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스 항공 522편 추락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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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5개월 전에 촬영된 사고 기체

정비사의 무신경함이 결국 12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


1 개요

그리스 항공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알려져 있으며, 에어 프랑스 358편 사건이 발생한지 겨우 2주일 만에 벌어진 참사였다. 목차 위에 적었듯이, 사소한 것 하나 때문에 120명이 죽었다는 결론이 도출되었고, 이 사고 때문에 키프로스에서 꽤나 전도유망하던 헬리오스 항공은 2006년에 망했다.

2 사고의 시작

헬리오스 항공 522편은 키프로스 남부에 있고 키프로스에서 제일 이용객이 많은 라나카 국제공항을 출발해 아테네를 거쳐 프라하로 갈 예정이었다. 2005년 8월 14일, 오전 9시에 522편은 승객과 승무원 121명을 태우고 라나카를 출발했다. 승객은 주로 키프로스인 9 : 그리스인 1의 비율이었으며 승무원은 키프로스인 4명, 독일인 1명, 그리스인 1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륙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정상적이었다. 아니, 고도 높이는 것까지도 정상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522편이 열심히 상승하는 와중에 시작되었다.

사고기가 고도 12,000피트(약 3,650m)에 이르자 갑자기 기내 여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등이 조종실에 들어왔다.

하 지 만

조종사들은 이건 일상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1] 이 때 최초의 문제점을 발견해낼 기회가 있었지만, 여기서 사태 인식이 되지 않으면서 결국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3 실신

그럼에도 522편은 아무 문제없이 고도 26,000피트(약 7,850m)를 넘어섰다. 이 때쯤에도 계속 여압 관련해서 문제가 있다는 경보가 들리자, 조종사들은 헬리오스 항공 지상지원팀에 연락을 하여 문제를 알아내려 했다. 그 사이, 승객들이 먼저 어지러움 증상을 느끼고 있었고, 산소 마스크가 내려오면서 승객들도 뭔가 문제가 심각함을 알아채게 되었다.

지상지원팀은 객실 여압장치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라는 조언을 조종사들에게 건넸지만, 대답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실상은 이러했다.

기장이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알아내러 객실로 가려다가 산소 부족으로 실신했고, 부기장도 기장 실신 직후 같이 실신했던 것이다.!!!!!!그럼 비행기는 어떻게 비행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자동운항의 힘이었다. 즉, 조종사들은 이미 기절한지 오래인데 비행기는 자동운항으로 잘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교신이 전혀 안 되는 상황에서 522편은 지중해를 가로질러 그리스 영공에 들어오고, 관제사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되자 긴급히 그리스 공군F-16 전투기 2대를 522편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급파시켰다.

4 유령화된 비행기와 마지막 생존자

발진한 F-16 전투기 2대는 522편 옆에 바짝 붙어서 객실 안을 보았는데, 산소 마스크가 내려와 있고, 승객들은 마스크를 썼지만 전부 실신해있었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쯤 되니까 조종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관제사는 전투기 1대를 522편 전방으로 보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파악하게 했다. 전투기가 조종실이 있는 기수쪽으로 다가서서 확인해 보았더니 조종실에 기장석은 비어 있었고 부기장은 자기 자리에서 기절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웬 남자 1명이 조종실에 들어와 조종간을 잡았다. 하지만 전혀 통신이 이뤄지지 않았고, 아래로 내려간다는 손짓을 전투기쪽에 보여준 후 엔진이 꺼지기 시작하면서[2] 그대로 522편은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리스 시간 오후 12시 4분경, 아테네 근처 그라마티코 언덕(Grammatiko)에 헬리오스 항공 522편은 추락하고 말았다. 아무도 생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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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의 시간에 따른 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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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의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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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의 비행궤적

5 사고 원인 조사

구조팀과 조사팀이 모두 현장으로 급파되었다. 시신을 수습하고 사고 조사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찾아 나섰는데, 조종석에 설치되는 패널의 일부분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게 결정적 단서가 되었다.

조사관들이 발견한 패널의 부분은 기내 여압 조절 스위치였다. 평소에는 이 스위치가 자동(Auto)에 맞춰져 있어야 하는데 사고기는 수동(Manual)에 맞춰져 있었다. 이게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스위치가 왜 수동에 맞춰져 있었는가를 조사해 봤더니, 아침에 기체를 정비하던 정비사가 이걸 수동으로 맞춰서 여압 테스트를 하고 이상이 없음을 발견한 후 다시 스위치를 자동으로 돌려놓는 것을 까먹고 돌려놓지 않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조종사들이 어떻게 하면 실신할 수 있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그리스 조사관들은 기상천외한 실험을 하나 하기로 했다. 즉 사고기와 똑같은 기종의 기체를 다른 항공사에서 빌려와서 실험을 했다. 물론, 안전장치를 추가로 설치한 후에 실험을 했다. 이는 항공 사고 수사대에서도 나오는 장면이다.

