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만화

1 개요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만화. 반댓말로는 컬러(Color) 만화가 있다. 컬라가 인쇄되기 용이하지 않았던 옛날엔 만화를 찍기 위해선 흑백으로 찍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만화 자체를 흑백으로 그릴 수밖에 없었던 데서 생겨났다. 물론 컬러 만화 인쇄가 쉬워진 요즘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 양산형 학습만화도 전부 컬러판인 세상이다. 컬러판보다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흑백만화의 단점으로 흑백으로 인물을 그리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다거나, 현실감이 부족하다는 등의 사항들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이는 단순히 흑백만화 표현에 걸맞는 연출과 작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지 흑백만화의 단점과는 무관한 부분이다. 이러한 논리를 역으로 적용하면 컬러만화 작화는 흑백만으로는 인물을 구분할 수 없고, 흑백의 펜선만으로는 현실감이 살려내기 어렵기 때문에 컬러를 칠하는 것이라는 식의 해석도 가능한데 물론 그렇지 않다.

웹툰의 경우 마사토끼의 만화나 이말년씨리즈 같은, 그림이 아닌 내용을 보는 종류의 만화는 흑백이든 컬러든 별 상관없다. 그리고 프로 만화가가 아닌 경우에는 개인의 역량이나 시간 문제로 흑백으로 연재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런 작품들이 정식 연재로 넘어가면 컬러로 다시 연재된다. 대표적으로 바다이야기.

인쇄의 얘기까지 가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컬러 인쇄를 하는 경우 제작 단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일본의 경우 대다수의 만화가 컬러를 사용하지 않고 흑백으로 나오는 이유가 이것이다. 만화잡지는 거기에 더해서 단가를 낮추기 위해 종이의 질도 재생지 등 하급의 종이를 사용한다. 물론 단행본으로 가면 종이의 질은 올라간다.

그래서 컬러까지 인쇄해야 하는 국내의 웹툰 단행본들은 가격이 만만치 않게 높게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국내의 컬러 단행본들은 일본처럼 쉽게 소비되고 구입하는 저가 정책이 아닌 소장본 등 고급화 정책을 지향하고 소비 계층 공략 또한 그에 맞춰져 있다. 학습만화 등도 구매층이 확실한 이상 그런 고급화 정책을 따라가고 있으므로 컬러로 인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만화는 태생부터가 대중문화이고 기본적으로 빠르게 생산되며 소비되는 문화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고급화 전략도 곤란한 점이 있다. 또한 작품성 위주의 만화들은 오히려 역으로 흑백만화인 경우도 많다.

2 서구만화는 모두 컬러만화인가?

미국만화나 유럽만화는 모두 컬러만화라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는 명백한 오해이다. 대중성과 오락성위주로 선보이는 미국의 히어로물 만화들이나, 프랑스의 알붐 계열 만화들은 컬러만화위주로 제작되나, 작가주의와 작품성 위주로 선보이는 그래픽노블 계열 작품들은 오히려 흑백(혹은 색사용을 최소화한 단색계열) 만화가 더 많다.
이는 국내에 소개되는 서구만화 중 컬러만화로 어떤 것이 있고, 흑백만화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확인해봐도 알 수 있다. 컬러만화는 슈퍼히어로물, 밀리터리, SF 계열의 오락성 위주 만화이며, 흑백만화는 르포르타쥬, 다큐멘터리, 사회고발, 작가주의 계열의 작품이 많다.

3 흑백만화의 미래?

일단 당분간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만화는 일종의 '언어'이자 '기호'이다. 소설이 흑백으로 인쇄되어도 아무 문제가 없듯, 근데 그거랑 이거랑 다르잖아? 군대 vs 출산이랑 머가 달라흑백만화 고유의 문법과 기호로 의미 전달에 문제가 없다면 컬러로 찍어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

먼저 현실을 따져보면, 흑백만화가 별종 취급받는 것은 미국쪽 만화나 웹툰쪽의 이야기일 뿐 일본의 잡지연재 만화에선 도리어 컬러가 별종 취급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원피스짱구는 못말려 같은 만화가 흑백이라고 캐릭터를 못알아 본다거나, 컬러가 아니므로 성의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되려 흑백이기에 가독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것 역시 이러한 논지를 뒷받침한다.[1]

실제로 격주간으로 연재되는 만화에 대한 작업량과 구매비용문제[2]도 여기에 영향을 미치지만 사실상 흑과 백, 선만으로도 많은 것을 표현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흑백만화는 앞으로도 여전히 존속할 것 같다.스크린톤도 있고. 색은 새로운 표현법으로 부족함 하나 없는 훌륭한 요소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흑백과 컬러의 우열을 결정지을 요소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컬러만화가 작품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에 일본식 만화인 망가 바람이 불고 있다. 나루토 항목을 참조하면 알 수 있듯이 나루토는 컬러만화가 판치는 서양권에서 그래픽노블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일본만화는 스크린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보다 화려한 그림체등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지만[3], 이후 토리야마 아키라의 영향을 받은 만화가들이 톤의 사용을 최대한 지양하고 펜선과 먹칠로 만화라는 장르를 소화하고 있는 만화가들이 많아지는 현실[4]을 생각해보면 역시 우열의 요소에 흑백과 컬러는 들어가지 않는 듯하다.

현실성의 여부가 작품의 질을 결정짓는다는 논리 또한 조금은 위험한 발상. 이 말대로라면, 아무리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도 졸작의 영화를 따라갈 수 없고, 아무리 잘 만든 흑백영화라도 졸작 컬러영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기술력이 컬러인쇄로 완전히 이행된 현대에도 특별한 연출에만 단색을 활용하는 씬 시티라는 그래픽 노벨이 제작되기도 하고, 2011년엔 흑백영화인 아티스트가 개봉되며 대중들로부터, "기술의 발전이 영화의 발전과는 무관하다"는 말이 나오게 했기 때문. 컬러가 연출의 요소의 하나라면, 흑백 또한 연출의 요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만화를 비롯한 모든 이야기는 현실성의 여부가 아닌 설득력의 문제를 지닌다. 그에따라 흑백과 컬러만이 작품의 모든 질을 구분하는 요소는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책과 잡지가 비싸진다. 한권에 만화 하나만 담긴 미국 코믹북 이슈 1권 두께하고 점프같이 여러 만화가 한권에 모인 일본 격주연재 흑백만화 1권 두께하곤 차원이 다르다. 점프가 올 컬러로 나오면 가격이 2배로 뛸것이다.
  1. 지나친 파스텔톤의 남발은 되려 가독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단순히 그림이 아닌 활자 등이 사용되는 만화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2. 실제로 동일한 소재를 가지고 만화화한 sd건담삼국전과 브레이브배틀워리어스는 각각 정가가 4800원, 9500원으로 가격차이가 난다. 종이질은 컬러쪽이 좋으며 페이지수는 둘 다 200여 페이지
  3. 후지사키 류의 봉신연의 등
  4. 원피스의 오다 에이치로, 나루토의 마사시 키시모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