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ennale
1 요약
미술계의 올림픽. 비엔날레는 이탈리아어로 '2년마다'(bi+annual)라는 뜻으로 미술 분야에서 2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전을 일컫는다. 보통 국제미술전(또는 국제미술전람회)라고 하면 이 비엔날레를 말한다. 물론 비엔날레처럼 2년마다 열리는 미술전만 있는 것은 아니다. 3년마다 열리면 트리엔날레라 하며, 대표적으로 요코하마 트리엔날레가 있다. 4년마다 열리면 콰드리엔날레라고 부르고, 대표적으로 로마 콰드리엔날레가 있다. 5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전으로는 카셀 도큐멘타가 있다.[1] 미술관, 비엔날레, 아트페어는 현대미술의 주요 전시공간이자 전시회가 된다.
2 특징
비엔날레는 그 특성상 고전 미술보다는 동시대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세계급 규모의 미술전이고 미술계의 올림픽이라 불리지만, 올림픽은 국가별로 선수들이 선수단을 구성해서 참여하지만, 비엔날레는 철저히 개인 작가 신분으로 참여한다.
물론 베니스 비엔날레처럼 국가관을 두고 그 국가관에 황금사자상을 수여하긴 하지만, 올림픽의 내셔널리즘적인 속성과는 그 정도에서 차이가 있다. 그 나라 출신 작가가 아니어도 국가관에서 전시를 하기도 하며, 심지어 작가들을 서로 바꿔가며 다른 국가관에서 전시하기도 한다. 백남준도 독일관에서 전시를 하고 황금사자상을 받았었다. 게다가 시대가 지날 수록 국가별로 미술의 우열을 가린다는걸 넌센스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져서 점점 소속 국가 여부는 중요해지지 않고 있다. 어차피 예술은 예술가의 역량에 달린거지, 국가가 뭘 해줘서 그 예술가나 그 국가의 예술이 뛰어나다는 발상은 어폐가 있다.
반대로 왜 광주비엔날레에 광주 작가가 안나오고 부산 비엔날레에 부산 작가가 적냐고 따지는 것도 웃긴 일이다.# 한 예로 2014년도 부산 비엔날레에서 부산 예술인들이 "앞으로 지역 문화 예술계와의 소통의 폭을 넓히고 부산 특유의 정서를 반영할 수 있는, 또 비엔날레의 원래 목적이기도 한 지역의 숨겨진 문화, 예술인을 양성하는 축제로 자리 잡기 위한 고민과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비엔날레의 원래 목적은 그런게 아니다. 이건 올림픽을 지역체전처럼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왜 올림픽에 부산 선수들이 이리 적게 나오냐고 따지는 꼴인 셈. 지역의 숨겨진 문화, 예술인을 양성하는 축제는 부산미전 같은 미술전람회가 담당하는 일이다. 참고로 미전이 지역체전에 해당한다면, 대한민국미술대전[2]이 전국체육대회에 해당한다.
또한 아트페어와도 차이가 있다. 아트페어는 작품을 파는게 1차 목적인 미술시장이다. 보통 미술작품은 개별 상업화랑이나 경매회사(옥션)을 통해서 거래되지만, 많이 팔기 위해 몇 개 이상의 화랑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열기도 하는데 이것이 아트 페어다. 아트 바젤(Art Basel), 아머리 쇼(The Armory Show), 프리즈(Frieze) 아트페어 등이 유명하다. 선수와 작품을 비교하는게 이상하지만 대충 비유하자면 월드컵과 프로리그의 차이라고 할까? 프로리그에 이적 시장이 있어서 구단주들이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처럼,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구매영입하는 것이다.당연히 무생물이니 FA 제도는 없다 반면 비엔날레 등의 국제미술전은 월드컵처럼 순수하게 미술 정신을 스포츠 정신을 두고 나누는 자리다. 미술관은 조기축구회쯤 될까? 다만 90년대 이후로 아트페어는 기획력을 앞세워 비엔날레처럼 변하고, 비엔날레는 아트페어처럼 작품을 팔아주는 접선장소처럼 변하고 있다.
