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긍긍 마교교주

김현영신무협 개그 소설.

반란으로 축출 당한김에 살육이 난무하는 무림을 벗어나 따뜻한 해남도에서 여유롭게 살겠다고 마음먹은 나약한 마교 소교주 도유강과 도유강을 절세지존으로 만들고 겸사겸사 천하제패도 하려는 충성스러운 심복 풍천이 가는 곳마다 사건을 일으키고 후폭풍으로 자신들과 무림 전체가 휘말리는 이야기다. 풍천이 전대교주 아수라천마가 남긴 안배를 향해 도유강을 끌고 가면서 겸사겸사 천하제패를 위한 밑공작을 해두면, 이게 문제가 되어서 사건이 터지고 도유강이 휘말리는 패턴. 거기다 풍천은 아수라천마의 명령이 우선이라면서 주군인 도유강을 엄청나게 괴롭히고, 마교 교주답지 않은 소심한 모습을 보이거나 자신에게서 도망치려 하면 '지존의 길'을 위한다고 하면서 머리를 박는 얼차려를 시키기도 한다(...).

통쾌함과 독자의 재미를 추구한 최근의 전형적인 신무협 소설이다. 스토리의 기반 구조는 '살짝 비틀린 장화신은 고양이+착각물'.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 절대고수 풍천의 존재로 인해 '적'과의 갈등구조는 없지만, 대신 최종보스격인 인물이 바로 풍천이다(...). 무림제패에 관심없이 평온한 삶을 살려는 도유강과 그를 절대고수이자 무림의 지배자로 만들려는 풍천 사이의 갈등이 이 작품의 축. 그런 점에서 기존 무협소설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기묘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개그물이다 보니 더 그렇지만...그러다가 후반에 가면 아예 기연 안배가 이야기의 난관의 요소가 된다.

본편의 도입부.

마교의 전설적인 고수 아수라천마가 나타나 강호를 지배하려고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신성무혼 백무결이라는 하늘의 안배를 받은 고수가 나타난다. 타고난 재능+의지력+외모라는 완전한 인간. 아수라천마도 백무결의 비범함을 눈치채고 12번이나 죽을 고비에 몰아넣지만, 하늘의 안배로 12번 모두 전설의 영물과 영단을 먹는 기연을 얻게된다.(...) 거기다 상고의 전설적인 무공 7가지를 얻어서 절대무적의 무공을 얻고, 아수라천마가 5명은 있어야 싸워볼만 하다는 수준까지 강해진다. 초인이 된 백무결은 자신의 스승 천위칠군과 함께 마도의 고수들을 하나하나 꺾어가며 수하들마저 도망쳐 홀홀단신이 되어버린 마교교주와 마운봉에서 운명의 결전을 치루는데…….

……같은 서장으로 분위기를 잡더니 정작 백무결은 일수에 죽어버린다.(페이크다 ㅄ아!)

죽어버린 이유도 어이가 없는데, 사실 아수라천마는 무공에 있어서는 절세의 기재였지만 성격이 나약했다. 환경이 무섭다 보니 열심히 무공을 익혔고, 그만큼 허세도 부리다보니 어느새 마도의 전설이 되어있던 것(정확히 설명이 된 것은 아니지만,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 백무결에게 전음으로 제발 살려만 주면 은퇴해서 초야에 묻려 살겠노라 비는 걸 보면 이럴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백무결은 전설의 기연을 다 얻고 초인이 된 이후, 자신의 스승인 천위칠군도 전설의 증언을 위한 병풍 취급을 하고 있었다. 백무결이 어떻게 해야 역사에 길이 남은 전설이 될지 고민하던 중(한수에 꺾기~일주일간 싸우기) 목숨을 구걸하는 아수라천마의 전음을 받고 단호하게 거절하고, 아수라천마를 완전히 얕보게 된다. 그리고 아수라천마와 싸움을 일부러 길게 끌기 위해, 정확히는 천 초에 걸쳐 싸우기 위해 적당히 강한 무공으로 달려 들었고, 아수라천마는 자신의 최강 무공을 필사의 각오로 펼쳐낸다. 당연히 마교교주를 날로 먹은게 아닌 아수라천마가 약할리가 없었고, 백무결은 일수에 죽어버린다. 물론 백무결이 워낙 강한, 제대로 싸웠다면 아수라천마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을 고수인지라 아수라천마도 완치되지 않는 내상을 입고 후유증으로 비교적 일찍 죽게 되긴 했지만.

