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음퇴화

脣音退化

일본어에서 순음이 점점 해체되어 순음이 아닌 음이 된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ハ행과 ワ행에서 나타났다.

1 일본어에서의 순음

상고대 일본어에서는 현재의 ハ행과 ワ행은 각각 [p]와 [w]의 음가를 지니고 있었다. 이는 상대 특수 가나 표기법 시대의 기록(대표적으로 만요슈, 고사기, 일본서기 등)의 한자의 음차 등이 일치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당시 한자의 음차에서 중국음 순음의 전청, 차청은 ハ행으로, 전탁은 バ행으로 전래된 것으로 보아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예: 波의 한자음 표기는 ハ, 法의 한자음 표기는 ハフ). 또한 양순 접근음([w])의 경우도 현대 한국어와 비교하면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따른 표기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부터 대강 추측이 가능하다(예를 들어 爲/為의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따른 표기는 ヰ고 圓/円의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따른 표기는 ヱン, 遠의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따른 표기는 ヲン이었다).

1.1 순음의 퇴화

그러나 이러한 음운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시대가 지나면서 점점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 붕괴란 다름아닌 순음들의 긴장도가 떨어져 점점 음가자체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이 음운의 변화는 [p] → [ɸ] → [h](어두에서) / [p] → [ɸ] → [w] → [∅](어중·어말에서)으로 이어진다.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연구들에서는 이 변화의 이유로 피로도의 해소를 드는 연구가 많다. 소리를 낼 때마다 일일이 입술을 붙였다 떼어야 하며, 공기를 막았다가 터뜨려야하는 양순 파열음 [p]는 입술에 오는 피로도가 상당하다. 이런 이유에서 양순 파열음 [p]는 한층 피로도가 덜한 양순 마찰음 [ɸ]로 변화하였다고 생각된다.

상대 특수 가나 표기법의 시대가 지나고 가나의 초기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할 쯤부터 이미 [p]는 어두를 제외하고는 스스로의 음가를 잃고 [ɸ]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때쯤부터 수입된 한음(漢音)과 함께 수입된 촉음(促音)의 뒤에서는 여전히 [p]의 음가가 남아 있었다.[1]

그리고 이때 다른 순음보다 입술의 긴장도가 높아 더이상 퇴화되지 않은 어두의 ふ([ɸu])를 제외한 나머지 음가는 착실히 점점 자신의 음가를 잃게 되었다.

이때까지 아직 ワ행은 스스로의 음가를 지키고 있었다.

1.2 ハ행 전호

헤이안 시대 말기가 되자 순음의 붕괴는 속도를 더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어두의 ハ행마저도 [ɸ]으로 음가가 변하기 시작했고, 어두의 ハ행은 인후음으로 살아남았지만, 어중·어말의 ハ행은 한술 더 떠서 자음으로써의 위치를 잃기 시작해서 [β]를 거쳐 ワ행의 음가인 [w]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를 ハ행 전호 현상이라고 부르고, 이렇게 변한 ハ행의 음은 ハ행 전호음이라고 부른다.

1.3 가마쿠라 막부 시대: 어중·어말의 ハ행 전호음과 ワ행의 붕괴

가마쿠라 시대에 들어서 드디어 ハ행 전호음, 그리고 전호음과 음이 같아진 ワ행이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들은 어두를 제외한 위치에서 자음 자체를 잃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 시대까지만 해도 자신의 음가를 유지하고 있던 음가들은 이제 ハ행의 경우는 어두에서는 여전히 인후음([h])을 온존하고 있었지만, 어중·어말의 ハ행 전호음과 ワ행은 순음으로서의 음가를 잃고 ヤ행이나 ア행과 혼동되기 시작했다. 어중·어말의 ハ행은 ワ행으로, ワ행은 ア·ヤ행으로 음가가 완전히 흡수되었다.[2]

그리고 이전까지는 분명이 존재하던 합요음 ワ행이 이 시점을 기해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クワ, クヱ, クヰ, クヰヤ 같은 합요음이 보였으나 이 이후로 그 모습이 사라져 간다.

1.4 15세기 이후

15세기 이후의 ハ행의 음은 이미 현대와 거의 같아져 있었으나, 이때까지도 ン과 촉음 뒤의 ハ행은 순음퇴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반탁음이라는 개념과 반탁음 기호(゜)가 등장한 시점은 음운의 변화가 일어난 시점과 시간 차가 있는데[3], 이는 ン과 촉음 뒤의 ハ행음([p])과 나머지 ハ행음([ɸ] 내지 [h])이 모두 상보적 분포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이 셋을 모두 동일한 음소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タ행([t])의 チ([t͡ɕi])와 ツ([t͡su])는 원래 각각 음가가 [ti]와 [tu]였는데 뒤 모음의 영향으로 앞의 자음이 바뀌어버렸지만, 여전히 タ행이라는 같은 음소로 인식된다. 그런데 근대에 포르투갈 및 서구와 교류하면서 그들의 언어([p]라는 독립된 음소가 있는 언어)로부터 외래어를 끌어오다 보니 [p]라는 새로운 음소를 표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반탁음 기호(゜)이다.

