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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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 구한말 때 한글로 번역된 <천로역정>.[1] 삽화 또한 크리스천이 갓을 쓰고 있는 등 조선풍으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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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의 여행 경로를 표시한 그림.

1 개요

이 악마여, 난 너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 난 하늘나라로 가는 순례자다. 나 방해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크리스챤

내가 이 끝없는 지옥을 맹세하고 말하노니 내가 너의 영혼을 아주 갈기갈기 없애리라!-아불루온

The Pilgrim's Progress

천로역정은 존 번연(1628-1688)이 쓴 기독교 관련 서적으로, 총 2부로 되어있다.

1부는 크리스찬전도사라는 사람을 만나 천국으로 가는 길을 알게 되고 온갖 어려움을 견디면서 결국 천국으로 갔다는 내용이며, 2부는 크리스찬의 아내인 크리스티나가 그녀의 네 아이들과 자비심이라는 젊은 처녀와 함게 천국으로 가는 이야기를 싣고 있다. 성경과 기독교의 교리 이야기를 이솝 우화처럼 풀어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2 역사

이 책은 존 번연이 살았을 때인 17세기에 처음 출판되었다. 그리고 안 팔릴거라는 예상을 깨고 무지막지하게 팔려나갔고,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으로 꼽히기도 할 정도.[2] 우리나라에서는 1895년 미국 선교사 게일 목사를 통해 처음으로 유입되었고, 같은 해에 초역판이, 1911년에 재역판이 나왔다. 이후로도 꾸준히 번역본이 계속 발간되고 있고, 만화로 그려지는 등 꾸준히 재생산되고 있다.

3 등장 인물

  • 크리스찬 : 1부의 주인공이며, 2부에서도 등장빈도가 많다. 멸망의 도시 출생으로, 전도사의 말에 따라 "작은길"을 따라 천상성으로 향한다. 천상성에 도달할 때까지 여러 시련을 겪게 되는데, 겸손의 골짜기에서 아불루온이라는 무시무시한 악마 중에 한 명을 만나서 거의 죽을뻔 했고 허영의 도시에서 믿음과 함께 죽을 뻔...했으나 저자에 의하면 하나님의 도움 때문에 겨우 살았다고 한다. 의심거인에게 또 잡혀서 소망하고 죽을 뻔 했지만 약속의 열쇠로 겨우 도망쳤다. 이런저런 시련을 이겨내고 결국 천국에 도달해 안식을 얻는다. 아내로는 크리스티나가 있다.
  • 믿음 : 크리스찬과 마찬가지로 멸망의 도시 출생. 크리스찬이 멸망의 도시를 떠나고, 멸망의 도시가 곧 멸망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순례길에 나섰다. 크리스찬과 믿음은 사망의 꼴짜기를 지난 후에는 같이 걸어갔다. 믿음은 허영의 도시에서 크리스찬과 같이 붙잡혀 고문을 당하다 결국 화형을 당한 뒤 하늘나라로 갔다.
  • 전도사 : 크리스찬과 더불어 1편의 주요 인물. 크리스찬이 도덕의 마을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왜 거기 갔나"라고 꾸짖기도 했고 허영의 도시에서 믿음과 크리스찬 중에 한 명이 죽는다는 걸 알려 주기도 했다. 이해는 안 되지만크리스천과 믿음이 허영의 도시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언급된 후 등장하지 않는다.
  • 소망 : 허영의 도시에서 태어난 젊은이. 크리스찬보다 어리고 크리스찬 때문에 의심거인에 잡혀가는 등 수난을 겪으나 결국 크리스찬과 천국으로 간다!!!
  • 크리스티나 : 멸망의 도시 출신이자, 크리스찬의 아내. 1부에서는 남편이 순례길에 나선다고 하자 미쳤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2부에선 그것을 뉘우치고 순례자가 되어 남편의 뒤를 따른다. 순례 도중에 적들에게 공격을 당하며, 성추행을 당하는 고난을 겪지만, 고난 등 그녀의 친구들이 도와주어 천국에 들어간다.

