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오사카 린/평가

< 토오사카 린
Maintenance script (토론 | 기여)님의 2017년 2월 4일 (토) 03:18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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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BW 루트

1.1 마술사와 소녀 사이

에미야 시로의 성장기적 성격이 강한 UBW 루트가 린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는 이유는 린이 마술사의 가계와 인성 사이의 딜레마를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떄문이다. 시로에게 린은 전부터 동경하던 동급생이기도 하지만 초보 마술사 시로에게 린은 엘리트 마술사로서 참모 역과 마술 지도라는 성격을 갖는다. 모든 루트가 린과 사제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에 린에 대한 시로의 이런 인식은 전 루트에 걸쳐 공통적이다. 하지만 이들이 연인 사이로까지 발전하는 UBW 루트는 린에 대한 시로의 태도가 분기하기 때문인데, 바로 라이더의 선혈 신전 사건이다.

복도로 도망쳐 가는 신지와, 그걸 쫓으려 앞으로 나오는 토오사카.
-하지만.
토오사카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딱 발을 멈췄다.
……아니, 아니다.
뭔가를 깨달은 게 아니다.
토오사카는 그저, 교실에 쓰러져 있는 학생들을 보고, 분한 듯이 이를 악물고 있을 뿐이었다.
--」
그 옆얼굴은, 여느 때의 토오사카 린이다.
하지만 무릎은 떨고 있고, 그 눈은, 지금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이 흔들리고 있다.
----」
……후회하고 있는 건지, 슬퍼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다만, 그걸 통해 알고 말았다.
이 애는 당차고, 뭐든지 할 수 있고, 어엿한 마술사지만.
그 안은 정말로, 나이에 걸맞은 소녀란 것을.
(UBW 루트 7일째 선혈신전『린과 함께 1층으로. 라이더의 죽음, 신지의 도망.』)
가능한 한 세이버를 의식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오늘 하루를 돌이켜본다.
붉은 학교 건물.
자칫했다간, 많은 희생자를 냈을 피의 결계.
「------」
그로 인해, 들뜬 마음 따위 날아가 버렸다.
붉은 교실에 쓰러져 있던 학생들.
쓰러져 있던 라이더와, 유해 같은 학생들을 보고, 그 녀석은 필사적으로 견디고 있었다.
……아아, 생각났다.
그 한 순간, 나는 분명히, 그 녀석의 깊은 부분을 알았으니까.
-다음에 만나면 죽일 거야.
서로 적이잖아, 우린.
그렇게 어엿한 마술사로 행동하면서, 그 녀석은 최후의 선을 넘지 않았다.
굳세고, 만만찮고, 반할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그 녀석은 어처구니없이 사람이 좋다.
그러니, 그 차이가 그 녀석의 무거운 짐이겠지.
……정말, 서툰 녀석.
마술사로서의 자신을 관철하면 관철할수록, 그 녀석은 토오사카 린이란 자신을 구석에 몰아넣어가는 거니까.
-아아, 아니. 나도, 남 얘기할 입장이 아니지」
후우, 소리 내어 숨을 내뱉고 이불을 덮어쓴다.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나 하는 일에 실수가 없는 녀석에 대해, 조금이나마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다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도 어딘가 이상해진 거겠지
-
(UBW 루트 7일째 '밤에 생각하다')

라이더의 선혈신전으로 인해 학교가 아비규환이 된 상황에서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며 행동하던 시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사실은 떨고 있던 린의 모습을 보고 당차고 성숙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 또래와 다를 바 없는 여린 소녀로서의 모습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전부터 시로에게는 린에 대한 이성적 호감이 있긴 했으나, 이 시점을 계기로 자신이 지켜줘야 할 또래의 여자아이로 보다 강하게 인식하게 된다.

「……그렇겠지. 하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자. 나라면 그렇게 괴롭지는 않아」
「너 말야……! 그렇게 피가 나는데, 괴롭지 않단 소리 하지 마! 어째서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쉬는 게 먼저잖아!?」
호통친다.
……아, 역시 아직 본래 상태가 아니구나.
토오사카에게는 여느 때 가지고 있는 냉정함이 빠져 있다.
본디 격정적인 녀석이고, 브레이크가 부서지면 끝까지 화내겠지.
「거기 듣고 있어!? 키레도 아닌데, 그렇게 핏자국 남기면서 걸어가도 성가시단 말야!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물론 교회에 가라고 한 건 나지만, 금방 위험하단 걸 깨닫지 못했어?!」
「……이봐, 얕보지 말라구. 그 정도는 알았어. 어쩔 도리가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교회를 봤을 때부터 깨달았었어」
「--! 그럼 금방 돌아가, 바보! 그것만이 아냐, 상처도 낫지 않았는데 난입해 와서, 덤으로 또 투영!? 그러면 상처가 악화되는 건 당연하잖아! 그런데도 괴롭지는 않다고? 아 진짜, 제정신이 아냐! 어째서 그런 터무니 없는 짓 하는 거야, 너는 …… ! ! ! !」
쿠아?, 울부짖듯 엄청난 기세로 늘어놓는 토오사카.
……아니, 하지만.
실제로 내 상처는 괴롭지는 않고, 거기다