실제로 이륙 직후 여압 조절을 수동으로 돌리고 고도 3,000m를 넘어가더니 경고가 그대로 울렸다. 그리고 고도 7,000m를 넘기자 승객들이 어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게 다 산소가 적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사고기와 똑같은 보잉 737-300에는 승객석에만 산소 마스크가 자동으로 내려왔다. 정작 중요한 조종석에는 산소 마스크가 자동으로 나오는 장치가 없었다.[3] 그리고 승객도 사람인데 어지러움을 느꼈다면, 조종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추측을 했다. 이 때문에 지상지원팀이 말했던 여압장치 패널을 끝내 발견해내지 못하고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승객들은 왜 실신했는가? 산소 마스크의 산소 분량은 12분을 버틸 수 있는 양이었다. 이는 문제발생시 조종사가 최대한 빨리 강하하여 내려올 수 있는 시간이 최대 12분이기 때문에 그렇게 설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고에서 조종사들은 내려오기는커녕 실신한 상태로 자동운항에 맞춰서 비행을 하는 상황이라 이게 다 쓸모가 없었다.

6 마지막에 조종석에 들어왔던 그는?

한편, 전투기들이 다가왔을 때, 조종석에 한 남자가 들어와 기장석에 앉아서 비행기를 조종하려 했다. 하지만 조종할 방법이 없었고, 결국 추락을 면하지 못했다. 그 남자는 바로 승무원 안드레아스 프로드로무(Andreas Prodromou)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했더니, 1차적으로는 여분의 산소 마스크[4]에 의지하다가 이후 승무원용 캐비넷에 설치되어 있던 비상용 산소 탱크로 의식을 유지하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게다가 그 프로드로무는 스쿠버다이버 경력이 있는데다가 키프로스 특수부대 출신이었다.

프로도로무는 영국 상업 운항 면장(UK CPL)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헬리오스 항공 522편과 같은 B737에 대한 면허는 없었고, 주파수가 달라 아테나 관제소 등과 교신하지 못했다. 결국 비행기의 연료가 다 떨어지면서 전투기에게 내려간다는 수신호만 남기고 사고기는 추락한 것이었다. 프로도로무 혼자만 기절하지 않고 있었고 조종석에 있었던데다가 구조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조사 초기에는 그가 테러조직의 일원으로서 모든 사람을 기절시키고 비행기를 추락시킨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주파수를 맞추지 못해서 교신이 되지 않았을 뿐 여러 차례 구조신호를 보내려고 했고, 비상용 산소탱크로 기절한 조종사를 깨우려고 시도하는 등[5] 그는 비행기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음이 밝혀졌다.

7 결론

이 사고로 인해 그럭저럭 잘 살던 헬리오스 항공은 그대로 망해 버렸다. 사고 다음 해인 2006년 운항이 정지되고 파산했다. 한편 보잉도 결국에는 소송에 휘말리고 말았다. 그리고 2013년 현재도 소송은 진행형이다.

8 기타

항공사고 수사대 시즌 4에서 유령 비행기로 나온 에피소드이며, 디스커버리 채널에서도 이 사고를 다루었다.

2011년 7월 7일 제주항공 107편과 2015년 12월 23일 제주항공 101편에서 유사사고가 발생할뻔했다. # #
제주항공 조종사들은 이륙 전, 이륙 후, 1만피트 체크리스트에 기내여압장치 설정 확인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크리스트를 대충 씹고 비행했다는 것이다.

  1. 여압장치에 문제가 있을때 나오는 경고음은 다른 보통의 경고음과 똑같아서 조종사들이 즉각 원인을 찾기 힘들었다. 게다가 산소가 부족하면 사람의 인지능력은 눈에 띄게 떨어진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스스로는 거의 알아채지 못한다. 그런상황이라 더욱 원인 파악이 힘들었을 것이다. 추측이지만 후에 나오는 안드레아가 교신 주파수를 찾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2. 조종 실수 때문이 아니라 연료 고갈 때문이었다.
  3. 조종석에는 특별히 마련된 마스크가 있다. 737이던, 777이던 조종석은 자동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4. 비행기에 설치되는 산소 마스크는 실제 승객수보다 약간 더 많이 설치된다. 게다가 사고기는 승객이 모든 좌석을 채우지 않은 상황이어서 마스크 숫자는 여유가 많았다.
  5. 산소탱크의 마스크 부분에서 조종사의 DNA가 검출되었기 때문에 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수십분 가까이 저산소 상황에 처해 있었기에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