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툰, 모형잡지 취미가네오등의 출판사로 유명한 호비스트에서 출간한 2차 대전사 요약본. 3권의 경우 초판 표지는 1권과 비슷하게 무장 SS의 위장복을 입은 리인액터의 컬러 사진이었으나 얼마 되지 않아 교체되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취미가 출판 당시 밀리터리 모형 기사에 끼워넣던 2차 세계대전사가 호평을 받자 아예 정기적으로 2차 세계대전사를 책에 싣기 시작하는데, 이걸 엮어서 책으로 출판해도 되겠다 싶었던 편집장 이대영씨가 그대로 책으로 출간했다. 내용은 대부분 2차 대전 유럽전선에 관련된 내용이며, 태평양 전쟁은 들어가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이대영 편집장의 머릿말에서는 '상호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별개의 전쟁'이라 해명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냥 취미가가 태평양 전선의 군함과 전투기 등이 잘 나오지 않던 잡지였던 탓. 전사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양 전선이 상호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는 전략적 안목 없이 그저 투입된 무기가 어느 나라 것이고 군대가 어느 나라 소속인지만 따지는 근시안적인 시각임을 알 수 있다. 본서에도 시시때때로 태평양 전역에서의 사건들이 언급되어 자기가 한 말을 모순으로 만든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덕에 미국이 본격적으로 2차 대전에 뛰어들었고, 일본의 태평양 침공으로 등 뒤가 안전해진 소련은 독소전선에 전력투구할 수 있었다. 영국과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 또한 인도 등의 꿀멀티 식민지와 자국 방어를 위해 상당한 수준의 전력를 투입했다. 관계 없는 사건이 아니라 일대 전환점이며, 세계 대전이 달리 세계 대전인게 아니다.
책 내용은 타임라이프의 라이프 제2차 세계대전 부분을 짜집기 한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론 여러 서적을 참고해서 쓰였기 때문에 라이프만 베끼다시피 한것도 아니다(다르게 말하면 전천후로 베꼈다). 거기에 아무래도 쓰는 사람이 매니아다 보니(…) 호비스트 기자들의 취향대로 쓰여져 어찌 보면 스케일 큰 동인지 성향도 좀 있다. 가상인물과 상황을 등장시키며 마치 실제 인물과 사건처럼 꾸미는 서술이 곳곳에 있다. 죽은 사람은 증언할 수 없는데, 기습당해 전사하는 전차 승무원의 이야기가 1인칭 시점으로 나오거나, 실존 인물이자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이지중대원 중 한명으로도 유명한 데이비드 캐년 웹스터의 이야기를 따온 것으로 보이는 데이빗 웹스터란 등장인물 등이다. 위키에서 보듯 이 분은 벌지 전투에는 참전하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는 벌지 전투에 참전해 독일군 전차를 격파하는 장면이 버젓이 나온다. 유명 지휘관 등 가상인물을 세울 수 없는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이런 인물들이 실존 인물인지에 대한 근거자료는커녕 책 내의 모든 자료의 인용 참고에 대한 각주조차 전무하다.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아니면 작가의 가필인지를 독자가 판단하도록 고스란히 떠넘긴 셈이다.
아무래도 고증을 따지는 밀리터리 모형잡지 기자다 보니 무기, 전술적인 내용에 관련된 기술이 많다. 번역과 해설등에 상당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대, 그럼에도 오역도 좀 있는 편이다. 예를 들면 독일어로 수성을 의미하는 '메르퀴르'를 '목성'으로 번역했다. 호비스트의 취향대로 흥미위주의 기술이 많고 대전 당시의 독일에 대한 묘사에 집중되어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리고, 경쟁지를 까기위해 둔 자충수였지만 저자 자신이 일본식 용어이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단어(고사포라든가, 돌격포라든가)가 본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선 저자 이대영의 해당 항목을 참조 바란다.
