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 스테이시스 덱

Turbo Stasis Deck

1 소개

90년대 중후반 아이스에이지/미라지 블록 시절에 진남불용청의 극을 보여주던 덱.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여 국내에서는 호평보다는 악평이 더 높으나, 이 덱이 탄생한 배경을 이해한다면 그렇게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만은 없다.

1996년 여름은 네크로 덱(Necro Deck)이 성행하면서 검은 여름으로 불릴 정도로 흑색 일색이었다. 특히 Hymn to Tourach, Hypnotic Specter(최면 스펙터) 등 강력한 디스카드 수단으로 말미암아 일반적인 컨트롤 덱은 살아남기 무척 힘들었고, 더구나 카드 장수를 불리는 것만이 살 길인 청색에게는 지옥같은 시기였다. 슬라이 덱(Sligh Deck) 등 초반 빠른 피해를 입혀 Necropotence(죽음의 권세) 사용에 압박을 가하는 전략 아니면 같이 네크로 덱 쓰기 외에는 네크로 덱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이 없었다.

하지만 네크로 덱은 부여마법과 마법물체에 대한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흑색 특유의 약점이 존재했고, 거의 필수적으로 Nevinyrral's Disk(네비니랄의 원반)을 주로 이용하였다. 이 점에 착안하여 정체를 이용하여 네비니랄의 원반을 세우지 못하게 하는 목적으로, 청색이 네크로 덱을 잡기 위해 만들어 낸 덱이 터보 스테이시스 덱이다.

터보 스테이시스 덱은 아래와 같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설계되었다.

  • 정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덱에서 대지 비율을 높인다.
  • 대지와 주문 비율이 거의 같다면, Howling Mine(도깨비 광산)으로 매 턴 카드를 두세 장 뽑으면 거의 매 턴 대지를 깔아서 정체를 유지할 수 있다.
  • 도깨비 광산은 상대방에게 많은 카드를 뽑게 만드는 것이 단점이지만, 정체로 인해 상대방은 마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므로 그 불이익은 크지 않다.

2 덱 구성

개별 항목이 작성되어 있는 카드에 대해서는 능력 설명을 생략한다.

2.1 핵심 카드

대지와 생물을 언탭되지 못하게 하여 상대방의 화력을 줄이는 한편, 네비니랄의 원반 작동을 막는다.

정체 유지를 위한 대지를 매 턴 공급받는다.

  • Kismet(숙명) - {3}{W}, 부여마법, 상대방이 사용하는 마법물체, 생물, 대지는 탭된 상태로 전장에 들어온다.

정체가 깔리면 상대방은 새로 깐 대지만으로 플레이하면서 희망을 이어가는데, 그 희망까지 차단하여 콤보를 완성한다.

2.2 보조 카드 - 초기 버전

무효화를 피해 깔린 상대의 까다로운 지속물을 무효화 주문이 손에 들어온 뒤에 되돌리고 다시 나올 때 무효화한다. 또한 정체 유지 비용이 어려워지는 상황인 경우 상대 턴에 내 정체를 되돌려 대지를 언탭한 뒤 다시 깔아 상대방의 언탭을 막는다.

  • Despotic Scepter - {1}, 마법물체, {T}: 자신이 소유한 목표 지속물을 파괴한다. 이는 재생할 수 없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상대 턴에 내 정체를 제거하여 다음 내 턴에 대지를 모두 언탭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정체 유지를 위해 마나를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마나 지불 없이 상대의 위협적인 주문을 무효화할 수 있게 한다.

  • Arcane Denial - {1}{U}, 순간마법, 목표 주문을 무효화한다. 그 주문의 조종자는 다음 턴 업킵단에 카드를 두 장까지 뽑을 수 있다. 당신은 다음 턴 업킵단에 카드를 한 장 뽑는다.

이 덱의 철학은 상대가 카드를 나보다 얼마나 많이 뽑든 내가 죽기 전에 카드를 한 장이라도 더 뽑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Lim-Dûl's Vault - {U}{B}, 순간마법, 서고 맨 위 카드 다섯 장을 본다. 원하는 만큼 생명점 1점을 지불하여 그 카드들을 자신의 서고 맨 밑에 넣은 뒤, 서고 맨 위 카드 다섯 장을 본다. 그 뒤 마지막으로 본 카드를 제외한 자신의 서고를 섞고 그 카드들을 원하는 순서대로 맨 위에 올린다.

초반에는 도깨비 광산 또는 정체를 손에 넣기 위한 수단으로, 후반에는 Force of Will 비용으로 버리는 청색 카드로 활용한다.

어둠의 죔틀 금지 이후로는 유일한 승리 수단으로, 상대방보다 내 서고가 먼저 없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게임을 빨리 끝낼 수 있는 승리 수단이나, 제한 카드인 관계로 그 한 장이 서고 아래쪽에 있을 경우 상대방을 죽이기 전에 내 서고가 먼저 바닥날 위험이 있어, Feldon's Cane을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초반 압박 및 정체 발동 후 야금야금 공격에 의해 떨어진 생명점을 추가 비용 지불 없이 매 턴 3점 회복한다. 또한 상대의 어둠의 죔틀을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정체 유지에 필요한 대지를 희생하는 것은 아깝지만, 추가 마나 비용 지불 없이 죽는 것을 막아준다.