-그렇긴 하지만, 토오사카 쪽이 괴롭잖아」
「----」
「그러니까 돌아가자. 집에 돌아가면, 약한 소리 해도 괜찮으니까」
……그래,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강하게 보일 필요는 없는 거다.
자신의 집, 자신만의 방에 돌아가면, 토오사카도 사양 않고 불평을 할 수 있다.
「에
?」
「윽
!」
실수다, 라는 듯이 얼굴을 닦고, 토오사카는 등을 보였다.
「아──어──그러니까」
마,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그건, 에.
「……믿어지지 않아. 남자애 때문에, 울게 되다니」
고개 숙인 채 중얼거린다.

시로는 당시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자신보다는 아처가 배신한 충격으로 냉정을 상실한 린의 상태를 더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집으로 가자고 재촉하면서 건넨 말로 인해 린은 처음으로 남자 때문에 눈물을 보이게 된다. 이후 린은 시로를 집이 아닌 외국인 묘지로 데려가 자신이 해온 게 잘못이 아닌지 생각된다며 속마음을 털어놓게 된다. 언제나 남 앞에서는 강한 것처럼 행동해온 린으로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행동으로 시로의 배려심으로 인해 린이 마음을 열게 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 타이밍에 시로가 고백을 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시로가 일방적으로 호감을 품어오던 종래의 관계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이로 발전한다. 참고로 이때 시로의 독백에 나오는 '그렇게 강하게 보일 필요는 없다'는 프롤로그에서 펜던트를 돌려줄 때 아처가 말했던 대사와 일치하는 복선이기도 하다.

전연령판에서 H씬 대신 추가된 마술 각인 이식 장면도 마찬가지다. 마술각인 의식 도중, 린의 기억을 보게된 시로의 눈을 통해 겉으로 드러내지 않던 린의 심층심리가 다뤄진다.

마술 각인이 주는 린의 고통을 시로는 다음과 같이 탄회한다.

한 팔이, 벌레 팔이 되어 버린
것처럼,
기분이, 나쁘다

이건 그녀의 고통이기도 하다.
언젠가 들었던, 마술각인을 지니는 고통.
존경한다.
그녀석은 이런 불쾌감을, 아마 이것보다 수 배의 역겨움을 몸에 살게 하며, 산뜻하게 웃는 것이다.
기분 나쁜 일 따위 없다.
그걸 생각한다면, 무엇을 두려워 할 필요가 있을까.

부모님의 장례식에서의 린의 심정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소녀는 이 날도 강하게, 자신의 비탄에 뚜껑을 덮어버렸다

4년 전 어느 방과후 높이뛰기를 하던 시로를 목격한 린이 받은 충격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한층 더 깊은 곳에 닿았다.
이별뿐인 기억에, 하나.
가슴을 태우는 듯한 만남이 있었다.
누군가가 교정을 달리고 있었다.
높이뛰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바를 향해 달리고 있다.
그것을, 그녀는 바라보고 있었다.
의미도 없이, 날이 저물 때까지.
그런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며.
무언가에 배신당한 듯한, 숭고한 것을 본 것 같은 얼굴로,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은 그것뿐인 이야기.
어디에나 있는 방과후에 일어난 일.
하지만 그녀에게는 혁명에 가까운 원풍경.
어렴풋이.
나 자신에게도 기억이 있는, 먼 옛날의 풍경이었다.

UBW에서 린은 시로가 절망하지 않도록 곁에서 살기로 결의하는 이야기이면서, 시로 또한 린의 마성과 인성이 충돌하는 상황을 지탱해주려고 결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UBW 루트는 서로가 대등한 위치에서 상대방의 가치관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그 모습이 무너지지 않도록 의지하는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산다 마코토는 2015년 3월자의 콤프틱 인터뷰에서 Fate/stay night를 처음 플레이할 때부터 자신의 최애캐는 린이라고 이야기하며[1], "일반적으로 마술사로서의 이질성과 인간으로서의 건전함은 공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린의 안에서는 이것이 기적적으로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그것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라는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

