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AFC 아시안컵/대한민국/이라크전"의 두 판 사이의 차이

 
(차이 없음)

2017년 1월 18일 (수) 11:17 기준 최신판

{{틀:2015년 AFC 아시안컵 한국팀기록}}

경기일자2015/1/26
경기장소호주 시드니
국 가대한민국이라크
득 점20
득점자이정협 (20')
김영권 (50')
-

1 경기 전 예상

이란-이라크 전쟁 이래 원수지간인 이라크가 이란과의 피 튀기는 혈전 끝에 4강에 진출했다. 한국 이상의 늪 축구로 악명 높은 이란보다 연령이 젊고 경험이 떨어지는 이라크는 공격전개나 경기 운영 면에서 미숙한 면을 많이 보여주었으나, 이란이 전반전에 1명이 퇴장당하는 변수를 잘 살리고 끝까지 밀어붙여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라크는 카드도 꽤 많이 받았고, 한국보다 하루 덜 쉰 상태에서 거친 파울이 난무하고 연장에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을 치렀던 데다가 또 팀의 주축 미드필더인 야세르 카심이 경고누적으로 인해 한국전에 결장하기 때문에 경고누적으로 인한 결장 없이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한국 대표 팀에 비해 많이 불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점을 마냥 좋아하고 얕봐서는 곤란하다. 이라크와의 전적은 6승 10무 2패로 우세하지만 무승부가 많고 무승부로 간다면 승부차기에서는 이길 확률은 미지수가 되며, 또 이라크는 2007년 대회에서 한국을 승부차기 끝에 꺾고 올라가 우승한 팀이다.[1] 게다가 이란에 비해 약한 전력으로 승리를 일궈낸 만큼 분위기를 제대로 탔다. 젊은 선수들의 특징인 열정과 투지를 잘 살려서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나온다면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 집중력 문제가 있는 한국 대표 팀은 어려운 경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선제골을 허용할 경우 이라크의 페이스에 말려들게 되므로 매우 위험하다. 절대 방심하지 말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4강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25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사흘간의 휴식으로 선수단이 충분히 컨디션을 회복했으며 방심하지 않고 '과거는 잊고 내일에 집중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꿈은 자유롭게 꿀 수 있지만 꿈이 우리를 결승까지 데려다 주지는 않는다.명언제조기의 스멜이 느껴진다.

이번에도 오만전, 쿠웨이트전과 같이 비가 내렸다. 수중전은 선수들의 체력을 더 떨어뜨리고 패스도 부정확하게 나올 수 있어 대표 팀에게는 크나큰 악재라는 평이 나왔고 이런 악조건 상태에서 연장전까지 치른다면 승리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 선발 라인업 :

GK-김진현
DF-김진수, 김영권, 곽태휘, 차두리
MF-한교원, 남태희, 손흥민, 기성용, 박주호
FW-이정협

2 경기 후 평가

호랑이, 어린 사자를 물어뜯다.
한 경기 한 경기 치를 때마다 점점 더 강해지는 슈틸리케호
이라크 침대를 박살내고 온돌 찜질을 즐긴 슈틸리케호

경기 시작 전부터 내린 비가 멈추지 않아 멀리서 화면으로 보기에도 공이 평소보다 느리게 굴러갔다. 슈틸리케 감독은 쿠웨이트 전을 제외하곤 쭉 교체로 출전했던 차두리를 선발로 내보냈다. 그리고 그와 보조를 맞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이근호 대신 한교원을 배치해 차두리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었다. 그 외의 스타팅은 8강과 같았다.

전반에 남태희를 시작으로 중거리 슛을 날리기 시작했는데, 이는 이란 전에서 드러난 이라크 골키퍼의 미숙함을 공략하기 위함이었다. 다만 수중전의 영향인지 너무 의욕만 앞섰던 건지 힘이 잔뜩 들어가고 임팩트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골문과는 거리가 있는 슈팅이 많았다. 그러던 전반 20분 프리킥 상황에서 김진수가 올려준 볼을 완벽하게 돌아들어간 이정협이 헤딩슈팅으로 연결해 이라크의 골 망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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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미숙함과 이정협의 합작품.[2] [3]
개인기 없으면 어떠냐, 헤딩 잘해서 골 넣으면 그만이지.

