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

五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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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명

고대 중국의 자연철학으로 우주 만물의 변화를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다섯 가지 기운으로 압축해 설명하려는 사상. 종종 서양4원소설과 비교되기도 한다.

많은 동양철학 용어들이 그렇듯이 영어로 번역하기 참 힘든 개념 중 하나인데, Five elements(다섯 원소), Five phases(다섯 상태), Five stages(다섯 단계), Five processes(다섯 과정) 등 수많은 번역어가 난무한다. 이 중에서 Five elements(다섯 원소)라는 번역어가 가장 널리 쓰이고 있긴 한데,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오행은 '원소'라는 개념이랑은 좀 다르고 오히려 다섯 과정이나 다섯 단계 등이 원래의 뜻에 더 부합된다. 아예 이런 논란을 피하고자 오행의 현대 중국어 독음인 Wu Xing이라고 표기하는 문헌도 적지 않은 편.[1]

오행설과 4원소설은 엄밀히 따지자면 서로 다르다. 애초에 4원소는 바람, 등 그 자체의 원소가 변해서 이 세계를 이룬 것이지만 오행은 불, 물 등 오행의 속성을 만들어내는 에너지 작용이 변해서 이 세계를 이룬 것이다. 즉, 4원소설이 그냥 원소 자체라면 오행은 불, 물, 금속, 대지, 나무의 다섯 속성을 만들어내는 에너지 작용으로 불 등의 원소와는 다르다. 그저 오행의 불 물 등은 다섯 속성의 에너지 작용을 대표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오행사상의 기원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사상을 정립시킨 건 중국 전국시대음양가를 제창한 사상가인 산동반도에 위치하고 있던 제나라의 추연(騶衍)이다. 추연은 중국 동북지역, 그 중에서도 자신의 고향 제나라에서 특히 유행하던[2] 음양과 오행에 관한 민간신앙과 이론을 조합해 음양오행설이라는 철학 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동중서를 비롯한 유학자들이 분서갱유 이후 유교를 재정립하면서 음양오행을 끌어들인 설명을 하였으며, 이는 유교의 전파와 함께 동아시아 문화권에 오행 사상을 널리 퍼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오행설 중에서도 추연의 대표적인 사상으로 유명한 것은 모든 왕조는 그 왕조에 부여된 오행의 순환관계에 따라 건국되고 망함을 반복한다는 오덕종시설(五德終始說)과, 전체가 81주(州)로 이루어진 우주에서 중국이 9주를 점유하고 있다는 적현신주설(赤縣神州說)이다. 오덕종시설은 왕조 교체론에 사상적 배경이 되었기에 후대까지 이어졌으나, 유교경전인 서경에 일부 근거한 적현신주설은 잠시 등장한 설로 끝난다.

다만 오덕종시설의 경우도 처음 모습 그대로 전해진 것은 아니어서, 추연이 처음 오덕종시설을 주장할 때만 하더라도 오행상극설이 주류였다. 진나라, 특히 진시황은 추연의 오행종시설을 믿어 화덕의 뒤를 이은 수덕과 검은색(수극화)을 숭상했다. 그런데 한나라 시기를 지내면서 학문의 주류가 오행상극설에서 오행상생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걸 상징하는 인물이 한나라 초기의 대표적 유학자 동중서이다. 그러면서 전한은 화덕을 이은 토덕이 되었다. 이게 모두 족보 상극설과 상생설이 꼬여서 그런 것이다. [3][4]

또한 전의 왕조를 부정하는 신 세력들이 이를 근거로 국명을 짓기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김(金) 씨의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 서겠다는 의미에서 궁예는 수덕만세(水德萬歲)라는 연호('금생수')를 사용했다. 이후 송악의 목기 버프를 받은 왕건이 목덕을 내세웠을 법하지만 고려는 그대로 수덕을 습용했다.(이는 태봉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다.) 이후 조선을 세운 木子의 이성계는 수생목으로 목덕을 내세우게 된다.[5] 한편 (日 + 月)을 나타내는 명나라(明)을 무너뜨리겠다는 의미에서 만주족(水)이 포함된 글자를 써 국명을 청나라(淸)으로 짓기도 했다.[6] 화덕을 내세웠던 후한 왕조를 무너뜨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황건적슬로건 '창천이사 황천당립(蒼天已死 黃天當立)도 좋은 예. 화생토의 원리로 화덕 다음은 토덕에 의한 나라가 들어선다는 원리이다. 이것은 헌제의 선양을 받은 위 왕조에도 이어졌는데, 조비가 위를 세운 뒤 개원한 '황초(黃初)도 오행설에서 비롯된 것이다.[7]

