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스타일 중 하나.
흔히 디아블로 시리즈와 리니지로 굳어진 방식의 스타일로 Hack & Slash(자르고 베기)라는 이름 그대로 별 생각없이 몹을 잡고, 또잡고, 또또잡고, 또또또잡고…하면서 그냥 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류의 게임이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건 '게임 자체가 얼마나 재미있는가', 혹은 '그 외에 즐길 거리가 많은가'다. 예에서 든 디아블로는 어두운 분위기로 긴장감을 자아내고, 배틀넷으로 멀티플레이 지원과 아이템 모으는 재미까지 있으니 2가지 다 충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원래 이 용어 자체는 별로 좋은 뜻이 아니었다. 던전 앤 드래곤 TRPG 플레이어 중에서는 캠페인 그런거 싹 다 무시하고 던전 들어가서 몬스터를 죽이고 또 죽이고 또또 죽이고만 주구장창 하는 유저들이 있었는데, 이런 플레이어들을 "핵 앤 슬래시 스타일"이라고 부르던 게 시작. 1980년 D&D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 "드래곤 매거진"에 쓰인 표현이 처음으로 여기에는 이런 핵 앤 슬래쉬 유저들을 꼬집는 글이 있었는데 그 부분만 요약하면...
D&D와 AD&D에는 단순히 자르고 베는(Hack and Slash) 것 이상으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음모도 있고, 미스테리도 있고, 남녀의 로맨스도 있으니까, 캠페인에 맞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게 좋겠죠.
…이렇다. 캠페인 내용을 무시하고 그냥 던전에 처박혀서 몹잡고 사냥하고 아이템 줍는건 올바른 게임방식이 아니라고 말하는 거다. TRPG 자체가 여러사람이 둘러앉아 함께 이야기하면서 하는 게임이니까 그냥 핵 앤 슬래시만 하는 건 다른 사람들까지 무시해버리는 처사인 셈.
시간이 흘러 대세가 컴퓨터나 콘솔로 즐기는 CRPG 쪽으로 기울어진 후에는 핵 앤 슬래시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어차피 CRPG는 혼자서 하는 게임이다. '캠페인'에 해당하는 시나리오 파트는 컴퓨터가 알아서 처리해주니까 플레이어는 던전 마스터(진행자)나 동료들과 아웅다웅 할 필요없이 그냥 캠페인 따라 몹잡고 사냥하는데만 주력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이때만 해도 적어도 '스토리텔링'이라는 면은 존재했다.
이후 또 혼자서 즐기는 CRPG의 시대는 가고 인터넷이 깔리면서 흔히 온라인 게임으로 불리기 시작한 MUD와 MMORPG가 등장했다. 이들은 '다중 플레이어 롤플레잉' 이라는 이름 그대로 여러명이 함께 즐기는 게임이었다. 이 여러명의 실제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플레이한다는 점 자체가 강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결국 머드 게임과 1세대로 분류되는 MMORPG들은 이제 '알아봐야 별 도움도 안되는' 스토리텔링이고 뭐고도 없어지고 핵 앤 슬래시에 주력했다.
이런 핵 앤 슬래시의 단점이라면 '단조로워서 빨리 질린다'는 문제일 것이다. 이후 에버퀘스트로 시작해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으로 발전한 '시나리오형 MMORPG'의 길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포텐셜이 폭발했고, 이 영향으로 이후의 게임들은 대체로 단순한 핵 앤 슬래시보다는 게임의 시나리오나 여러가지 즐길 거리들을 추가해 핵 앤 슬래쉬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하는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핵 앤 슬래시 시대의 시작을 연 것도 블리자드고, 끝낸 것도 블리자드다.
현재 RPG 시장은 '어떤 방식으로 핵 앤 슬래시와 차별을 두는가'에 따라서 게임의 흥망이 갈리는 상황이다. 물론 전통적으로 핵 앤 슬래시 외에 할 게 없었던 액션, 아케이드 게임 같은 경우는 제외다. 또한 던전 크롤 같이 아예 대놓고 핵 앤 슬래시만을 하드코어하게 추구하는 게임도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