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레이더 반사 면적(Radar cross section, RCS)은 레이더에 잡히는 표적이 레이더 상에서 얼마나 큰 물체로 나타나는지를 나타내는 기준척도다. 레이더로 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며 미사일을 유도해야 하는 현대전에서는 이것이 매우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2 레이더 반사 단면이란
이것은 어떠한 물체가 레이더에 얼마나 잘 반사되는가를 면적으로 나타낸 척도다. 쉽게 말해 레이더 반사 면적이 1m^2이라면, 정면투영단면이 1m^2인 완전 반사되는 금속 구체의 반사 정도와 동일하다. 절대 1m^2의 평판의 반사면적이 아니라는 것에 주의할 것.
즉 레이더 반사 단면 1m^2 정도면 대형 애드벌룬 정도, 0.1m^2 정도면 농구공, 0.01m^2면 야구공, 0.001m^2면 탁구공, 0.0001m^2 정도쯤 되면 소형 볼베어링 수준의 크기가 금속으로 만들어 졌을 때의 반사단면이다. 괜히 스컹크웤스 책에서 독수리 눈알 이나 볼베어링을 이용한 레이더 반사 단면 계측이 나온 게 아니다.
3 왜 중요한가
RCS가 작으면 작을 수록 적의 레이더에 걸릴 확률이 급격히 저하된다.
이것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개념이 바로 F-117 같은 스텔스(더 정확히는 레이더에 대한 스텔스) 개념.
군사목적으로는 주로 레이더를 가지고 서로를 찾는 항공기와 전투함에 많이 쓰이는 개념이다. RCS가 작을 수록 단순히 반사이득을 10dBm을 떨어뜨리면 탐지확률이 선형적으로 1/10으로 떨어지는 개념이 아니라 레이더가 받아들이는 신호에서의 노이즈 성분 보다도 RCS가 작으면 수신된 레이더 전파를 아무리 증폭해도 노이즈에 숨은 반사파를 찾을 수가 없다. 채프나 각종 ECM 장비로 적의 레이더를 속여넘길 확률도 높아지는데 이런 방식들은 노이즈 비율을 높이기 때문에 그 속에 숨은 유효 반사파를 찾아내기가 더더욱 어려워지기 때문.[1]
4 레이더 반사 면적의 예측과 측정
과거에는 이것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웠으며 실물, 혹은 실물을 본뜬 모형을 만들어 직접 전파를 쐬어봐야만 알 수 있었다. 스텔스 성능이 강조되기 훨씬 이전인 2차 세계대전 때도 이미 각종 항공기나 선박들의 레이더 반사면적을 직접 측정하여 그 특성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전술을 개발하거나 혹은 ECM 장비를 만들고는 하였다.
그래서 여러 실험을 통해서 항공기나 선박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설계하면 RCS를 줄일 수 있다..정도의 개념은 있었으나 구체적인 수치를 실제 실험을 해보지 않고 미리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문제는 항공기나 선박의 설계 단계에서의 레이더 반사면적 예측이다. 스텔스 설계를 한다고 해도 목표한 반사면적을 맞추려면 단순히 '감'만으로 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지금 내가 도면에 그린 이 형상이 얼마나 작은 레이더 반사 면적을 갖는지, 만약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면 어느 부분을 바꿀지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위해서 설계 단계에서 모형을 만든다고 해도 정밀한 모형을 만들어야 하므로 그 모형의 가격이 비싸고, RCS 측정시설을 꾸리고 운영하는 것도 돈이 많이 깨지는 일이었다. 설계 단계에서는 절대로 한 번에 원하는 레이더 반사 면적을 이룰 수 없기에 '아 이렇게 만들어보니 각도를 조금 더 줄이면 더 RCS를 줄일 수 있겠구나.' 라는식으로 설계과정에서 끊임 없이 설계값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때마다 모형을 만들어 실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다.
허나 먼치킨 집단인 스컹크 웍스가 1970년대에 이것을 제한적으로 컴퓨터로 계산해내는데 성공했다. RCS를 예측하기 위해 일일히 모형을 깎아 실험할 필요 없이, 컴퓨터의 입력값만 몇 가지 바꾸면 원하는 RCS 값을 계산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 그런데 이 RCS 예측용 소프트웨어의 이론적 배경이 아이러니하게도 냉전시절 자신들의 적이었던 소련의 우핌체프라는 과학자의 논문이었다. 나중에 스컹크웍스 담당자가 우핌체프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소련측은 우핌체프의 이론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고...[2].
이 RCS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는 물체를 여러개의 삼각형 평면, 즉 폴리곤으로 쪼갠다음 각 평면에서 반사되는 전파들을 예측하여 전체의 전파 반사 면적을 계산하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전자계산기보다도 못한 당시 컴퓨터의 메모리와 처리속도의 한계탓에 곡면은 계산이 어려웠다. [3]
그 결과 이 당시 기술로는 F-117 같은 폴리곤의 집합 같은 각잡힌 전투기 밖에 설계할 수 없었던 것. 이후 컴퓨터 성능의 비약적인 발전덕에 스텔스 설계에도 본격적으로 곡면을 쓸 수 있었다.
5 레이더 반사 면적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
RCS는 사실 대상이 되는 물체 자체의 형상도 중요하지만 물체 자체의 전파 투과율이나 흡수율 등의 변수도 많은데다가 심지어 전파의 파장자체도 중요한 변수다. 또한 같은 항공기, 같은 조건이라고 하더라도 정면인지 측면인지 뒷면인지에 따라 RCS값은 달라진다.
