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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稅吏
세무 공무원을 뜻하는 옛말. 짜내는 사람
로마 시대 이후 서양사에서 언급되는 세리는 대부분 징세청부업자를 의미한다. 징세청부업자는 크게는 국왕이나 황제, 작게는 지방 영주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돈을 특정 연도, 특정 지역에서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한으로 받는 것으로 수익을 얻었던 이들이다.
로마 시대에는 워낙 통치범위가 넓다 보니 중앙정부가 원거리의 세금을 걷기 힘들어서 이런 식으로 했다면 중세 시대 이후에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이자를 매개로 하는 대부업이 명목상 금지되었기에 이를 대신한 방법으로 활용되었다. 대놓고 돈을 빌리기도 했지만 그러면 신성 로마 제국 황제나 로마 교황에게도 돈을 빌려주고 배후조종을 했던 후거 가문 같은 것이 등장하게 되기 때문에 이쪽도 맘편한 일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프랑스 국왕이 영국과 전쟁을 하고 싶은데 군자금이 부족하다고 가정하자. 징세청부업자가 100의 금액을 국왕에게 준다. 프랑스 국왕은 그 100을 돈으로 갚는 대신 매년 40의 징세를 할 수 있는 노르망디 지역에 대한 3년간의 징세권을 징세청부업자에게 넘기는 것이다. 이러면 노르망디 지역은 3년간 프랑스 국왕이 아니라 징세청부업자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되고, 징세청부업자는 3년에 걸쳐 20의 수익을 이자 대신 얻는다. 여기서 그 돈은 국왕이 걷어 해당 징세청부업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징세청부업자가 스스로 직접 세금을 걷는 것이다.
여기서 2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국왕 입장에서는 당장 100이 필요해서 120을 얻을 수 있는 세금원을 내줬으니 3년간 더더욱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다. 만일 그 3년 동안 또 돈 들 일이 터진다면 다시 징세청부업자를 부르는 일의 연속이다. 실제로 앙시앵 레짐 시기의 프랑스가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징세권을 징세청부업자에게 넘겨야 했다.
징세권이 징세청부업자에게 넘어간 지역에서는 더 문제다. 예시의 노르망디 지역이 매년 40을 세금으로 납부했다는 것은 평균의 이야기다. 그 3년 동안 불경기나 흉년이 든다면 어쩔 것인가? 국왕이라면 세금을 감면해준다거나 절대금액이 아닌 비율로 적용해 더 적게 걷거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징세청부업자는 당장 수익을 얻어야 하니 적어도 40을 걷는다. 그렇다, 적어도 40이다. 상한선이 없다는 것이다. 만일 징세청부업자가 농민들을 쥐어짜 50, 60을 걷었다고 가정하자. 그래도 징세청부업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온갖 잡세를 만들어 세금을 늘리고 쥐어짜내는 것이 징세청부업자였다. 로마 시대만 해도 세리들은 적어도 낙찰액의 120%에서 200%의 이득을 얻었다.
이래서 징세청부업자들은 처음 등장한 로마 시대 이래로 모든 이들의 미움을 사고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유대인처럼 고리대를 한다고 대놓고 비판을 하지도 못 하는 그런 존재였다. 이들에 대한 인식을 알고 싶다면 '성경 등의 문헌에서 세리[1]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보거나 당장 나무위키의 앙투안 라부아지에 항목을 참고해보자.
2 삼성경제연구소
Samsung Economic Research Institute. SE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