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룽

1 대지의 주인공

흑백영화에서는 백인 배우 폴 무니(1895~1967)가 연기했다.

가난한 농부 출신으로 다른 건 몰라도 땅을 사랑하며 농업을 천직으로 여기는 착실한 성격이다. 대지주 황가(黃家)의 노예 오란(阿藍)을 아내로 맞은 왕룽은 홍수·한발·메뚜기의 내습 등 거듭되는 천재와 폭동 등의 시련을 겪으며, 운 좋게 부잣집을 털어 고난을 참고 돈을 모아 대지주가 된다.

생활에 여유가 생긴 왕룽은 렌화(蓮華)를 첩으로 맞이한다. 아내 오란은 오랜 인고의 생애를 마친다. 세월이 흘러서 노인이 된 왕룽은 세상을 떠나기 전 장성한 아들들에게 땅을 팔지 말것을 부탁하지만, 약삭빠른 아들들은 말로만 순종하는 척 한다. 또한 손자들도 할아버지가 혁명(신해혁명)으로 바뀐 세상의 흐름을 모른다면서 무시한다.

성격은 매우 강직하여 도둑질을 절대로 용납하지 못한다. 대기근으로 고향을 떠나 머나먼 도시로 가서 인력거를 끌며 겨우겨우 벌어먹었을 때도 아이들이 각설이짓을 하는 건 받아들였지만 둘째인 왕얼(王二)이 고기를 훔쳐온 걸 알자 크게 화를 내며 고기를 바깥에 내던졌다. 아내인 오란이 고기는 고기라면서 기어코 그 고기를 씻어 국을 끓일때도 절대로 그 고기를 건드리지 않고 스스로 돈 벌어서 사온 양배추만 먹었다. 그리고 밤에 왕얼을 끌고 나가 실컷 두들겨 패며 '앞으로 또 도둑질을 하면 정말 죽을줄 알라'고 분노했다.

그가 대지주가 된 계기가 된 부잣집을 턴 것도 실상은 아내인 오란이 털어온 보석 덕이 더 컸다(…). 당시 민중들이 싹 털어간 부잣집에서 왕룽은 평생 도둑질을 하지도 남을 협박하지도 못해 그냥 왔다갔다하다가 나오는 길에 미처 달아나지 못한 부자가 살려주면 돈을 준다는 말에 난생처음 거친 목소리로 "죽기 싫으면 돈 내놔!"라고 말한 것. 그렇게 뜯어온 돈으론 일단 고향으로 돌아가서 소, 농작물 씨앗, 농기구를 사고 비워둔 집을 고치며 썼기에 그냥저냥 사정이 나아지긴 해도 대지주까진 되지 못했을 것이다. 오란이 가져온 보석으로 고향 마을 제일가는 부잣집의 땅을 샀기에 현실 적응력이 강한 아내 오란의 힘이 더 컸다고 봐야겠다.

그런데 안정효가 번역한 대지 번역판에서는 위에 죽기 싫으면 돈 내놔 대사를 돈 내놔요! 라고 존댓말을 하여 다소 뜻이 엉뚱해졌다. 물론 반대로 저때까지 남을 협박하는 것도 서툴었다고 생각한 번역자의 뜻이 들어간 번역으로 보면 무조건 엉터리도 아니다. 돈을 다 내놓은 부자가 돈이 없다고 할때 안정효도 왕룽이 혐오감와 분노를 담아 큰 목소리로 죽여버리기 전에 꺼져,더러운 놈이라고 번역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흉년 시절, 악착같이 살아남아서인지 부자가 된 뒤로 빈민들을 꺼리는 등, 개구리 올챙이적 모르는 면모를 보인 적이 있다. 그나마 이웃집에 살던 친한 이웃인 칭은 예외. 착실한 칭은 흉년으로 자신도 먹을게 없음에도 한 줌을 주었다. 이 은혜를 잊지못한 왕룽이 부자가 되어 돌아오니 칭은 아내도 죽고 딸도 거의 죽게되는 걸 보다못해 지나가는 군인에게 줘버렸다고. 죽는 꼴을 볼 수 없어서. 나이가 마흔이 넘지도 않았음에도 흰머리 투성이가 되었을 정도로 고생했다. 그런 칭에게 왕룽은 팥이며 온갖 볍씨를 그냥 가득 나눠주고, 새로 산 를 빌려줘서 밭도 갈아주게 했다. 칭이 고마워 엉엉 울자 "자네가 준 팔 한 줌을 잊었는지 아나?"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후에 칭의 땅까지 사고 칭을 머슴 감독을 맡기는데 먹여주고 살 집도 내주고 돈도 두둑히 줬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칭[1]을 왕룽이 얼마나 아꼈는지 그가 나이가 들었음에도, 새로 들어온 머슴에게 도리깨질을 가르치려다가 몸이 탈나 쓰러져 죽게되자, 그 소식을 듣자마자 물불안가리고 전력질주[2]한 다음, 그 머슴놈 나오라고 하고 신나게 두들겨팼다.[3] 그러다가, 칭을 보고나서야 멈췄는데 다죽어가던 칭은 유언조차 못 남기고 그대로 죽었고 그저 왕룽은 안타깝게 그를 부여안으며 "내가 왔네, 아버지의 관보다 더 좋은 관을 사주겠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죽자, 아버지가 죽을때보다 더 서럽게 울었을 정도였다. 정말로 좋은 관을 거액을 주고 사와 칭을 묻어주고 스님도 불러와 명복을 빌게하고 자신이나 아들들에게까지 친가가 죽을때 입는 상복을 입게 할 정도였다.두 아들은 그저 머슴 감독인데요? 라고 반발했으나 마지못해 따랐다. 그리고 가족이 묻힌 무덤 근처에 묻으려다가 이것만은 안된다는 아들들 반발에 무덤가 입구에 묻어주고 자신이 죽으면 칭의 무덤 곁에 묻어달라고 할 정도였다. 칭이 죽은 뒤로 그도 나이가 들었음을 알게되었는지 아들들에게 논밭 농사일이나 소작같은 걸 거의 맡겨두게 된다.

