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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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ight was young, and so was he. But the night was sweet, and he was sour."

1 개요

원제는 Phantom Lady.

1942년에 출판된 윌리엄 아이리시[1] 의 대표작이자 한국과 일본에서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Y의 비극과 함께 세계 3대 추리소설로 손꼽히는 고전명작이다. 일본에서는 에도가와 란포가 절필을 강요받던 시기, 이 소설은 꼭 번역되야한다고 잡지에 칭찬하는 글을 실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유부남인 스코트 헨더슨은 아내인 마셀라랑 오랫동안 사이가 나뻐져 말만 내외지, 서로 남남처럼 지내다가 사귀던 애인인 캐롤 리치몬과의 결혼을 하기 위해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지만 거절하는 아내와 다투고 집을 나와서 처음 보는 여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서로 이름도 사는 곳도 묻지 말자고 약속하고 극장과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는 살해당했고, 당연히 스코트는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2] 스코트는 항변하며 그 밤 자신들의 모습을 보았을 증인들-바텐더, 극장 도어맨, 택시기사, 드럼 연주자, 거지 등등 모든 사람들을 형사들과 함께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붙들고 물어보지만, 어째서인지 그 여자를 기억하는 사람은 스코트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사형 집행 날짜는 계속 다가오고, 스코트의 주변 사람들은 그의 누명을 풀어주고자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그가 만났다는 여자를 찾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추리 소설의 형식을 취한 듯하지만, 추리보다는 서스펜스 장르의 작품이다.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제대로 된 추리와 기묘한 서술 트릭을 기대하고 봤다가는 크게 실망할 수 있으니 주의. 작가인 윌리엄 아이리시가 서스펜스 묘사에선 최강으로 꼽히는 작가이고, 그런 점 때문인지 이 작품은 역대 가장 서스펜스가 강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그리고 뉴욕 밤거리를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묘사한 게 일품이다.

2 등장 인물

  • 스코트 헨더슨 : 주식중개인. 바람을 피워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다. 아내와 극장 쇼를 보러 가기로 한 날, 대판 싸우고 홀로 거리에 나섰다가 한 여자를 만나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자신의 넥타이로 목이 졸린 채 발견된다. 아내의 살인범으로 몰린 그는, 감옥에 갇혀 사형 집행일만 기다리는데...
  • 환상의 여인 : 스코트와 카페에서 만나 공연을 보고 난 후, 사라진 의문의 여자. 롬버드와 캐롤, 버지스가 그녀를 찾으려 한다.
  • 마셀라 헨더슨 : 스코트의 아내. 스코트와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사실상 혼인관계는 예전에 파탄난 상황이였다. 첫 번째 피해자.
  • 잭 롬버드 : 스코트의 친구. 남미의 정유회사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으나, 스코트가 도와달라고 하자, 회사에 장기휴가를 내고 친구를 위해 나선다..
  • 캐롤 리치몬 : 스코트의 애인. 스코트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 노력한다.
  • 버지스 : 형사. 스코트가 아내를 죽인 진범이 아닐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진범을 추적한다.
  • 제리 : 롬버드 교환소의 알바.
  • 안젤모 : 카페 '안젤모'의 지배인.
  • 피트, 토미, 미트리 맬러프 : '안젤모'의 바텐더.
  • 로저 애슐리, 레이번 부인 : '안젤모'의 손님들.
  • 멘도자 에스텔라 : '카지노 극장' 배우
  • 엔리코 : 멘도자의 하녀.
  • 윌리엄 : 멘도자의 운전기사.
  • 클리프 밀번 : '카지노 극장'의 드럼 연주자. 피해자.
  • 바이클 오배넌 : '카지노 극장'의 도어맨.
  • 앨 엘프 : 택시기사.
  • 버드 하키 : '선라이즈 택시회사'의 택시기사.
  • 죠, 타니, 더치, 그레고리 : 형사들.
  • 케티샤 : 의상 디자이너.
  • 루이스 : '케티샤'의 직원.
  • 매지 페이튼 : '케티샤'의 바느질 아가씨.
  • 마지 페이튼, 마르거리트 페이튼, 마그다, 마르고 : 모자 봉제공들.
  • 피에레트 더글러스 : 마르거리트에게 모자를 제작한 의뢰인. 피해자.
  • 하스콤 : 마르거리트 집주인.
  • 조지 : 호텔 보이.
  • 딕시 리 : 배우.
  • 도리 골든 : 옛 여배우.

3 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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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바로 롬버드였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다니. 롬버드는 맞바람을 피고 있는 마셀라와 불륜 관계에 있었는데, 마셀라가 결혼 후의 안정된 기반을 요구하자 돈을 벌기 위해 남미 정유회사로 5년 계약으로 떠났던 것. 롬버드는 남미에 신혼집을 차려두고 마셀라를 데리러 왔는데, "내 말을 믿었냐? 내가 왜 그 시골에 가서 살겠냐? 여기서 헨더슨 등골 빨면서 살거다. 깔깔깔." 하는 마셀라를 보고 빡쳐서 죽여버리고 만다(…). 이런 식으로 많은 남자들을 농락했으나, 결국 다혈질인 롬버드에게 살해당하고 만 것. 버지스 형사는 롬버드의 말을 듣고는 마셀라에게 정신질환이 있다고 생각했고, 헨더슨은 자신을 사실상 살해하려 한 롬버드에게 동정심 비슷한 감정을 가졌을 정도. 롬버드가 왜 헨더슨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했냐면 마셀라가 자길 거절한 게 남편을 사랑하던 마음이 들었다고 멋대로 생각해서. 이에 질투가 생겨 친구인 헨더슨까지 죽여버리게끔 범인으로 몰았던 거였다.[3]

