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행동과학의 주제들
비연합학습고전적 조건형성도구적 조건형성관찰학습
행동주의 치료

Behaviorism

1 개요

"나에게 건강한 아기 12명만 다오. 잘 만들어진 나만의 세계에서 그들을 키우고, 그들의 타고난 특성에 상관없이 내가 선택한 전문직 중 하나로 성장하도록 훈련시킬 것을 약속한다. 그것이 의사든, 변호사든, 예술가든, 상인이든, 심지어는 거지도둑이든."

(Give me a dozen healthy infants, well-formed, and my own specified world to bring them up in and I will guarantee to take any one at random and train him to become any type of specialist I might select - doctor, lawyer, artist, merchant-chief, and, yes, even beggar-man and thief, regardless of his talents, penchants, tendencies, abilities, vocations, and race of his ancestors.)

- J.B.왓슨, 1930, p.82

행동주의는 프로이트로 대변되는 정신분석(psychoanalysis) 또는 정신역동(psychodynamics)을 비판하며 등장한 심리학에 대한 과학적 접근 방법이다. 행동주의에서는 이전의 흐름과는 달리 철저하게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하고자 하였다. 이 때의 과학적 접근은 눈으로 관찰 가능한 행동만을 심리학의 연구 대상으로 한정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20세기 초중반을 주름잡던 행동주의는 당시 사회과학 대부분의 학제들이 그렇듯이 (그리고 당시 철학적 흐름이 그랬듯이)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과학성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심리학이 추상적이고 사변적으로 흘러가려는 것을 경계했고, 무의식처럼 관찰될 수 없는 것은 연구의 주제도 될 수 없다고 보았다.

2 내용

행동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틀은 "자극 → 반응" 흔히 (S → R) 로 알려진 것으로, 훗날 인지혁명과 함께 인지주의가 등장하면서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블랙박스' 가 있다!(자극→알고리즘→반응) 의 새로운 주장에 밀려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블랙박스는 훗날 정보 처리(information processing)로 명명되었는데, 이조차도 행동주의의 관점에서는 비과학적인 것이었다. 인간 내면의 관찰되지도 않는 심적 과정이라는 것을 우리가 대관절 어떻게 연구할 수 있겠다는 말인가?! 의 결론밖에는 내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여담으로, 객관적인 것을 주관적으로 추려낼 수 있지만, 주관적인 것을 객관적으로 추려내기가 힘들어서 심리학이론들이 뒤죽박죽 복잡한 것을 볼 수 있다. 재밌는(?) 프로이트 이론을 보다가 현대이론을 보면 역변한 것을 볼 수 있지

행동주의를 심리학의 만년 떡밥인 nature vs. nurture 즉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 의 관점에서 구분한다면, 행동주의는 거의 명백히 후자다. 행동주의의 많은 실험들이 후천적인 교육과 학습의 힘을 강조했으며, 상단의 인용문에서 보듯이 J.B.왓슨은 아예 한 개인의 인생이 후천적 개입을 통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는 관찰학습을 거쳐 오늘날의 미디어 규제 정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가 "학습"과 "인지지도"(cognitive map), "통찰학습" 등의 반례가 나오면서 행동주의의 입지는 흔들렸고, 마침내 인지주의가 나타났다. 사실 행동주의의 전성기때도 초기 인지연구를 통해 상충되는 이론들은 꽤 나타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름아닌 인지부조화 이론. 20달러를 받은 사람보다 1달러를 받은 사람이 더욱 동기화되었다는[1] 보고는 지금까지도 유명하지만, 이를 행동주의적으로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다.

이 시기에는 인간의 많은 심리적 현상들이 그것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없다고 믿어진 관계로 외면되고 괄시받았다. 그러나 그 중에서 동기심리학의 경우 행동주의가 득세하던 시절에도 나름대로 많은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행동주의의 논리를 활용하여 인간의 동기(motive)를 설명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

현대에는 학습심리학이 그 명맥을 간접적으로 잇고 있으며, 과거에 흥하고 지금은 한물 간 관점 취급을 받기는 하지만 조직심리, 산업심리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를 임상 치료 현장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바로 행동주의 치료라고 할 수 있겠다.

행동주의가 과거의 관점 취급을 받더라도 아직까지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심리학이 과학적 연구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객관적인 자료의 수집이 용이한 행동주의 관점은 인지주의와 함께 이점을 가진다. 다른 이유로는 행동주의 연구 중 가장 유명한 사례인 파블로프의 실험과 스키너의 연구를 통해 생각을 해보자. 파블로프의 실험은 쉽게말해서 '먹이를 줄때마다 종을 쳤더니 나중엔 종만쳐도 침을 흘리더라' 라는 내용이다. 스키너의 실험 또한 간단하게 말하자면 '쥐가 레버를 누를 때마다 먹이를 줬더니 갈수록 레버를 더 누르더라'이다. 이것들이 행동주의의 강점을 지지하는 이유는, 위 실험들이 개와 쥐를 가지고 한 실험임에도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체에서 같은 과정의 학습을 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종에 따라 생물학적으로 학습이 불가능한 행동이 있기는 하지만[2], 고전적 조건화나 조작적 조건화는 인간, 개, 고양이, 비둘기 등의 다양한 생물체에서 같은 양상으로 일어난다. 예를 들어, 모닝콜 음악을 들으면 꼭 아침에 잠을 깰 때가 아니더라도 짜증나는 기분이 드는 것은 개가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리는 것이랑 다른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추가로, 행동주의적 관점이 강하게 반영된 심리학 교과서로는 P.Chance의 《학습과 행동》 을 추천할 만하다.

  1. Festinger & Carlsmith, 1959.
  2. 예를 들어 침팬지에게 제법 많은 수의 수화를 가르쳐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인간들이 사용하는 의사소통으로서의 언어를 가르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해당 단어를 말하게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침팬지의 발성기관이 인간과는 달라 인간의 말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3. 근데 사실 이 사람의 실제 전공분야는 자기효능(self-efficacy) 쪽이었고 이것만 가지고도 논문을 수백편씩 써갈기긴 했다.(…) 물론 만년에는 관찰학습과 자기효능 두 주제를 나름대로 합쳐보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