1.2 에미야 시로의 파트너로서의 린

물론 미연시적으로는 토오사카 린은 에미야 시로의 연인이 되므로 히로인이 맞다. 그런데도 린에 대해서는 히로인이 아니라 히어로 같다는 지적이 끊임없다. 2ch, 니코동 등지에서도 린과 시로의 관계를 언급하는 코멘트에 단골처럼 나오는 드립은 "린은 멋진남자(男前)", "린은 히어로, 시로와 아처가 히로인", "시로는 린의 신부(嫁)", "UBW는 린이 시로와 아처를 공략하는 여성향 시나리오가 아님?" 등등이다. 그도 그럴 것이 '히로인=주인공의 구제 대상'이라는 미연시의 고정관념을 들이댄다면 주인공의 연애 대상은 분명하지만 구제 대상은 아니며 오히려 주인공을 구제하는 인물로서 자리매김하는 린은 세이버, 사쿠라와 비교할 때 이질적이다.[2] 린이 주인공의 구제 대상이 아닌 이유는 간단하다. 주인공 에미야 시로가 너무나 문제 인물이기 때문에 주인공에 대해 파고드는 루트에서는 누군가가 그를 구제할 필요가 있었고 주인공과 가장 가까운 히로인이 그 역할을 맡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UBW에서는 린이 구제 대상이 아닌 대등한 파트너이기에 시로의 이야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다뤄질 수 있었던 것이다.애초에 그 이름부터 남다르다. 보통 남자에게 많이 쓰는 표현인 '늠름(凜凜)하다' 뜻의 이름이니까.

실제로 세이버의 구제에 초점을 맞춘 Fate 루트가 정작 주인공의 모순에 대해서는 깊이 다룰 수 없었던 것을 봐도 알 수 있다.[3] 또한 린을 활약시켰다간 시로를 조연으로 밀어버릴 정도로 활약할 수도 있음은 버서커를 원킬한 Fate 루트와 사쿠라를 구한 HF에서 이미 증명됨.

본 루트에서 린은 주인공 에미야 시로와 또 하나의 주인공 아처와 가장 가까운 인물로, 그들을 가장 잘 이해하면서도 일방적인 긍정과 부정을 하지 않기에, 독자가 이들의 심리적 문제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4] 언뜻 보기에는 정의감이 좀 과다할 뿐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멸사봉공을 넘어서 스스로의 행복을 배척하는 대단히 일그러진 인물이 에미야 시로이며, 이를 1인칭 시점에서 그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문에 시로와 대비되는 인간상의 린을 UBW에서의 파트너로 배치한 나스 키노코의 의도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린은 시로의 선행에 대해서는 적당한 선에서 긍정해주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불굴의 정신에 대해서는 동경하면서도, 본인의 생명을 등한시하는 것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나듯 스스로의 행복을 거부하는 정신적 파탄에 대해서는 본인의 신념과 아처의 꿈을 본 경험을 통해 철저하게 반대한다. "이상을 추구하는 행동에 모순이 있더라도 그 꿈이 옳은 것이라면 잘못이 아니다",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사람으로서 파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본인의 즐거움도 추구해야 한다"는 UBW 루트의 양대 주제이며, 이는 이상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은 아니다. 그 때문에 시로의 파트너로서는 상식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기에 시로의 좋은점은 긍정해 주고 문제점은 보완해 줄 수 있는 토오사카 린을 배정한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린이 나스 키노코왈 완성된 인간성을 가진 인물이어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에미야 시로의 캐릭터성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린의 존재는 시로와 아처에게 있어서 희망이며[5], 엔딩까지 에미야 시로는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에 가득찬 결말처럼 끝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시로 옆에 남게 된 린의 존재가 크기 때문이다.[6] 결국 시로가 히로인 맞네

히어로스럽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히로인스러운 이벤트를 빼먹은 것도 없었다. 귀여운 잠옷을 입고 자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도 있고, 데이트도 하고, 주인공 앞에서 처음으로 울음을 터뜨리고, 주인공의 돌직구 고백도 받아보고, 다른 남자들이 자꾸 꼬이는 역하렘을 펼치는 통에 주인공도 견제하고, 붙잡힌 히로인 포지션까지 소화해 보고[7], 신체접촉 이벤트도 빼먹지 않는 등 다른 루트에서 볼 수 없던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기 때문에 히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위협받지는 않았다.

