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커즈

ブレイカーズ / Breakers.

1 스토리

―――홍콩. 광대한 뜰에 두명의 격투가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도전자는 갈색 피부를 지닌 우람한 사내다. 지면은 선혈로 물들어 있다. 하지만 그의 언월도는 단 한번도 상대를 건드리지조차 못하고 있다.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드디어 그는 힘이 다해 쓰러졌다. "어리석은 자여, 나의 피와 살이 되어라." 납덩이 같은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도전자의 몸은 마치 모래처럼 허물어져갔다.

무술대회 'FIST' (Fighting Instinct Tournament)는 그 이름 대로 무자비한 대회다. 사망자가 나오는 것도 드물지 않았지만 격투가로서 이름을 떨치려는 참가자는 끊이지 않았다. 규칙이 없는 이 대회에서 마지막까지 승리한 자는 막대한 상금과 함께 대회의 주최자인 후앙(黃) 재벌의 총수와 싸울 권리를 얻을 수 있었다. 최강이라 불리는 그에게 이긴다면 격투가로서의 영예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공개되지 않은 이 최종전에 도전한 격투가는 단 한사람도 돌아오지 않았다.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곳에는 탐욕스런 의지만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태고로부터 존재한 그 사념체는 현재의 홍콩에서 어느 남자의 육체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 어두운 힘의 증폭에 필요한 제물의 시스템을 확립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세계에서 수많은 참가자가 모이는 무술대회 'FIST"였다. 그리고 또 올해도 희생 제물이 선발되려 하고 있었다.

2 개요

비스코에서 1996년 발매한 대전액션게임. 이 시기 대전액션게임들이 거의 다 그랬듯 스트리트 파이터 2로 인한 대전액션게임의 인기에 편승해서 만든 느낌이 크며 발매시기를 볼때 그중에서도 상당히 후발주자에 속하는 작품이다. 발매시기도 스트리트 파이터2와는 한참 떨어져 있고, 개발에도 3년 정도 걸렸다. 여기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는데, 격투게임 붐이 절정이던 1994년에 비스코는 '천린의 서 시카고'(天麟の書 死華護)[1]라는 대전액션게임을 로케테스트 및 AM쇼 출품까지 마쳤으나 결국 엎어져서 제품판으로 나오지 못했고 그 이후에 이 작품을 베이스로 완전히 갈아엎어서 새로 제작한 작품이 바로 이 브레이커즈. 그런 고로 일부 캐릭터의 설정 등은 계승된 부분도 있으나 시스템이나 그래픽 등은 완전히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캐릭터의 설정계승/변경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브레이커즈/등장인물 항목 참조.

스트리트 파이터 2이래의 격투게임 붐에 편승해서 만든 건 맞지만 그래도 제법 괜찮은 그래픽과 간단한 시스템, 커맨드, 쉬운 조작성을 지니고 대전액션게임으로서의 완성도도 나쁘지 않아 매니악한 인기가 있었다. 아무래도 마이너한 작품이어서 아는 사람만 아는 수준의 작품이었으나 가격이 낮은 MVS 기판을 사용했기에 보급에 큰 문제는 없었고 시스템적인 진입장벽도 낮았던데다 겉보기와 달리 완성도가 제법 높은 편이어서 게임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 사람은 매우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제작사가 무명이라 발매 초부터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으며, 캐릭터 선택수가 고작 8인, 후속작인 브레이커즈 리벤지도 9인 밖에 안 된다는 점[2]등의 초라한 겉보기 등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는 끌지 못했고 금새 잊혀져버린 게임. 1998년에 브레이커즈 리벤지라는 이름으로 후속작이 나왔으나, 후속작이라기보다는 원작과 별 차이가 없는 미미한 밸런스 조정과, 토비카게노 사이조나 후앙 바이후(최종 보스)라는 개캐, 보스캐 각각 두명 이렇게 딸랑 붙여놓았을 뿐인 마이너 체인지 버전에 가까워서 수명연장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2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2 대쉬로의 변화 정도라고 보면 대강 비슷하겠지만, 대 히트를 쳐서 밸런스 조절 및 캐릭터 추가로 마이너 체인지를 하는 것만으로 계속해서 작품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었던 스트리트 파이터 2와 달리 브레이커즈는 호평 악평을 떠나 아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 마이너 체인지 버전이 나왔다고 해도 그다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게다가 1998년은 이미 대전격투게임 시장의 대세가 2D에서 3D로 옮겨간 시절이었다.

