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캡

Poly-cap

1 개요

프라모델 용어. 일본식 조어로, 건프라 등 관절가동식 프라모델에서 관절의 가동을 부드럽게 하고 마모를 줄이기 위해 관절 부위에 끼우는 부품을 말한다. 일종의 윤활제 역할. 경우에 따라 폴리부품, 연질부품이라고 하기도 한다.

재료는 일반적으로 폴리에틸렌(PE)으로, 프라모델의 주요 부품이 되는 폴리스타이렌(PS)보다 매끄럽고 질기며 신축성이 크다.

보통 대롱 혹은 홈통 모양을 기본으로 하고, 다른 부품에 결합시키기 위한 돌기(핀)이 붙어 있는 형식이다. 프라모델 설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보다 다양한 형태의 폴리캡이 나오고 있으며,[1] 반다이의 경우, MG 킷에 다수의 폴리캡이 사용되는데, ZZ건담 시리즈와 Ex-S건담 때 그 정점에 이르렀으며, 50종 이상, 100여개의 폴리캡이 포함되었다. PG의 경우 역시 많은 폴리캡이 사용되고 있다. 최신 MG 키트의 경우 후술할 폴리캡리스 기술에 따라 폴리캡의 수가 혁명적으로 줄어들었으며, 그래도 보통 한 박스에 20 종류 이상의 폴리캡이 포함되어 있다.

MG의 경우 보통 각각의 제품마다 새로 폴리캡 러너가 구성되지만, HG등급의 경우는 비슷한 시기에 나온 제품의 경우 공용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RE/100 등급의 경우는 모든 폴리캡을 3가지 규격으로 통합하였으며, 전반적으로 고정성이 좋아 호평을 받고 있다.

2 보급과 전성기

폴리캡이 사용되기 전에는 기본 소재인 폴리스틸렌 부품끼리 핀을 꽂거나 하여 직접 연결하였다. 이럴 경우 관절의 마찰이 커져서 관절이 닳거나 부러지기가 일쑤였다. 이 방식도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해서, 고급제품일수록 현대의 폴리캡과 같은 모양의 고정 부품을 따로 두게 된다. 또 핀을 꽂는 구멍을 'O'자가 아니라 'C'자 모양으로 해서 신축성을 주는 등의 다양한 고안이 있었으나,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최초로 폴리캡 도입은 1980년 반다이에서 발매된 1/60 건담이다. 1983년 반다이에서 발매한 "은하표류 바이팜" 시리즈부터는 본격적으로 로봇의 각 부위를 독립적으로 조립한 후에 끼우는 방식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현대에는 일반화된 조립 방식이지만, 80년대에는 킷을 완성하고 나면 관절을 빼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점차 폴리캡이 일반화되기 시작하여, 반다이의 경우 SD를 포함한 거의 전등급에 폴리캡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제작사들도 앞다투어 폴리캡을 도입하게 된다. 다만 회사에 따라 개발 수준은 차이가 커서, 군소업체의 경우 2010년대에 개발된 킷인데도 몇 번의 가동 후에 폴리캡이 찢어지는 등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3 단점

폴리캡이 프라모델의 가동성과 내구성을 향상시키고, 고급화의 길로 가게 하는 큰 역할을 했으나, 그 나름대로의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태생부터가 프라모델 생산 기술의 한계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모형이라는 측면에서, 리얼함을 포기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또 관절 가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폴리캡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장난감 같은 느낌을 주며, 도색도 잘 먹지 않는다.[2] 또 화학적으로도 취약해서, 알콜이나 신너 등의 용제에 닿으면 딱딱해지거나 찢어지기 쉬워지게 된다.

또한 은근히 생산에 고급기술이 필요하다. 재료가 완벽하게 배합되지 않으면 쉽게 끊어지고, 작은 충격에도 흠집이 생긴다. 상위 메이커의 제품이 아닌 이상은 형태가 뭉그러저셔 조립에 애로를 겪는 경우가 많다. 사이즈가 작다보니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리고 어린이가 멋모르고 주워먹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취급상 주의 요망.

4 폴리캡리스?

2000년 전후만 해도 폴리캡 기술이 프라모델의 가동성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였다. 이 시기 MG는 폴리캡 남발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최신 MG 키트보다 훨씬 많은 폴리캡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 이후부터 반다이에서는 ABS등 새로운 소재를 적극 차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오히려 폴리캡을 점차 줄여나가게 된다. 일명 폴리캡리스(ポリキャップレス). 2000년대 후반에 나온 MG의 경우 과거에 비해 관절 수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폴리캡의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이다. 2010년대 제품 중에는 아예 폴리캡을 쓰지 않고도 그에 상응하는 가동성과 고정성을 보이는 제품이 출시되고 있을 정도. RG골판지 전사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HG나 SD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ABS까지 쓰지 않는 폴리캡리스의 경우 PS 소재로 알려져 있는데, 기본은 플라모델 소체와 같은 폴리스틸렌이지만 첨가물의 성분비가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폴리캡리스는 2013년 현재에도 아직 실험 단계이며, 폴리캡리스 시대가 오는 것은 훗날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기술이 사용된 제품은 몇 번의 가동 이후에는 낙지관절이 되는 사례가 적잖이 발생할 뿐더러, ABS 재질의 경우 ABS끼리 연결된 관절은 시간이 지나면 서로 붙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차라리 폴리캡을 돌려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일본 2ch에서의 성토 목소리. 그리고 여타 메이커에서는 아직 폴리캡 기술 자체도 완성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폴리캡의 시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3]
  1. 보통 같은 스케일의 모델에는 공통으로 사용되는 폴리캡이 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여분의 폴리캡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모델러들이 많다.
  2. 최신 HG킷에서는 가동성을 약간 포기해서라도 폴리캡이 드러나지 않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예) HGUC 제스타.
  3. 당장 변형설계상 폴리캡이 없는 유니콘 건담을 보자. 무장을 달면 직립이 생각보다 힘들어지고, 이에 극에 달한것이 풀아머 유니콘페넥스. 다만 프리덤 건담 2.0을 보면 희망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