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태세

서유기에 등장하는 요괴. 새태세(賽太歲)는 그 흉악한 '태세'와도 겨룰수 있을만큼 강하고 놀랍다는 뜻이라고 자기가 이름붙였다.(...) 주자국이라는 나라 근처의 해치동이라는 요괴 소굴에 살고 있었다.

삼장법사일행이 서천으로 가던 중 주자국에 도착하는데, 왕이 병을 치료해 줄 의사를 구한다는 방을 붙인 것을 보게 된다. 이걸 보고 손오공이 용돈벌이나 해보자며 방을 떼고 자기가 치료하겠다고 한다. 삼장법사는 손오공이 의술에 대해 뭘 아냐며 걱정하지만, 손오공은 의외로 간단한 방법으로 고쳐낸다. 구체적으로는, 성질이 강해 함부로 쓰지 못하는 약재인 파두(설사약으로 쓰인다), 대황(둘 다 약간의 독성까지 있다)에다가 부엌의 숯 검댕을 긁어오라 해서 만든다. 이 검댕도 '백초상'이라 하여 좋은 약재라나. 놀랍게도 동의보감에도 나온다. 문제는 겨우 이것들로 만들면서 뭘 만드는지 숨기겠다고 모든 종류의 약재를 서너근씩 가져온데다가 마지막에 이걸 약으로 빚을 때 쓴 게 삼장법사가 타고다니는 백마 오줌.(...) 이에 팔계는 병으로 몸이 허약한 사람에게 설사약과 말오줌을 먹이면 어쩌냐고 걱정한다. 사실 백마의 정체가 용이라 오줌조차도 풀이 머금으면 영지초가 되고 물고기가 먹으면 그대로 용이 되는 보물이라고는 하지만...

그리곤 병을 고치긴 했으나 병이 생긴 원인을 말해보라 한다. 앞서 손오공이 왕의 맥을 짚었을 때 '쌍조실군증', 즉 두 새가 서로 헤어져 만나지 못해 생기는 병이라고 맞추기도 했었는데, 그 말대로 왕은 몇년 전 축제를 하던 중 요괴가 나타나 왕비를 납치해갔으며 그 때 먹던 찰떡이 체했는데 나오질 않아 병에 걸려있던 것이라고 한다. 그 요괴가 바로 새태세였다.

그 뒤 새태세의 선봉장이 궁녀를 납치하러 찾아왔다가 손오공한테 단 한 합만에 무기가 부러지고 쫓겨 도망간다. 손오공은 요괴가 지르고 간 불도 술 한 잔만으로 끄는 능력을 과시한 다음 불에 술 같은걸 끼얹나... 어? 요괴를 잡으러 떠난다. 그리곤 가는 길에 마주친 '유래유거'라는 이름의 부하 요괴를 때려죽이고는 자기가 그 모습으로 변해 해치동으로 들어간다.[1] 주자국에 사신으로 갔다온 유래유거인 척 하며 새태세를 속이고는 왕비를 찾아가보니, 왕비는 강제로 새태세의 아내가 되어 살고 있었다. 손오공은 자기 정체를 밝히곤 요괴의 내력 등을 묻는다.

새태세는 무술 실력은 손오공한테 좀 밀리는 정도였지만, 가지고 있는 방울이 대단했다. 방울 세 개 중 첫 번째 방울은 한 번 울려도 불길이 엄청나게 치솟고, 두 번째 방울은 모래가 치솟으며, 세 번째 방울은 연기가 치솟는데, 손오공도 이 방울은 좀 껄끄러워했다.[2] 한 번만 울려도 이렇게 되는 물건이라, 평소엔 솜으로 구멍을 틀어막아야 안전할 정도. 중간에 손오공도 실수로 요괴 소굴에서 솜을 빼봤다가 불길이 단번에 확 일어나 당황해서 도망쳤다.