이 루트는 Fate 루트와 달리 트루엔딩 외에 굿엔딩이 있는데, 트루엔딩에서는 답을 얻어 염원 자체를 포기하는 세이버가 굿엔딩에서는 아직 채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시로와 린을 지켜보면서 답을 얻고자 하면서 린의 협조로 현계해 남게 된다. 인기 순위 1,2위를 다투는 히로인이 둘다 주인공 곁에 남는지라 무척 인기 있는 루트.그리고 이제부터 시로는 린의 사역마

2 HF 루트

2.1 에미야 시로의 라이벌로서의 린

Fate 루트의 린은 이지적인 선배 마술사이자 냉정하고 유능한 협력자인 '마술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줬고, UBW 루트에서는 강해 보이는 모습 속에 슬픔과 고통의 감정을 덮어 버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한 명의 '소녀'로서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면, HF 루트에서는 마술사 린과 소녀 린이 충돌하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스 키노코는 '불가능한 것이라 판단했을 때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손을 놓는' 린과 '불가능한 것을 알아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에미야 시로를 정신적인 측면에서 라이벌 관계로 정의했는데, 이런 이들의 성격차이가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는 이유로서 작용했던 UBW 루트와 달리, HF 루트에서는 '구제할 수 없는 대상'인 마토 사쿠라의 언니이자 연인으로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며 대립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2.1.1 높이뛰기 에피소드

본편에서 시로와 린은 모든 루트에 걸쳐 협력자 관계로 귀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라이벌인 이유는 불가능함이 명백한 사안에 직면할 때 서로 다른 태도로 임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의 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소위 높이뛰기 에피소드로 불리는, 린과 사쿠라가 시로를 처음으로 알게 된 4년 전 어느 날의 사건이다. 그 내용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높이까지 바를 올려두고 도저히 불가능한 높이뛰기를 해질녘까지 반복하던 한 소년을 린과 사쿠라가 동시에 목격하게 됐다는 것[8]으로, UBW 루트에서 시로의 우직함을 사랑하게 되는 린과, HF에서 시로에게 감화되어 사쿠라를 구하기 위해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게 되는 린의 심리를 이해하려면 이 에피소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높이뛰기 에피소드와 관련된 복선은 프롤로그와 UBW를 거치며 여러 차례 등장하지만 이것이 린 본인의 입에서 직접 토로되는 것은 HF 루트 13일째이다.

"흥. 4년만의 복수라는 거야. 1년 전에. 사쿠라가 궁도부에 들어갔잖아?
그래서 틈만 나면 궁도부를 보고 있었는데, 때마침, 부원도 아닌데 찾아온 녀석이 있었거든.
그 녀석의 얼굴을 보고 기억해 냈어. 아, 저 녀석 그 때 그 바보구나하고"
"-----"
그 확인 방법에는 한마디 하고 싶지만, 지금은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순간 충격을 받은 거야. 난 얼굴도 모르고, 학교도 다르고, 게다가 바보다 바보다 생각했던 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3년을 지난 후에도 한눈에 알아봤다는 사실에 말야.
그래서, 아아, 그 녀석은 나에게 데미지를 입혔던 거구나라고, 3년이 지나서 뒤늦게 깨달았어.
난, 바보 같이 줄곧 달리고 있었던 누군가를, 부럽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구나라고 말야"
"
-왜. 그녀석, 바보였잖아? 토오사카가 부러워할 만한 녀석이 아닐 텐데."
"그래. 난 부러웠던 게 아니라, 졌다고 생각했어.
……그 녀석이 조금이라도 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뛰고 있었던 거면 차라리 다행이었지.
그랬다면 지나쳐 버리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을 거야"
"……하지만, 그 녀석은 스스로도 무리라는 걸 알고 있었어.
아무리 해도 무리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그걸 계속 반복하고 있었지.
……설령 무리라 하더라도. 도전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믿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솔직히, 난 그런 무모한 짓은 못 해.
옛날부터 그랬어. 난 사안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보고, 지금의 나에겐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딱 손을 떼는 성격이거든. 불가능한 건 하지 않고, 그걸 역부족이라거나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그런 점에서 식어 있다고 해야 하나, 각박한 인간이야 나는. 키레이는 각박한 게 아니라 기계적이라고 그랬지만."
그렇게 말하는 토오사카였지만, 자신을 비하하고 있지는 않다.
토오사카는 그런 자신에게 긍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사안의 성공 여부 따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어떤 것에 몰두할 수 있다면, 그건 얼마나 순수한 것일까 하고 말이지"
"……뭐, 그런 식으로 고민할 만큼 어린아이였을 때, 갑자기 자신과 정반대인 녀석을 보게 되면 충격 아니겠어? 그래서 트라우마야. 그 날, 새빨간 황혼 속에서 바보처럼 달리고 있었던 그 녀석은, 나에게 있어서"
적 같은 게 아니라, 그런 녀석이 있어 줘서 기뻤다..고.
꿈을 꾸는 듯한 얼굴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린은 스스로 그날 시로의 모습을 보고 받은 충격을 트라우마에 빗대기도 하는데, 시로에게 그날의 소회를 털어놓는 장면을 보면 이것이 부정적인 감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그 날, 새빨간 황혼 속에서 바보처럼 달리고 있었던 그 녀석은, 나에게 있어서 적 같은 게 아니라, 그런 녀석이 있어 줘서 기뻤다..고. 꿈을 꾸는 듯한 얼굴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라는 부분을 보면 이는 순수함에 대한 일종의 동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에피소드에서 드러나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시로의 정신은 바로 Fate/stay night의 모든 루트에서 그려지는 에미야 시로의 본질적인 모습이기도 하다.[9]