인, 의, 예, 지, 신의 오덕(五德)이나 근대 이전 육안으로 관찰되었던 태양계 5행성과 연결짓기도 하며, 김삿갓 등의 일화 중에는 부수를 포함하여 오행에 맞춰 시를 짓는 내기도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이름을 지을 때 항렬자를 넣는 경우가 있는데 항렬자의 순환순서가 오행의 상생순서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 대의 항렬이 쇠금 변인 호(鎬)였으면 아버지 대의 항렬은 물수 변인 준(浚), 아들 대는 나무목 머리인 걸(杰)로 넘어가는 식. 다른 예로는 금수목화토의 상생으로 종(鍾) → 순(淳) → 병(秉) → 섭(燮) → 기(基) → 석(錫)으로 이어지는 가족 례도 있다. 보듯이 항렬자는 같은 오행이라도 겹치지 않는다.

음양오행론이 성립된 이후 신선사상, 방선도, 주역과 결합하여 도교를 탄생시켰고, 이후 각각의 속성을 상징하는 신적 존재나 신수를 상정하는 이론/신앙이 생겨났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게 오방신 신앙이나 사신이다.[8]

황제내경의 경우에는 장부의 상태에 따라서 사람의 성품이 나오고 하니 사람의 모든것을 오행으로 나누고, 음식도 오행으로 나누고 해서 그에 따라서 섭생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후로 한의학에서 음양오행론은 가장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한의학의 음양오행론은 경험적으로 쌓여온 인체에 대한 관찰, 치료, 고민 등을 통해 생겨난 한의학에서 제시하는 각종 시스템(장부, 경락, 기혈수, 표리, 한열, 외부의 사기 등등)의 유기적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되었다. 오행 자체가 '에너지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물의 변화'를 반영한 개념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생로병사, 출생 성장 성숙 노화 사망 등 자연계를 관찰한 결과가 오행이라는 표현으로서 정립된 것이며, 따라서 음양오행이라는 시스템으로 인체를 본다는 것보다는 인체를 관찰한 결과와 그 유기적 관계를 음양오행학설로 설명했다고 보는 게 옳다. 그래서 현대 한의계에서도 이 유기적 관계의 설명을 위한 음양오행 학설을 과학으로 대체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사실 음양오행이라는 개념에서도 추가적으로 발전되거나 다른 개념을 끌어와서 설명하는 부분이 한 두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동의보감만 해도 음양오행의 표현을 잔뜩 빌리고 있지만 실제 편제는 음양오행 관념을 따르지 않고 있다. 금원사대가나, 유럽에서 전래된 서양과학과의 접촉 후 급격한 변화를 보인 청대의학, 또 아예 고대의학에 속하는 상한론 등의 개념은 단어 차원에서 같은 용어를 쓰고 있을 뿐이지 구체적인 내용은 일반적인 음양오행과 엄연히 다르다.[9]

2 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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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화살표는 상생관계를, 흰색 화살표는 상극관계를 의미한다.
오방색에서 목은 푸른 색인데 이는 원래 나무의 녹색→뜻이 비슷한 청색으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무엇보다 옛날에는 굳이 녹색과 청색을 구분짓지 않았다. 어르신들께서 녹색도 파랗다고 한 것은 그것의 영향이다. 하지만 오방색의 한 종류인 상극간색 중에 녹색이 속해 있으며 오방정색인 청색과 구분한 것을 보면, 목을 상징하는 색은 청색으로 보는 것이 설정상 맞다. 자세한 정보는 오방색 참고.

2.1 상생

  • 목생화(목 → 화) : 나무는 땔감이 되어 불을 더 잘 타게 한다.
  • 화생토(화 → 토) : 불은 타고 나면 재가 되어 흙의 일부가 된다.
  • 토생금(토 → 금) : 흙은 땅 속에서 쇠가 된다.
  • 금생수(금 → 수) : 쇠는 물을 담아준다.
  • 수생목(수 → 목) : 물은 나무를 키운다.