그래픽 면에서도 도트 그래픽의 완성도는 좋았지만 삽입 일러스트의 완성도는 도트 그래픽만 못한 편이다. 특히 브레이커즈 리벤지의 인게임 상의 일러스트는 동인게임을 보는 듯한 처참한 완성도인데 아무래도 실력있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채용하지 못할 만큼 제작비가 쪼들리지 않았나 하고 추측할 수 있게 하는 부분. 패키지 일러스트는 인게임에 비해 훨씬 멀쩡한 것을 보면 역시나 자금문제가 아닌가 싶다. 결국 리벤지는 업소용 MVS판만이 발매되고 네오지오(AES), 네오CD판은 발매되지 못했다. 다른 콘솔 이식판조차 없는 작품.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초짜 격투게임 제작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조작성과 상쾌한 템포를 자랑하며, 타격감도 좋고 콤보연계도 쉽고 상쾌한 점 등으로 아는 사람은 아는 수작 격투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입력감과 타격감만큼은 메이저 게임들에 뒤쳐지지 않는 수준이다. 캐릭터간 밸런스는 3강과 나머지로 나뉜다고 할만큼 격차가 커서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게임 시스템적인 밸런스는 잘 잡힌 편이라 무한콤보나 즉사콤보 같은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캐릭터도 상당히 개성이 풍부히 잡혀있어서 제법 인상적이다. 개성이 너무 심해서 개성의 수준을 넘어선 괴캐 투성이인 게 문제지만(...) 당시는 KOF 시리즈를 필두로 미형 캐릭터가 인기를 끌던 시절이라서 이런 개성적인 디자인은 게임이 망하는데 일조를 했다. 그 캡콤 마저도 스트리트 파이터 3의 캐릭터 디자인[3]으로 온갖 욕을 다 들어먹었던 시절에 비스코의 이런 시도는 상당한 무리수였다.

캐릭터 설정 면으로 보자면 사우디, 브라질, 이집트, 태국, 한국 등이 등장하는 등 기존 게임에 잘 등장하지 않는 제 3국 출신의 캐릭터가 꽤 많이 등장해서 전세계 시장을 노리는 듯한 포부를 과시한다. 특히 사우디와 이집트 등 격투게임에서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국적설정은 아랍권을 노리고 넣은 설정인지 별 생각 없이 정한 설정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배포만은 굉장하다. 디자인 면을 보아도 성능도 좋은 정통파 3인의 모습은 열혈 가라테 격투가, 이지적인 쿵후 격투가, doa의 카스미가 생각나는 실종된 오빠를 찾는 포니테일 여자 무에타이 격투가로 크게 무리 없는 설정과 디자인이고 거기에 잘 봐줘서 아메리카 인디언 파워 잡기 캐릭터까진 무난하고 평범하게 멋있고 예쁘고 괜찮은 디자인이다.

그러나 느끼한 목소리로 사브레를 들고 펜싱하는 복면 멀대 프랑스인인 척하는 이탈리아인이라든가, 정령 소환하며 시미터를 휘두르는 아랍인, 팔다리가 쭉쭉 늘어나고 입에서 가스를 뿜으며 텔레포트 하는 이집트 벽화에 나오는 것처럼 생긴 이집트 인 등등. 정말로 괴악한 센스로는 스트리트 파이터 3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스파3 처럼 오늘날 재평가 받을만한 센스도 아니어서 그냥 안습. 사실 괴하기만 한게 아니라 어딘가 좀 쌈마이하다. 캐릭터 뿐만 아니라 사운드나 기타 전체적으로 쌈마이한 분위기가 게임 전체를 지배하는데 이게 적응되면 묘하게 매력이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이 쌈마이한 분위기까지 순수한 의미로 좋아할 수 있다면 이 게임은 꼭 한 번 해볼만한 수작. 드물기는 하지만 일본 현지에서도 고정팬이 있어 현재까지 가동되며 대회를 여는 매장이 있다고 한다.

3 밸런스

문제는 밸런스. 상위권 캐릭터와 하위권 캐릭터의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 가장 큰 원흉은 3강-쇼, 티아, 사이조-으로 기존에 격투 게임을 건드리던 사람이 대강 기술의 커맨드와 활용법만 익히면 약캐로는 몇 달을 수련해도 이기기 힘들다. 그래도 공격을 당하는 측이 유리한 시스템이 다수 있어서 어느 정도의 성능차는 극복이 가능한 점 등으로 종합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좋은 평을 듣고 있으며, 밸런스도 절대적인 평가로 봤을 때나 나쁘지 충분히 게임으로서 성립하는 밸런스를 지니고 있어서 캡콤이나 SNK등의 격투게임 명가를 제외하면 당시의 우후죽순 쏟아지던 격투게임 중에서는 매우 우수한 축에 든다. 아예 3강끼리만 싸우거나, 3강을 제외한 나머지만 싸운다면 명작이라는 평(...).