이 때문에 인터넷상에 각종 전투기나 폭격기의 RCS값이 돌아다니지만 대부분 추정치인데다가 그 추정치가 어느 주파수 대역, 어느 방향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기준이 명확치 않다. 게다가 같은 전투기도 성능개량을 거쳐 전파흡수물질 같은 것을 추가로 바르거나 하면서 초기모델과 후기모델의 RCS값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실 인터넷에 떠도는 RCS 값만으로 항공기의 생존성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곤란하다.
A-26 인베이더 경공격기의 RCS 예시.
위의 그림과 같이 약간의 방위각 변화에도 RCS가 무려 30dB, 즉 1000배 수준으로 변화하다 보니 RCS 수치 자체는 통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펄스 레이더 조차도 첫번째 수신된 펄스의 반사파와 수ms~수십ms 후에 수신된 두번째 펄스의 반사파의 강도가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 보니 그에 대한 통계적 처리기법 등을 사용하는 실정.
다만 RCS 예측 자체는 이제와서는 그다지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보니 관련된 소프트웨어 중에 공개된 것들도 많고 아예 돈 받고 파는 것들도 있다. 또한 관련 전공자 중 석사 수준의 지식만 있어도 어느정도 RCS를 계산해내는 것도 가능. 물론 그 정확도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일반적으로 스텔스기가 아닌 제트항공기는 레이더가 동일 고도에 있다고 가정할 때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높은 RCS가 생성된다.
- 공기흡입구와 배기구 - 의외인 것 같지만 평행관 + 엔진팬 혹은 터빈블레이드의 조합은 도파관+코너반사기의 역할을 수행한다. 즉 전파가 마치 당구대에서 당구공이 투-쿠션으로 튕겼을 때 당구공의 입사방향과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튀어오듯 어느 방향에서 전파를 쏴도 같은 방향으로 반사하는 성질이 있다. 물론 3차원 형상에서는 입사파가 모두 반대 방향으로 반사되어 돌아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형상보다는 매우 일정하고 높은 반사게인을 가진다. 이것 때문에 덕트 굴곡이라든지 레이더블로커 등의 설계가 들어간다. 초기형 스텔스기인 F-117의 경우 공기흡입구를 아예 철망으로 블로킹 해 놓았고 배기구는 얇은 슬릿 형상으로 만들어서 해당 효과를 최대한 억제했다.
- 조종석 등 움푹 패인 형상(cavity) - 이러한 부분 역시 코너반사기의 역할을 하기 쉬워진다. 이를 막기 위해 F-16 등의 전투기들은 캐노피에 금속코팅을 하기도 한다.
- 형상이 복잡한 부분 - 조종사 헬멧 하나가 비스텔스기 한 대 만큼의 RCS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 기체 표면의 패널 - RCS가 전파 반사에 의해서만 생성될 것 같지만 전파의 주파수가 낮아질수록 표면이 단절된 부분, 즉 각 기체의 모서리와 패널 등으로 끊어진 부분에서 전파가 회절되고 회절된 전파가 복합적으로 반사되면서 RCS를 증가시킨다. 무엇보다도 회절된 전파는 퍼져나가는 성격이 있으므로 이래저래 골칫거리. 즉 반사성분만 보면 패널라인의 유무에 관계 없이 기체 표면적이 RCS를 좌우하지만 회절 측면에서 보면 RCS가 두 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이것이 스텔스기의 기체표면의 패널을 따로 처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저주파로 갈 수록 스텔스성이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수직미익 - 미익 표면과 미익의 뒷전 등이 수직으로 서 있는 경우가 많아서 수평 방향으로 날라드는 레이더파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꼬리날개를 크게 기울어진 쌍미익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고 앞전과 뒷전의 각도도 가급적 수직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 기체의 앞전, 뒷전 등 급격히 꺾어지는 부위 - 패널라인과 유사한 역할을 하며 주로 해당 부분에서 전파의 반사방향을 통제하기 어려운 회절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를 막기 위해 전파흡수물질이 많이 적용된다.
- 레이더안테나 - 전투기용의 일반 평판 레이더 안테나는 전파의 관점에서 투명한 레이돔 안에 자리잡고 있고 안테나 자체도 훌륭한 전파반사재일 뿐만 아니라 기계적 안테나 구동부위와 평판 안테나 뒤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도파관 등의 구조로 인해 대단히 좋은 전파 반사원이 된다. F-22 등이 괜히 기계구동부위가 없는 전자주사레이더를 쓰는 게 아니다.
6 관련항목
- ↑ 흔히 '세미 스텔스'라고 부르는 형태의 항공기들이 계속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F-117이나F-22 같은 먼치킨 스텔스기들이 전장을 누빈다면야 아군 입장에선 최고겠지만, 이런 스텔스기들을 설계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하다못해 적에게 발견되는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ECM 장비의 효율이 높아지도록 RCS를 줄이는 식의 세미 스텔스라는 설계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 ↑ 다만 우핌체프 자신은 자신의 이론의 활용 용도에 대해서 충분히 알았던 정황이 있다. 사실 소련측이 우핌체프의 이론의 중요성을 간과했다는 이야기가 바로 우핌체프 자신이 한 이야기였다.
- ↑ 컴퓨터 그래픽에서도 곡면을 표현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폴리곤을 잘게 심어넣어야 하기에 컴퓨터 성능에 한계가 있던 시절의 게임들은 곡면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이를테면 버추어 파이터1 같은 게임을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