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고대 일본어 문헌들에서 발견되는 특수한 일본어 표기법상 특징. 가나(문자) 문서의 관련 항목도 참조.
2 내용
일본어를 기록할 독자적인 알파벳이 없던 시절, 일본어는 만요가나를 통해 기록되었다. 그런데 만엽집, 고사기, 일본서기, 현재까지 일부분만이 전해지는 풍토기 등 당대에 쓰인 만요가나 문헌들을 면밀히 조사해본 결과, 현대에는 똑같은 음가를 가지는 한자들 중에서 특정 단어와 문맥에서는 일부 한자는 전혀 쓰이지 않고, 역으로 다른 특정 단어와 문맥에서는 특정 한자군의 한자만 쓰이는 점이 발견되었다. 예를 들면, 支・吉・峡・来・棄 등의 한자 그룹에 속하는 한자가 쓰이는 단어에서는 己・紀・記・忌・氣 등의 한자 그룹에 속하는 한자는 절대 쓰이지 않는다. 두 그룹의 모든 한자들의 현대식 만요가나 독음은 き이다.
이를 토대로, 사실 같은 음가를 가지는 '것처럼 보이는' 한자들은 사실 특정한 분류로 나눌 수 있고, 그 분류에 따라 현대에는 똑같은 글자이지만 그 시대에는 사실상 다른 글자를 나타내는 게 아니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로 만요가나로 쓰인 고대 문헌들에선 이런 구분법이 엄격히 적용되는 게 확인되었기 때문에, 이 설은 꽤 힘을 얻기 시작한다.
학자들은 고전 문헌을 샅샅이 연구한 결과, 이런 구분이 확인되는 글자는 イ단의 キ, ヒ, ミ와 エ단의 ケ, へ, メ와 オ단의 コ, ソ, ト, ノ, (モ)[1], ヨ, ロ의 13글자임이 확인됐고, 그 구분은 각 글자별로 2종류로 압축됨이 확인되었다. 여기에 학자들은 각각의 분류를 甲類(갑류)와 乙類(을류)라고 이름을 붙였다. 예를 들면, 상술한 支・吉・峡・来・棄 등의 한자는 き의 갑류(甲類), 己・紀・記・忌・氣 등의 한자는 き의 을류(乙類)로 구분된다.
3 고대 일본어 8모음설?
이러한 차이가 단순히 문법적이나 형식적인 차이가 아니라 실제 당대 일본어의 음가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イ, エ, オ단의 모음은 현대와는 달리 각각 갑류, 을류의 구분과 같이 2종류의 음가가 있었으며, 그러므로 당대 일본어는 ア, イ, ウ, エ, オ의 5모음 체계가 아닌 ア, イ(甲), イ(乙), ウ, エ(甲), エ(乙), オ(甲), オ(乙)의 8모음 체계였다는 학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8개의 모음이 정확히 어떤 음가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도 의견이 분분하고, 한자의 음뿐만이 아니라 뜻으로 읽기도 하는 만요가나의 특성상 당대 중국어 재구성음 등과 비교해서 추론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또한, 1970년대 이전까지는 위와 같은 8모음설이 학계의 주된 입장이었지만, 그 이후로 다양한 반론이 등장함에 따라 아직까지도 통일된 학설이 나오지 않고 있다.
4 모음조화
또한, 단어의 특정 위치에서는 특정한 '모음'만이 쓰인다는 관점에서 보면, 위와 같은 현상은 모음조화와 매우 닮아있다. 실제로 상술한 8모음설을 채택해서, 이를 근거로 알타이 제어들의 모음조화 현상을 예로 들면서 고대 일본어는 알타이 제어에 속하는 언어였다는 학설도 있지만, 애초에 알타이 제어 자체가 가상의 어족이고, 그 근거 역시 부실한 관계로 널리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또한, 한국어도 중세까지는 비교적 엄격하게 모음조화를 지켰다는 정황이 포착되므로 고대 한국어와 연관을 지어보려는 시도도 있지만, 이 역시도 고대 한국어 문헌의 부재 등으로 인해 연구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5 기타
이 상대 특수 가나 표기법의 존재는 신대문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결정적인 근거로 쓰인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고대 일본어는 근세의 일본어보다 더 많은 음가를 가지고 있었거나, 최소한 현대에는 구분되지 않던 일부 글자들이 엄격하게 구분돼서 쓰이고 있었던 정황이 확인되는데, 만약 신대문자가 진짜 고대 일본어를 반영한 문자 체계라면 위와 같은 이유로 당연히 50개가 넘는 글자가 존재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신대문자는 그런 거 없고 그냥 50음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6 참고
- ↑ モ의 경우 일본서기에서는 그 구분이 사라지고, 고사기와 만엽집의 일부 기사에서만 그 구분이 확인된다. 이는 종종 고사기가 일본서기보다 형성 시기가 빠르다는 근거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