4 등장 지역

  • 멸망의 도시 : 순례자들의 시작마을. 크리스티나, 크리스찬, 믿음 등의 인물이 이 곳 출신이며, 많은 사람들이 이 곳 출신이다. 이 도시는 곧 현실 세상을 의미한다.
  • 천성성 : 멸망의 도시가 세상이라면, 천국에 해당하는 도시. 이 도시에는 순례자, 하나님, 예수님, 의인들 등이 있으며 악은 당연히 없다!!! 모든 순례자들의 종착점.
  • 데마의 금광 : 크리스찬에 따르면 데마의 유혹에 빠진 사람들이 들어갔다가 모두 희생당하거나 평생 불구자들이 되었다.[3]
  •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 아주 끔찍한 곳으로, 순례자들이 지나가야 하는 곳 중 하나. 길은 진짜 좁고 골짜기 오른 쪽에는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려다가 둘다 빠져 사망했다고 하는 아주 위험하고 무섭고 끔찍하며 엄청나게 깊은 도랑이 있다. 빠지면 당연히 끝이며 왼쪽에는 대단이 위험한 수렁이 있다. 다윗왕도 빠진 적이 있으나 하나님의 도움 때문에 살았다고 책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뿐만이 아니고 악마, 도깨비들 등이 있고 아울러 골짜기 중간에는 지옥의 문이 있다고 한다.
  • 겸손의 골짜기 : 크리스찬이 아불루온과 싸워 겨우 이긴 곳. 2부에서의 설명에 따르면 이 골짜기에서 발이 미끄러진 사람은 크리스찬처럼 곤경을 겪는다고 한다. 다만 이런 곤경만 있는 건 아니라서 여기서 천사를 만난 사람도 더러 있었다고.
  • 허영의 도시 : 쾌락의 도시로 불려도 아무 손색이 없는 소도시. 이 곳에서는 돈, 아내, 아들, 딸, 나라, 영혼, 생명, 명예, 나라, 남편등이 팔려나갈 뿐만 아니라 성추행, 강산, 음란한 행위[4], 살인, 거짓된 맹세 등이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다. 신기한 건 허영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는 그걸 죄라고 생각도 안하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 이 도시의 기원은 바알세불과 아불루온(계9:11), 그리고 군대(Legion, 막 5:9) 이라는 세 명의 악마들이 순례자들이 이 도시를 당연히 통과한다는 걸 알아채고는 5000년 전에 세운 것. 당연히 순례자들이 꼭 가야할 곳들 중 한 곳.
  • 이 외에도 많은 등장지역들이 있다.[5]

5 기타

주홍 글자의 저자로 유명한 너새니얼 호손은 '천국행 철도'라는, 이 책의 후속편격 단편 소설을 쓰기도 했다. 이름 미상의 주인공이 '수월하게 살기'라는 사람과 함께 천국의 도시로 향하는 기차여행에 나선다는 내용인데, 문제는 이 철도가 대놓고 악마가 만든 것이라는 게 보인다. 기관사가 아불루온이고('수월하게 살기'씨는 '협상과 타협으로 아불루온을 설득해서 이 일을 맡게 했다'고 하는데, 거짓말인 것 같다), 철도 주주 중에 바알세불이 있는 등. 여기선 <천로역정>이 일종의 안내서 격으로 읽혀지고 있다. 또한 이들과는 달리 정석대로 걸어서 순례길에 나서는 '천국 향해 걷기'와 '옳은 일 고수하기'라는 두 순례자도 등장하는데, 분명 걸어서 출발한 이들이 철도를 타고 떠난 주인공 및 일행들('마음속에 죄 감추기' 등 안좋은 이름뿐이다.)보다도 먼저 천국의 도시에 도달한다는 점이 아이러니. 게다가 도시의 주민들은 모두가 나와서 이 둘을 환영해 주고 있다. 결국 화자는 도시 주위의 '죽음의 강'을 건너던 중 그 강에 빠지는데, 정신 차려보니 이 모든 것은 아시발꿈. 아다행꿈

작은 아씨들에서는 아버지의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딸들이 이 책을 읽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1. 제목을 보면 '텬로력뎡'이라고 되어 있는데 당시에는 음이 '디'/'티'인 한자가 구개음화로 '지'/'치'로 발음되었음에도 그냥 '디'/'티'라고 적었으며 '텬로'(천로)와 '력뎡'(역정)을 한 묶음으로 보아 두음 법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당시는 두음 법칙 규정이라는 것이 없어서 어두의 ㄹ을 그대로 적기도 했던 시절이기도 하고.
  2. 다만 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표현 자체가 실제 통계적으로 그렇다기 보다는 그만큼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많이, 또 꾸준히 팔렸다는 소리에 더 가깝다. 돈키호테기네스북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3. 참고로 데마는 사도 바울의 제자로 세상을 너무 사랑해서 배교한 사람이다. 더 알고 싶다면 신약 성경 바울서신서를 읽어보자.
  4. 여자가 윗옷을 입지 않거나, 남자가 꽃치마 같은 여자 옷을 입는 등. 이게 17세기 작품이라는 걸 생각하면 거의 공공외설급의 행동들이라고 보면 된다.
  5. 해석자의 집, 바알세불의 성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