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동족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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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마릴리온에 등장하는, 사실상 작중의 대부분의 사건을 일으키는 발단이 되는 사건.

모르고스실마릴을 훔쳐 간 것을 발견한 페아노르는 자신을 따르는 놀도르를 모아서 중간대륙으로 건너가 실마릴을 찾아올 것을 선언하는 페아노르의 맹세를 하는데, 놀도르에게는 배를 만들어 바다를 건널 기술이 없으므로 배를 잘 만들고 항해술도 뛰어난 텔레리의 근거지인 알쿠알론데[1]로 가서 텔레리에게 배를 빌리려고 시도한다.

당연히 발라들에게 반기를 들며 아만을 떠나려 하는 놀도르를 친구로서 진심으로 염려한 텔레리들은 "그건 안 됨."이라며 돌아가라 했지만 제지당한 페아노르는 이내 "내가 된다면 되는 거임!"이라며 일방적으로 배를 강탈하려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텔레리가 무력으로 만류하려 들었으나 무장이나 무력 면에서 압도적인 페아노르와 페아노르를 따르는 놀도르 요정들이 텔레리를 일방적으로 무참히 해쳤다.

이 동족살상은 주로 페아노르가 저지른 짓이긴 하지만 페아노르의 첫째 아들인 마에드로스와 돈독한 사이라 바로 그 뒤를 따르고 있던 그 사촌형제인 핑곤도 영문도 모른 채 함께 동족살상을 저지르고 말았다. 나중에야 정황을 알게 된 핑곤은 자신이 저지른 짓을 크게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인과응보인지 훗날 니르나에스 아르노에디아드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이 때문에 안 그래도 페아노르가 결정한 망명에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발라들은 만도스를 보내서 "니들은 이제 끝임."을 선언해 버리는데, 당연히 페아노르는 패기있게 씹어 버리고 동쪽으로 향한다.

이 사건 때문에 실마릴리온의 대부분의 상황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동족살상이라지만 사실 제1는 물론 제3차까지도 모두 놀도르 쪽에서 텔레리를 썰어 버린 사건이라 동족이라고 하기 좀 뭣하기는 하다.(...) 오크 = 아바리 설을 지지하면 요정이 오크를 썰어도 동족살상이 되는 셈 1차는 알쿠알론데에서 있었던 학살이고 2차는 도리아스에서 있었던 학살이며 3차는 시리온 하구 난민촌에서 있었던 학살인데 어떤 식으로든 텔레리는 희생자였다. 도리아스의 엘프들은 알쿠알론데의 텔레리 왕 올웨의 형인 싱골이 이끈 신다르인데 그 뿌리는 텔레리와 같았으며, 시리온 하구 난민촌의 요정들 상당수도 2차 동족살상 때 겨우 살아남아 피신한 신다르 요정이었기 때문.

그러나 페아노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톨키니스트들은 여기에 대해서 텔레리의 탓도 있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발라들은 놀도르의 망명을 막지 않았으니 텔레리가 놀도르를 막을 권리는 없었다는 점, 올웨가 이끈 텔레리가 아만에 정착하는데 놀도르가 많은 도움을 줬는데 정작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망명 시기에 텔레리가 외면해서 가뜩이나 흥분한 페아노르를 자극했다는 점 등이 그 근거이다. 심지어 철저히 페아노르에 감정이입한 톨키니스트들은 놀도르 없이는 아만에 오지도 못했을 의리 없는 올웨[2]가 놀도르를 저버렸으니 그 대가로 아들[3]과 백성들을 잃은 거라고도 한다.

하지만 저런 주장이 페아노르가 저지른 끔찍한 대량 학살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알쿠알론데의 배는 전부 텔레리가 알쿠알론데에 정착한 후에 자기들 능력으로 스스로 만든 사유재산이었다. 놀도르에게 신세를 졌다 해도 텔레리가 사유재산을 페아노르 개인의 원한[4]에서 비롯된 망명에 제공할 의무는 없었다. 또한 제1차 동족살상의 후유증을 많은 텔레리가 평생 짊어지고 살았기에 분노의 전쟁 때 텔레리가 배와 선원만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했다는 점을 보면 놀도르가 크게 잘못한 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페아노르와동족살상에 가담한 놀도르는 끝내 정식으로 공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텔레리는 분노의 전쟁이 종결되고 아만으로 온 놀도르를 그냥 받아들였다. 동족에게 세 차례나 희생당하는 엄청난 비극의 피해자임에도 덮어 두기로 한 텔레리가 대인배인데도 여전히 동족살상에는 피해자인 텔레리의 탓도 있어서 일어난 일이며 동족살상 과정에서 놀도르도 많이 죽었으니 텔레리가 피해자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톨키니스트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철저히 놀도르 중심으로 실마릴리온을 집필하며 놀도르에게 모든 것을 몰아다 준 톨킨에게 있겠지만.
  1. '백조의 항구'라는 뜻
  2. 싱골멜리안과 눈이 맞아 실종되자 못 기다리고 자신을 따르는 텔레리만 데리고 아만으로 왔다.
  3. 상위문서에 따르면 제1차 동족살상 때 올웨의 둘째 아들이 죽었다고 한다.
  4. 페아노르는 부친인 핀웨를 죽인 모르고스를 처벌하는 데 발라들이 시원찮은 태도를 보인다고 망명을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