이렇게 아수라천마는 역사에 남는 전설이 되었고, 이제 남은건 자식농사뿐이었다. 아수라천마는 자신의 자식을 절대지존으로 만들기 위한 철저한 안배를 준비한다.

사실 아수라천마가 해둔 안배는 바로 백무결이 얻었던 하늘의 안배였다! 아수라천마는 백무결이 얻은 7개의 절세무학을 합친 무공이야 말로 다시 없는 절세 무학임을 알았고, 이를 얻게하기 위해 도유강에게 마공을 가르치지 않았던것. 하지만 백무결의 후예를 만들겠다는 천위칠군이 백무결이 얻은 하늘의 안배를 얻기위해 끼어들면서 철저한 안배는 플랜B[1]로 진행되는데(…).

그러고보면 김현영의 과거 작품 걸인각성에서도 지나가던 마공의 천재께서 인간 불신으로 어이없게 죽고, 마교위 안배를 주인공이 꿀꺽 하는 장면이 나온다. 게다가 마교교주와 백무결의 대결 자체도 다른 작품에서 지나가는 이야기로 나왔던 장면이다(자세한 작품명을 아는 사람은 추가바람). 거기서는 미인계로 보낸 미녀들이 전부 백무결의 하렘에 들어가고, 백무결을 죽이라고 보낸 부하들이 전부 백무결의 인격에 감동해서 부하가 되어 혼자 남았던 걸로 나오는데 이 작품에선 좀 더 현실적으로(?) 변한 듯.

이 이야기에서 특기할만한 것이라면 첫 작품인 만선문의 후예부터 계속, 악역이고 선역이고간에 살인 묘사를 병적으로 싫어하던 김현영이 주인공의 수족부터가 살인을 밥먹듯이 하는 소설을 썼다는 것이다. 이는 스티븐 킹의 저서 유혹하는 글쓰기에 격식없는 캐릭터는 격식없는 행동을 해야지, 작가의 성격에 맞춰선 안된다는 글을 보고서는 생각을 바꾼 것이라고 한다. 초법깡패 집단인 무림인이 살인을 지양한다는 것은 옳은 묘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것. 무림을 떠나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주인공 도유강은 여전히 살인이라면 질색팔색을 하지만, 그 오른팔을 자처하는 풍천은 마인중의 마인인 만큼 살인은 물론이고 온갖 정신나간 짓을 다 하고 다닌다.

비판

작품을 관통하는 스토리가 없다보니 읽고나서 허무하다는 비판이나, 똥 에피소드와 기행들이 역겹다(…)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단 애초에 '이게 무협이 맞긴 한가'라는 근본적인 비판도 있다. 작가가 똥 유머를 좋아하는지 히로인들까지도 심심찮게 똥을 지린다(...). 더러운 개그에 질색하는 사람들이라면 상상하다가 토하는 수도 있으니 주의(…). 그걸 왜 상상해.
  1. 여담이지만 플랜A가 백무결의 안배라면 플랜B는 극악하고 '추잡'한, 쓰는 본인에게도 엄청난 후유증이 남는 마공으로 백무결의 안배를 대체한다. 그 끔찍함은 두 가지 백무결의 안배 대신 두 가지 마공을 얻은 도유강이 "으아아아악! 아버지! 이럼 안 되는 거잖아요! 날 사랑한다면 이러면 안 되잖아요!"라고 외칠 정도(...). 구체적인 것은 직접 작품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