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지평선

Event Horizon. 사건 지평, 사상의 지평선으로도 부른다.

1 블랙홀의 사건 지평

일반상대성이론의 해 중 하나인 슈바르츠실트 해에서 나타나는 경계면. 카를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가 구했기 때문에 사건의 지평선의 반경은 슈바르츠실트 반경(Schwarzschild Radius)이라고 부른다. 천체가 슈바르츠실트 반경보다 작게 수축하게되면, 더이상 어떤 힘도 천체의 중력을 이겨내지 못하게 되어 천체의 모든 질량이 하나의 특이점에 위치하게 된다. 즉, 블랙홀이 된다는 소리.

유도과정은 텐서에 미분기하학를 동원해 4차원 휘어진 공간[1]에서의 직선과 물리량들의 관계들을 유도하는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의 결론인 E = mc2처럼 매우 쿨하게 정리되어있다.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누구든지 특정 질량으로부터 슈바르츠실트 반경을 직접 구해볼 수 있다. 만약 태양이 뭔가의 이유로 압축되어 충분히 작아져 블랙홀이 된다면, 슈바르츠실트 반경은 약 3km 정도. 그런데, 태양은 질량이 모자라서 스스로 블랙홀이 되지 못한다. 여튼 지구 질량 정도면 대략 8.7mm. 땅콩 만하다.

rs = 2G·m/c2[2]
rs : 슈바르츠실트 반경
G : 중력 상수 (6.67384×10-11 m3kg-1s-2 = 6.67384×10-11 N·m2/kg-2 )
m : 질량
c : 진공상태에서의 광속

비례상수인 2G/c2은 1.48×10-27m/kg 혹은 2.95km/M이다. 슈바르츠실트 반경을 구하고자 하는 천체의 질량을 태양질량(M)으로 환산한 뒤, 거기에 2.95km를 곱하면 해당 천체의 슈바르츠실트 반경을 구할 수 있다. 단, 회전하지 않고 전하도 0인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에만 한정된다.
위 식을 보면 사건의 지평선의 크기는 블랙홀의 질량과 '정비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블랙홀의 질량이 커질수록 사건의 지평선의 범위는 엄청나게 거대해진다. 태양의 10억 배의 질량을 가진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은 태양계 전체의 크기와 견줄 만 하다.

블랙홀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경계 구역을 지칭하는 말인데, 빛을 포함한 그 어떤 것도 사건의 지평선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관측 정보를 일절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사건의 지평선 너머의 일은 아직 알 수 없다. 때문에 이 쪽을 연구하는 물리학에서는 사건의 지평선 안 쪽 = 블랙홀이라고 정의한다. 물리학적으로 정보가 오갈 수 없다는 말은 사건의 지평선 내부가 외부와는 인과율이 성립하지 않는 독립된 공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물체가 블랙홀으로 떨어진다고 가정한다면, 물체가 사건에 지평선에 무한히 가까워 지는 것을 볼 수 있을 뿐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 모습을 절대로 볼 수 없다. 사건의 지평선을 지나는 순간의 빛은 무한한 시간이 지나야 관찰자에게 도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물체가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간 뒤에도 외부 관찰자에게는 물체가 여전히 사건의 지평선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무한한 시간동안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중력에 의한 적색편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방출하는 빛의 파장이 무한히 커지게 되어 결국 시간이 지나면 안보이는 것과 다를게 없게 된다. 양자역학에선 플랑크 길이 이하는 관측 불가능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양자역학적 관점에 따르면 외부 관찰자는 무한한 시간 후에 물체가 사건의 지평선으로부터 플랑크 길이까지 접근하는 모습만을 볼 수 있는 것이 된다.

파일:IpTDAkf.gif
세로 축이 시간 차원이고 가로 축이 공간 차원이다. 점선은 블랙홀에 떨어지고 있는 물체로부터 나오는 빛의 궤적이다.[3] 사건의 지평선과 가까운 거리에서 움직일수록 빛의 속도는 느려지므로 사건의 지평선과 가까운 거리에서 출발한 빛일수록 왼쪽에 있을 관찰자에게 도달하는데 점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사건의 지평선 직전에 나온 빛이 관찰자에게 도달하기에는 거의 영원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물체는 정상적인 속도로 블랙홀을 향해 들어가지만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거의 영원토록 사건의 지평선을 지나기 전의 물체의 빛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블랙홀의 중력을 발생시키는 '대상'을 일컫는 말은 바로 특이점이다.

회전하는 블랙홀에는 에르고 영역 이라 불리는 사건의 지평선의 특수한 경우가 존재한다.

2 우주팽창에서의 사건 지평

블랙홀 외에도 사건 지평이 쓰이는 사례가 있다. 우주는 허블 법칙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 관측되었는데 허블의 법칙은 관측자로부터 거리가 멀 수록 팽창속도가 빠른 것을 말한다. 따라서 아주 먼 거리에 대해서는 팽창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아져서 그 너머의 빛은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현재 뿐만 아니라 영원히 우리에게 도달할 수 없는 그러한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구면을 사건 지평이라 부른다.

일반인들은 어째 시간의 지평선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블랙홀에 대해 몇 가지의 사실만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경우 "시간이 멈추는 듯 보이는 경계"로 알아듣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
  1. 여기서 텐서는 4*4 행렬, 즉 16개 성분을 가지게 된다. 물론 몇몇 성분은 다른 성분과 같은 값이어서 실제 계산수는 이것보단 작아지지만...
  2. 고전역학에서 탈출속도를 c로 두고 유도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그렇게 유도된 것은 아니다.
  3. 속도는 거리/시간이므로 점선의 기울기의 절대값에 반비례한다. 즉 그래프에서 보이듯이 사건의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기울기가 가팔라지며 속도가 느려진다. 하지만 이는 외부 관찰자의 시점이고 빛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광속으로 움직이고있다. 이는 강한 중력장에 의한 시간왜곡 때문으로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는 시간이 느려진다. 따라서 어느 거리에서 빛이 1초동안 30만km로 움직였을때 그동안 외부에서는 10초가 흐른다면 빛의 속도가 초속 3만km로 느려진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