3 문제점과 비판
근현대 비엔날레는 원래 국가 권력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미술인들이 주도한 이슈 투쟁의 산물이었다. 미술이 선전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예술의 자율성[3]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다양한 예술을 시도하고 발전시키자는 것이 본래 취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비엔날레 위주로 검증된 스타 작가들이 순회 전시를 하는 식이 되면서 되려 이 다양성이 손상되고 있다. 스타 작가들이 이 비엔날레에 작품을 냈다가 똑같은 작품을 다른 비엔날레에도 내게 되니 열성 예술애호가의 입장에서는 우려먹기 하는 느낌이 들게 된 것이다. 게다가 검증된 스타 작가에 편중되다보니 성공한 스타 작가는 비행기 마일리지를 쌓아가면서 바쁘게 활동하고, 반대로 유명하지 않은 작가는 더 전시 기회를 못잡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미술계에도 빈부격차 다만 해외 미술계는 글로벌과 로컬을 적당히 조율할 만큼 예술가가 풍부하게 있다보니 이게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많다.
반면 한국은 그렇지가 못하다. 국내 비엔날레의 문제점은 미술애호가 인구에 비해 비엔날레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애초에 한국 사람들이 음주가무에 특화된 종특을 가지고 있어서 미술같은 정적이고 고요한 매체의 인기가 떨어진다. 미술 교육이 대중들의 미술 인식을 바꿔놓은 상황이면 모르겠지만, 대다수 대중들은 말초적이고 즉각적인 상업예술을 선호하지, 상대적으로 난해하고 따분해 보이는 미술을 선호하진 않는다. 영화, 대중음악, 게임 시장은 수백~수천만명의 소비자를 동원하지만, 현재 한국 미술은 관객동원력이 수십만명에 그치는 정도다. 그마저도 예술의 전당 같은 곳에서 열리는 고흐나 피카소 같은 이전의 유명 작가들 전시나 그 정도 동원하는 상황이다. 명성팔이
이런 상황에서 미대 졸업자들은 해마다 수천명씩 배출되고, 이들 신진 작가들이 전시기회를 만들려고 판을 벌리려고 하다보니 비엔날레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 브랜드 팔기에 집착한 지자체들이 가세해 창설 경쟁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일본 나오시마처럼 미술로 지역특화에 성공한 사례를 본 한국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안일하게 비엔날레 창설 경쟁에 뛰어든 것.
그 결과 한국 비엔날레 행사 수는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게다가 비엔날레들이 적당히 시간 간격을 두고 열리는 것도 아니고, 주로 가을에 몰려서 열린다는 것도 문제. '광주비엔날레 보고 우리 부산 비엔날레도 보러 와주겠지?'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은 바빠서 그냥 비엔날레 한두개만 선택해 보는 사람들이 많다. 2013년에 광주비엔날레를 했으면 2014년에는 부산 비엔날레를 연다던지, 봄에 대구 사진 비엔날레를 했으면 가을에는 창원 조각비엔날레를 한다던지, 이런 식으로 좀 분산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고 몰아서 열리고 있는 것. 경제학적으로 보면 가뜩이나 비엔날레들끼리 과열경쟁인 상황에서 서로 불필요한 경쟁을 하고 있는 꼴이다. 아무리 애호가여도 그 많은 비엔날레 전시를 보기가 고역에 가까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름은 비엔날레의 흥행 여부다. 아무리 비엔날레가 올림픽 같은 국제행사라서 흥행보다 예술성에 더 신경쓰고해외 작가나 해외 미술계 종사자들을 더 배려한다 쳐도, 국내 사람들이 안보면 비엔날레가 제대로 유지가 되겠는가? 2014 인천 아시안 게임이 그러다 무슨 꼴이 났는지 생각해보자. 물론 비엔날레는 아시안 게임처럼 돈이 많이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소한 적자는 안나게 행사를 열어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다.