마음이 급해진 이라크는 라인을 끌어올려 공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한국 수비진이 잠시 흔들렸는데, 호주전과 우즈백전에서 그랬듯이 상대의 공격과 패스 범위를 좁혀서 차단하는 방식으로 적절히 대처해갔다.

무실점에 리드한 상황에서 전반을 마친 한국 대표 팀은 후반에 한교원을 대신해 이근호가 교체되어 들어왔다. 마음이 급해지고 체력이 떨어진 이라크를 상대로 이근호의 빠른 발과 넘치는 활동량을 이용해 추가골을 노릴 의도였던 것. 그리고 그 의도는 적절히 맞아 떨어져 후반 초반에 김영권이 추가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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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는 수비는 안 하고.[4]

2:0으로 스코어가 벌어지자, 이라크는 아파도 누울 틈도 없이 쉴 새 없이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이란 전에서도 활약이 좋았던 7번의 측면 돌파를 통해 한국 대표 팀의 문전을 공격해 봤지만, 그나마 생기는 기회는 한국 수비수들이 매정하게 차단해 버리고, 김진현의 펀칭으로 무마되어 버렸다.
이 경기에 한국 수비수들과 키퍼의 대처는 우즈백전보다 좋지 못했다. 특히 후반 초반 김진현은 판단미스로 골대를 비우고 나오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이는 비가 몹시 내리는 상황이라 볼이 물기에 미끄러지며 생각보다 멀리 튈 것을 예상했는데 덜 튀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체력소모로 인한 판단 미스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튼 이라크가 맹렬히 공격하는 상황에서 한국 대표 팀의 역습은 딱히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코어 상으로 앞서고 있고, 체력 문제가 있으니 무리한 플레이를 하지 않고 페이스를 늦췄다. 거기다 기성용과 박주호는 옐로카드를 받은 상황이라 섣불리 달려들 수 없었다. 만약 둘 중 하나가 퇴장 당하면 결승은 둘째 치고, 8강에서 이라크에게 한명 퇴장 당해 덜미를 잡힌 치타들의 꼴이 될 수도 있으니.

상황이 이리되자 이정협은 이라크 수비수들을 비벼주며 전방 압박에 전념했고, 손흥민도 무리하게 공격하기보다 파울을 유도하며 적절히 시간지연을 했다.체력, 체력을 아끼자! 우리도 침대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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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마흐무드: "네가 시간을 끌면 어떡해!!"[5]

이렇게 이라크가 해야 할 침대를 못하고, 오히려 한국 녀석들이 온돌찜질을 즐기는(...) 상황으로 전개되자 빡친 이라크 관중이 난입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6]. 이라크 입장에선 한숨이 나오는 게 공격을 진행하는 와중에 자기네 팬들이 난입해서 깽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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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입관중은 이라크 선수들이 안전 요원들과 함께 잡아서 쫓아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한국대표팀이 유리해져갔고, 이정협까지 온돌찜질에 가세하기에 이른다. 이라크 수비수와 스쳐서 무릎을 잡고 고통을 호소하던 이정협은 잠시 시간을 축내다가 경기장 밖으로 나갔고, 돌아와서 다시 쌩쌩하게 뛰어다녔다. 이후에 다시 공중경합에서 허리를 찍히자 또 드러누워 고통을 호소했다[7]. 들것에 들어오고 다시 경기장 밖으로 나갔던 이정협은 치료를 받고 다시 들어와 이라크 진영을 질풍같이 뛰어다니며 쌩쌩함을 과시했다.(...)

아무튼 이렇게 지연된 시간까지 감안하여 5분의 추가시간이 지난 후 경기는 종료. 한국은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하였다.
후반 경기내용이 썩 좋지 못했다고 하지만, 비가 몹시 내리는 가운데 벌어진 수중 전을 치른 점을 생각하면, 두 골차 승리는 딱히 나쁘지 않은 결과다. 아니, 무실점으로 경기를 종료하면서 아시안컵 무실점 기록을 480분으로 이어갔다. 이 기록은 2011년 호주가 세운 475분을 넘어선 것이다.

