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House On The Left.
1 개요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데뷔작. 1972년에 나온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회자 및 감상이 이루어지는 전설적인 영화이다.
크레이븐이 각본과 감독을 담당했으며, 후에 《13일의 금요일》을 감독하게 되는 숀 S. 커닝햄이 제작을 맡았다. 가난했던 크레이븐이 커닝햄의 영화 "Together" 재편집에서 알바를 뛰면서 친해졌다고. Together가 그런대로 괜찮은 반응을 얻자 배급사가 두사람에게 9만 달러를 주면서 한편 더 찍어보라고 해서 나온 작품이 왼편의 마지막 집이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87000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31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1] 크레이븐의 향후 작품 활동의 기반을 제공하게 된다.
2 스토리
평범한 가정의 소녀 마리는 17세 생일을 맞이하여 친구 필리스와 록밴드 공연을 보러 갔다가 탈주한 살인범 4인조에게 붙잡힌다. 두 사람은 강간당하고 감금되는데, 기회를 엿봐 탈출을 시도해보지만 붙들려서 필리스는 칼에 난자당해 죽고, 마리는 가슴에 칼로 글자가 새겨지는 등 폭행과 강간을 당하다가 총살당한다. 4인조는 세일즈맨으로 위장하고 민가에 숨는데 공교롭게도 그 집은 마리의 집. 마리의 부모는 일당의 아들의 목에 걸려있는 마리의 목걸이를 보고 짐을 몰래 뒤져 피묻은 옷가지를 발견한 후, 숲을 수색해 마리의 시체를 찾아낸다. 그리고 딸을 잃은 부모들의 복수가 시작되는데...
3 특징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의 1960년작 《처녀의 샘》이 모티브. 이 영화는 양치기들한테 겁탈당하고 죽은 딸의 복수를 하는 부모의 이야기로, 줄거리가 거의 똑같다. 하지만 80년대에 KBS-3(EBS)으로 무삭제 더빙되어 방영된 바 있을 정도로 잔인함은 없다.
감독의 훗날 작품들과는 달리 유머[2]도 거의 없으며 강간과 폭력 묘사가 무슨 다큐멘터리 찍듯 엄청나게 건조한 게 특징이다. 폴 버호벤이 주장하듯 영화 속 폭력 묘사라는 게 지나치게 과장되면 "아, 이게 현실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러한 비현실성이 (어떤 사람에게는) 오히려 코믹함을 주기도 하는 법인데, 이 영화의 폭력은 정말 있었던 일을 찍은 것 같이 리얼하고 불쾌하다.[3] 비슷한 예로 존 맥노턴의 "헨리 - 연쇄살인범의 초상" 같은 작품을 들 수 있다.[4]
사실적인 폭력 묘사가 작품의 핵심이다 보니 "고전"이라고 불리는 영화치고는 평이 꽤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쓰레기"라고 단언하는 평론가들조차 있다. 근데 사실 고어씬은 임팩트가 강해서 그렇지 별로 많이 나오지도 않는다. 이 영화의 모방작으로는 1978년에 나온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들 수 있으며, 이쪽은 아예 대놓고 강간씬 반 살해씬 반이라 불쾌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어쨌든 당시 획기적인 뭔가를 보여준 작품이었음에는 분명하다. 심지어 지금 봐도 뭔가 거시기함을 느낄 수 있다.
4 기타
제목인 "왼편 마지막 집"은 영화 내용과는 사실 별 상관이 없다. 원래 제목은 "복수의 밤(The Night of Vengeance)" 이었는데, 개봉 전에 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은 제작진들이 친구들 불러놓고 시사를 한 뒤 아이디어를 구했다. 이 때 나온 후보가 "세기의 섹스 범죄(Sex Crime of The Century)", "크룩과 일당들(KRUG & Co.)"이었고 마지막으로 홍보 담당자가 "왼편 마지막 집"을 제안했는데 처음에는 다들 웬 봉창 뜯는 제목이냐란 반응이었다고. 결국 시험삼아 3군데의 지역에서 상영을 했는데, 섹스.../크룩... 으로 개봉한 지역은 파리만 날렸고 왼편... 쪽은 "계속 보세요. 영화입니다!"라는 카피를 걸고 상영하자 이튿날부터 관객이 2배로 늘어 매진되었다고 한다.