한층 더 깊은 곳에 닿았다.
이별뿐인 기억에, 하나.
가슴을 태우는 듯한 만남이 있었다.
누군가가 교정을 달리고 있었다.
높이뛰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바를 향해 달리고 있다.
그것을, 그녀는 바라보고 있었다.
의미도 없이, 날이 저물 때까지.
그런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며.
무언가에 배신당한 듯한, 숭고한 것을 본 것 같은 얼굴로,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은 그것뿐인 이야기.
어디에나 있는 방과후에 일어난 일.
하지만 그녀에게는 혁명에 가까운 원풍경.
어렴풋이.
나 자신에게도 기억이 있는, 먼 옛날의 풍경이었다.

UBW 루트의 각인이식 장면의 서술을 보면 이날의 충격은 린에게 '혁명'에 가까운 '원풍경[10]'으로 묘사된다. 흥미로운 점은 UBW 루트에서는 각인이식 후 이 기억을 시로가 본 것에 대해 린이 상당한 수치심을 느끼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HF 루트에서는 자기 입으로 털어놓는다는 차이다. 이는 UBW 루트와 HF 루트에서 이들의 관계가 다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시로와 연인 사이가 된 UBW에서는 원래 H씬이어서이 기억이 결과적으로 린에게는 '자신이 시로에게 끌린 최초의 계기(설령 그때 느낀 감정이 사랑이 아니었다고 해도 특별한 존재로 남게 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유사하다)'가 된다. 하지만 HF에서 이들의 관계는 협력자로 서로 이성으로서 의식하는 사이는 아니기 때문에 좀더 편하게 그 말을 꺼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11].

린의 불가능에 도전하지 않는 모습은 마치 쉽게 포기하는 성격인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장시간 린을 지켜본 코토미네의 평가를 보면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단순히 빠르게 포기하는 소심함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지막에 뭔가 남길 말은 있나. 유언 정도는 듣지」
간결한 말.
「……흥. 이럴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당신이라면 알잖아」
여느 때와 마찬가지인 말투로, 토오사카 린은 대답한다.
「그렇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너다, 린.
동시에, 뒤집히지 않는 현실을 한 순간에 인정하는 것도 네 멋진 점이지.
---좋아. 그 모순은, 상당히 향기롭고 좋다」(UBW 루트 15일째 - 막간 '영웅의 결말')

즉, 기본적으로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이에 따라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모순을 안고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린의 이런 모순은 자신에 대한 긍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냉혹하다고 자조하거나, 한편으로는 시로의 순수함을 동경하는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

2.1.2 불가능을 앞에 둔 대립과 그 종착점

사쿠라를 둘러싼 환경이 밝혀진 후 코토미네 키레이는 시로와 린에게 사쿠라를 구할 방법은 없으며, 잠재적으로 사쿠라가 조켄의 꼭두각시가 되어 일반인에게 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현실적인 문제를 앞에 두고 린은 잠재적인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최선책으로서 사쿠라를 죽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시로는 사쿠라를 구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대립하게 된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시로는 자신이 지키기로 맹세했던 사쿠라를 구해내며 린 역시 이에 협력하게 된다. 그렇다면 불가능에 도전하는 시로에게 감화되어 불가능에 도전하지 않는 린이 패배하는 것이 결론인가 하면 반드시 그렇게 볼 수만도 없다. HF 루트에서 사쿠라가 구원되는 과정에서 이들이 해낸 역할을 살펴보면 각각 상호 보완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알아? 사쿠라는 마스터로서 싸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마스터인 한, 타인에게서 마력을 뺏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몸이잖아……!
그런 그년데, 아무리 온갖 방법을 다 써도 결과는 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럼 여기서 죽여주는 쪽이 사쿠라를 위하는 길이야……!」
「뭐……생각할 리가 없잖아, 바보! 아직 해보지도 않은 일에, 뭘 그렇게 멋대로 결론 내고 있는 거야, 너는!」
「내지! 사쿠라의 문제가 사쿠라에게만 해당된다면, 아직 희망도 있어. 하지만 그렇지 않잖아? 사쿠라의 목숨을 쥐고 있는 건 그 빌어먹을 할아범이고, 조켄이 있는 한 사쿠라는 마리오네트야.
그 늙은이가 사쿠라를 내버려두다니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 건」
「봐, 알잖아. 조켄은 결코 사쿠라를 편하게 놔두진 않아. ……그렇다면. 이대로 괴로워하고 괴로워해서, 그래도 결국 도망칠 수 없다면, 여기서 끝내는 쪽이 희생이 안 생겨. 사쿠라도, 사쿠라의 손에 죽는 사람들도 구해져」
「나는 너처럼, 일말의 희망에 기대서 피해를 확대시킬 수는 없어. 그런, 결단을 미루는 약한 마음이, 거꾸로 그 애를 괴롭게 하는 거야」
--」
토오사카의 말은 옳다.
죽음이 구원이 된다, 라는 게 아니라, 사람을 구한다는 점에서 말하자면, 토오사카의 결단이야말로 옳다.
다른 생각은 전부 타산과 타협투성이가 된 실책이다.
내버려두면 열 사람이 죽는다.
그걸, 미리 생명 하나를 끊는 걸 통해서 아홉 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건

