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흑석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및 복장유물

1 개요

榮州 黑石寺 木造阿彌陀如來坐像 및 腹藏遺物. 조선 세조 4년, 1458년에 세조의 명으로 조성된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그 안에 복장되어 있던 유물들. 불상은 흑석사, 복장유물은 국립대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현재 불상과 복장유물이 대한민국 국보 제282호로 일괄 지정되어 있다.

2 내용

복장기와 보권문에 따르면 세조 4년인 1458년에 왕의 명에 따라 정암산 법천사에서 아미타불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을 조성하였다고 하며, 국보로 지정된 불상은 그 가운데 본존불인 아미타불로 지금은 경북 영주 흑석사의 극락전에 봉안되어 있다. 세조를 중심으로 효령대군, 태종의 후궁인 의빈권씨와 명빈김씨 등 275명의 왕실 인물들의 시주로 이루어졌음을 밝히고 있다.

복장유물은 다음과 같다.

  • 전적
    • 아미타삼존불조성보권문 : 6면으로 접혀진 절첩본으로 능화판으로 찍어내었으며 앞면은 사격자모란당초문, 뒷면은 모란국당초문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제일 먼저 후원자 세조의 이름이 적혀있고, 이후 태종의 후궁으로 1457년 선왕을 위하는 세조의 특별배려로 궁호를 지어주고 노후를 안양(安養)하게 모시던 의빈권씨와 명빈김씨의 이름이 묵서되어 있다. 이어서 효령대군, 대시주 이우와 지용천, 대화주 성철 등의 이름이 따라서 묵서되어 있다.
    • 아미타삼존불복장기 : 세조 4년에 법천사 아미타삼존불을 조성하며 넣은 복장기. 성철 등 9인의 대화주와 태종의 후궁인 의빈권씨와 명빈김씨, 태종의 아들인 효령대군, 세종의 부마인 연창위 안맹담, 세조 등 왕실 인물들과 이소세를 비롯한 275명의 시주자 명단이 기록되어 있다.
    • 불설대보부모은중경 합각 장수멸죄호제동자다라니경 : 조선초 1432년에 태종의 후궁인 명빈김씨가 발원한 왕실본으로 부모의 은혜를 강조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과 부처의 힘으로 죄를 없애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장수경인 불설장수멸죄호제동자다라니경이 합철되어 있다. 동일한 2부가 함께 들어있으며 표지는 연녹색 명주로 되어 있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이전의 불경들이 주로 중국 당나라에서 만들어진 구양순체로 판각된 것과 달리 고려의 사경체로 판각하여 우리나라 고유의 활자를 연구할 수 있고 태종~세조시기에 발달하던 한국 고유의 활자체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 불조삼경 : 불설사십이장경과 불유교경, 위산경책 3책을 묶은 것. 복장에서 나온 불조삼경은 표지를 감지에 금으로 화려한 연꽃문양을 장식하였다. 또한 고려시대의 목판본과는 달리 몽산의 서문을 수록하지 않고 대신 변상도와 같은 다수의 그림을 권수에 채워넣었다.
    • 묘법연화경 변상도 : 석가모니불이 사부대중에게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매우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 묘법연화경 권2,3,4,5 : 총 7권 중 4권만이 복장 안에 있었으며 금니로 가장자리를 두르고 그 안에 연화문 네 송이를 배치한 후 바탕은 은니로 보상화문을 장식하는 등 매우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 부 : 조선초에 6장의 종이에 찍어낸 부적.
  • 직물
    • 구름무늬 연녹색 겹보자기, 옥색 겹보자기, 남색 겹보자기, 대록색 겹보자기, 연청색 겹보자기, 흰색 명주, 구름과 보배무늬 황색 단직물, 황색 명주, 시주자명 청색 명주, 홍색 명주, 홍색 단직물, 홍색 명주, 황색 명주, 번모양 명주, 작은꽃 넝쿨무늬 초록색 단직물, 감색 단직물, 남색 기직물, 잎사귀 모양 직물, 흰색 구름무늬 사직물, 오색 견사, 황색 명주, 모시, 목판에 부착된 모시
  • 기타
    • 오향 : 흰색 종이에 다섯 묶음으로 싸져 있으며 정향, 목향, 침향, 유향, 곽향이라 쓰여져 있다. 조상경에 의하면 이 오향을 나누어 다섯 병 안에 봉안하고 대관정을 받으면 여래의 오분법신향을 얻어 사업이 번창한다고 되어 있다.
    • 오약 : 흰색 종이에 다섯 묶음으로 싸져 있으며 계피, 인삼, 감초, 부자라 쓰여져 있는데 부자는 두 묶음이다. 조상경에 의하면 이 오약을 나누어 다섯 병 안에 봉안하고 대관정을 받으면 법왕의 몸을 얻어 무병장수한다고 되어 있다.
    • 오황 : 흰색 종이에 다섯 묶음으로 싸져 있어야 하나 복장에는 세 묶음만 존재하고 있다. 대황, 자황, 웅왕이라 쓰여져 있으며, 대관정을 받으면 윤회를 벗어나 청정한 몸을 얻는다고 한다. 흑석사 복장유물에 없는 다른 두 묶음은 소황과 우황이다.
    • 칠보류 : 흑석사 복장에는 4종류가 들어있으며 아름다운 보석과 구슬, 옥 등의 보배이다.
    • 사리와 사리용기 : 도금된 용기 안에 사리가 존재하고 있다.