롬버드는 마셀라를 죽인 직후 헨더슨을 쫒아나가 어떤 여자와 하루를 보낸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헨더슨이 여자와 헤어진 후에, 그 여자의 뒤를 미행하여 여관에 묵은 것을 확인한다. 이후 죄를 스코트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목격자들을 돈으로 매수해서 헨더슨이 만난 여자에 대해 증언하지 못하게 하고(그래서 다들 거짓말을 한 거였다), 여관으로 돌아와 여자를 죽이려 하지만 여자는 여관에서 묵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잠시 쉬어간 것 뿐이였다. 결국 여자를 찾아 헤매나 결국 찾지 못하고, 남미로 가는 배도 놓쳐서 비행기를 타고 중간기항지에서 배를 타고, 일말의 불안감을 남긴채 미국을 영영 떠날 생각으로 떠나버린다.

그런데 헨더슨이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내자, 당당히 그녀를 찾을 수 있게 되었으니 불안감을 제거하기 위해 당장 미국으로 달려온다. 그리고 그녀의 존재를 증명해 줄 두 명은 우연으로 가장해 살인까지 하지만, 정작 그녀는 찾지 못했다. 결국 갖은 고생 끝에 사형집행일이 되어서야 그 여자를 찾게되는데, 그 여자가 마음을 고쳐먹고 증언을 하겠다고 하자 인적 드문 곳으로 데려가 죽이려고 하다가, 그것이 버지스 형사가 꾸민 함정이였기에 붙들리고 만다. 버지스는 배를 놓쳤던 기록을 보고는 수상하다고 여기고 있었다가, 거지를 살해했을 때 롬버드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헨더슨의 애인인 리치몬을 그 환상의 여인으로 가장시켜 함정을 판 것이다.

그리고 범인 못지 않게 정체가 의심스러웠던 헨더슨이 만났던 환상의 여인은, 치매의 종류로 보이는 정신착란으로 병원에 들어간 상태였다고 나온다(…).

4 비판

사실, 반전이 강렬하기는 하나 그만큼 구멍이 꽤 크게 있는 작품이라 서스펜스가 아닌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었다면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분명히 어떤 처음 만난 여자와 데이트를 했는데, 아무리 탐문조사를 해도 누구도 그 여자를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주인공도 하루 저녁을 내내 같이 보낸 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 머리 색깔, 입은 옷, 체격, 눈동자 색, 등등 - 기억하지 못한다.[4] 이 정신 나간 상황 설정이 작품의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요소이고, 독자들은 당연히 어떻게 이런 트릭이 가능할까 열심히 고민하면서 작품을 읽게 되는데, '사실 롬버드가 범인이었습니다!' 하고 작품이 끝나 버리니 그저 멍해질 따름. 돈으로 매수를 했다는 설정이긴 한데, 롬버드가 매수한 건 고작 서너 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게 경찰의 탐문조사 대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영수증 따위를 어떻게 조작했는지도 제대로 설명이 없고, 정황상 여자를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도, 경찰의 조사 대상은 롬버드가 매수한 사람들로만 정확하게 한정된다. 게다가 대체 주인공이 왜 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이렇다보니 현재 미국에서는 그냥 옛날 추리소설 하나로 대충 알려지고 묻혀졌다.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앞서 서술한 대로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지 미국이나 서구권에서는 이젠 잊혀진 소설이라 책도 절판되었다.

5 한국판

80년대 KBS 미스터리 극장에서 극화된 적이 있다. 무대만 서울로 바뀌었고 감옥에서 목사랑 맞짱뜨는 장면 등의 세세한 재미를 제외하고는 의외로 원작과 비슷하고 서울의 밤거리를 몽환적으로 묘사한 걸작.

KBS2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 중 나현희를 주연으로 한 에피소드로 만들어졌는데, 전체적인 얼개와 범인은 똑같지만 디테일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우선 스코트의 무죄를 증명하려고 하는 캐롤은 스코트의 여동생으로 바뀌었으며 심지어 롬버드와 연인으로까지 발전한다(...)

또한 범죄를 저지른 동기가 불륜이 아니라, 주식 정보를 스코트의 아내에게 알려 줬는데 정보가 엉터리인 탓에 주식이 폭삭 망해서 궁지에 몰리자 죽인 것으로 나온다. 피해자들을 죽인 트릭도 바뀌었는데 우연한 교통사고로 죽은 바텐더는 롬버드에게 칼 맞아 죽으며, 원작에선 죽지도 않는 택시기사(김희라)가 오히려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살해당한다. 환상의 여인 정체도 롬버드의 숨겨진 애인으로 바뀌었으며, 롬버드의 손에 죽는다.

그리고 롬버드도 자살한다.
  1. 본명은 코넬 조지 호플리 울리치(Cornell George Hopley-Woolrich, 1903년 12월 4일 ~ 1968년 9월 25일)이다.
  2. 1940년대 작품이기에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라면 사방팔방에 널린 CCTV에 모습이 찍혀 알리바이가 곧 증명되었을 테니(...)
  3. 이 말에 헨더슨은 "롬버드가? 그렇게 악랄해지다니...옛날에 안 그랬는데...."라고 도저히 믿지 못하는 반응을 보이자 버지스 형사는 남미 밀림에 살다보니 야만적인 마음이 들었던 거 같다...라고 편견 섞인 말을 대충 한다(...).지역드립 쩌네
  4. '그저 아주 평범했다'고만 진술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