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멸

1 개요

한자全滅
영어Annihilation

모두 (죽거나 망해서) 사라짐. 비슷한 말로 궤멸(潰滅), 괴멸(壞滅), 절멸(絶滅) 등이 있고, 뜻도 다들 비슷비슷하다.

2 상세

원래 국어사전적인 의미로는 '모조리 쓸려나갔을 때'를 전멸이라고 하나, 군사 용어로의 전멸 개념은 약간 다르다. 군사적으로 이 전멸을 판단하는 기준은 전투 속행 불가능상태.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단위 제대의 '전투능력 상실 상태' 이다. 즉, 부대원이 싹 다 죽거나 다쳐야 전멸이 아니라는 말. 예를 들어 총병력이 1000명인 부대가 있다고 했을 때 이 부대가 적과 교전을 벌여서 200명이 죽거나 큰 부상을 입어서 전투력을 상실했다면 그 부대는 전멸했다고 평가한다.

때문에 FPS나 RTS게임을 하면서 생각하는 전멸은 그냥 다 죽어야 전멸이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병사가 아니라 부대 단위로 전투력을 평가하고 제대로 된 전투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를 정도로 부대원의 공백이 크다면 그 부대는 더 이상 전투에 투입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전면전 발발시 철책사단 전멸로 인한 후방 이동. 예비사단 투입 같은 소리는 철책에 배치된 전선 사단의 병력이 다 죽었다는 뜻이 아니라, 총 병력 중에서 20% 정도가 손실됐는데 이걸로 이미 북한군을 막을 만한 전투력이 없게 됐으니 빼버린다는 소리. 이미 죽거나 다친 병사는 대열에서 제외한 뒤 병력을 보충하고 재편성을 한 뒤 전선에 재투입하게 된다. 그 동안의 방어는 예비대가 맡는데 최대한 신속하게 병력을 보충하고 손발을 빨리 맞추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일반적인 보병부대에서도 전상자 및 이를 간호. 후송하기 위한 인원 포함 20% 이상이 손실되면[1] 전멸로 간주하고 그 즉시 후방으로 철수시켜 재편성에 들어간다. 이 경우 사실상 부대 단위 편제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면서 전투를 할 수가 없기 때문. 심한 경우는 병력의 10%만 손실되어도 패배에서 전멸로 치기도 하는 등, 전상자의 숫자 자체보다는 단위부대의 전투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조건을 더 크게 치는 것이다. 보통 서방권 군사교리는 20% 손실을 전멸로 보고 있고, 한국군도 이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은 보병 혼자 하는게 아니라 보급, 통신, 의무등의 최소한의 기초 병과를 갖춰야 하지만, 20%나 빠진 경우에는 사실상 전투 병력의 대부분이 전투불능상태에 빠졌다는 뜻이기 때문. 전투부대의 손실이 크지 않다고 해도 지원부대의 손실이 클 경우에는 사실상 전투 임무 수행은 불가능하다. 물론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면서 방어전을 수행하는 부대도 있긴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부분 부득이하게[2] 전투를 강요당하는 상황이라 그런 것이고, 대부분의 군대에서 이런 경우의 교리는 무조건 철수하여 재편성에 들어가는 것이다. 작전상 그 지역을 포기하고 철수할 수 없다면 지속적인 증원과 보급, 인원교대와 휴식을 통해 전투력을 계속 보충하면서 싸우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영화나 대중매체 등에서는 극적 과장이 심하므로 상당수가 이렇게 손실을 무릅쓰고 고립되어 싸우는 극단적인 전투나, 후퇴금지 하에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는 진흙탕 싸움만 보여주는 통에 사람들이 왜곡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에서 대중매체에서 보이는 소모전식 막장전투는 극단적으로 떨어지는 효율로 인한 대량의 인명피해와 함께 장기적인 전쟁수행 능력을 크게 깎아먹는 행위이므로, 조금만 정신이 박힌 지휘관이면 가능하면 후퇴시켜 재편성을 하지 이런 대치상황 자체를 피하려 한다. 게다가 충분한 인원과 장비가 갖추어진 상황이면 재정비한 후 고지나 지역을 다시 탈환하면 높은 효율로 인해 총손실이 줄어들고, 최소한 원기왕성한 병사들로 지속적인 인원교대를 해야 최상의 전투력으로 그 지역을 지킬 수 있다. 반대로 다 죽어나가고 투입할 인원 자체가 비효율적인 전투와 소모전으로 인해 몰살당한 상황이면, 기존의 지역조차 지키지 못하고 죽죽 뒤로 밀려나가게 된다. 그래서 작전상 절대 내주면 안 되는 지역이 아닌 이상 최대한 인명을 보호하며 저런식의 무리한 소모전은 피하려고 한다.

사실 이 전멸개념이 중요한 것은 작전 입안할 때인데, 전멸 판정난 제대는 전투에서 신속히 제외해야 전투지역의 재편성이 가능하므로, 부대의 손실이 20%선을 넘으면 지체없이 후퇴시켜 재편성하거나, 여의치 않더라도 가급적 병력 추가 손실을 최소화하고 적은 병력으로도 가능한 임무를 부여하거나, 나아가서는 전투의 승, 패까지 감정하게 된다. 이 전멸 개념과 전멸 가능성에 대한 대처가 지휘권을 가진 자의 중요한 선택중 하나이며 또한 능력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지휘관이 있는 군대는 처음부터 작전을 입안할 때 작전 종료까지 최소 80% 이상 전투력 유지가 되느냐의 가능성부터 따진 후 대다수 지역의 투입 여부를 결정한다.

작전상 20% 이상의 손실이 예상되어도 포기할 수 없는 핵심지역은 처음부터 병력손실에 따른 증원과 후속부대 투입,인원교대,보급선의 확보를 염두에 두고 기본적으로 현재 싸우는 병력은 항상 80% 이상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상적인 작전이다. 물론 치열한 전장에서 교대,증원,보급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지만 처음부터 대단위 병력을 사지에 몰아넣고 일부러 다 죽거나 붙잡히게 만들려는 지휘관은 최소한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 중에는 없다. 이게 잘 안 되는 작전시작할때부터 졌다고 보면 된다.

3 여담

실제 상황이 아닌 게임에서는 일부러 빠른 전멸을 하기도 하고, 전멸노가다 등을 하기도 한다.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이라는 게임은 제목부터가 '완전 전멸'이다(...).

학교에서 과반수의 애들이 졸 때 전멸이라는 표현을 쓴다 카더라.
  1. 참고로 여기서 부상 기준은 당연히 전시인 만큼 어디를 삐었다거나 손을 베였다거나 하는 정도로는 응급처치나 해주고, 신체 절단, 과다 출혈, 특정 장기 손상 등 진짜로 전투 능력이 없을 정도여야 손실 처리된다.
  2. 후퇴 혹은 교대를 해야 하는데 할 수가 없는 경우. 주로 고지 등에 고립된 케이스가 많다. 아니면 당장 병력을 보충해줄 수 없는데 후퇴해서는 안 되는 전선에 위치한 경우. 이럴 때는 어쩔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