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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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둑 용어

不計.
집 수를 계산하지 않고 승패를 결정한다는 뜻으로, 대전을 하던 중 패배를 인정하고 더 이상 대국을 진행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 즉, 바둑계의 GG라고 생각하면 된다. 불계로 승부가 결정될 경우, 승자는 '불계승', 패자는 '불계패'로 기록된다.

대국을 진행하다가 흑백 어느 한쪽이 뒤집을 수 없을때 불리한 측이 패배를 인정하는 군자다운 행위로 말로써 표현[1]하기도 하지만, 대국중에 무언으로써 나타내기도 한다.

보통 "돌을 던지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일본의 投了를 옮긴 말로, 실제로 반상에 돌을 던지는 행위는 현대바둑에서 비신사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지니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순화된(?) 표현으로는 돌을 거두다가 있다.

불계를 나타내는 방식은 바둑 삼국이 모두 다른데, 이는 각 국의 관습이나 룰에 기원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방법 중에 한가지로 불계를 표현한다

1. 옥집이 아닌 자신의 집 등 (손해가 분명한) 엉뚱한 곳에 스스로가 돌을 둔다.
2. 가지고 있는 상대방의 사석을 반상에 올려 놓는다.
3. 자신의 돌을 2개 이상 동시에 착수한다.

파일:Bulgye.png

사진은 2016년 3월 10일 진행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2국 경기의 한 장면. 설명한 방법 중 2번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

이 세 가지가 가장 흔히 나타내는 불계패를 시인하는 행위이다. 한국바둑리그에서는 2012년부터 2번의 형태로 불계패를 선언하는 것으로 단일 규정이 생겼다. 1번의 형태는 귀곡사 문제가 겹쳐 중국 측과 마찰이 생길 수 있어서 제외되었다. 중국 측과의 마찰이 생길 수 있는 이유는, 중국식 바둑 계가는 집과 살아있는 돌 수의 합으로 계산되니 자기 집을 메우는 수가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손해가 아니기에 미세한 승부에서 승리를 위해 둘 수 있는 한 수가 되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사석이 한 개도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3번도 널리 사용된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사석을 상대방에게 주는 행위도 불계를 시인하는 행위이다. 때문에 계가할 때 사석의 숫자가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는 중국 룰의 특성상 사석을 가볍게 여기는 중국기사들이 흔히 범하기도 한다. 또한, TV중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예선전에서도 자주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입회인 이외에는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때로는 장기전으로 가게 되어 바둑알이 정말 부족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올바른 처리 방법은 심판(또는 입회인)에게 사석을 교환하겠다고 요청한 뒤 같은 수의 사석을 서로 맞바꿔야 한다.

흔히 계가를 가지 않고 불계패했다고 하면 매우 큰 차이로 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크지 않은 차이임에도 끝내기의 수순이 길어도 변화가 없다고 판단했을 때 굳이 수를 더 진행하지 않고 불계패를 시인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극단적인 사례로는 이세돌이 구리와의 대국에서 끝내기 단계에서 반집패가 확정되자 돌을 거둔 경우도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기사들이 한국기사들에 비해 끝까지 계가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종종 바둑을 둠에 있어서 이 계가를 두고 상호 간의 예의 차원에서 올바르지 못하다는 등의 매너 논란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는 혹시나 하며 상대의 실수를 바란다는 측면에서 불계패를 시인하지 않고 끝까지 두는 것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렇게 패한 바둑을 계속 두면 스승에게 야단맞았다고 한다. 패배를 왜 했는지 대국 후 복기하면 되기 때문이다.[2] 하지만 중국기사들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최고의 예의라고 생각하기에 계가까지 가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중국 바둑계의 일각에서는 바둑도 스포츠인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스포츠 정신 아니냐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바둑에 대한 문화적 관점의 차이로 볼 수 있다.

단, 명백히 역전의 여지가 없음에도 상대가 실수를 하길 바라면서 계속 두는 건 어딜 가나 매너가 더럽다고 평가 받는다. 인터넷 대국에서 특히 심하게 보이는 현상인데, 중후반에서 10집 이상 차이가 나고 별 노림수가 없다면 엥간하면 불계 선언하자. 그런 바둑은 이기더라도 본인의 실력이 아니라 그냥 추접하게 이긴 것이다. 그런데 강동윤 9단은 이렇게 완전히 망한 상태에서도 이길 수가 없다고 모든 사람이 말해도, 끈적끈적하게 한집 한집 줄여나가면서 기회를 보다가 판을 뒤집어 엎어버리고 이기는 바둑이 굉장히 많다.(...) 강동윤 9단의 안티가 이런 "포기를 모르는, 그래서 예의없어 보이는" 행태에서 많이 오기도 했다.(...)

엄밀히 규칙을 적용하면, 2,3번의 방법은 불계패(기권패)가 아닌 반칙패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착수 순서를 혼동하고 실수로 돌을 2번 연속 두었다면 그건 반칙패로 처리된다. 불계패는 반칙이 되는 방법을 차용하여 명백하게 기권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체스나 장기등 다른 경기에서도 바둑의 불계 방법을 차용하여 기권을 표시하는 기사들도 있다. 예를 들면 죽은 기물을 올려 놓는 방법을 사용하여 기권패를 밝히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흔하진 않다.

2 불교 용어

佛戒.

불교에서 부처가 정한 계율.
  1. 일본에서는 "ありません"이란 말을 자주 쓰는데, 때때로 "없습니다"라고 오역하기도 한다.
  2. 경우에 따라서 대국 후 복기를 하지 않을 수 있고 대국 후 복기를 하는 게 강제성을 띄는 필수적인 절차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대국 후 복기를 하는 것이 불문율이라 여겨질 만큼 대국 후 복기하지 않는 것을 비매너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