-그건.
에미야 시로가(내가) 계속 부정해 오고, 마음 속에서, 받아들이고 있었던 과거(현실)다.
아냐. 너는, 잘못됐어」
「에미야, 군?」
「나는 희생 따위 나오게 두지 않을 거야.
네 쪽이야말로
-하기도 전에 결론을 내는 토오사카야말로, 약하잖아」
「까, 까불지 마……! 그게 어떤 건지 알고서 하는 말이야!? 사쿠라를 구해?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애를 구하고, 그 애한테 죽임을 당하는 녀석들도 구한다는 거야!? 웃기지 마, 그런 거, 너 혼자서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 할 수 없어. 하지만 사쿠라를 지킬 거야.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가는, 이제부터 생각하겠어」
「윽
-! 그래. 그럼 너는 내 적이야.
……잡은 손을 놔. 그렇지 않으면, 어깻죽지 위쪽만 날아가서 밖까지 굴러나가게 될 거야」
--해 봐. 하지만 말이지 토오사카. 그렇게, 뭐든지 생각대로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말라구」

사쿠라를 지키겠다고 결심하긴 했으나 당시의 시로는 그 수단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을 잡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래서 린이 그 점을 예리하게 지적했을 때는 말문이 막히기도 하고, 실제로 사쿠라의 폭주가 현실화된 후에는 나이프를 들고 그녀를 죽이러 갈지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린 역시 마찬가지다. 해보지도 않고 결론을 내린다는 시로의 지적에 말문이 막히고 만다. 이는 철저하게 가치관의 차이일 뿐 어느 한 쪽만이 옳다고 볼 수도 없다.

「……너무해. 언니는 항상 그래요. 그렇게 단정하고, 절 깔보죠. 자기는 깨끗하다고, 더럽혀진 저를 내려다보고 있어요.
……정말 싫은 성격이에요. 있잖아요, 언니. 저, 그렇게 나쁜 앤가요?」
감정 없는 목소리.
그렇기에 한기가 이는 질문에,
「당연하지. 이 집을 나간 시점에서 구제불능인 엄청난 바보야. 너는 마토 사쿠라를 지키고 싶어하고 있었던 녀석을, 마지막까지 믿어주지 못했으니까」
딱 잘라서, 토오사카 린은 단언한다.
「아--------」
마토 사쿠라의 시선이 내려간다.
그 사실만은, 정말로 잘못이었다고 인정하듯이.
「하지만, 저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했다, 라고 하지 마. 우리들은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어. 거기에 이의가 있으면 우선 말을 하란 말이야.
그런데도 너는 아무 말 없이 나갔어. 혼자서, 지금까지와 완전히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어.
정말 어이 없어. 그런 것도 지키지 못하니까, 다른 사람들 마음대로 이용당하는 거야, 너는」