이라크가 경험이 없고 허약했다며 승리에 대해 폄하하는 이들이 있는데, 역대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대승을 거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2000년 이후로는 특히 그랬고, 그나마 3점 차이 나는 승리들도 인도네시아나 인도 등 전력이 두 수 정도 떨어지는 국가들을 상대로 거둔 전과였다[8].
브라질 월드컵 이후 만신창이가 된 팀을 맡은 지 겨우 4개월 된 감독에, 대회전에 부상으로 주축 공격진이 모두 빠지고, 수비 조직력조차 덜 잡힌 채 대회를 시작해서 2명이 부상으로 추가 낙마한 상태에서[9] 결승까지 진출한 것은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일정이 유리했다고 하지만 그 유리한 일정도 개최국을 이겨서 빼앗은 전리품[10]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11]
문제는 지적하고 수정해야 하지만, 승리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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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게 덜미를 잡혀 8강에서 탈락한 이란의 축구팬들은 이날 경기장에 찾아와서 이란국기를 흔들며 열심히 한국을 응원했다.(...)#
한국 팬들 입장에선 '이뭐병ㅋㅋㅋ'의 입장이지만, 이라크 팬들의 입장에선 몹시 빡치는 일이 아닐 수 없어, 결국 말싸움을 하다가 치고받았고, 양쪽 모두 체포되었다고 한다. 일본이 경기할 때 마다 상대국 국민이 되는 한국인들 입장에선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이라 카더라

한편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우승해도 한국 축구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이번에 우승하면 자유당시절 이후 처음이에요!'라는 유머러스한 멘트를 남겼다.[12]

마지막으로 이 경기가 의미 있는 것은 한국 선수들이 멘탈갑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완급조절을 할 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선제골을 헌납하고 침대축구에 말려들어 자멸하거나, 선제골을 넣은 후 제풀에 흥분해서 전열을 흐트러뜨리거나, 의도한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초초해져서 무리수를 남발하는 등 들쭉날쭉 널뛰는 경기력이 문제였는데,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대표 팀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축구를 한다는 것은 분명히 과거보다 진보한 증거이다.

