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事不再理의 原則(double jeopardy)
목차
1 개요
로마 시민법에서 발전해 온 개념으로, 확정 판결이 내려진 어떠한 사건이나 법률에 대하여 두 번 이상 심리/재판을 하지 않는다는 형사 사건상의 원칙이다. 따라서 민사 사건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이미 죗값을 치른 죄에 대해 또 죗값을 묻거나 과거에는 합법 또는 불법이 아니어서 무죄였던 행위[1] 나중에 불법이 되었다고 죗값을 묻는 경우[2]를 막기 위해 존재한다.
2 대한민국에서의 적용
1.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3조 제1항 |
형사소송법 제326조 다음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1. 확정판결이 있은 때 |
대한민국은 위와 같이 헌법 제13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26조 1호에 명시하고 있다.
참고로 민사법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다. 위 헌법 제13조 제1항은 범죄와 처벌에 관련해서만 규정하고 있으므로 애초에 민사법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민사법의 경우 이와 유사하게 기판력이라는 용어가 있지만 형사법에서 일사부재리의 효력과는 조금 다르다. 민사법의 기판력은 원칙적으로 오직 전 소송의 당사자와 법원에게만 미치나, 일사부재리는 대세적 효력이 있다. 또 민사소송법의 구소송물이론을 따른다면 현실적으로 같은 청구취지라도 근거 권리를 달리하면 새로운 소송물이 되어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임대한 건물을 임차인이 고의로 돌려주지 않을 경우 임대차에 관한 규정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고 소유권에 관한 규정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소송의 원인이 되는 사실 행위는 하나지만 관련된 권리가 여러 개라면 어느 한 권리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해도 다른 권리로 다시 소송을 제기하면 이전 소송과 독립적인 별개의 소송으로 보고 재판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법원은 일관되게 구소송물이론을 지지하기 때문에 여러번 소송제기가 가능하다. 다만 원인이 되는 사실 행위도 같고 권리도 같은 경우는 기판력에 의해 후소가 각하되거나 기각된다. 이전 문서는 '근거 법규'가 달라지면 소송물이 달라진다고 되어 있으나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근거 권리가 달라져야 한다. 근거 법규는 달라지지만 근거 권리가 달라지지 않는 경우로는 소유권 확인에 관하여 매매계약과 취득시효 완성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대한민국, 독일, 일본 등 전세계적으로 보장되고 있으나, 국제범죄에서는 한 나라에서 처벌되더라도 법의 적용범위의 중첩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서 다시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 처벌 받을 경우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우리 형법 제7조에서는 이를 임의적 감면사유로 규정하여, 이 원칙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있었는데[3] 2015년 6월 2일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결정(2013헌바129)을 내렸다. 필요적 감경, 즉 반드시 감경하라는 것.
하지만, 이미 확정 판결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증거물이나 진술 등이 위조나 변조, 또는 허위로 증명되었을 때는 피고인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단, 재심 청구는 어디까지나 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검사 역시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검사가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 재심의 형량은 원심의 형량을 초과할 수 없다. 특히, 인혁당 재건위 사건처럼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으면, 판결 내용을 관보와 주요 일간지에 공고해야 한다.
영미법 상의 '이중위험 금지의 원칙'과 유사하나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중위험 금지의 원칙은 검사의 기소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검사는 항소를 할 수 없으며, 불기소 결정 이후 다시 기소하는 것도 금지된다.
참고로 일사부재의의 원칙과는 글자 하나 차이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이건 국회에서 한번 부결된 법안은 같은 회기 중에 재상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서는 4.19 혁명이후 일시적으로 헌법을 개정해서 예외를 둔 적이 있다. 다만 실질적으로 이 원칙을 따르지 않고 당사자를 처벌한 사례는 국민방위군 사건과 5.16 군사정변 직후의 혁명재판 두 번이다.
이문열의 단편소설 《어둠의 그늘》에서 작중 사기꾼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주인공과 만나 자신의 수법을 털어놓으며 언급한다. "걱정말아. 일사부재리야. 내게 불이익한 판결의 변경은 금지돼 있어."- ↑ 비슷한 말 같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전자의 경우는 '법에 명시된 가능행위'이고, 후자는 '법이 포함하지 못하는 행위'로 풀이할 수 있다. 가령 예를 들어보면, 전자의 경우는 운전법이 해당되는데, 옛날에는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면 원동기 면허가 자동으로 나와서, 운전면허만따고 원동기 운전을 해도 합법이었지만, 지금은 면허가 분리되어 운전면허를 획득한다고 원동기를 몰 수 있는 것은 아니게 된 케이스가 있다. 후자의 경우는 아예 옛날에 조항이 없던 개인정보보호법처럼, 합법이고 불법이고 자시고 법에 테두리 자체에도 없던 행위로 경우로 볼 수 있다.
- ↑ 이 경우를 막는 원칙은 법률 불소급의 원칙이라고 한다.
- ↑ 범죄에 의하여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수 있다"이므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