당시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서 폭행, 기물 파손, 고소하겠다는 협박, 기절 등의 사건이 발생했으며 관객의 반이 중간에 나가버린다거나 심지어 관객들이 상영실에 난입하려고 해서 영사 기사가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대치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필리스의 살해씬이 특히 충격을 주었는데, 당시까지의 영화는 "살인자 등장 -> 희생자에게 치명타 -> 신음 몇번 하다가 죽음" 패턴이었으나, 이 영화의 살인자들은 필리스를 고문하듯이 서서히 괴롭히면서 점점 광기에 빠져 즐거워한다. 폭력이 점점 가속되면서 필리스의 내장이 빠져나온 것을 보고 잡아당겨 꺼내기까지 하다가, 순간 제정신이 들어 공포를 느끼고 필리스의 숨을 끊는다. 이 장면에서 기절한 사람이 특히 많았다고.
초짜 감독이었던 웨스 크레이븐은 스토리보드가 뭔지도 몰랐고 감독이 "액션!", "컷!" 외치는 것 말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 스토리보드 대신 각본에 밑줄 긋고 지시사항을 일일이 쓸 수 밖에 없었다.
크레이븐과 커닝햄은 친구였고, 배우들도 모두 친구들로 때웠기 때문에 영화 내용과는 달리 촬영장은 매우 화목한 분위기였고 트러블도 별로 없어서 촬영에는 3주 밖에 안걸렸다. 촬영은 커닝햄 집의 뒷마당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크레이븐은 이 영화에서 마음에 안드는 점으로 "무능한 보안관과 그의 조수"라는 진부한 클리셰를 꼽고 있다. 또 크룩 일당이 낡은 캐딜락을 타고 대화하는 아주 마음에 드는 씬이 있었는데 대화를 마이크로 잡는 법도 몰랐고 후시 녹음할 줄도 몰라서 못찍었다고.
2002년에 제작 30주년을 기념하여 DVD-SE버젼으로 미공개 장면을 복원하려고 했는데 피해 여성을 맡은 두 배우가 결사반대하여 당시 미공개된 장면들은 역시 영원히 공개되지 못하게 되었다. 그 장면은 그녀들을 죽이기 전에 알몸으로 서로 레즈씬을 억지로 연출하게 하며 그걸 보고 히죽거리는 장면이었고 몇몇 스틸로만 공개되었을 뿐이다.
한국에선 1988년에 분노의 13일이란 제목으로 비디오로 나온 게 전부이다. 하지만 번역도 엉망이고 상영시간이 76분 수준(표지에는 78분으로 기재)으로 삭제질이 심하다. 그래도 한국판은 양반인게 독일은 무려 64분으로 잘려나간 채로 공개되었다가 쫄딱 망했다. 참고로 미국 개봉판은 91분이었으며 극장에 따라 삭제된 편집판은 84분이다.
이 영화에서 감독의 아들인 조나단 크레이븐이 잠깐 나온다. 당시 나이는 7살;;;
80년대 국내에서도 방영한 미국 드라마 슈퍼인간 제시의 주인공 마틴 코브 20대 시절을 잠깐 볼 수 있다. 엑스트라급 조연이지만.(영화 베스트 키드(1984)에서 상대편 코치로 나오고 람보 2에서 람보에게 마지막에 얻어맞던 그 요원 역인 배우).
덤으로 13일의 금요일 파트2,3편 감독이자 호러물 전문 감독인(2000년대와선 주로 티브이 연출에 전념하지만) 스티브 마이너도 잠깐 엑스트라급 모습으로 나온다. 참고로 이 때 나이는 21살.
5 리메이크
2009년 데니스 일리아디스 감독이 같은 제목으로 리메이크했는데, 원작의 불쾌함을 많이 순화시켜서 수위를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 정도 수준으로 낮췄다. 스포일러라 대놓고 쓰기는 뭐하지만 내용도 달라졌다! 1500만 달러로 제작하여 미국에서 3200만 달러, 세계적으로 4500만 달러로 동년 R등급 영화 중에서는 27위에 해당하는 수익을 거두었다.
타잔 그레이스톡 목소리를 맡은 배우 토니 골드윈이 주연을 맡았으며 상당히 일반적인 호러가 되었는데, 스토리 상으로는 원작에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으며 당시 유행하던 쏘우나 호스텔 식 호러 - 미국에서는 고문 포르노라고 부른다 - 와 다르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점이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싫어하는 쪽은 원작의 "힘"이 느껴지지 않고 속이 들여다보인다는 평.
영화 제작을 웨스 크레이븐과 숀 커닝햄이 했으니 자기들이 자기 영화 리메이크한 셈이지만, 크레이븐은 당시 "마이 소울 투 테이크"를 만들고 있기도 했고 해서 감독에게 별로 간섭하지 않았다고.
공교롭게도 대표적인 모방작이었던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도 이듬해인 2010년에 리메이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