2.2 상극

  • 목극토(목 → 토) : 나무는 뿌리를 내려 땅을 파고든다.
  • 토극수(토 → 수) : 흙은 물을 막는다.
  • 수극화(수 → 화) : 물은 불을 끈다.
  • 화극금(화 → 금) : 불은 쇠를 녹인다.
  • 금극목(금 → 목) : 쇠는 나무를 벤다.

웹툰 천연에서는 불이 강하면 물을 마르게 한다는 개념도 나왔다. 하지만 이 개념이 웹툰에서 독자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상극관계의 오행이 극하는 바가 서로 바뀔 수 있는데, 이를 상모관계라고 한다. 상모란 서로 수모를 준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따지자면 상극 관계가 의미가 없어진다. 상생과 상극의 작용은 상대적이라는 점에 유념하자. 이를테면 녹는점 이하의 온도의 불을 가해봤자 쇠는 녹지 않고, 강도가 약한 도끼로 나무를 치면 도끼만 망가진다. 이런식으로 강도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을 수 밖에 없는게, 애초에 나무, 불, 흙 같은 것은 그냥 그 개념의 대표명사 격으로 들고 나온 비유일 뿐이지 실제 그 사물 개개를 지칭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3 대응

오행
성질생성분열조화결실응축
계절여름토용[10]가을겨울
방향동쪽남쪽중앙서쪽북쪽
숫자3, 82, 70, 5, 104, 91, 6
사신청룡주작없음[11]백호현무
십간갑, 을병, 정무, 기경, 신임, 계
십이지인, 묘사, 오축, 진, 미, 술신, 유해, 자
사단
오방색파란색빨간색노란색하얀색검은색
신맛쓴맛단맛매운맛짠맛
감정노여움기쁨생각슬픔공포
5진감촉소리
오성각(角)치(徵)궁(宮)상(商)우(羽)
오장심장비장신장
육부쓸개소장, 삼초대장방광
행성목성화성토성금성수성
태어남젊음-[12]늙음죽음

솔직히 이런식으로 쓰면 한도 끝도 없다. 스압글이 되어버린다.

4 물질

오행은 엄밀히 말하자면 물, 불 그 자체가 아닌 물 불 등을 만들어내는 에너지 작용에 가깝다. 모든 물질을 오행으로 분류할 수도 있지만, 오행은 에너지, 즉 시간과 방향성이 포함된 벡터의 개념에 가깝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역시 다분히 달라질 수 있는 구분들이다. 예를 들어 같은 나무라고 전부 목에 속하는 게 아니라 꽃이 핀 경우는 화, 잘라서 다듬어 단단하게 해놓은 것은 금, 죽어서 썩어버린 나무는 수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사람은 만물의 영장으로 모든 오행을 반영할 수 있다고 보며, 상대적으로 사람 외의 동, 식물이나 사물은 편중된 오행경향을 갖고 있다고 보았다.[13]

영어 위키피디아에서 이르길, 대응되는 물질을 꼽자면 대략 이렇다고 한다.

  • 목 : 소리, 먹, 산, 독, 탄소, 고무, 종이, 플라스틱 등
  • 화 : 빛, 비누, 열, 과일, 기름, 꽃 등
  • 토 : 돌, 먼지, 모래, 공간, 가루, 연기, 재, 중력, 지진 등
  • 금 : 전기, 번개, 구름, 자기장, 거울, 철, 광석 등
  • 수 : 바다, 비, 폭풍, 액체, 시간, 압력, 그림자, 눈, 얼음 등

오행이 음양에서 파생된다는 이론에 따르면 오행의 구성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태극이 음양으로 분리하고, 음 중에서 특히 차가운 부분이 북쪽로 이동해 수를 이룬다.
  2. 양 중에서 특히 뜨거운 부분이 남쪽으로 이동해 화를 이룬다.
  3. 남은 양의 기운은 동쪽으로 이동해 목을 이룬다.
  4. 남은 음의 기운은 서쪽으로 이동해 금을 이룬다.
  5. 수, 화, 목, 금의 잉여 기운이 중앙에 모여 토를 이룬다.

