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터마크 효과

1 개요

Westermarck effect

19세기의 핀란드 출신의 스웨덴인 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였던 에드바르트 베스터마르크가 1891년 저서인 "결혼의 역사" 에서 주창한 가설. 에드워드 웨스터마크는 에드바르트 베스터마르크의 영어식 발음.

2 상세

'유소기에 함께 자란 근친자는 상대방에 대한 성적 흥미를 잃는 경향이 보인다' 는 견해를 에드발트 베스터마르크가 제시하면서 정립된 견해이다. 그런데 이는 근친상간 금기가 생물학적인 근거에 의한 것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했고 이 때문에 동시기에 대두된 사회학 및 정신분석학과 충돌을 빚었다. 특히 당대의 저명한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반론[1]이 치명타가 되어 결국 오랫동안 인류학계 전체에서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았다.

3 현대의 연구 사례-키부츠

이후 1950년대에 이스라엘의 키부츠와 관련한 결혼 문화의 조사를 실시한 미국의 인류학자 멜포드 스파이로의 연구결과로 웨스터마크 효과의 실존 가능성이 입증되었다.

키부츠에서는 유아가 생물학적 친족으로부터 강제 분리, 의사 가족이랄 수 있는 공동체에 의해 양육되고 있는데 따라서 유사근친관계가 자연스럽게 성립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추측되는 혼인 패턴이 발견된 것인데 키부츠는 강한 결속을 도모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혼인관계 역시 내부자끼리 갖는 것을 선호함에도 정작 키부츠에서 자란 아이들이 같은 키부츠 출신의 이성과 결혼하는 사례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때도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수치는 제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아직 통계학적으로 확실한 표본이 갖춰질 만한 키부츠 내 혼인 사례가 충분히 누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며 20년 뒤인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걸쳐 총 2,800쌍의 부부관계가 조사되고서야 믿을 만한 통계가 확보되었다.

당시의 결과는 총 2,800쌍 중 같은 키부츠 내에서 관계가 성립한 것은 단 13쌍 뿐이었다. 그나마 13쌍 중 9쌍은 6세 이후에야 같은 키부츠에서 자란 소꿉친구 관계였으며 나머지 4쌍도 적어도 6세 이전에 2년 이상 떨어져 지낸 기간이 있었음이 입증되었다. 그 결과 인간에 대해서 웨스터마크 효과가 0~6세 기간의 가족 및 유사가족관계 구성 여부에 따라 실제로 발생한다고 볼 여지가 발견된 셈이었다.

이후 1990년대에 대만 소수민족의 민며느리 제도, 특히 3세 이전의 영아를 데려다 함께 키우는 방식의 시스템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2]함이 발견되었다. 여기에 근친상간 사례에 대한 분석에서 상대적으로 유소기에 일정 기간을 떨어져 지냈던 경우 남매간 근친상간 발생 빈도가 올라간다는 통계도 제시되었다.

3.1 반박

그러나 키부츠의 경우 보수적인 가족 관계와 혼인관이라는, 배우자 선택 문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다른 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키부츠 자체가 다른 사회에 비해 보수적이고 공동체주의를 강조하며 남녀 단둘이의 생활을 배제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그곳에서 같이 자란 사람을 이성으로 볼 환경 자체가 조성되지 않으며, 또한 키부츠에서 나온 사람들이 외부 사회에 비해 보수적인 키부츠 문화 자체에 가지는 거부감 탓에 같은 키부츠(혹은 다른 키부츠일지라도)에서 자란 이성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실험은 대조군이 존재하지 않는 탓에, 보수적인 문화 등의 기타 요소가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아닌지 증명할 수가 없다.