3 의의

불상의 경우 세조시기에 왕의 명으로 조성된 왕실 발원 불상으로 조선 500여년동안 몇 안되는 관찬 불상 조성 사례이다. 세조 때의 숭불의식에 대해 알아볼 수 있으며, 왕실에서 직접 조성한 완성도 높은 예술적인 불상으로 조선시대 불교 미술사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 중 하나이다.

특히 불상 형태의 경우 평평한 가슴과 나발형 머리, 계란형 얼굴, 양 어깨를 덮어 수직으로 흘러내린 법의 등은 고려 후기 불상에 보이는 특징인 반면, 단정한 어깨와 긴 허리, 상투, 장식용 구슬, 옷주름 등은 이후 조선시대만의 고유 특징이다. 조선 왕실이 고려 후기 조각 전통을 계승한 한편, 조선초 명대 조각 양식의 유입과 함께 조선만의 독자적인 표현요소들이 더해지면서 발전해나간 측면을 고찰해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재이다.

복장유물들은 개별적으로도 하나하나가 국가 보물급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한국의 서지학과 불경사, 직물사, 염색사 등의 연구에 중요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

4 국보 제282호

흑석사는 삼국시대 석조마애여래상과 통일신라의 석조여래좌상(보물 제681호 영주 흑석사 석조여래좌상)이 있는 절로, 늦어도 통일신라 때 창건된 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폐사되었다가 1945년 다시 중창되었는데, 1990년대 대웅전에 봉안되어 있던 목조아미타불상 몸체 안에서 많은 유물들을 발견되었다.

이 목조불상은 함께 발견된 기록들에 의해 조선 세조 4년(1458)에 법천사 삼존불 가운데 본존불로 조성된 것임이 밝혀졌다. 정수리에 있는 상투 모양의 육계와 팔, 배 주변에 나타난 옷의 주름에서 조선 초기 불상의 특징이 보인다. 그러나 법천사란 사찰명은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등 여러 지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어 정확히 어느 곳에 있었던 절인지는 알 수 없다. 이 불상의 몸체 안에서는 불상의 조성을 알리는 글과 시주자 명단이 들어있는 『불상조성권고문』을 비롯하여 불경 내용을 적은 『불조삼경합부』와 불교부적 등 7종에 걸친 14점이 나왔다.

또한 1824년 유점사에서 간행된 『조상경』에 나오는 불상 몸체 안에 넣는 부장물의 내용과 일치하는 38종의 다양한 직물들과 5향(香), 5곡(穀), 유리·호박·진주 등 칠보류가 함께 발견되었다.

이 유물들은 아미타불의 만든 시기를 알려줄 뿐 아니라, 개별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으로 서지학(書誌學)과 직물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