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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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molished Man

알프레드 베스터의 장편 SF 소설. 그의 첫 장편작으로 1회 휴고상을 수상한 작품이다.[1]

전체적으로 일종의 SF적 배경의 스릴러물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아무래도 50년대 작품이다 보니 작중에 묘사되는 24세기가 현재 독자가 볼 때에는 상당히 낡아보인다.

시대 배경은 24세기의 우주. 이 시대의 인류는 우주 진출을 완료했으며 ESP 능력까지 개발하는 등 물질적/정신적으로도 20세기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ESP 능력자들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데도, 작중에서는 능력자와 비능력자가 별 무리 없이 섞여 지내는 것으로 묘사된다. 물론 이런 에스퍼들에 반대하는 집단도 존재하지만 작중 인물들의 대부분이 고위층 인사이며 그들은 별 불만을 표하지 않는 걸로 볼때 하층민들이 불만이 가득한듯 하다.

주인공인 벤 라이히는 태양계의 경제 전체를 지배하겠다는 야망에 불타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 야망은 라이벌 기업의 존재로 인해 좌절되고 있었고, 그 와중에 밤마다 얼굴 없는 사나이가 나타나는 악몽까지 꾸게 된다.

노이로제에 시달리다 못한 벤 라이히는 자신이 구원받기 위해 라이벌 그룹의 회장을 죽여야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에 벤 라이히는 교활한 술책을 동원해 그 회장을 죽이는데 성공한다. 거의 완벽 범죄에 가까웠지만, ESP 능력자이자 경찰 총경이었던 링컨 파웰은 벤 라이히가 진범이라고 확신했다. 벤 라이히 또한 링컨 파웰이 자신을 의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태양계 최고의 부자인 벤 라이히와 경찰 조직 및 에스퍼 길드를 거느린 링컨 파웰이 쫓고 쫓기는 두뇌 배틀을 벌인다. 그리고 그 결말은...

제목과도 연관이 있는 파괴형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처음 단어를 보고 대부분이 상상한 것과는 다르게 개인의 자아만을 건드린다. 사실 그렇게 무시무시한 형벌이라기보다는 좀 심심하다라는 느낌이 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간의 육체만 필요하니 그 자아를 파괴하고 입맛대로 개조하는 셈이니 이것도 따지고 보면 꽤 잔인하다.

한국어판으로는 1996년에 시공사 그리폰 북스 1기 6권으로 출간한 강수백(김상훈의 필명) 역본[2]과 2003년 12월에 역시 시공사에서 그리폰 북스 2기로 출간한 김선형 역본 두 종류가 있다. 현재는 둘 다 절판 상태. 다만 김선형 역본은 알라딘에서 시공사와 계약하여 900부 정도를 추가로 뽑아낸 분량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판본은 베스터 특유의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연출[3]을 편집이 망치고 있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글자를 이용해 그린 그림이 한 페이지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두 페이지에 나눠 담는 바람에 그림이 깨지는 식이다. 이것은 본작에서 특히 돋보이는 요소 중 하나이자 베스터의 작가적 인장 같은 것이므로, 특히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되도록 절판된 김상훈 역본을 구해 보도록 하자.

참고로 김명민이 주역인 동명의 한국 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내용면으로도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 이 영화는 영어 철자부터가 'Man of Vendetta'다.
  1. 1회라서 별 권위가 없으리라 생각하면 오산. 당시 경쟁작 중에는 시어도어 스터전의 『인간을 넘어서』와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이 있었다! 그런데도 심지어 휴고상이라는 것 자체가 파괴된 사나이에 상을 주기 위해 생겼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 이것은 이 작품이 아니라 알프레드 베스터의 데뷔 단편소설이 상 받은 것에 대한 소문이다. 잘못 오해하지 말자!
  2. 앞표지에는 저자 이름이 폴 앤더슨이라고 표기돼 있는데, 이것은 편집 실수다.
  3. 작중 에스퍼들은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눌 때 자신의 언어적 사고를 구성하는 문자를 그림처럼 자유롭게 배치하여 시각적 이미지를 덧씌우곤 한다. 심지어 한 에스퍼는 시를 읊으면서 시어들로 그림을 만든 다음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를 두고 다른 에스퍼들에게 퀴즈를 내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