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wen
'백조 처녀' 에아르웬. 아만의 텔레리 왕 올웨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자식들 중 유일하게 이름이 공개된 딸이다. 남편인 피나르핀이 올웨의 아들들과 친했다는 구절이 실마릴리온에 있는 것으로 보아 에아르웬에게 여러 오빠 혹은 남동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더 나아가 올웨가 여러 아들들과 고명딸 에아르웬을 두었기에 에아르웬이 올웨의 유일한 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촌수로 따지면 큰아버지 싱골의 딸인 루시엔과는 사촌지간이며, 루시엔의 고손녀인 아르웬에게는 외가 쪽 증조할머니다.복잡한 족보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에서의 묘사에 따르면 아버지인 올웨처럼 별처럼 빛나는 은발(Starlike silver)을 가졌다고 한다. 엘다마르에서는 알타리엘이라고 불렸는데, 이는 신다린으로 번역하면 빛의 여왕이라는 뜻이다. 아마도 텔레리 왕가 내에서도 극히 일부에게만 나타나는 특징인 은발을 지녔기에 저런 이름을 받은 듯하다.
아만에 도착한 텔레리가 정착한 알쿠알론데에서 나고 자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남자 형제들과 자주 교류하여 절친한 사이였던 놀도르 왕자 피나르핀과 결혼하여 놀도르 왕자비가 되었다. 그리고 훗날 벨레리안드에 나르고스론드를 건설하고 왕이 된 장남 핀로드, 핀로드의 뒤를 이은 오로드레스, 도르소니온의 영주 앙그로드와 아이그노르, 막내로 그 유명한 고명딸 갈라드리엘을 낳았다.[1] 이후 이 자녀들은 백부인 페아노르가 주도한 망명에 아들들은 물론 갈라드리엘도 참여해 가운데땅으로 향했으며, 아들들은 모두 군주나 영웅이 됐다.
그러나 에아르웬은 페아노르와 그 아들들이 망명에 필요한 배를 강탈하기 위해 알쿠알론데에서 제1차 동족살상을 자행하는 바람에 친정에 비극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저 일은 발라들의 큰 노여움을 사서 망명 놀도르는 만도스의 저주[2]를 받았다. 동족살상에 가담하지 않았는데도 페아노르 일가 때문에 같이 무고하게 저주를 받아버린 그녀의 아들들은 모두 죽어서 영혼만 아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느 문헌에서도 언급은 없지만 어머니 된 입장으로서 에아르웬의 심경은 실로 참담했을 것이다. 아빠가 집 나가면 고생이니 이만 돌아가자고 할 때 돌아왔아야 했다.(...) 엄친딸의 어머니였으나 실마릴리온에서의 비중은 공기에 가깝기 때문에 항목조차 만들어지지 않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핑골핀의 아내로 그녀에게는 동서가 되는 아나이레와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아나이레는 에아르웬과 함께 있고 싶어서 남편과 자식들이 떠나는데도 가운데땅으로 가지 않고 발리노르에 남았다고 한다. 그래도 남편, 자식들 모두 죽어 돌아온 아나이레보다는 에아르웬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남편인 피나르핀이 처가에서 벌어진 제1차 동족살상을 겪고 망명에 회의감을 느껴 돌아왔으며, 장남인 핀로드는 베렌을 돕다 의롭게 죽은 점을 발라들이 가상히 여겨 바로 부활시켜주었기 때문. 부활한 핀로드가 아버지 피나르핀과 연인 아마리에를 만났다고 하니 당연히 에아르웬과도 재회했을 듯.
역시 여담이지만 망명을 포기하고 돌아온 피나르핀은 아만에 남은 놀도르의 유일한 남자 왕족으로서 놀도르의 상급왕으로 즉위했는데 이 때문에 에아르웬은 놀도르의 왕비가 됐다. 동족 살상의 주체는 페아노르가 이끈 망명 놀도르였지만 어쨌든 친정에 비극을 일으킨 놀도르의 왕비가 됐으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막내아들인 아이그노르는 죽은 후에도 가운데땅에서 사랑하게 된 인간 여성 안드레스 사엘린드를 잊지 못해 부활하기를 끝내 거부하고 만도스의 전당에서 계속 머무르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에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아나이레보다는 덜 불행했을지라도 행복하다고 보기는 힘든 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