CPU의 AI는 상당히 괴악하다. 당시에 그런 게임들이 드물지 않기는 했지만 유달리 플레이어의 입력에 칼같이 반응해서 공격해오는 타입이라 AI 패턴을 모르면 후반 컴까기가 굉장히 어렵다. 옛날 슈퍼스파2XKOF 시리즈에서나 볼 수 있는 짠손+짠발 4~8연사는 기본으로 무장 했고 CPU 공격력 책정도 플레이어의 공격력보다 높게 체크 되었으며 짠손 한방 빗나갈때마다 초필살기로 딜레이캐치 들어오는 걸 보면 혈압에 뒷목을 잡을지도. 쇼사마, 다오롱이나 티아 같은 강캐가 맨 끝 순서로 나오면 아주 골때린다.

4 시스템

게임 시스템적으로는 8방향의 레버와 4개의 버튼을 사용하며 강펀치, 강킥, 약펀치, 약킥이라는 평범한 설정. 당시 유행하던 자질구레한 시스템은 대부분 쳐내버리고 격투게임으로서는 스트리트 파이터 2 이래의 왕도파 격투게임에 가까운 심플한 시스템과 감각을 가지고 있다. 다른 게임들과 비교적 차이가 큰 부분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 잡기 : 나온 시기에 어울리지 않게 잡기 풀기가 없다. 따라서 아래의 피격 캔슬 시스템과 엮여서 '확정타'를 날리고 싶을 때는 잡기가 유효하다. 여담으로 이 게임에 잡기 풀기가 없다는 사실은 컴까기를 할때 매우 감사하게 느껴지는데, AI가 하는 꼬라지를 보아하건대 만약 잡기풀기가 있었더라면 100% 가까운 확률로 잡기풀기를 시전해서 잡기가 있으나마나 한 꼴이 났을 것이다.
  • 낙법 :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다운시에 버튼 3개로 발동. 초필살기에 맞았을 때는 낙법이 불가능하다.
  • 캔슬 : 동시대의 다른 게임에 비해서 캔슬이 아주 잘먹는다. 통상기-초필살기의 캔슬도 상당히 여유있게 가능하고 필살기-초필살기, 초필살기-초필살기 같은 것도 가능. 약간 감각은 다르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EX와 비슷한 부분이다. 체인 콤보 같은 시스템은 없으나 기본기에서 버튼 2개로 발동하는 특수기로의 캔슬도 가능하고 기본기끼리의 강제연결도 쉬워서 전체적으로 콤보 지향적인 시스템을 추구하는 인상이다. 일부 기본기는 공중캔슬도 가능하다.
  • 피격 캔슬 : 브레이커즈 특유의 시스템으로, 적에게 공격을 당하는 모션의 후반은 기본기/필살기/던지기/백스텝으로 캔슬이 가능해서 확정콤보 처럼 보여도 확정이 아니라거나 기술을 적중시키고도 반격을 받는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 공중콤보 : 공중히트시에 일부 기술이나 초필살기를 이용해서 공중콤보를 넣는 것이 가능하다. 생각보다 기회가 자주 오므로 일단 초필살기 게이지가 있으면 노려보는게 좋다.
  • 레이지 시스템 : 공격을 계속해서 적중시키지 못하면 계속해서(최대 30초) 다음 한발의 공격력이 올라간다. 가끔 엉뚱하게 높은 대미지가 나오는 이유가 이것.
    • 실은 대미지 보정의 요소가 상당히 많다. 일반적인 콤보 보정, 근성치 보정은 당연히 존재하며 남은 시간이나 아케이드에서의 연승 상황에 따라서도 대미지 보정을 받는 독특한 요소를 탑재하고 있다. 콤보 보정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편이라 즉사콤보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 게이지 : 3개까지 축적할 수 있는 초필살기 게이지는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의 영향이 느껴지지만 스파 제로처럼 초필살기 레벨제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초필살기 외에는 게이지를 소모하는 시스템이 없으며, 게이지 축적은 일반적인 공격과 방어 외에도 도발, 대시나 낙법 같은 자잘한 동작에서도 조금씩 차기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게이지가 차게 된다.

5 캐릭터

브레이커즈/등장인물 항목 참조

6 함께보기

  1. 영문판 제목은 'Crystal Legacy'. 포스터 이미지
  2. 숨겨진 보스 캐릭터인 후앙 바이후까지 합하면 10명. 대전액션게임의 캐릭터 수는 당시 점점 늘어나던 추세여서 이미 한참 전에 나온 아랑전설 스페셜이나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2는 브레이커즈의 2배 가량인 15~6인의 캐릭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3. 괴악한 센스와는 별개로 완성도는 높았던 디자인이었으므로 오늘날에는 상당히 재평가를 받고 있지만 당시에는 미형 캐릭터가 주류였으므로 매우 평판이 좋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