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식 파쇄 수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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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年式手榴弾(じゅうねんしきてりゅうだん)

일본군이 사용한 척탄통[1]용 및 대인용 수류탄. 10식 척탄통에 사용되었으나 기본 목적은 일반적인 수류탄을 38식용 총류탄 발사기로 발사할 수 있게 만드려는 시도에서 탄생하였다. 그래서 하단에 척탄통용 부스터를 장착할 수 있는 구조. 장약은 TNT를 사용하였고 50그램이 충전된다.

일본군 수류탄 특유의 신관 구조를 확립한 최초의 작품으로, 해당 신관 자체가 참 희한한 물건인데, 아래 91식 세부 그림도 참고하자.

일본군 수류탄은 안전핀을 뽑아도 안전레버 따위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점화하느냐면, 안전핀이 꼽혀 있던 구역을 덮고 있는 안전캡을 아래로 꾹 눌러주면 그에 의해 격발핀이 아래로 눌려져 밑의 뇌관을 때려 불꽃을 일으키고 지연신관에 점화한다. 그런데 손으로 꾹 눌러주는 정도로는 제대로 확실하게 점화하기 힘들어서, 일본군은 수류탄을 쥐고 신관부를 철모에 때리는 짓을 했다.[2] 수류탄으로 자기 머리를 꽝 하고 때리는 바보스러운 모습 데헷 을 수류탄 던질 때마다 연출하는 것이다. 문제는 세게 안때리면 발화하지 않으니 옆에서 보긴 우습지만 실제로 경험하면 진짜로 골때리는 충격이 오므로 일부 병사는 군화의 굽에 수류탄의 안전캡을 찍는 방식도 사용했다. [3]

더군다나 신관 구조상, 격발한 지연신관은 안전캡 구역 약간 밑에 있는 구멍으로 치이이익- 하고 가스를 마구 뿜어낸다. 수류탄 격발했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는 멋진 구조. 이 구조는 일본 제품의 불확실한 신관 지연시간과 함께 이 구조를 채용한 수류탄들은 적 뿐만 아니라 아군에게도 위험한 수류탄으로 악명높았다. 사실 수류탄 때리고 나서 치이익 하는 가스 뿜는 꼴을 보면 적군보다 아군에게 더 위협효과가 컸다. 생각해보라. 일본군 특유의 경직된 군대 문화 내에서, 악에 받힌 신병이 손에 치이익 가스를 뿜는 수류탄을 들고 덜덜 떨면서 서 있는 꼴을… 적에게 던지려고 쿠킹하고 있는 것인지, 선임을 프래깅할 기회를 노리면서 눈치보는 건지, 그냥 자폭하려는 건지 구분이 안 가리라.

마지막으로 지연신관의 시간은 7~8초나 된다. 보병용 수류탄으로서 보자면 몹시 길다. 수류탄 지연 속도가 길다는 것은 상대가 주워서 되돌려주기도 좋다는 뜻이다. 쿠킹하기에는 또 저 치이익 하고 가스를 뿜는 것 때문에 간이 떨려서 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적군 입장에서는 해당 수류탄이 발화했는지 그렇지 않은지 한눈에 알 수 있으므로 대피하기도 편하다. 이런게 지연신관 길이가 긴 것은 척탄통에 쓰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지연신관 시간이 짧으면 멀리 있는 상대에게는 척탄통이 미처 닿기 전에 폭발하기 십상이라서. 하지만 그냥 수류탄으로 쓰는 경우 보병 입장에서는 좀 더러운 요소다.

그나마 척탄통 부스터를 장착해서 척탄통으로 발사하면, 발사 후 지연신관을 점화하므로 따로 안전캡 누를 필요는 없다.

마지막으로, 전쟁 초기의 물건을 제외하고는 나중에는 신관제조도 불량품이 많아서 종종 안전 캡을 눌렀더니 바로 터지는 엿같은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살에 팀킬을, 그리고 킬은 더더욱 하고 싶지 않았던 상당수의 일본군이 안전핀을 빼지도 않고 수류탄을 던지는 상황이 많았다고 한다.
  1. 일본군에서는 소형 박격포를 척탄통이라고 불렀다.
  2.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명작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서 이 부분이 잘 묘사되어있다. 단지 적에게 던지는게 아니라 그걸로 자살해서 문제지(....)
  3. 땅 위의 바위나 암석에 내리쳐도 되지만 전장 상황상 항상 필요할 때 필요한 돌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그럼 돌을 지니고 다녀야 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