린은 시로에 비해 상황을 좀더 냉정하게 판단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흑화된 사쿠라가 나타났을 때 이들의 대조적인 태도에서도 이 점이 잘 드러난다. 린은 사쿠라를 부정하지 않으며 그녀가 시로를 믿지 못한 결과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음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사쿠라는 진심으로--나에게, 살의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요, 항상 그랬어요. 저를 지켜준다고 했는데. 선배는, 저만을 봐 주지 않았죠.
-하지만 괜찮아요. 그런 사람이니까, 저, 선배를 원했어요」
--시야가 일그러진다.
내가 모르는 사쿠라의 말에, 사고가 여기저기 무너져간다.
아냐, 라고.
저것은 사쿠라가 아니라고.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이, 뇌리를 가득 메웠다.
「선배, 저랑 있으면 괴롭죠?
선배에게, 제가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 잘 알고 있어요. 선배는 저와 있는 한, 계속해서 괴로워하고 말아요.
그래서 저, 선배 앞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안 됐어요」
그림자가 흔들린다.
안뜰의 지면은, 그야말로 그림자극 무대 같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요. 저에게, 기쁜 건, 선배뿐이니까.
거기다 선배도, 저한테서는 떨어질 수 없죠. 선배는 이 이상, 자신을 배신할 수가 없으니까」
「……네. 그러니까, 죽여드릴게요. 그렇게 하면 주욱 옆에 있어줄 테고, 무엇보다

선배는,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림자가 뻗는다.
토오사카와 함께, 나를 삼키려고 파도로 화해 이쪽으로 쏟아져 내린다.
너덜너덜한 사고를 움직여, 토오사카를 밀어냈다.
머리 위에서 검은 파도가 쏟아진다.
자신이 피하는 건 생각이 닿지 않았다.
------」
나는 두려워했다.
한 순간이라도, 사쿠라를 사쿠라가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 사실이, 몸에 피하도록 명하지 않았다.

반면 시로는 흑화된 사쿠라와 직면한 순간에도 인간적인 고뇌를 드러낸다. 일반인을 학살하는 그림자의 실체가 사쿠라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순간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12]

……토오사카는, 이긴 거다.
사쿠라에게 씐 것은 떨어졌다.
저 녀석은 역시, 마지막 중에서도 마지막 순간에, 사쿠라의 생명을 선택해줬다.
사쿠라는 사쿠라다.
아무리 그림자에 삼켜져도, 그 심지는 변함없다.
……사쿠라를 저렇게 만들어버린 건 나다.
그 때---그림자에 삼켜진 사쿠라를 두려워하지 않고, 딱, 때렸다면, 이렇게는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시로는 그 순간 사쿠라를 외면했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한다.

「………하아. 뻔뻔스럽게 단언했지, 너」
어, 하며 뻔뻔스럽게 끄덕여본다.
「……그래. 뭐, 무슨 소리 해도 헛수고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말야. 솔직히, 졌어」
「어라? 어디 가는 거야, 토오사카」
「어디냐니, 싸울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잖아. 사쿠라가 저런 충고를 한다는 건, 정말로 여유가 없다는 말인걸. 서둘러서 준비해야지」
「그, 그건 그런데, 얘기는 아직--」
「얘기 같은 거 끝났어. 요컨대, 시로는 자기가 살아있는 한 사쿠라를 구할 거라는 거잖아.
……흥. 좋아, 마음대로 해, 이제 참견 안 할 거야, 이렇게 되면 납득이 갈 때까지 발버둥쳐 보라구」
「음……?」
아까까지 긴장하고 있던 건 어디에 갔는지, 토오사카는 미묘하게 볼을 뾰루퉁하게 부풀리고 있다.
「하지만 착각하지 마. 이건 보석검을 만들어주는 교환조건이야.
시로가 노력하고 있는 한, 사쿠라를 어떻게 하는가는 너에게 맡기겠어. 내가 나서는 건 네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난 뒤에 해 줄게.
……그러면 불만 없지. 시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사쿠라는 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말을 남기면서, 토오사카는 별채로 사라져갔다.
「………………」
그 뒷모습을 보며, 무언가, 가슴에 막혀 있었던 커다란 불안이 녹았다.
우리들의 생각은 정반대다.
그래도, 어쩌고저쩌고 해도 토오사카는, 사쿠라를 구하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나와 토오사카, 양쪽 다 사쿠라가 좋다고 하면.
토오사카라면, 확실히 사쿠라를 재기시켜 줄 테니까.
「시로. 네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신뢰하고 있어. 기대에 확실하게 응하라구」
「하?」
……아니.
이 국면에서 불만을 목적어 빼고 이야기해도, 제대로 머리가 안 돌아가는데.
「그, 그러니까, 결판이 난 뒤에 와서 불평 하는 것도 성가시다는 거야! ……에, 사쿠라를 구하고 싶다면, 너무 늦어지지 않게 해」
긴 머리를 휘날리며, 돌아보지 않고 토오사카는 안으로 사라져갔다.
……그것이, 토오사카 린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저항이었다.
뒤로 미루고 있었던 결의를 굳힌다.
한계까지 에미야 시로를 기다리려고 했지만, 이 이상은 미룰 수 없다.
————아니.
애초에 자신들의 문제를, 시로에게 맡기려고 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토오사카 린의, 마토 사쿠라에 대한 약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시로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시로의 모습이 있었기에 이에 영향을 받은 린은 시로라면 사쿠라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된 것이고, 그래서 사쿠라와의 결전에 임하면서도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사쿠라를 짓누르던 열등감으로부터 해방시킨 것은 린이었지만, 린을 크게 도운 보석검은 시로와 이리야의 합작품이며, 사쿠라를 앙그라 마이뉴로부터 완전히 구출해낸 것은 시로의 룰브레이커였다. 육체적으로 사망한 시로를 되살려낸 것은 이리야와 린의 역할이었다. 사쿠라에게 있어서 시로와 린 두 사람이 모두 소중한 존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로나 린 중 어느 한 쪽이 결여되어도 사쿠라는 구원될 수 없었다.

