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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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고물을 써서 시루에 쪄낸 . 본래는 팥시루떡이라 했고, 시루떡은 시루로 쪄낸 떡종류의 총칭이었으나, 최근엔 떡종류 전체가 간소화되어 버려서 시루떡은 그대로 팥시루떡을 지칭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이외에도 상당히 다양한 시루떡이 존재했으나 제조법이 유실되어서 현재는 팥시루떡과 호박시루떡 정도만 남아있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

과거엔 모든 떡 중에서 대표격에 위치했다. 잔치, 제사, 장례, 개업 등등 집안 대소사에 빠지지 않으며 팥을 대량으로 써서 만들며 길한 일이 있을 때, 복을 기원할 때 많이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이사할 때 시루떡을 지어 돌려먹는 풍습이 있었다.

시루에 찹쌀을 켜켜히 번갈아 쌓아 만든다. 찹쌀과 팥의 단맛이 잘 어울리고 찹쌀떡을 얇고 넓게 펼쳐 만들기 때문에 식감은 상당히 쫄깃하다. 두껍게 만들면 식감이 퍽퍽하고 먹기 힘들어 지기 때문에, 얇고 쫄깃하게 만들어서 부감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 포인트.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 있듯이, 특히 겨울에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함께 먹는 것이 기본으로 여겨져 왔다.

찹쌀과 팥은 모두 귀한 작물이고, 시루떡은 둘 다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매우 귀하고 만들기 힘든 음식이었다. 특히 팥은 액을 쫓고 복을 불러들인다고 믿어졌기 때문에, 주로 잔칫상에 많이 올라갔다. 본래 떡이 귀한 먹거리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 중에서도 길하고 잔칫상에 올라갔던 시루떡은 한국 떡의 얼굴마담격이라 할 만했다.

..이랬던 것이 현대에 오면서 대량생산되는 처지에 놓이자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현대의 떡은 과거에 만들던 떡과 거의 단절되었고 맵쌀떡과 찹쌀떡의 구분이 유명무실해지면서 맵쌀과 질 낮은 팥으로 아무렇게나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최악의 경우는 아예 백설기에 팥고물 묻혀놓고 시루떡이라고 드립을 치는(…) 떡집도 생겨났다. 보관이 어렵고 팥고물을 따로 내야 하는 번거로움도 날림 시루떡이 생기는데 일조했다.

웰빙바람을 타고 한때 유행했던 호박 시루떡은, 원래 호박꽂이라고 하는 아종이었는데, 말린 호박을 나박나박 썰어서 말리고, 그것을 시루떡 사이에 쌓아서 시루떡의 식감과 단맛을 극한까지 끌어 올리는 고급스러운 떡이었다.

옛날에는 호박 대신 무를 썰어서 넣기도 했다고 한다. 무가 익으면서 단 맛을 내고, 단순한 단맛 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맛을 내면서 효소 때문에 소화도 잘되기 때문이라고.[1]

그러나 지금의 호박시루떡은, 호박을 갈거나 채썰어서 반죽에 섞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보통 노란 색만 들지 호박맛도 안 난다. 떡 자체를 백설기마냥 두껍고 퍽퍽하게 만들었다면 노란 스펀지랑 다를게 없는 떡이 되고 만다.

요약하자면, 먹는데 쫄깃하지가 않으면 그건 가짜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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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용으로 콩시루떡도 있다. 팥고물 대신 노란 콩고물이 들어간다. 팥보단 알갱이가 얇기 때문에 식감이 매우 고슬하고 맛있다.
  1. 1990년대 김수미가 내놓은 요리책에서도 무시루떡을 소개했는데 어릴 적 밤에 출출하면 먹고 싶어하는 걸 눈치챈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부탁하면 어머니는 "저놈의 지지배가 또 귀찮게 혀!"라고 하면서도 만들어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