더불어 이스라엘이 병영 국가라는 문제 때문에 여자들이 부득이하게 이미 현역 및 예비역 군복무를 마친 연상의 남자와 결혼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유사근친관계의 성립은 0~6세 사이의 연령대에 함께 지낸 커플로서 2년 이상 떨어져 지낸 적이 없으려면 남녀 간의 혼인 연령 차이가 4세 이내여야 하는데 이런 경우가 의외로 적었던 것이 문제인 셈이다.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웨스터마크 효과의 정반대 결과, 즉 유소기를 함께 보낸 경우 오히려 더 결혼 및 기타 관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으며 그렇지 않다 해도 어디까지나 결혼만 체크했지 혼전 성관계까지 체크하지는 않았다는 점 때문에 신뢰도가 낮다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민며느리 시스템 역시 웨스터마크 효과보다는 보통 민며느리로 들어오는 여성이 시가(媤家)에 비해 경제적,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의 가문 출신인 경우가 많아 그만큼 억압을 받았던 것이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었으므로 충분히 신뢰할 만한 지표가 되지 못했다.

4 그 이후

이런저런 연구와 반박을 거쳐 웨스터마크 효과의 실재 가능성은 확인되었어도 아직까지 완전히 입증된 상태는 아니다. 다만 실제 효과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는 이제 부정할 수 없으며 현재는 그 효과가 과연 생물학적 차원에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3]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와 논증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단계이다.

다만 오래전부터 결혼이란 이질적인 두 집단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봉합하는 장치로서 역할을 해왔고, 이는 현대라고 예외는 아니라는 점은 웨스터마크 효과가 결혼이라는 상징적인 행위가 가지는 정치적인 면을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봄직 하다. 여기에 결혼의 궁극적인 결과물 중에 하나인 새로운 아이의 탄생과 양육은 차이를 가진 것을 교합시킬 때 발생하는 시너지를 의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의도에는 인류 문화 발전의 근간이 되는 기원적인 충동이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때문에 비단 이것이 위에서 서술한 대로 '실제로 성행위를 했냐 하지 않았냐'를 넘어서는 일이라면 이는 어떤 차원에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던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5 기타

사실 근친상간이 전세계 문화권에서 금기인 것에 대한 설명 중 가장 많이 나올 가설이 "근친간에 애를 만들면 열성 유전자가 겹쳐서 유전병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많아진다"인데, 그 설명에 웨스터마크 효과가 반론이 된다. 이스라엘의 몇백명 모여사는 키부츠에 유전자가 겹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입양으로 맺어진 근친관계에서도 혼인을 금지하고 있는데 그건 열성 유전자가 겹친다는 이야기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러나 위의 설명은 진화심리학은 우리의 선천적 기호(여기서는 근친상간에 대한 혐오)의 기능적 기원에 대해 인과 설명을 제공해줄 뿐이며, 현재의 기능이 과거의 기원적 기능과 배치된다고 반박되지 않는다. 예컨대 인간은 선천적으로 달거나 기름진 것을 좋아하는 취향을 갖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달거나 기름진 것이 좋은 열량 섭취원이거나, 자연상태에서 단 것은 보관성이 낮아서 빨리 먹어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거나 기름진 것을 좋아하는 취향(예컨대 케익을 좋아함)의 기능이 먹거리가 풍부한 오늘날 역기능(예컨대 케익 많이 먹어서 성인병)으로 작용한다고 해서, 그 설명이 반박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마찬가지로 만일 근친상간에 대한 혐오가 생물학적 수준의 혐오라면(아직 입증되지는 않았다.), 그 원인은 열성 유전자를 배제하는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진화론적으로 유의미한 과거의 인간 공동체는 혈연에 기초한 소규모 사회였고, 유소기를 함께 자란 사람은 당연히 근친자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현대의 키부츠와 같은 혈연에 기초하지 않은 공동체에서 근친상간에 대한 혐오가 과거와 달리 근친자를 효과적으로 골라내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근친상간의 거부감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이 반박되지는 않는다. 또한 (유사) 근친상간에 대한 혐오 및 웨스트마크효과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의 핵심 근거는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혼인이 다른 키부츠끼리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예외인 같은 키부츠 내 성립한 혼인의 나이 차는 부차적이다. 오히려 혼인 나이 차이가 4세 이상이라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물론 사회적인 요인의 작용도 클 것이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날 수록 유사 근친관계의 형성(이성이 아닌 또래의 남매나 소꿉친구로 느낀다) 역시 줄여준다는 점에서 진화론적 설명을 간접적으로 지지해줄 수 있다. 따라서 혼인 나이 차이를 두고 반박 및 다른 해석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침소봉대고 본말전도다.