아무튼 새태세는 왕비를 좋아하기에 손오공이 부탁해 왕비는 미인계로 요괴를 홀린다. 그리고 시종으로 둔갑한 손오공은 방울을 몰래 가짜로 바꿔치기해서 두 번째로 훔쳐낸다. 그러고는 다시 덤비면서 '이 방울은 암컷이고, 네 방울은 수컷이다.' 드립을 친다.(...) 새태세는 방울을 울려도 아무 일도 안일어나자 '이 놈의 방울이 공처가인가'(...)라며 혼비백산하고, 손오공이 이기려는 찰나 갑자기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난다.

알고보니 새태세의 정체는 관세음보살님이 타고다니던 금모후라는 금빛 털을 가진 개 또는 늑대같은 동물. 주자국 왕이 아직 왕자였을 시절 사냥을 나갔다가 공작을 활로 쏴죽인 죄로 그 공작의 어머니인 불모 공작대명왕 보살이 "저 왕이 후일 혼인을 하면 3년 동안 아내와 강제로 떨어져 그리워하게 되는 벌을 내리리라"고 예고를 했고 그때 관세음보살은 금모후를 탄 채 그 말을 듣고 있었는데, 주인과 함께 그 말을 들은 이 녀석이 나중에 탈출해서 그 벌을 실제로 행한 것. 다만 손오공이 그래도 감히 왕비를 범하는 죄를 지었으니 죽어 마땅하다 하는데, 사실 새태세, 즉 금모후는 왕비를 납치하긴 했지만 왕비의 몸에 '가시'가 돋쳐 감히 한 번 건드리지도 못 했다고 한다. 관세음보살님이 이 녀석이 쓰던 방울도 원래 그냥 목에 걸려있던 대체 왜 개목걸이로 쓸꺼면서 이런 병기 수준의 스펙을 지닌 건지 모를 방울이라며 돌려달라하자 손오공이 그런 거 본적 없다고 잡아떼고 꿀꺽하려다 '긴고주' 맛좀 보겠냐고 하자 그제야 깨갱하고 돌려드린 건 덤.(...) 방울이 나타나는 마법의 주문.

여하튼 왕비는 주자국으로 돌아오는데 왕조차도 손을 덥석 잡았다가 가시에 찔린다. 그 때 자양 진인이라는 도사가 나타나는데, 알고보니 자양 진인이 언젠가 새태세가 왕비를 납치하는 걸 보고는 왕비를 위해 종려나무 가시옷을 비단옷으로 둔갑시켜 세태세에게 선물했고, 왕비가 그 옷을 입자 순식간에 가시옷이 되서 몸에 딱 달라붙었던 것이었다. 자양 진인이 다시 도술을 풀어 가시옷을 돌려받고 떠난 뒤에야 비로소 왕비는 왕과 제대로 해후한다.

즉 주자국 왕이 공작을 쏴죽여 그 공작의 짝이 괴로워했기 때문에, 왕도 어디 한번 똑같은 벌을 받아보라고 금모후가 새태세가 되었던 것. 다만 관세음보살님이 시킨 게 아니라 이 녀석이 멋대로 한 거라 혼나긴 했다.

이말년 서유기에서는 방울의 능력이 더 그레이트풀 데드세트신처럼 모사됨에 따라 죠죠러들이 단체로 베댓을 먹었다(...). 나중에는 이 녀석의 방울이 나타에게 죽은 마왕 협회 요괴들을 되살리는데 사용된다. 본인은 주자국에서 평생 노역을 하게 되었고 후일담에서는 십장으로 승진했다.안전한 건설현장! 좋아! 좋아! 좋아!
  1. 여기서 이 유래유거란 놈은 비록 졸개 요괴긴 해도 자기 두목이 천륜을 거스르는 짓을 하는 거라고 투덜대서 손오공은 요괴치곤 제법 생각있는 녀석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자비없이 죽인다.(...) 죽이고 약간 후회하긴 하지만. 아주 약간.(...)
  2. 손오공이 천계에서 깽판친 시절, 붙잡긴 했는데 아무리 해도 안 죽자 팔괘로에 처넣어졌던 일 때문. 바람의 괘가 있는 곳으로 몸을 피해 불길엔 다치지 않았지만 연기는 피할 수 없었던 통에 연기에 눈이 충혈되어 손오공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화안금정'이 되었는데, 이 이후 불은 겁내지 않아도 연기에만은 트라우마가 생긴 모습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