5 오행의 모티브가 쓰인 작품

6 관련 항목

  1. 영미권에선 비유럽권 철학 용어를 이렇게 종종 원어를 그대로 가져와서 쓰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수많은 불교 용어들을 산스크리트어 원어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쓴다.
  2. 이는 전통적으로 제나라가 신비주의적 성향이 강한 데서 비롯되었다.
  3. 예컨데 도나라, 하나라, 하나라 전의 임금의 (통일제국이 아닌 옛 상고 왕조)도 목덕, 토덕, 수덕이라고 보는 인구가 많으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주나라 역시 화덕이니 수덕이니 말이 많다. 다만 은 - 주 - 진으로 나눠 볼 경우 화덕으로 보고, 하 - 은 - 서주 - 동주.. 식으로 보면 동주를 수덕이라고 보는 편. 결론은 복잡하다. 진나라가 수덕인 것만 외우면 된다.
  4. 한고제 유방의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일화에서 서방 백제의 자손을 한나라로 상징되는 적룡의 자손이 죽이는 것도 이걸로 해석되었다(화극금). 그러나 이것은 적룡의 "자손"이란 의미를 잘 못 해석한 것으로 보는 편인데, 적룡의 자손이면 상생설에서 노란색이 된다. 사마천사기가 지어지던 한무제 시대엔 상생설이 우위를 차지하면서도 상극설이 혼용되고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자. 그렇다면 백제의 자손인 진나라는 검은색이 된다.
  5. 김일권, 『고려사』의 자연과학과 오행지 역주
  6. 주원장은 스스로 음양에 심취해, 아들들은 목덕, 손자들은 화덕으로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11대손인 마지막 숭정제까지 정확하게 지켜졌다. 한편 청나라에 선양을 받은 중화민국(목덕, 수생목)을 거쳐 지금은 중화인민공화국빨갱이 붉은색의 화덕이 된다(금극목)!
  7. 반면 서진은 목극토로 목덕, 푸른색을 숭상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토생금으로 금덕, 하얀색을 숭상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보통 선양을 받았으니 상생을 따르는데, 그래서 육조시대 남조는 차례로 유송, 제(육조)양나라(왕가가 동일), 진(육조) 순으로 수, 목, 화가 된다. 물론 선양은 막장이 되었지만 수나라는 보통 논란이 있지만 수극화로 수덕이 되고, 역시 대운하! 뒤를 이은 주요 왕조의 색깔로는 당나라 - 토덕(토극수), 송나라 - 목덕, 원나라 - 금덕(금극목) 정도다. 명은 다시 화극금으로 화덕.
  8. 사신에서 중앙이 왜 없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곤 한다. 하지만 사신이 원래 중국 천문학에서 천상계의 궁궐인 자미원을 보호하는 성격의 개념으로 나왔음을 생각하면 중앙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중앙은 보호받는 자미원의 자리니까. 이를 모르고 막연히 오행에서 중앙의 색인 황색, 그리고 용을 합하여 황룡의 개념을 끌어대는 사람도 있다.
  9. 예를 들어 상한론에서의 '수'는 응축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진짜 물을 말하며, 보토파라 불리는 이동원의 주장에서 토는 일반적인 음양오행의 조화와 밸런스 개념보다 결국 소화계(및 배변을 통한 노폐물 배출 작용) 만을 말하는 것에 가깝다. 청대의학에서 풍, 화의 개념은 감염개념과 일치해간다.
  10. 토왕용사(土王用事)의 줄임말로 토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날로 각 계절이 시작되는 입춘, 입하, 입추, 입동 전의 18일이다. 각 계절의 마지막 18일 이기도 하다.
  11. 황룡이니 기린이니 말은 많지만 그런 것들은 전부 왜곡되어 전파된 것이다. 게다가 황룡의 경우는 오룡으로 구분되므로 전혀 관련이 없다. 일본에서 왜곡되었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굳이 중앙에 해당하는 동물을 따지라면 인간이 되겠다. 그럼 청룡이나 주작처럼 색깔을 붙이면 황인인가 생각해보니 새하얀 백인 새까만 흑인도 완전한 백색 흑색은 아니고 아주 약간은 누리끼리하다
  12. 딱히 전해지는 바가 없으나 굳이 본다면 젊음과 늙음의 사이가 될 것이다. 정확한 정보를 알고 계신다면 추가바람
  13. 이는 오행이 방위 개념과 대응하는 점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는데, 토=사람=중앙이다. 즉, 기준점을 사람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모든 동식물과 사물, 우주가 어느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