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가 아니다.
1 오셀로의 등장인물
초기적인 안티 히어로라 평할 수 있는, 어찌보면 의의가 깊은 인물이다. 소악마 스타일의 인물로 묘사되며, 어떤 점에서는 오셀로 이상으로 주인공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기 보다는 사실상 이 작품의 주인공. 그가 자신의 공범들과 작당하고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이야기가 오셀로다. 또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가장 직설적으로 관객에게 토로하는 인물이 이아고이고, 이 악랄하면서도 밝은 악당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아고는 여러 가지 면에서 오셀로와 대극에 위치한다. 우선 인종적으로 백인이며, 베니스 출신이다. 그 점을 들어서 오셀로를 '무어 놈'이라고 깔보고 있다. 정작 오셀로는 무어인인데 지위가 높지만, 자신은 백인이면서 지위가 낮다. 자신의 노력과 지혜로 성공한 오셀로와는 달리 말 잘하고 사교관계를 잘 맺어 출세하려는 약싹빠른 인간이다. 오셀로는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녀를 떠받들려고 했으나, 그는 아내를 부려먹고 무시하고 폭행한다.
과거 오셀로의 부관으로 천거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자신보다 더 유능하고 성격도 좋고 잘생기기까지 한 캐시오가 부관에 발탁되고 자신은 마차를 끄는 기수가 되자 깊은 열등감을 느끼고 캐시오를 축출할 계획을 세운다. 캐시오가 술에 약하다는 걸 알고는 술을 계속 먹여 난리를 피우도록 놔두고 그 사실이 알려지자 오셀로는 화를 내며 그를 부관 자리에서 해임한다.
그 후 이아고는 캐시오에게 데스데모나를 찾아가 복직을 부탁하게 한다. 이 때, 이아고는 아내로 하여금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몰래 가지고 오게 한다. 그리고 오셀로를 부추겨 둘이 바람을 피운다는 의심을 가지게 만들고는 손수건을 증거로 제시한다. 목적은 두 사람의 명예를 실추시켜 캐시오를 영원히 축출하는 것. 그런데 일이 생각보다 너무 잘 풀려서(…) 질투와 열등감에 미친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이아고는 일이 지나치게 커지자 공범인 아내를 찔러죽이고 도망치려고 하지만 이내 붙잡혀서 사형을 받게 된다. 다만 오셀로도 결국 사형을 선고받고 체포되기 전 자살을 택했다.
햄릿의 화자인 햄릿도 어느 정도는 악당적인 일면이 있었고 미덕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었으나, 오셀로에서는 이아고를 통해 완벽하게 악하고, 그러면서도 극을 지배하며 주인공을 능가하는 캐릭터를 어필하는 독특한 인물을 완성하였다.
그의 성격과 극중의 위치를 설명하는 명대사로는:
Demand me nothing: what you know, you know:From this time forth I never will speak word.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마슈, 당신이 알다시피
나는 이시간 이후로 한마디도 하지 않겠소. (5막 2장)
그가 오셀로를 미워하는 이유로는 여러 설이 있는데, 실은 오셀로가 자기가 아닌 카시오를 중용한 것에 대한 시기심이라는 설과, 사실 그는 오셀로와 달리 발기불능였다는 설도 있고, 그가 오셀로를 사모하던 동성애자라는 설도 있다. [1]
그가 오셀로를 미워한 것도 사실이고[2] 결과적으로 그를 파멸에 몰아넣었지만, 본디 오셀로를 파멸시키려는 목적으로 일을 꾸민 것은 아니었다. 캐시오를 죽이는 것은 상관하지 않았지만 데스데모나를 죽이는 데는 반대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은 자신을 제치고 오셀로의 부관이 된 캐시오를 오셀로보다 더욱 증오했다. 애초에 이아고가 일을 꾸민 계기가 '오셀로로 하여금 캐시오를 내치게 하고 자신이 부관이 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이아고와 여러 모로 위치가 달랐던 오셀로보다, 자신과 모든 조건이 같으면서 모든 면에서 앞서나가는 캐시오에게 열등감을 느꼈다는 이야기가 더욱 타당하지 않은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그토록 집요하게 미워하던 캐시오는 극중 비중을 가진 캐릭터 중 유일하게 해피엔딩을 맞는 캐릭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