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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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행동주의 이후 이를 비판하며 새로이 제안된 심리학의 이론 체계이자 패러다임 중 하나로, 현대 심리학에 있어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 심리학은 인지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하여 두뇌혁명을 이루어냈다. 그 결과 신경과학이라는 또 다른 새로운 학제가 개설된 바 있다.

행동주의가 사장시켰던 '마음'의 지위를 복권하고자 하였으며, 인간의 마음을 일종의 정보 처리 체계(즉, 컴퓨터)로 보고 접근한다. 때문에 인간의 마음이 정보를 처리하는 것을 일종의 '심적 과정(mental process)'의 관점에서 보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인지주의에서 영향을 받은 철학적 담론을 인지철학이라고도 한다. 대표적 논자는 대니얼 데닛 등.

2 역사

행동주의는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에 매달리기보다는, 직접적으로 관찰 가능한 자극과 반응 간의 조합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인간 및 동물을 대상으로 각종 연구가 진행되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이러한 관점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발생하게 되었다.

2.1 동물 및 인간 대상 연구로부터의 성과

행동주의에 직접적으로 의문이 제기되는 계기가 된 연구들 중 일부는 동물 연구로부터 촉발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자극과 반응 사이에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조정하거나 조합하는 무언가(알고리즘 등)가 있다는 것을 상정하지 않으면 설명하기 힘든 결과들을 내놓았다.

  • 쾰러(Köhler)의 통찰 학습(insight learning) 연구(1925): 쾰러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바나나를 두고 침팬지들이 이를 어떻게 손에 넣어 먹는지를 연구하였다. 침팬지들은 공통적으로 이전에 침팬지들이 겪어본 적이 없는 상황에 처했으며, 이 문제 상황을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조련받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침팬지들은 근처에 있는 나무 상자를 쌓아 올라가거나, 두 개의 막대기를 이어 하나의 긴 장대로 만든 뒤 바닥을 긁어 장벽 너머에 떨어져 있는 바나나를 끌어당기는 등, 배운 적이 없는 해법을 어느 순간 찾아내어 적용하였다. 통찰 학습과 관련된 일련의 연구들은 '침팬지들이 가지고 있는 아주 기초적인 손기술이나 지식을 조합할 수 있도록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졌다.
  • 톨먼(Tolman)의 인지도(cognitive map) 연구(1946): 톨먼은 쥐가 미로를 탐색하는 행동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쥐가 공간에 대한 표상을, 즉 가상적인 지도를 머리 속에 그릴 수 있음을 보였다. 이 실험에서 쥐는 직진 후 'ㄷ' 모양으로 꺾어야만 길의 끝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는 형태의 미로를 학습하였다. 그 뒤 쥐를 방사형의 새로운 미로에 데려다 놓았는데, 이 미로는 원래 쥐가 학습했던 길로 가려고 하면 금방 막다른 길이 나타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 미로에서 쥐는 원래 학습했던 경로가 아니라, 처음 학습한 미로에 먹이가 있었던 10~11시 방향으로 뻗어 있는 경로를 찾아 나아갔다. 인지도 연구는 '쥐가 공간에 대한 표상을 그려놓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자극과 행동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졌다.

그 이외에도, 행동주의의 반응대로라면 생물체는 동일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 동일한 반응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양적/질적으로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면서, 과연 자극과 반응 사이의 관계 만으로 인간의 행태를 전부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다.

2.2 컴퓨터의 발전

행동주의 패러다임 하에서는 설명될 수 없는 이상현상들이 위와 같이 보고되고 있던 와중, 제 1차·제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컴퓨터가 장족의 발전을 이룬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과연 그것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져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가지던 당시의 심리학자들에게 컴퓨터는 좋은 아이디어를 던져 주었는데, 마음은 컴퓨터가 하는 일을 생물체 안에서 행하는 일종의 정보 처리 메커니즘과 같다는 '컴퓨터 비유'가 성립하게 된 것이다.

이후 앨런 뉴웰(Allan Newell)과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인간의 사고 및 문제해결 과정을 모사하는 연구, 즉 인공지능 연구의 문을 열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기도 한다.

2.3 인지심리학의 정립

위와 같은 배경 아래, 울릭 나이서(Ulric Neisser)가 처음으로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이 이름을 붙인 교과서 '인지심리학'을 1962년에 처음으로 출판하였다. 본격적으로 인간의 정보처리 과정으로서 '인지'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심리학의 연구분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2.4 인지과학의 대두

인지심리학은 이후 신경과학, 인공지능 등의 여러 학문과 섞여나가며 인지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등장시킨다.
항복 참조.

3 비판

  • 철학자 존 설(John Searle)의 '중국어 방 논증' 등에 의해 제기된 인지주의 비판은 매우 고전적인 주제가 되었다. 중국어 방 논증에서 주장하는 바는, 어떤 시스템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움직이고 원만하게 작동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시스템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정보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인지주의의 발생에 컴퓨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데, 이 컴퓨터라는 것이 기호화된 정보를 처리하는 체계이다보니 인간의 마음 역시 기호화·추상화된 정적인 정보를 다루는 것으로 상정된다. 그러나 생물체와 (물리적 또는 사회적)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은 정적인 기호나 표상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서로 영향을 끼치는 동적인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확인하고자 물리학에서 주로 사용되는 복잡계 과학이나 비선형 동역학적 관점을 도입하기도 한다. 또한 뇌에 국한되는 '마음' 개념을 넘어서 신경계가 뻗어 있는 신체 전체와, 이로 인해 이루어지는 인간-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마음의 핵심으로 보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등의 이론 체계가 주창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