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해프닝


Beat Happening.

미국의 인디 록 밴드. 활동 당시엔 그렇게 유명세를 얻진 못했고 지금도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밴드이나 미국 인디 팝과 얼터너티브 록에 영향을 많이 끼치며 커트 코베인를 위시한 후배 뮤지션들의 열렬한 추종을 받는 밴드다. 특이하게 기타가 두 대에 드럼이 있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1982년 워싱턴 주 대학에서 만난 캘빈 존슨을 주축으로 결성되었다. 밴드명은 브렛의 여자친구가 만든 학생 영화 비트족 소동Beatnik Happening에서 따왔다고 한다. 멤버 중 한 명인 브렛 런즈포드는 결성 전까지 악기라곤 전혀 다루지 못했으며 시작했을 당시엔 마라카스와 낡은 기타 하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드럼 세트도 소유하고 있지 않아서 대여하거나 즉석으로 드럼 세트를 만들기도 했다고. 이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듯이 비트 해프닝은 펑크 록의 아마추어 에토스에 영감을 강하게 받은 밴드였다. 심지어 즉흥성을 해친다고 공연 리허설도 거절했을 정도. 'Bewitched' 같은 곡은 잘못 튜닝한 기타를 그대로 썼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보컬도 잘 부르는 것과 거리가 먼, 게으르고 대충대충 음정을 맞춘다. 그야말로 인디 에토스를 선험적으로 보여준 밴드로 이런 태도는 페이브먼트다이노서 주니어 같은 게으름뱅이 밴드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

초기엔 그야말로 소박하게 동네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정도였다가 브렛이 들어오고 일본 갔다오면서 본격적으로 녹음 뮤지션 노선을 타게 된다. 그렇게 몇 개의 카세트테이프 데모를 녹음한 뒤 1985년에 발표한 동명 데뷔 앨범으로 주목받게 되고, 기량 향상이 돋보이는 두번째 앨범인 Jamboree를 발표하면서 워싱턴 로컬 씬을 넘어선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다. 이 Jamboree엔 그토록 유명한 Indian Summer와 Bewitched가 실려있으며 지금도 비트 해프닝의 대표작이자 1980년대 미국 인디 록 걸작으로 자주 꼽힌다. 커트 코베인도 좋아해 여러번 언론에서 밝히면서 이들이 (그나마) 세계적으로 알려질 계기를 제공해줬다.

이후 크램스의 영향을 받아 거칠어진 Black Candy와 한층 성숙해진 또다른 걸작 Dreamy, 음악적으로 완숙기에 다다른 You Turn Me On 등 다섯장의 앨범을 내고 1992년 무기한 휴식 상태에 들어갔다. 공연도 안 하고 2001년에 내놓은 싱글이 전부. 다만 불화라던가 그런 이유는 아니고 (지금도 만나서 정기적으로 연습한다고 한다.) 리더인 캘빈 존슨이 뮤지션 육성과 레이블 사업 하느라 바빠서 자연스럽게 휴식에 들어간듯 하다.

기본적으로 벨벳 언더그라운드바이올런트 펨, 시드 바렛, R.E.M.의 영향을 받은 다소 시끄러우면서도 달콤한 포스트 펑크 팝을 구사하는 밴드다. 푸가지마이너 스레트 같은 강성 하드코어 펑크 밴드들하고 친하게 지내며 영향을 받았지만 의외로 컨트리와 포크, 버블검 팝 영향력도 상당한 편. 이 때문에 분노와 저항으로 가득찬 일반적인 펑크 록과 달리, 10대들의 권태와 사랑을 수줍고도 낭만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면서 펑크 록과 얼터너티브, 인디 팝 간의 가교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접적으로는 트위팝의 시조라 불린다.

사실 음악적인 성취를 제외하면 그렇게 적을게 많은 밴드는 아니다. 나름 인디계에서 큰형님 대접받는 캘빈 존스를 제외하면 두 멤버들은 유명세와 거리가 먼 삶을 보내고 있는데다 예나 지금이나 판매량이나 인지도도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서 크게 언급할게 없다. 그나마 정식 수입이 되고 여러 경로로 알려진 페이브먼트와 달리 국내 인지도도 바닥 수준. 다만 이런 소박한 인지도와 반대로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높으며 [1] 상당히 충성스러운 팬덤이 존재하는 밴드다. 문제는 공연을 안 한다는 거....

리더인 캘빈 존슨은 비트 해프닝 이후 자기 레이블인 K 레코드를 통해 모디스트 마우스를 발굴해내며 지금도 워싱턴 주의 인디 록 씬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음반 목록

  1. 국내에서는 허클베리핀의 이기용이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