2.3 보조 카드 - 미라지 블록 이후

미라지 블록 발매와 제한 카드 금지로 인해 다소의 수정이 발생했다.

정체와 도깨비 광산 둘 다를 효과적으로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이다.

  • Power Sink(마법력 소멸) - {X}{U}, 순간마법, 대상 주문의 조종자가 {X}를 지불하지 않으면 그 주문을 무효화한다. 지불하지 않은 경우 그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마나를 생산하는 대지를 모두 탭하고 그 플레이어의 마나 풀을 비운다.

상대방이 정체가 깔린 후에 내려놓은 언탭된 대지를 이용하여 시전한 주문을 무효화하면서 남은 언탭된 대지까지 효율적으로 탭할 수 있다.

그 밖에 Chronatog으로 턴을 건너뛰어 유지 비용 지불을 피하는 형태의 변형이 고안되었으나, 생물을 넣을 슬롯이 여의치 않아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2.4 변형

템피스트가 발매되면서 아이스 에이지 블록이 스탠다드에서 빠져나가 Force of Will과 Despotic Scepter가 없어져 첫 번째 정체를 공격적으로 깔기에는 부담이 늘어나게 되었다.

템피스트에서 추가된 Root Maze(나무뿌리 미궁)을 숙명 대신 넣어 상대방을 빨리 봉쇄하고 Squandered Resources(탕진한 재산)를 추가하여 유지 비용 지불에 여유를 주고자 한 Squandered Stasis가 제안되었으나, 색상 부담 및 유지 비용 지불에 어려움이 있어 원본보다 나은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템피스트에서 가장 크게 도움이 된 카드는 Propaganda(비난)이었다. 정체가 깔린 상황에서 상대방이 한 대라도 더 때릴 생각으로 작은 생물을 꺼내 공격하는 것을 막아주고, 또한 정체를 깔기 전에 상대방의 대지가 많이 탭되어 있을 가능성을 높여 줬다.

3 운영

상대방의 덱에 따라 세부 전략에는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아래와 같다.

  • 초반

이 덱은 대지 비율이 높아 도깨비 광산 없이는 필요한 주문 카드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므로 2~3 턴째 도깨비 광산은 필수이다. 첫 번째 정체는 2~4턴 정도 유지 비용을 지불할 수 있고 상대의 대지/생물이 충분히 탭되는 순간이 있으면 일단 무조건 깔고 본다. 첫 번째 정체 카드의 역할은 콤보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느리게 만들어서 내가 오래 살아남기 위한 것이다.

  • 중반

첫 번째 정체를 상대방 턴 끝에 부메랑 또는 Despotic Scepter로 해제했을 경우 내 턴에 모든 대지가 언탭되면서 승산은 높아진다. 혹시라도 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정체가 내 턴에 깨지고 상대 턴에 대지와 생물이 언탭된 경우는 얻어맞을 각오를 하고 몸으로 버티는 수 밖에 없고, 몇 가지 정말로 치명적인 Armageddon(아마게돈) 등의 주문만 Force of Will로 무효화한다.

  • 후반

숙명으로 콤보를 완성하면 그 시점에 남아 있는 상대방의 언탭된 대지만 탭 되면 게임은 끝난다. Feldon's Cane으로 적절한 시점에 상대방 서고보다 내 서고의 카드가 많도록 만든다.

4 평가

초기에는 상아탑과 Zuran Orb가 제한 카드이기는 해도 한 장씩은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초반에 많은 피해를 집중적으로 입힐 수 있는 덱 외에는 터보 스테이시스 덱을 이기기 힘들었으나, 이후 이들이 금지되고 상대방이 마법물체 대응 카드들을 도깨비 광산에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터보 스테이시스는 흑색 이외의 덱을 상대로는 승률이 점차 떨어지게 되었다. 덱에 대지 비율이 높기 때문에 도깨비 광산이 없으면 매 턴 뽑는 카드의 품질이 낮아지는 것이 터보 스테이시스의 결정적인 약점이었다.

특히 네크로 덱을 상대로도 어느 정도 승률을 올렸던 슬라이 덱의 경우 정체를 Red Elemental Blast(적색 원소폭발)로 깰 수도 있고, 정체가 걸린 상황에서도 Fireblast(화염폭풍)으로 한 방을 노릴 수 있어 터보 스테이시스를 상대로 승산이 높았다. 하지만 당시 절대적인 대세는 흑색이었고, 일반 청색 덱에 비해 디스카드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했기 때문에 터보 스테이시스는 "청색 없는 덱은 쓰지 않겠다"는 비남자 플레이어들에 의해 널리 사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6년 미국 내셔널에서 4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을 정도로 당시의 네크로 덱은 강력했고, 그러한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오늘날 오히려 네크로 덱보다 더 악랄한 덱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강속구 없이 인터벌과 컨트롤만으로 살아남은 성준이 욕먹는 것과 마찬가지

5판을 마지막으로 덱의 핵심인 정체가 이후 재판되지 않음에 따라 터보 스테이시스 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비남자 청색 사용자들에게는 한 시대를 완전히 장악했던 강력한 덱을 상대로 그 약점을 절묘하게 파고든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덱[1]으로, 그 외 진남 플레이어에게는 최악의 락킹 덱(locking deck)으로 기억되고 있다.
  1. WotC 기사에서도 메타게임의 원조이자 미국과 유럽 플레이어들이 합작하여 덱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최초의 사례로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