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陣殺人事件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하나.
1 개요
"나는 정의, 아니 진리의 편에 설 것입니다"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최초의 사건
명망 높은 여관 '혼진'을 지켜온 마을의 지주 이치야나기 가문의 장남 겐조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옛 소작농의 딸 가쓰코와의 결혼을 강행한다. 혼인 첫날 밤, 별채 신방에서 심상치 않은 비명에 이어 섬뜩한 거문고 소리가 들리고 완벽한 밀실 안에서 신랑 신부는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된다. 전날 마을을 찾아온 세 손가락의 사내가 용의 선상에 오르지만 경찰은 속수무책이다. 가쓰코의 숙부 구보 긴조는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이치야나기 사람들이 못미더워 이제 막 사설탐정으로 이름을 알린 긴다이치에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달라고 부탁하는데… |
국내에선 소년탐정 김전일의 주인공 김전일(긴다이치 하지메)의 할아버지로 유명한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데뷔작. 무대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의 일본이다. 시기적으로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에서 가장 앞선다. 요양차 마을에 이사 온 어떤 미스터리 소설가가 과거에 있었던 '혼진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에 대한 자료를 모아 소설을 쓴 걸로 되어 있다.
요코미조 세이시 특유의 기괴한 분위기가 이 작품에서부터 빛을 발하며, 마지막의 기계 트릭이 인상깊게 남는 명작. 혼진(本陳)이란 에도 시대 일본에서 영주가 참근교대를 위해 에도를 오갈때, 영주가 머물던 저택을 의미하며, 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책(시공사판) 내에는 혼진 살인사건과 함께 '흑묘정 사건',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이누가미 일족과 유사하다)'의 두 중편도 같이 실려있다. 참고로 '흑묘정 사건'과 '혼진 살인사건'은 둘 다 한 미스터리 소설가(통칭 Y씨)가 자료를 토대로 썼다는 게 분명히 드러나 있는데, 그 소설가는 다름아닌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 본인을 의미하는 듯하다.
2011년 9월에 시공사에서 정식 출간[1]되기에 앞서 동서문화사의 동서 미스테리 북스에서 '혼징 살인사건'이란 제목으로 2003년에 출간된 바가 있으며 이 판본에는 긴다이치가 등장하지 않는 '나비부인 살인사건'도 함께 실려있는데 나비부인 살인사건 쪽이 내용이 더 많다. 사실 이 동서 미스테리 북스라는 게 예전 70년대에 정식 라이센스 없이 마구잡이로 번역해 출간하던 거를 요새 정리하여 다시 출판한 거기 때문에 번역이 병맛난다.
동서문화사에서 출간된 판본은 좀 오래된 책이라서 번역이 조금 이상하지만 들어있는 2편 다 충분히 재밌는 소설. 혹시 도서관에서 찾는다면 같은 출판사에서 낸 마쓰모토 세이초나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들도 읽어보길 바란다.
2 등장인물
- 이치야나기 가문
- 이치야나기 이토코 :이 마을 지주인 이치야나기 본가의 미망인.
- 이치야나기 겐조 : 이토코 여사의 장남. 학자. 40세.
- 이치야나기 류지 : 이토코 여사의 차남. 기혼으로, 오사카에 살고 있다. 35세, 의사. 결혼식 다음날 고향에 도착했다.
- 이치야나기 사부로 : 이토코 여사의 삼남. 25세, 무직. 상당히 교활하며, 마을에서 현 이치야나기 가 사람 중 가장 평판이 나쁘다.
- 이치야나기 다에코 : 이토코 여사의 장녀. 사건 당시에는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었다.
- 이치야나기 스즈코 : 이토코 여사의 차녀. 18세. 허약하고 지능이 낮은 소녀. 거문고 연주 실력이 뛰어나다.
- 이치야나기 료스케 : 겐조의 사촌. 38세. 학력은 낮지만, 영리하며 세상물정에 밝아 유능한 인물.
- 이치야나기 아키코 : 료스케의 아내. 순종적인 여성으로, 료스케와의 사이에 아이가 3명 있다.
- 구보 가문
- 구보 긴조 : 가쓰코의 삼촌이자 보호자. 성공한 사업가. 긴다이치 코스케의 후원자.
- 구보 가쓰코 : 긴조의 조카. 여학교 교사, 25세.
- 기타
- 긴다이치 코스케 : 긴조의 의뢰로 온 탐정.
- 시라키 시즈코 : 가스코의 친구. 오사카에 있는 어떤 학교의 교사.
- 이소카와 경부 : 수사 주임.
- 세 손가락의 사내 : 이치야나기 저택의 위치를 묻던 의문의 사내.
3 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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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겐조였다. 가쓰코를 죽이고, 거문고 실을 이용한 장치로 자살한 것.[2] 아내가 될 가쓰코가 사실 처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자 강박적인 겐조는 그녀와 결혼하기 싫었으나,[3] 집안 사람들 대부분이 반대한 결혼을 반쯤 자신이 강행한 거였기 때문에 이치야나기 가의 후계자로서 자존심이 강했던 그는 파혼할 경우 친척들에게 비웃음 당할 것을 두려워하다가 결혼식 날 가쓰코를 죽인 뒤에 타살인 척 자살하면 될 거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트릭 대부분은 미스터리 마니아인 사부로가 내주었다.