그리고, 가난한 농부 시절을 완전히 잊진 않았기에 딸을 종으로 팔러 온 사람들에게는 돈을 더 챙겨주고[4], 흉년에는 소작료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3부에서 농민들을 악착같이 털어먹는 둘째아들에 대해서 농민들이 "네 아버지는 그런 식으로 지독하게 굴진 않았다."며 토로하기도. 결국 아버지와 달랐던 둘째 왕얼은 농민봉기로 망했어요. 그래도 재산 상당수는 일단 돈이나 재물로 가지고 있었고 아들이 작긴 해도 제법 튼튼한 군벌을 거느리는 터라 아들이 다스리는 군벌 구역으로 달아나서 안전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어린 첩실(정확히는 첩실이던 롄화가 허드렛일을 시키고자 어느 농부가 데려온 딸을 은화 20냥을 주고 사온)인 리화를 보고 잠깐 욕정도 생기고 그녀를 첩으로 받아주며 사내로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막내인 백치인 딸을 돌봐줄 후견인으로 리화에게 부탁하고 2부 아들들 초반부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친척은 다 죽고 숙부가 있으나 아주 개망나니였다. 왕룽이 그리 잘살지 못할때도 왕룽을 등쳐먹고 악랄하게 굴더니만 부자가 된 왕룽에게 나타나 온갖 횡포를 부렸다.숙모나 조카도 피장파장이라 견디다못한 왕룽이 쳐죽일듯히 화냈지만 이 인간은 마적단 부두목이었다. 결국 참으면서 원하는 대로 돈도 주고 횡포를 견뎌야 했는데[5] 큰아들 왕이도 결국 분노하여 가족보다 저런 막장 친척을 돌봐야하냐 따져들다가 마적단 부두목이란 사실에 그도 데꿀멍. "그냥 얌전하게 있으면 좋겠는데...." 라는 왕룽의 말에 왕이가 "맞아요! 방법이 있어요, 아편 담배를 피우게 하여 중독시키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왕룽은 아편은 비싼데? 라고 했지만 아들은 이대로 두면 그 아편보다 더 비싸게 돈이 날아갈걸요? 라고 말했고 나중에 조카란 놈이 왕룽의 딸까지 범하려다가 왕룽이 겨우 막게하는 뒤[* 큰아들에게 이야기하니 그도 기겁하며 "이대로 두다간 내 여동생까지 범할 놈이에요. 약혼을 주선한 집안에 미리 살게 하는게 낫겠어요!"로 건의하여 딸을 약혼하기로 한 집안에 머물게 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왕룽도 아편 담배를 써서 숙부와 숙모는 좋아라 피우다가 중독상태가 되어 얌전해졌지만 조카는 이후 군인이 되어 나갔다가 나중에 군대 이끌고 왕룽의 집을 엉망으로 만든 뒤, 군대가 이동하면서 퇴장하고 나오지 않는다. 참고로 조카가 머물 당시, 성욕을 채우고자 건드리던게 당돌한 여자 하인인데, 딸아이를 임신했다. 왕룽은 아들이었다면 조카의 아들이니 뭐니라고하여 시끄럽게 굴텐데 다행이라고 하면서도 남자가 없으니 딸아이를 맡긴 어렵다며 착실한 남자 누구라도 좋으니 부탁하는 그 여시종에게 남편으로 주선한게 바로 칭을 죽게한 그 뻐드렁니 머슴이었다.

2 왕룽일가의 주인공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KBS에서 드라마화 하기도 했다.

  1. 일찍 일어나서 온갖 밭에 대한 일을 손수하고 머슴 감독일도 너무나도 잘할 정도였다. 왕룽이 밭일은 칭이 있으니까 내가 신경안써도 된다라고 완벽하게 믿을 정도. 그만큼 그 믿음을 끝까지 배신하지 않았다. 다만 아무리 그를 배불리 먹여도 온갖 고생으로 몸이 망가졌는지 도무지 살이 찌지않아서 왕룽이 안타까워했다.
  2. 나이가 예순이 넘었음에도 왕룽이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훨씬 젊은 시종이 쫓아가지도 못할 정도였다!
  3. 그래도 그 머슴에게 이후로 위해를 가하지 않고 쑥맥인 그 머슴에게 아내를 맞이하게 주선했다.뻐드렁니에 맹한 구석이 있던 머슴은 그저 주인이 알아서 아내를 맞이하게 한 것에 머리숙여 고마워했다.
  4. 스스로도 딸을 팔아먹을 뻔 했다. 거기다 아내인 오란이 그렇게 팔려서 종이 되었던지라...
  5. 다만 부두목이 머무르는 집이라서 마적단이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다른 부잣집들은 대부분 털렸다) 결과적으로 왕룽의 재산보전에 기여한 공이 없지는 않다. 왕룽도 이건 알아서 저런 망나니같은 숙부라고 욕하며 내쫓자고 하던 큰아들 왕이에게 이야기하며 그래도 숙부가 있어서 우리가 마적에게 무사한거란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