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톨


웨인 발로가 그린 익스톨. 'Barlowe's guide to extraterrestrials'에 수록된 삽화.

1 개요

Ixtl. 반 보그트의 과학소설 스페이스 비글 시리즈에 수록된 1939년 작 '진홍빛 불협화음(Discord in scarlet)'에 등장하는 외계인. 그롤이라는 별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롤 별이 스스로의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인근 별들과 함께 폭발하면서 우주로 방출된 종족이다. 익스톨들은 우주 공간에서 하나둘씩 죽어가기 시작했고 진홍빛 불협화음의 시점쯤에 와서 익스톨 하나만이 마지막 생존자로 남는다.

우주 공간에서 겨우 생명을 부지하던 익스톨은 마침 지나가던 비글호의 강력한 에너지[1]를 감지하여 비글호를 추적한다. 그러나 비글호를 따라잡지 못한 익스톨은 멀리서 비글호의 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하고, 이상을 감지한 비글호 승무원들은 배를 멈춰 세운다. 그틈을 타서 익스톨은 붙잡히는 척 비글호에 탑승한다.

본색을 드러낸 익스톨은 몸의 신체를 이루는 원자들을 조종하며 우주선의 벽을 유령처럼 통과하며 승무원들의 몸안에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한 알을 기생시키기 시작한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승무원들은 일부러 배를 포기한척 밖으로 빠져나온 뒤 비글호를 폭주시키기 시작한다. 익스톨은 이에 낚여 밖으로 빠져 나오나 이미 승무원들은 배에 올라탄 상태였고 그들은 달아난다. 비글호를 바라보며 허탈하게 심정을 드러내는 익스톨의 모습은 왠지 귀엽다(...).

참고로 익스톨의 '우주선에 들어와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사람의 몸속에 알을 낳는다'는 설정은 에일리언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작가 반 보그트도 이 때문에 20세기 폭스사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서로 그럭저럭 넘어간듯하다.

2 원작?

영화 에일리언 1의 개봉 이후, A.E. 반 보그트는 자신의 SF소설 스페이스 비글 시리즈 중 '진홍색의 불협화음' 편이 도용당했다고 20세기 폭스에 소송을 걸었다. 여기에 나오는 외계인 '익스톨(Ixtl)'의 묘사가 에일리언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 결국 폭스는 법정 밖에서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사실 1950년대에 나온 이 작품과 에일리언의 공통점은 그다지 크지 않다. 다른 점이 더 많을 정도. 그러나 스타 트렉 등 많은 SF 영상물에 영향을 끼친 고전 SF의 소설이기에 에일리언 역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소송으로 인한 합의를 제외하면 리들리 스콧이 이 소설을 원작이라고 칭한 적은 없으며, 위키백과에는 에일리언에 대해 영감을 줬다는 식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에일리언 이전에는 붉고 다리가 4개 달린 익스틀의 외형을 에일리언처럼 그리는 현상도 보일 정도.

다만, 소설상의 외계인이 영화의 에일리언과 비슷한 생태를 보인다는 점, 그리고 소설의 큰 흐름이 에일리언 1편과 비슷하긴 하다. 익스틀은 몸속에 지니고 있는 알을 인간에게 심어서 번식하며, 인간들이 익스틀을 우주선에 들어오면서 재앙이 시작된다는 점이 비슷하다.

그러나 소설에서 이 괴물은 '붉은 괴물[2]'로 불리우며, 영화에 나오는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 따위는 상대도 안 되는 엄청난 강력함을 자랑한다. 기본적으로 분자 구조 자체를 조정하는 능력이 있어서 알의 먹이로 쓸 사람을 붙잡은 채 벽을 투과해서 빠져나가는데, 벽이 물리적으로 부서지지 않는다. 즉 자신은 물론 사람까지도 벽을 통과하도록 만든 것이다. 어지간한 방어막이나 무기도 그대로 통과시켜버리며, 인간보다 월등한 과학력을 지니고 있어 잠입해 들어간 우주선의 잡동사니를 이용, 놀라운 무기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지녔다.(이때 익스톨의 독백에 따르면 재료가 별로 없어서 굉장히 원시적인 무기밖에 만들 수 없다고 한다. 마지막에 발견된 무기는 미완성품이었지만 주변의 빛과 열을 끊임없이 흡수하고 있었으며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함.) 원래는 우주를 지배했으며, 높은 문명의 종족이었으나 어떤 이유로 자신들의 세계가 붕괴된 후 익스톨 혼자남아 우주 한가운데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소설에서는 심우주를 날던 인간의 탐험용 우주선 비글호에 의해 발견되었다. 인간들은 그것을 연구용 샘플로 채집했지만, 외계인이 도중에 빠져나가면서 우주선은 지옥이 된다. 방어막을 총동원하고 원자포까지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계인을 붙잡을 수 없었고, 결국 인간들은 우주선을 자폭시키기로 하고 탈출해버린다. 외계인은 이를 알아차리고 우주로 도피하지만, 그것은 인간들의 잔꾀였고 괴물의 이탈을 확인하자마자 잽싸게 우주선으로 돌아와서 광속으로 도망쳐 버린다. 에일리언처럼 파괴본능만으로 움직이는 사악한 생명체가 아니고 인간보다 훨씬 우월한 문명과 지능을 지녔지만 결국 안습한 최후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비글호에서는 배 안에 익스톨이 까둔 알에서 새끼들이 꺠어나자마자 즉시 태워 죽인다.(…) 익스톨은 살려두기에는 너무 위험한 존재였기 때문. 다만 익스톨이 죽을 거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것이 아직 여분의 ''이 남아 있고, 비글호에서 에너지를 빼놨기 때문에 얼마동안은 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들을 보면 알겠지만 에일리언과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 수준으로 확연히 다른 존재이다. [3]
  1. 비글호의 동력원은 원자력인데 시간당 1광년이라는 초광속으로 항행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원자력으로는 광속의 절반조차 내기 어렵지만, 이 소설이 씌여진 39년도 당시 기준으로 원자력은 오늘날로 보면 축퇴로급의 오버테크놀러지 정도로 인식되었기 때문.
  2. 위에서 언급했듯이 익스틀이란 이름으로도 알려져있다.
  3. 원자 수준에서 성립되는 힘인 강력, 약력까지 자유자제로 다룰 수 있다는 뜻. 이론상으로는 순간이동, 물질전송 따위는 일도 아니다. 엔트로피를 조종하는 것 말곤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한 능력이니만큼 인간 기준에서 보면 신으로 묘사되는 존재들의 능력과 별 차이 없을 지경. 이쯤 되면 에일리언 따위는 물론이거니와 그 창조자인 스페이스 쟈키들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