단 아직 표기는 종전의 표기를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에 이때에는 표기와 발음 사이에 상당히 괴리가 있었다. 言ふ라고 쓰고 いう라고 읽는다던가, 有為(ウヰ)는 うい라 읽는다던가, 또한 장음 표기까지 엮여서 法(ハフ)을 ホウ로 읽었다. 한국 한자음의 ㅂ 받침이 일본어에서 대부분 장음이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참고: ㅂ 받침을 가진 한자음과 “역사적 가나 표기법”).

1.5 현대 가나 표기법의 등장

현대 가나 표기법이 제정되면서 1000년에 달하는 순음퇴화가 드디어 표기법에도 영향을 주게되었다. 과거 완전히 붕괴돼 버렸으나 관습적으로 ワ행으로 쓰던 글자들은 전부 ア행으로 통합했으며[4], 어중·어말에 쓰인 ハ행 전호음도 ワ행의 글자로 바꾸었다. 또한, 장음의 발음도 표기와 일치시킴으로서 표기와 발음을 통일시키게 되었다.

또한 합요음 ワ행의 잔재들을 현대 표기로 통일시켰다.

단 순음퇴화의 잔재는 현대 가나 표기법에도 남아 있는데, 바로 조사 は와 へ이다. 조사 は와 へ만큼은 발음은 순음퇴화를 적용해 [wa], [e]로 하지만 표기는 わ와 え로 하지 않는다. 조사는 빈번히 사용되니 표기를 바꾸면 많은 사람들이 어색함을 느낄 것이라 생각해서 그대로 둔 듯하다.[5]

2 다른 언어의 순음 퇴화 현상

사실 순음 퇴화는 다른 나라 언어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현상이다.

  • 한국어: ㅂ 불규칙 활용. 어중의 유성음 ㅂ([b])이 ㅸ(([β])가 되고 최종적으로 ㅜ/ㅗ(([w])가 되었다.
    • ㅎ의 양순음화:ㅎ이 (ㅜ u)나 (ㅘㅗㅟㅞㅙㅝ w) 계열의 모음과 조합되면 일본어처럼 ɸ로 발음되는 현상이 있다
  • 인도유럽어족: 유기 양순 파열음([pʰ])들이 순치 마찰음([f])으로 변한 경우가 많다. 영어에서 ph가 /f/로 발음되는 것이 바로 이것의 잔재이다.
  • 중국어: 순음이 분화되었다. 상고대에는 양순음밖에 없었으나, 이중에 일부가 순치음으로 변했고, 이중에서 i나 j앞에 오는 순치 비음이 순치 접근음으로, 최종적으로는 양순 연구개 접근음(w)으로 변했다.
  1. 참고로, 이 시대 원래 음이 인후음이던(성모가 曉母(h), 匣母(ɦ)인 글자들) 글자들은 カ행으로 유입되었다. 예컨대 漢(중고한음:han)은 カン(kan), 害(중고한음:ɦai)는 ガ(gai)로 유입되었다.
  2. ヲ의 경우는 10세기에 이미 음가가 붕괴해 オ와 음가가 같아진 상태였고, 이 시대에 ア행과 같아진 것은 ワ와 ヰ가 해당한다. ヤ행으로 흡수되었던 예는 ヱ가 해당한다. 이는 원 표기가 ヱン이던 円이 에도 시대 서양인의 표기에서 yen으로 표기되는 데서 확인된다. 이후 e, ye, we의 대혼란이 ye로 통합된 후 e로 변해 간다.
  3. 즉 반탁점이 생기기 전에도 가령 れ라는 단어를 보면 "레"로 읽고 あっれ라는 단어를 보면 "압레"로 읽었다는 것이다.
  4. 즉 현대에 쓰이는 어중·어말의 ワ는 고대 일본어의 ワ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극히 일부 예외로 弱い의 わ같은 예가 있긴 하다) 현대 일본어의 어중의 ワ는 ハ행 전호의 잔재이며, ヲ도 조사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オ로 바꾸었다. 이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をはり(終り) → おわり.
  5. 한국어에서 조사 [의]가 대부분의 화자에게 [에]로 발음되지만 바뀌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참고로 이것도 중세 한국어에서 일부 상황에서의 조사 '의'가 'ㆎ'였던 것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