물의 코드인 '레어 꾸미기'로 직행하고, 나중엔 엘프도 꿰어찬다. 레어 자랑은 1권 중 무려 27페이지에 달한다! 게다가 하렘의 정도 또한 매우 심각하며, 엘븐스 퀸의 석세서(엘프여왕 후계자)의 "몸도 마음도 다 바쳐"드립, 그걸 간신히 참고 넘어간 부분에는 주인공과 살던 조강지처 엘프가 "측실도 상관없어 너만 있어줘" 드립.
후반에야 혜진이 체리랑스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면서 비극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지만 그냥 치정싸움에 가깝다.
게다가 위를 보면 작가는 힘을 마음대로 쓰게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글쎄, 무슨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정령과 마법을 펑펑퍼펑 써 준다. 1권에 그렇게 어린시절 마법 배우고 정령 다루고 검술 배우고 지식을 스펀지에 물 빨아들인다는 말로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면, 과연 진짜로 "힘을 잘 사용하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드래곤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거의 만능 해결사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비판받을만하다. 그러려고 쓴 소설이 아닐텐데?
전반적으로 작가의 목표에 비해 실질적인 소설의 수준은 상당히 미달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당시에 유행하던 내용 등을 그대로 도입하는 등 기타 양판소와 별다른 차별점을 찾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엘프 노예라거나, 개념없는 귀족이라거나...
그리고 쓸데없이 성적 묘사가 많이 들어간 것도 비판받을만 하다.
뱀발로, 스토리와는 별개지만 문제가 더 있다.
하나는 현대 한국어 표기를 상당부분 무시하는 것. 예를들어 작중 등장한 가문 하나의 이름은 하이뤂스라고 표기하는 등. 외래어 표기법에 의하여 P가 받침으로 들어갈때는 ㅂ받침으로 쓴다. 이 외에도 베올듼등의 조금은 이상한 발음을 고집한다.
다른 하나는, 모든 묘사와 설명에 있어서 글이 쓸데없이 길다! 그분이나 그분을 상회할 정도로 길다! 얼마나 긴지 알고싶다면 직접 체험해보라. '어느 초원에서 어떤 일행을 세번째로 만났다.'라는 내용이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에 맞먹을 정도로 길다!
1.3 변호
이렇게 구멍이 많더라도 두 가지 필터만 깔고 보면 상당히 잘 쓴 작품에 속한다.
1.글을 쓸 당시의 작가의 나이.(+처녀작)
2.양판소라는 것.
일단은, 다른 양판소보다는 그나마 철학적인 명제를 깔고, 막 때려죽이는 장면도 별로 나오지 않고, 초반의 설정 부분에서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의 세계관'을 구축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보인다. 하루가 30시간이라든가, 인간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과는 좀 다르다던가(훨씬 오래 산다.) 달이 여러 개라든가(사실 흔하다면 너무 흔한 소재겠지만).손발이 오그라드는 빈도도 타 양판소에 비해서는 상당히 적은 편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고뇌"라는 것을 말 그대로 철학적으로 받아들이면 택도 없는 수준이겠지만, 기타 드래곤 환생물에 비해서는 적어도 사건 하나 하나 터질때마다 일반적인 사람 수준의 고뇌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이런저런 과정들을 거쳐서 최초에는 드래곤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정체성을 인간으로 고친다. 사실상 앞부분에서 자신이 드래곤이라고 자각하지만 행동은 인간스럽다는 것은 뒷부분에서 다루게 될 내용에 대한 일종의 복선이라고 볼 수 있다. 초반에는 작가가 "내가 드래곤이라면 이러이러한 걸 해 볼거야" 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는지 좀 막 나가는 경향이 있었지만, 중,후반으로 갈수록 내용이 심각해지며 원래의 의도대로 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위의 비판을 보면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싶지만 변호 항목이니까 관대히 넘어가자 특히 왜 환생을 했는가에 대한 떡밥에 대한 책임을 졌다. 뭐, 조금 무리수가 있긴 했다만은 그정도면 나름대로 노력한 편이다.
또한, 주인공을 '무엇이든 다 잘 할 수 있는 먼치킨'으로 묘사하면서 그 능력이 단순히 검술이나 마법(요컨데 때려부수는 능력) 외에 일반적인 교양이나 학문, 심지어는 요리등과 같은 영역까지 미친다고 설명한 부분 역시 어느정도 참신하다고 평가할 만 하다. 이 작품이 출간되던 2000년대 초반의 판타지들을 보면, 학교라는 게 있다는데[1] 거기서 가르치는 분야는 딱 세가지, 검술, 마법, 행정뿐인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나마 행정이라는 것도 검술이나 마법에 재능이 없는 학생은 학문을 가르쳐서 관료로 삼는다.(고로 순수한 학자따윈 없다.) 그 학문이라는 것도 철학. 문학같은건 다 엿바꿔먹고 대체 왠지 역사를 가르친다는 이야기만 나오는 식으로 전투기술 이외의 영역에는 거의 설명이 없는 작가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자신이 묘사하는 세계관에 대해 어느정도 진지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 특유의 개그는 작중에서 종종 발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을 보고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고 판단하였다면 동 작가의 타 작품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1.4 종합
양판소인건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는 괜찮은 편이다. 작가의 거창한 목표와는 달리 킬링타임용 오락물적인 작품이 나오긴 했지만, 당시 작가가 어렸으니 중2병에 걸렸었다고 치면 이해 할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역시 어리고 경험없는 작가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분명 처녀작이고, 고등학교 때 쓴건데 10개를 넘게 쓴 김원호보다 백배는 낫다.
실제로 작가의 블로그에 가 보면 자신이 많이 부족했을때 쓴 작품이라고 한바 있다.
플롯은 상당히 심플한데 비해서 내용은 10권 이상이나 되는데, 솔직히 이렇게까지 길게 쓸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묘사나 서술이 과도하게 많은 경향이 있다.
1.5 뱀발
작중에 바람의 검심의 영향이 간혹 보인다. 펀치를 날리고 짧은 시간 내에 다시 치면 대미지가 더 크다던지 중력과 점프력의 균형이 맞으면 이중점프가 가능하다던지...
그리고 이영도 씨의 소설을 꽤나 감명깊이 읽었던지 소설내에서 디스(?)를 좀 한다(...). 엘프 나무찍는소리하네! 그러는데 엘프도 나무꾼이 있다 드립을 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