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어제시

1 개요

射侯御製詩. 조선 세조 3년, 1457년에 승정원에서 세조와 신하들이 주고받은 들을 수록한 책. 원본이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2 내용

세조 3년, 1457년 11월 27일에 세조가 경회루 후원에서 종친 및 입직한 여러 신하들과 함께 활쏘기를 한 후 쉬면서 잡담을 나누다가 어렸을 때 전갑(箭匣)에 써두었던 시를 재미삼아 신하들에게 보여주게 된다. 이에 신하들이 그 시를 보고 화답하는 답시를 지었고 세조가 이 답시를 보고 다시 공신들에 대한 감사와 다짐을 의미하는 어제시를 짓는다.

며칠 후에 다시 활쏘기를 하고 군신간에 정을 나누는 잔치를 벌일 때 세조는 사시도(四時圖) 족자(簇子)를 내어 보이며 이를 노래한 시를 짓고 이에 신하들 또한 족자를 보며 차운하여 시를 짓는다.

이때 세조와 신하들이 지은 시를 승정원에서 모아 책으로 만들었는데 이것이 사후어제시이다. 신숙주가 지은 서문과 세조의 어제시를 비롯해 61명의 신하가 차운한 시 등 총 210수의 시가 실려 있다. 시의 내용은 주로 올바른 국가운영의 뜻을 밝히거나 세조의 공덕을 찬양하거나, 부국강병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매우 강하다.

3 의의

조선 전기, 1400년대의 왕과 조정 신료들이 지은 210여수의 시를 모은 책으로 왕 개인의 순수한 감회를 노래한 것과, 조정의 행사 및 의례 석상에서 지은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순수한 감회를 노래한 시를 통해 왕의 문예적인 취향과 인간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으며, 공식적인 행사 자리에서 지은 어제시는 당시 정국의 동향과 조정의 행사 및 의례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조선 전기의 갱진시집(賡進詩集)으로 현존하는 보기드문 자료일 뿐 아니라, 왕권의 기반을 확립하기 위한 세조의 노력이 잘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당시 조정의 중요인물은 거의 모두 참여하고 있으므로, 세조 초년의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