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가의 죽음

1 개요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서 제제와 교감하던 포르투가는 기관차 망가라치바(Mangaratiba)에 치여서 죽었다고 등장하는데, 이 죽음에 대한 논란이 약간 있다.

2 자살설?

포르투가는 정황을 보아서 자살했을 가능성도 높다.[1] 일단 포르투가는 차를 타고 가다가 기차에 치어서 차와 함께 박살난 듯 한데,[2] 차가 철도에 놓여져 있어야 할 이유가 있나? 바보가 아닌 이상 멀리서 달려오는 기차를 보고서는 철도 위로 차를 몰아갈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기적 소리도 장난 아니게 클 텐데. 실제로 작중에서 제제도 망가라치바 기차의 기적 소리는 정말로 요란하다고 했다. 그리고 제제가 회복 도중에 꾼 악몽에서 망가라치바 기차가 "내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라구."라고 말하는 꿈을 꾼 이후 제제가 깨어나서 계속 울었다고 하는 걸로 보아서 포르투가가 자살을 했고 자신은 그걸 막을 수 없었다는 것과 자신이 있음에도 포르투가가 자살이란 이기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한 한없는 무력감과 슬픔, 가장 소중한 사람이 이제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상실감을 느낀 듯 하다. 저때 포르투가는 제제에게 아버지, 어머니보다도 더 의지가 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실제 부모 이상의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하루 아침에 기차에 치여서 사망한다면? 며칠 곡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실제로 마지막에 취직한 아버지가 모처럼 제제를 무릎에 앉혔을 때 제제는 '이 사람은 내 아버지도 아닌데 왜 날 무릎에 앉혔을까, 내 아버지는 망가라치바가 치어 죽였는데...'라고 생각할 정도.

3 자살설에 대한 반론

위에서 자살설을 이야기하나. 또 작내 구성을 보면 근거가 부족한 것이 뽀르투가와 제제는 양자이야기가 오고 갈 정도로 친근한 상태였으며 포르투가 역시 제제를 끔찍히 아끼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자살을 했다는 것은 소설 전개상 정말 뜬금포이지 않을까? 또한 망가라치바의 이야기 역시 기차는 정해진 철로를 지나갈 뿐이며, 보통 기차가 지나가기로 예정 된 철로 위에 있는 사람이 잘못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의외로 철도건널목을 건너던 차가 고장나서 철도에 서 있는 상황에서, 마침 오던 기관차가 그 차를보고 경적을 울리는 바람에 운전자가 패닉에 빠져 다수의 사상자를 내는 사고도 드믈지 않다. 특히 수동기어 자동차는 철도건널목에서 시동이 꺼져버리는 일이 잦다. 1종 운전면허 시험 볼때 코스 중에 철도건널목 코스에서 시동 꺼트린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장내시험 하도 개판이 되어놔서 잘 모를듯[3] 열차는 그냥 정해진 곳을 정해진 시각에 지나갔을 뿐인데, 자신이 어찌 할 수도 없었던 사고를 가지고 살인자라는 소리를 들으니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할 수도 있겠다. 또한 시대적 배경으로 보았을 때 철도 건널목이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현대 대한민국이야 열차가 통과하기 이전에 땡땡 거리는 소리를 내며 차단기가 작동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은 1920년대[4]의 브라질이며, 그것도 잘 사는 동네가 아니다. 참고로 현재까지 브라질의 일부 대도시는 파벨라라는 빈민가를 중심으로 갱과 경찰의 시가전이 일어나는 동네다. 하물며 지방에는.. 1920년의 브라질은 제쳐두고서라도 한국 역시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하도 건널목 사고가 많아서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건널목 안전조치를 손보았을 정도였는데 더 말이 필요할까? 아무것도 모르다가 차가 철로 위에서 멈추고(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과는 달리 기차가 오기 전에), 기차가 보이지 않아 시동을 걸려다가 순식간에 다가온 기차에 끔살당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이다. 게다가 왜 다들 고려하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차의 브레이크가 고장났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브레이크가 고장나서 망가라치바를 보고도 피하지 못했다는 설명도 개연성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작중에서 뽀르뚜가는 자신이 좋아하던 뜨라우스 몬테스 근방으로 가서 여생을 평화롭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제제에게 밝힌 바가 있다. 이와 함께 '훨씬 이후의 일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으며, 본문에서 뽀르뚜가는 인생에의 염증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일절 표출한 바가 없고, 오히려 제제가 아버지에게 심한 매를 맞은 후 자살하겠다는 생각을 말린 자살에 대한 안티테제이다.[5] 마지막까지 제제와 함께 하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을 상기하면 위의 자살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설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기차가 자기 잘못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기차 혹은 기차에 관련된 무언가가 어떤 의지를 갖고 뽀르뚜가를 살해한 것이 아니며, 단순한 사고에 지나지 않았다는 맥락으로 파악하는 것이 적절하다.
  1. 제제가 한 말 중에 "그렇게 큰집에 혼자 산다니 이상하지 않아?"라고 한걸로 미루어 보아서 우울증으로 자살했을 가능성이 있다.
  2. 포르투가의 죽음을 두고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차도 박살 났다는 얘기가 있다
  3. 요즘에나 철도건널목에서 시동 꺼지는 사례가 보기 힘들지 한 20년 전,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KBS에서 철길건널목에서 시동이 꺼졌을 때의 대처요령을 공익광고로 내보낼 정도였다. 별 거 없고 그냥 당황하지 말고 반클러치로 빠져나가면 된다
  4. 작가의 자전적 소설임을 감안하면 작가가 1920년생이니 1926년
  5. 제제가 자기는 쓸모 없는 아이라며 망가라치바에 뛰어들겠다고 말하자 정말로 화내면서 네가 날 사랑한다면 그런 말하지 말라고 하고, 그날 밤 혹시라도 제제가 자살할까봐 망가라치바가 모두 지나간 뒤에야 집에 돌아갔다고 할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