서부전선에 집중되어 있어 이것으로 2차대전사를 접한 밀덕들은 동부전선과 태평양전선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평이 있지만, 총 6권중 1, 2권은 전쟁 초반의 서부전선과 발칸 반도, 초기 아프리카 전투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고 3, 4권은 대부분이 대소전/아프리카전선 및 독일 본토 항공전, 5권은 이탈리아와 노르망디 전역, 마지막권인 6권은 연합군과 소련군의 진공으로 박살나는 독일을 다루고 있어 거의 1/3은 동부전선 소개에 할애했다. 1944년 이후 동부전선에서 독일의 패배를 거의 기정사실화한 소련군의 공세를 딱 10페이지 정도로 넘어가는 안습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저런 평이 나온 듯하다. 반대로 서부 항공전이나 노르망디 전역, 발지 전투 등은 내용적인 정밀함이 아니라 분량이라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책의 원본인 라이프 2차 세계대전사가 쓰여질 당시만 해도 냉전시대였던지라 동부전선쪽 자료가 부족했던 것도 원인. 그래도 이 연재물과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동부전선에 대한 관심이 전무하다시피했던만큼 국내 모형인들과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 동부전선에 대한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린 건 사실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크게 두가지 평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닳고 닳은 밀덕이 아닌 일반인들과(원래 모형잡지에 실리던 기사이니) 라이트한 매니아들을 잘 충족시켰다는 평. 다른 하나는 이것도 책이냐며 불쏘시개(…) 취급하는 평가다. 그러나 이 책이 쓰여지던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는 제대로 된 2차 세계대전 서적이 국내에 없다시피 했다. 밀덕들의 바이블이던 라이프 2차 세계대전사 시리즈는 초판이 70년대 만들어진 책이라 당시 기준으로 작성되어 나중에 오류가 밝혀진 내용도 많고, 대형 도서관에도 드물어 일반인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었다. 지금에 와선 고서점에서조차 전질을 구하기 힘들 정도의 희귀본이다. 때문에 세계대전사와 전쟁사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오래 전 책이라 지금 기준으로는 고증이 매우 형편없는 수준으로, 폴란드 창기병의 대전차 돌격[1]이나,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독일 육군 기갑사단 하나가 쥐들이 배선들을 갉아먹어서 기동불능이 됐다는 둥[2]의 '소문' 류를 그대로 정사(正史)인 양 실었다. 그 외에도 비스마르크 침몰 등 여러 가설이 충돌하던 사안을 그냥 한쪽만 쓰고 넘어간 예가 많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투입된 독일 육군 전투공병대대의 숫자 등 부대 번호나 숫자 등에 관한 오류는 셀 수 없을 정도. 그러니까 이 책의 내용을 너무 믿지는 말고 입문서나 흥미 위주로 보는 걸 권장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좋은 해외 도서들이 많이 번역되어 나왔으니 깊게 들어가고 싶다면 오히려 최신 도서가 낫다.
다만, 아직도 수요층이 꽤 있고, 나름대로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책 중에서는 자료사진과 잡담거리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흥미위주로 기술되어 쉽게 읽히는 편이다. 전문 2차 대전 서적은 생각 외로 빡빡한 역사책이나 논문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당장 '히틀러와 스탈린의 전쟁'이나 '독소전쟁사' 같은 책을 초보가 보면 '모월 모일 모시에 OO 사단이 기동하여 포위망을…' 같은 순수하게 정보만 전달하는 서술과 무지막지한 각주 양에 압도당한다. 게다가 초보가 흥미를 가질만한 전차나 폭격기 등의 무기류에 대한 설명도 전무하다. 하지만 '알기쉬운….'의 경우에는 반쯤 소설(…)을 쓴데다가 시덥잖은 농담(…)과 (모형잡지 출판사 답게)무기류 등에 대한 해설이 많아 읽기는 편하다. 이 책으로 어느 정도 용어 등에 익숙해진 뒤 전문 서적을 보면서 이 책의 오류를 하나하나 찾는 식으로 읽는다면 한층 편할 것이다.
- ↑ 이대영은 이 소재로 디오라마를 제작, 출품해서 수상도 했다.
- ↑ 당시 독일 육군 48기갑군단 소속 22기갑사단의 전투 전 전차 손실은 거의 전부 소련군의 공세를 대비해 부대를 이동시킬 때 행군 중 고장으로 주저앉은 것이었다. 당시 확실히 쥐에 의한 피해로 기록된 것은 전차 몇 대의 전조등 배선이 갉아먹힌 것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