비엔날레 평가는 크게 미술계의 평가와 일반인의 평가로 나뉜다. 미술계 종사자들은 인정하는 역대급 비엔날레인데 일반인들은 비엔날레가 허접하고 난해했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나쁜 예로는 미술계 전문 종사자들이 전시기획을 맡지 못하고 그냥 공무원들이 제멋대로 대강 구색맞춰 전시를 여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당연히 미술계 종사자들이 보기에 허접할 뿐더러, 어떨 때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허접한 티가 확 나는 경우가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경우 특히 공무원들이 '좀 유명한 해외 큐레이터 데려다 전시 짜면 사람들이 많이 오겠지? 우왕ㅋ굳ㅋ'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획했다가, 해외 미술계 인사들만 좋아하고 정작 국내 관객 동원은 미진한 비엔날레가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한 예로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현 미디어시티서울) 1회의 경우 서울시에서 힘써서 지원했으나 관객들의 호응이 적었고, 이후 예산이 대폭 줄어드는 아픔을 겪었다. 반면 2014년 광주비엔날레의 경우는 너무 안전빵으로 갔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같은 해 부산 비엔날레는 프랑스 출신 기획자를 데려와서 비엔날레 기획해 놨더니 대중들은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물론 중요한건 해외출신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기획자의 역량 그 자체이다. 기획자의 역량이야말로 전시의 질을 담보하는 것이고, 아무리 미술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사회여도 전시의 질이 좋으면 사람들이 오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2010년도 광주비엔날레의 총감독 마시밀리아노 지오니는 유럽 미술계에서 주목받던 젊은 큐레이터였고, 그가 기획한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 역사상 역대급 전시였다. 반대로 2012년 비엔날레는 한국인이 총감독을 맡았는데[4], 그 전시는 광주비엔날레의 흑역사가 되었다.
무엇보다 비엔날레 각각이 독특하게 구분되는 특색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저 외국 작가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에 그치거나, 겉은 비엔날레인데 실상은 그냥 아는 작가들 친목대회 수준에 그치는게 현실이다. 주제와 개념이 어느정도 일관되게 비엔날레를 짜려면 버릴 작가나 작품은 단호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아는 작가들을 어떻게든 비엔날레에 넣으려고 하는 경우도 흔하다. 앞서의 항목에서는 비엔날레가 지역 정서를 반영하고 지역의 숨겨진 문화, 예술인을 양성하는 축제가 아니라고 했지만, 비엔날레에 외국 기획자나 작가들의 힘이 세지면 국내 관객들에겐 아웃 오브 안중인 비엔날레가 될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그냥 지역작가나 국내작가로만 비엔날레를 짜면 그건 이미 비엔날레도 아닌 그냥 지역미전일 뿐이다. 결국 중요한건 세계 미술계와 한국 미술계 공통의 맥락을 찾아서 전시기획을 하는 것인데, 당연히 이것이 쉽게 될리가 있겠는가? 게다가 그런 어려운 미술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보려는 시도라도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국내 비엔날레 행사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결론은 미술계 종사자들의 과욕 + 대중의 무관심 + 지자체의 안일한 접근, 이로 인해 미술인들이 비엔날레를 끌어가는 구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4 주요 비엔날레
4.1 국내
4.2 해외
5 관련 항목
- ↑ 5년마다는 퀸퀘날레(quinquennale). 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국제미술전은 없다.
- ↑ 지역 미전은 각 지방 미술단체에서 주관하고, 국전은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에서 주관한다. 과거에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가 있었으나 1982년에 개편되면서 기성작가 부문이 폐지되고 신인 부문만 따로 분리되어 남은 것이 대한민국미술대전이다. 최근에는 에르메스 상 같은 기업 상이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 한마디로 예술다운 예술을 하자는 것. 권력에 아부하는 미술이나 돈 벌려고 하는 예술이나 기존 관습, 통념에 편승한 예술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 ↑ 정확히는 6인이 공동 감독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