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소설)

원제는 Island.

고전 디스토피아 소설 중 하나인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마지막 작품으로 1962년 출간되었다. 멋진 신세계가 디스토피아 소설인데 비해 이 작품은 일종의 이상 사회를 그린 유토피아 소설이다. '팔라' 라는 인도양에 위치한 가상의 섬나라를 이상향으로 그리고 있다.

소설의 내용은 팔라에 표류하게 된 영국인 윌 파너비가 팔라에 머물며 팔라인들의 삶을 관찰하며 설명받는 식으로 되어 있다. 팔라는 군대가 없고, 공동 생산과 의무 노동에 의해 생산된 식료품과 생필품을 가지고 생활하는 자연주의적 사회이다. 그러나 절대적 자연주의는 아니며, 외부 세계와의 교류나 무역은 존재한다. 자연주의적이라고는 하지만 원시적이지는 않으며 유전공학이나 의학, 공학 등의 기술 수준은 그리 낮지 않다. '라자' 라 불리는 통치자가 있으나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며, 지리, 직업, 경제의 자치 기구로 구성된 소규모 공동체가 실권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불교, 도교 등 여러 종교가 융합된 독특한 가르침을 따르나 그것이 절대적인 가르침인 것도 아니다.

다중가족제도라는 매우 특이한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한 아이가 본래의 부모 외에도 대략 10~20개의 가정에 각각 조금씩 머무르는 제도이다. 이들 모두를 부모로 부르며, 이는 고정된 하나의 부모 밑에서 자라 그 부모의 고정된 성격과 성향에 따른 특성을 그대로 물려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같은 맥락에서 유전자가 우수한 사람의 DNA를 냉동보존한뒤 그 유전자를 받아 아이를 낳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즉 팔라의 사람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반드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의 가계에 유전병이 있거나 형질상 결함이 있는 조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앞장서서 이런 뛰어난 타인의 보존된 유전자를 받아들이려 한다. 또 히틀러, 스탈린으로 대표되는 군국주의, 독재정을 매우 혐오하며 프로이트의 발달심리학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이다.

주인공인 윌 파너비는 이런 팔라의 삶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나 갈수록 이 사회에 매력을 느끼며 공감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팔라와 이웃한 섬나라 랜당의 군국주의적 지도자 디파 장군이 '대 랜당 연방' 결성을 명분으로 석유자원이 풍부한 팔라를 침공하자 이 이상사회는 간단히 붕괴하고 만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이상사회 팔라는 '멋진 신세계'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묘하게 공통점을 가진다. 예를 들면 유전자 조작과 통제, 통제된 사회경제 구조로 인한 번영과 물질적 풍요로움, 일종의 마약인 모크샤의 사용(멋진 신세계의 '소마'와 거의 같은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현대인의 관념으로 보면 문란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자유로운 성애 등이 그것이다. 즉 멋진 신세계의 사회에서 부정적인 면을 덜어내고 긍정적인 면만을 남기고, 그것을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이상에 맞게 변화시킨 것이 '아일랜드'의 '팔라'인 것이다. 다만 내부에서 완결되는 완전무결한 유토피아가 아니라 외부와의 교류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라는 점에서 한계점을 가진다. 이웃의 독재국가인 랜당의 침략에 의해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 또한 이 사회의 한계점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올더스 헉슬리가 그린 이상 사회 - 멋진 신세계유토피아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