슈틸리케호는 2015년 1월 17일로 신태용 대행 전을 제외하고도 6승을 달성함에 따라 홍명보호 1년의 승리 기록을 3개월여 만에 뛰어넘었다. 그리고 1월 26일부로, 슈틸리케호는 10전 8승 2패에 A매치 6연승에 아시안컵 결승진출이라는 뛰어난 결과를 기록하고 있어, 전임감독인 홍명보는 슈틸리케와 비교당하며 커뮤니티에서 부관참시를 당하고 있다. 1년 재임기간 동안 무수히 많은 패배를 당하고 겨우 5승을 거뒀던 홍명보호의 승수를 신태용 감독대행시기를 빼도 4개월 만에, 그것도 연승으로 추월해버렸다. 결과적으로 홍명보호는 한국축구에 길이남을 흑역사를 남기고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다행인 것은 오히려 덕분에 헤이 해졌던 한국축구계가 부활할 방향과 기회를 확실히 잡을 수 있을 만큼 자각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 시기를 현명하게 극복한다면 한국축구계는 다시 한 번 화려하게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15년 1월, 한국은 사상최초의 아시안게임 전승 무실점기록과 28년만의 금메달, 그리고 27년만의 아시안컵 결승진출과 대회 무실점행진 신기록을 써내려가면서 어느 정도 이 시기의 상처를 복구해나가고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임될 당시 감독 시절 커리어만 봤을 때 조 본프레레보다 못하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이번 승리로 조 본프레레 감독 시절(2004년)의 아시안컵 성적(8강에서 이란에게 석패)과 핌 베어벡의 2007년 아시안컵 성적(3위)을 확실하게 뛰어넘었다. 당시 본프레레 감독은 부임한지 3달도 안 된 상황에서 아시안컵을 치렀었다.
  1. 다만 그때는 이라크가 하루 먼저 약체 베트남과 경기를 치룬데다 가 이라크는 연장전을 치르지 않고 올라와서 이란과 승부차기까지 하고 올라온 한국에 비해 이라크가 더 체력적인 면에서 유리했다.
  2. 이날 이라크 선수들은 측면에서 크로스가 날아올 시 공에만 집중하다 마크해야할 선수를 놓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선수단 평균연령이 23세에 불과할 정도로 경험이 부족한 게 크게 작용했다.
  3. 중계 카메라에 찍히지 않았는데, 호주전과 마찬가지로 거수경례 세레머니를 했다.
  4. 이란 전을 통해 이라크 골키퍼 상대적으로 미숙하다는 걸 파악한 한국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중거리 슛 시도가 잦았다. 그러나 이라크 골키퍼가 절대적으로 미숙한것은 아니었다. 전반전에 슈퍼세이브를 한번 시전하였고. 이 실점 역시 앞의 수비수와 맞아서 공에 역동작이 결렸기 때문에 세이브하기가 매우 힘든 공이었다. 골키퍼가 굴절된 공을 막는것은 매우 힘들다.
  5. 이 장면 역시 평균연령이 낮은 이라크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라크의 스로인 상황에서 빨리 볼을 넘겨주지 않고 살짝 끌었는데 바로 흥분해서 달려들어 1초라도 빨리 공격을 진행해야 할 시점에 아까운 시간을 잡아먹었다.
  6. 사실 이보다 큰 사건이 터질 뻔 했던 게 이정협이 선제골을 터트렸을 때다. 이라크 관중들이 펜스를 넘으려고 했지만, 경기장 안전 요원들이 간신히 제지했다.
  7. 이때 이라크는 아랑곳없이 공격했다. 옛날에 한국이 중동 침대에 당했던 것이 영반대로...;;;
  8. 2004년에 쿠웨이트를 상대로 4:0 대승을 거둔 적이 있는데, 이때는 2002 월드컵에서 짬을 쌓은 주전들이 건재하고, 이동국도 상무에서 부활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당시 쿠웨이트는 전성기가 지나 암흑기로 가던 중...
  9. 구자철이야 2011년 이후로 지속되는 미드필더 본분 망각 때문에 없느니만 못하다지만 키핑과 돌파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가진 이청용의 부재는 대표 팀의 전술 폭을 많이 좁혀버렸다.
  10. 아닌 게 아니라 사실 이 경기하던 날이 호주의 건국기념일이었다. 원래 예상은 호주가 A조 1위로 올라가 이날 시드니에서 4강전을 치르고 건국기념일에 결승 진출을 해서 축제의 밤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한국과의 조별예선에서 패배, A조 2위로 밀려났고 결국 4강은 뉴캐슬에서 치르게 됐다. 시드니에서의 축제의 밤은 결국 한국의 차지가 됐고 호주는 김칫국 드링킹 한 걸로도 모자라 한국 팀의 승리를 축하하는 폭죽까지 터뜨려준 꼴이 되었다.
  11. 그리고 한국은 조별 예선부터 4강까지 5경기 중 3경기를 수중 전으로 치렀고 한경기는 30도 폭염아래 치렀다. 날씨가 괜찮았던 경기는 8강전 한번 뿐 이었다. 또한 토너먼트 상대는 아시아 4강(한국, 일본, 이란, 호주)을 제외하면 가장 강한 우즈벡과 2007년 우승팀 이라크였다.
  12. 아시안컵 해설위원들의 성향을 살펴보면 KBS의 이영표 해설위원은 말 그대로 경기해설만 하는 모범생이고 MBC의 안정환 해설위원은 잦은 예능출연의 영향인지 시청자들을 빵 터뜨리기 위한 멘트가 많은 편이다. 여담으로 2회 아시안컵은 1960년 10월에 개최했기 때문에 그해 4월에 일어난 4.19혁명으로 인해 자유당은 껍데기만 남고 실질적으론 붕괴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