나아가 입양으로 맺어진 근친관계에서도 혼인을 금지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근친상간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고, 이것이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생물학적으로 부여받은 것이라면, 진화론적 설명에 힘을 실어준다. 진화론적으로 유의미한 시간 동안, 근친관계는 혈연에 근거했지, 입양과 같은 비혈연은 예외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키부츠의 예와 같이 근친상간에 대한 혐오 및 이에 근거한 근친혼에 대한 사회적 금기가 입양과 같은 예외를 솎아내지 못한다고 반박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1. 혈연에 근거한 소규모 사회에서 2. 근친상간에 대한 생물학적 혐오 및 이에 근거한 근친혼에 대한 사회적 금기는 3. 열성 유전자를 배제하는 데 기능해왔다. 그리고 조건 1번과 조건 2번의 연결고리는 진화론적으로 유서가 깊다. 다만 현대에 와서 1번이 곧잘 부정될 뿐이다. 그래서 1번의 부정 때문에 결과 3번이 거짓이 된다고 하더라도, 2번이 반박되거나 나아가 2번과 1번과의 오래된 피드백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해서 조선 후기에 왕들의 자손 중 정실 사이에서 낳은 적자의 수가 적고 후궁 사이에서 낳은 서자/서손이 왕위를 계승하는 사례가 잦아지는 사례가 있는데, 너무 어릴때 같이 결혼한 중전들이 성적 매력의 대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란 주장이 있다. 다만 이에 대해선 조혼 자체는 적자의 수가 많던 조선 전기에도 존재했다는 반론이 있어서 연구가 더 필요하다.

6 생각해 볼 점

위의 키부츠 연구에 대한 반박에서 볼 수 있듯이, 웨스터마크 효과가 입증 혹은 부정되려면 연구 대상이 되는 아이들이 자라나는 문화권이 어린 남녀간의 교류 자체를 억압할 만큼 보수적이어서는 안 된다라는 결론이 도출되며, 이에 따라 전근대적 사회의 상당수는 제대로 된 표본이 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 현대적 사회의 경우, 현대 사회가 될수록 두 남녀가 소꿉친구 관계를 갖는다는 사례 자체가 드물어지고 있으며, 또한 현대 사회로 오면 거주지의 이동이 상당히 빈발해지므로 자연적으로 예전에 같이 자란 이성과의 교류가 지속될 확률이 줄어드므로 자연스럽게 그런 이성과의 결혼률이 낮아지게 될 테고, 따라서 현대 사회 역시 웨스터마크 효과 이외의 요소가 개입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표본이라 하기에는 어렵다. 사실 웨스터마크 효과 자체가 제대로 된 표본을 얻기가 힘든 가설인 만큼 이 가설이 실제로 맞는지 아닌지 증명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4]
  1. 근친상간 거부가 생물적 본능이라면 굳이 사회적으로 터부시하면서까지 억제하려 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러나 프로이트는 성과 사회적 금기의 연관성에 지나치게 집착했으며 당시 그가 언급한 근친상간이란 근친 간 성폭력, 특히 유아성애였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성폭력과 유아성애는 애정이나 성욕보다는 다른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2. 혼인은 자동적으로 성립하지만 출산율이 일반적인 부부 관계에 비해 비교적 낮다.
  3. 기존의 사회적 터부 등.
  4. 사실 이건 진화심리학 전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가설은 있는데 그걸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 불가능하거나 실행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