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 바분

Hysterocrates hercules

킹 바분과 함께 바분류를 대표하는 타란튤라. 헤라클레스란 관용명답게 거대한 크기와 킹 바분보단 덜하지만 못지않게 굵은 다리, 그리고 짙은 올리브빛의 중후한 발색 패턴으로 인기를 모으는 종이다.

그러나 생긴 것이 비슷해서인지 심심할 때마다 카메룬 레드바분과 싸잡혀 킹 바분과 비교하여 평가절하 당하는 신세이다(...). 이유는 생긴것도, 사육 방법도 비슷한 킹바분보다 다리 굵기가 덜 굵고, 크기가 더 작으며 비교적 구하기 쉬워서 그렇다는 모양. 당연하지만 이는 크나큰 오류이다. 다리 굵기가 덜 굵다고는 해도 비교대상인 킹바분이 워낙에 독보적인 사이즈다보니(...)[1] 생김새가 비슷한 헤라클레스 쪽도 킹바분 못지않게 튼실한 다리를 가지고 있고, 크기가 더 작다고들 하지만 성체 암컷을 기준으로 둘 사이의 크기 차이는 대동소이하다. 오히려 토고 산지의 개체는 킹바분보다 더 크다고 한다. 그리고 희귀도나 분양가는 정상적인 사육자라면 이걸로 개체간의 우열을 구분하지 않으며, 발색에 대한 선호도는 개개인마다 다른지라 논외이다. 거기다가 성장 속도가 무지막지하게 느린 킹바분과는 달리, 헤라클레스는 성속이 꽤 빠른 편이다! 오너멘탈처럼 뽕 맞은 성속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킹바분보다 2배는 빠르다.

그리고 이들의 우열을 결정지을 수 없는 큰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같은 속 내의 종도 아니고 아예 속자체가 다르다.[2] 이는 막말로 골리앗 핑크토골리앗 버드이터를 서로 비교하여 왜 핑크토는 골리앗보다 작고 약하나요?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킹 바분에 대해 정말로 꿀리는 점은 다리 굵기 하나뿐이다.

이와는 별개로, 헤라클레스도 킹바분 못지않게 사납고 예민하다. 그리고 극단적인 버로우 성향을 지녔다. 심한 경우는 헤라클레스 바분을 키우는 건지, 을 키우는 건지 헷갈릴 정도. 킹 바분과 마찬가지로 관상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며, 큰 덩치와는 달리 먹성도 별로 좋지 않다. 그래서 입문자용 타란튤라는 아니지만, 버로우성 타란 특유의 강한 생명력과 야성적인 사냥 솜씨를 자랑하는 녀석인지라 성격과 특성 등을 숙지했다면 타이 제브라와 함께 버로우성에 입문하기엔 훌륭한 선택이다.

여담으로 현재 애완시장에서 유통되는 '헤라클레스 바분'이 진짜 본종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학계에서 공인된 개체는 1900년 발견된 한마리가 전부인데다 Hysterocrates속 자체가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연구자가 보는 헤라클레스 바분과 매니아 관점에서의 헤라클레스 바분은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유럽에선 헤라클레스 바분이란 이름으로 키워지는 개체들은 진짜 헤라클레스가 아닌 카메룬 레드바분의 지역변이나 다소 작고 뒷다리가 두꺼운 Hysterocrates crassipes, 혹은 그 둘간의 교잡종이라 주장하는 브리더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동정이 불명확한 종을 단지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헤라클레스 바분으로 속여 분양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하자.
  1. 사육자들 사이에서는 유독 두꺼운 킹 바분의 뒷다리를 어그부츠라고 부르곤 한다. 그만큼 크고 아름답다는 뜻.
  2. 헤라클레스 바분과 카메룬 바분의 학명은 각각 Hysterocrates hercules, Hysterocrates gigas인데 킹 바분의 학명은 Pelinobius muticus이다. 속명부터 다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