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원칙

내가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교통법규를 준수할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이 상식 밖의 행동이나,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법규를 위반하여 행동하는 것까지 미리 예견하여 방어운전 및 조치할 의무는 없다는 형법 상의 법리.

예를 들어 자동차 전용 도로 및 고속도로에 이륜차·사람이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가 났을 경우 자동차 운전자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과실도, 민사 상 손해 배상 의무도 없다. 거꾸로 이륜차·사람이 자동차 운전자의 차량 손괴 및 운전자의 부상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법적으로 이륜차나 사람이 통행할 이유가 없는 장소이므로 이륜차·사람을 주의해야 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신뢰의 원칙은 무한한 까임방지권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인한 사고가 자신이 회피 노력을 했음에도 피할 수 없을 때이거나, 아예 비이성적인 행동 자체를 인지할 수 없었던 경우에만 적용이 된다. 예를 들어 1km 밖에서 고속도로를 횡단하는 사람을 봤을 때 그 사람을 있는대로 달려가 들이 받으면 신뢰의 원칙에 따른 면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회피 노력을 할 수 있음에도 사고가 났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 무작정 이 원칙을 적용했다면 대한민국 도로는 GTA 저리가라하는 무법천지가 되고 남는다. 허나 이러한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운전자의 면책을 전제로 추가적인 운전자의 고의성을 입증 할 수 있는 다각도의 증거 내지는 정황증거가 필요하다. 애초에 고속도로는 보행자가 통행이 금지, 불가하다는 전제 하에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

이 원칙은 의료 행위에도 적용이 되는데, 여러 질환을 가진 환자를 진료 과목이 다른 여러 전문의가 진료할 때 다른 전문의가 한 진료 행위까지 잘못될 것을 가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 다만 의료 분야에서 신뢰의 원칙은 예외도 많은데, 같은 전공을 가진 전문의와의 공동 진료 행위에서 발생한 문제, 자신이 주치의인 환자를 다른 전문의가 진료하면서 발생한 문제, 자신이 지휘 감독하는 다른 의사간호사의 행위(업무상 수직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신뢰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판례가 있다.

자비의 원칙과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다. 자비의 원칙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원칙이고, 신뢰의 원칙은 자신의 편의를 위한 원칙이다.

또한 신뢰보호의 원칙과도 다른데, 신뢰보호의 원칙은 행정기관의 행정 집행이나 답변 내용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뒤집히지 않도록 하여 행정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다른 부적합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허가 사항을 취소하거나 하는 것은 할 수 없다는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