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억지전략

1 개요

냉전시대에 프랑스가 채택하고 있었던 핵전략.

'강자에 대한 약자의 억지'(la dissuasion du faible au fort. 영어로는 deterrence by the weak of the strong)라는 용어로도 불린다.

프랑스 공군 장성이자 전략학자였던 피에르 갈로와(Pierre Marie Gallois. 1911 -2010)가 기초한 것을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채택한 것이다.

2 설명

프랑스는 미국이나 소련과 같이 엄청난 핵전력을 만들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소량의 핵무기로 전 인류의 몰살을 가져올 최종전쟁의 방아쇠를 당긴다는 개념으로 만들어낸 무서운 전략이다. 우선 프랑스는 일단 적대국의 핵이 자신의 국가를 향해 발사되었다는 정보를 접수하면 모든 프랑스의 핵무기를 적국으로 발사해 상대의 대도시 한 두군데는 반드시 물귀신처럼 끌고 간다는 전략을 세운다. 또한 이런 전략을 세운 것을 대놓고 공개해 상대국이 프랑스를 멸망시켜봐야 남는게 없다는 사실을 깊이 각인시켜 준다. 이는 유사시 협상만으로는 절대 멈출 수 없는 전략이며, 따라서 국가 규모의 배수진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샤를 드 골은 이렇게 말했다.

"물론 우리가 발사할 수 있는 핵무기의 파괴력은 미국과 소련이 발사할 수 있는 핵무기의 파괴력에 비해 수적으로 동등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 사실, 어떤 인간도, 어떤 국가도 단 한 번만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 적에게 치명적 손상을 가할 수 있고, 그렇게 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그러한 의지를 (잠재적 적에게) 충분히 인식시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억지 효과는 충분할 것이다." -1964년 프랑스의 핵전략을 공표하며, 샤를 드 골- (출처)

그러니까 이 전략에 따르면 핵전쟁의 발동시 프랑스 민족과 프랑스 국가자체의 멸망은 기정사실이 되는 것이다. 이후 이 비례억지전략과 당시 MAD 전략에 따라 초강대국의 대도시가 파괴될 경우 그 강대국은 자신의 잔존 핵전력을 모두 동원해 상대의 도시도 전멸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이 전략은 일단 발동될 경우 프랑스 민족의 멸망은 물론, 인류의 파멸을 가져올 최종전쟁의 뇌관을 터트리는 역할을 갖고 있었다. 사실 웬만한 곳이라면 이런 정신나간 작전을 세우더라도 아랑곳 하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프랑스는 그래도 다른 유럽계 국가와는 달리 소련이랑 사이가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라는 점이 한몫 해서 나름 효용성은 있던 모양. 그리고 다행이도 이 전략은 미국의 대 프랑스 핵기술 지원이 시작된 직후 폐기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프랑스가 이 비례억지전략을 64년에 공표한 이후로 수립한 핵개발 계획은 5년단위로 끊어지는데, ICBM을 갖추는 것은 제4기, 그러니까 80년에 도달해서야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즉 15년 간은 대륙간 탄도탄이 없었다. 그럼 프랑스는 그 동안에는 어떻게 강대국의 심장부에 핵폭탄이라는 비수를 박아넣어(...) 강제로 MAD를 발동시킬 계획이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미라주 4형 초음속 전략폭격기로 모스크바를 폭격하면 되는것이다.(...)

이 미라주 4형 전략폭격기는 1963년 말부터 생산되어 프랑스 공군에 실전배치된 물건인데, 66년 2월까지 대략 50대 가량이 배치되었다. 참고로 이 전투기의 공식 항속거리는 3,704km이다. 행동반경이 아니라.그럼 이 항속거리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미라주 4형 폭격기 한대에 핵투발 수단을 장착하고 한대에 연료를 꽉꽉 실어 공중에 띄운 다음에 중간에 공중급유 하는 식으로 모스크바까지 날려보낸다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작전반경을 대략 1,500마일, 즉 2,400km까지 늘릴 수 있었다는데 파리에서 모스크바간의 직선 거리가 대략 2,500km쯤 된다.(...) 즉 이 미라주 4는 마하 1.7로 모스크바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갔다 와야 한다는 말이다. 정말이지 근성의 결정체가 아닐 수 없다.

이걸 빗대서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막가파 전술 및 사고방식을 일컫기도 한다.

영국의 경우, "모스크바를 궤멸시킬 정도의 핵 보복 능력을 유지한다"는 소위 '모스크바 기준'(Moscow Criterion)을 채택한 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