겐조가 자살한 뒤 타살인 척 위장하려고 어떤 시체로 장치를 실험하고 있을 때 우연히 사부로에게 들켰는데, 겐조는 처음엔 사부로를 죽이거나, 협박할 생각이었던 듯하나 친동생을 해친다는 거에 내심 겁을 먹었는지 타살인 척 자살할 생각이라고 고백한 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사부로는 겐조가 살해당한다면 류지가 집에 없는 상태라서 자신이 의심받을 것이므로 싫다고 말했지만, 겐조는 자신이 자살하면 겐조가 사망할시 사부로가 받게 되어 있는 보험금 5만엔을 받을 수 없게 될 텐데 괜찮냐고 물었다. 사부로는 겐조가 계획을 실행하는 날, 자신이 의심받지 않도록 알리바이를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고는 협조하기로 한다. 겐조가 결혼식 날, 사부로더러 작은할아버지 이헤에를 댁까지 모시고 가라면서, 너무 늦으면 굳이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지 말고 이헤에의 집에서 하루 묵고 와도 된다고 말한 건 사부로에게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원래 사부로가 짠 트릭은 다른 곳에서 온 수상한 인물이 방에 침입해 겐조가 살해당한 걸로 생각하게 만드는 게 목적[4]이었지만, 뜻하지 않게도 결혼식 당일에 눈이 오는 바람에 당초 계획과 달리 밀실살인이 되었다.
긴조가 이치야나기 가 사람들을 의심하게 된 첫번째 이유는 살인사건 다음날 나타난 류지를 봤을 때 그가 마을로 오던 중 탔던 열차에서 본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걸 알아봤으나, 류지 본인은 '이제 막 도착했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류지는 긴조를 알아보지 못했다). 류지가 거짓말을 한 것은 며칠 전, 겐조가 류지더러 결혼식 날 절대로 오지 말라고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류지는 도리어 겐조의 말이 마음에 걸려서 학회 일을 빨리 마치고 고향으로 출발했지만, 형이 강경하게 말한 거 때문에 결혼식 날 나타나면 화를 낼 거라 생각했는지 이웃마을에 있는 이헤에의 집에 머물었다. 그러다 형 부부가 결혼식 날 밤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류지는 작은할아버지 이헤에, 동생 사부로와 의논해서 다음날 아침에 도착해 이헤에의 집에 들렸다가 소식을 들었다는 걸로 이야기를 맞추기로 하고 집으로 왔던 것.
겐조와 사부로가 범인인 척 오인하게 만든 세 손가락 남자는 이치야나기 가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으며, 단지 그 곳을 지나가던 사람이었다. 이름은 시미즈 교키치. 그의 목적지는 고모가 살고 있는 히사 촌으로, 초행인지라 가는 길을 몰랐으므로 여러 사람들에게 히사 촌으로 가는 길을 물었는데, 그런 과정에서 '이치야나기 저택이 어디있는지 물어봐라. 이치야나기 저택 앞길을 곧장 가면 산 너머 히사 촌이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치야나기 저택 근처에 왔을 땐 사람들에게 그 저택이 어디있느냐고 물었다. 이 때 우연히 그 저택에서 곧 결혼식이 있다는 말을 들었으므로, 단순한 호기심에 저택을 지나치지 않고 안을 들여다 봤을 뿐이었다. 하지만 낯선 사람인데다, 워낙 몰골이라서 그를 본 마을 사람들은 기분 나쁘게 생각하거나, 혹은 수상한 인물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는 고개를 넘기 전 휴식을 취하려고 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안 좋게 본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뒤쪽 벼랑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몸이 워낙 약해진 상태였었기 때문에(그가 고모 집으로 가기로 한 이유는 요양을 위해서였다), 벼랑에 올라간지 얼마 되지 않아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했다. 겐조는 우연히 이 시체를 발견하고, 시체를 숨긴 채 얼마 간 실험 도구로 삼았다. 사부로는 겐조의 일기장에서 겐조가 대학시절 '평생의 원수'라고까지 하면서 증오했던 한 친구에 대한 언급을 읽고는, 수상한 세 손가락 남자를 '원수라고 부를 정도로 겐조와 사이가 나쁜 인물'로 다른 사람들이 착각하도록 편지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이 남자의 한쪽 손목을 잘라 시체와 별개로 갖고 있으면서 지문을 만들어두기도 했다. 어찌 보면 이 사건의 최대피해자.
- ↑ 책 띠지에서 '국내 최초 정식번역판'이라는 문구를 써서 대놓고 동서문화사를 디스했다(...).
-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거문고 실을 집 바깥 물레방아의 축에 묶어두고, 다른 한쪽을 별채 창문을 통해 안으로 끌여들어와 칼에 묶어 둔 것이다. 새벽에 곡식을 찧으러 온 사람이 물레방아를 작동시키기 시작하면, 물레방아의 축이 돌아가면서 별채 안에 있던 칼이 창문을 통하여 자동적으로 바깥으로 나간다. 미리 설치해 둔 거문고 굄목에 의하여 팽팽해진 줄이 역시 미리 나무에 꽂아둔 낫에 의해 끊어지면서, 칼은 날아가서 별채 바깥 뜰에 박히게 된다. 나머지 거문고 줄은 물레방아 축에 감기게 되지만, 물레방아 축에는 굵은 밧줄이 감겨있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다.
- ↑ 묘사를 보면 극단적인 결벽증이 있었던 듯하다. 손님이 돌아가면 손님이 있던 자리와 만겼던 것까지 닦아냈다고.
- ↑ 일단 사부로의 말로는 겐조가 가쓰코를 죽일 생각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기에 짐작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고 있어도 참여하지 않았을지는 의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