2.1.3 공통의 가치관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은 협력할 수 있었던 것인가.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첫째, 시로와 린 모두에게 사쿠라는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작중의 숱한 묘사가 존재하므로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결국 시로도 린도 사쿠라가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둘째, 대조적이기만 한 듯한 시로와 린에게 공통되는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로와 린은 '노력한 자가 보답받지 못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Fate/stay night의 전체에서 이런 생각을 드러내는 장면을 여러 차례 찾아볼 수 있다. Fate 루트에서 시로는 세이버의 과거를 알고 그녀가 보답받지 못하는 것에 참을 수 없어하며, 린 역시 HF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응,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나, 야무지지 못한 녀석을 보면 내버려둘 수 없으니 말야. 딱 잡힌 구조를 정말 좋아하니까, 노력하는 녀석에겐, 노력한 만큼 보수가 있지 않으면 참을 수 없고」
-거기다, 무엇보다도.
「사쿠라를 좋아하니까. 항상 보고 있었고, 항상 웃고 있어주길 바랬고. ……응. 내가 괴로우면 괴로울수록, 너는 편하게 있을 수 있다고 믿고 싶었어.
그것만 가지고도
-괴롭다는 것 따위, 생각할 틈조차 없었으니까」

각자의 신조에 따른 입장 차이로 대립했을 뿐 결국 사쿠라와 같은 환경에 놓인 자와 마주했을 때 이들의 생각은 '노력했으니 보답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을 때 손을 잡게 되는 것은 상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결국 린은 사쿠라를 정신적으로 해방시키고 시로는 사쿠라와 앙그라마이뉴로부터 물리적으로 구출해낸다. 이런 전개와 결말 때문에 HF 루트는 시로와 린의 더블 히어로로 구상되었던 플롯 단계의 페스나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은 루트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2.2 린과 사쿠라

HF 루트에서 후유키시의 세컨드오너로서 도시를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었던 린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현실적인 판단을 통해 마을사람들을 학살하는 사쿠라를 죽일 수밖에 없다고 결심하게 된다. 주인공이 어떻게든 지켜보려 하는 해당 루트의 히로인을 죽이겠다고 나서는 역할이니 HF 루트의 린의 모습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아무리 이미 인연을 끊었다 해도 피를 나눈 자매로써 사쿠라에게 너무 심하게 대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단 친언니인데 힘들어하는 동생을 감싸고 위로해주기는커녕 고압적인 태도와 말투로 선을 그어 냉랭하게 대하기도 하고 그간 겪은 아픔을 이해해주려 하지 않는 데다 심지어는 어쩔 수 없다고 판단되자 직접 죽이려고까지 하는 데에 냉혹하고 마술사적이라고 안티로 돌아선 사람들도 많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HF 루트의 린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단골소재로 삼는 것은 배드엔딩 40. 이 배드 엔딩에서 린은 사쿠라가 11년 동안 당한 생지옥을 겪게 되자 꺼내달라고 애원하게 되는데, 이를 놓고 사쿠라보다 멘탈이 약한데 허세만 부렸다는 식의 비난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13] 하지만 린은 사쿠라가 겪은 고통 자체를 이해한다거나 견딜 수 있다고 말한 적은 없다. 마토 저택에 직접 발을 들여 조사하면서 전모를 대강 알아채고 '마술사로서 이런저런 고난을 견뎌왔긴 하지만 저 음충들의 능욕으로 새겨지는 마토의 마술수련을 견딜 자신은 없다'고 생각하는 장면도 있다. .

물론 작중에는 린이 사쿠라를 떼어놓고 냉랭하게 대하는 장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흔히들 이러한 린의 대사들을 근거로 HF 루트 린의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시되기도하나, 린이 사쿠라를 뿌리치려고해도 속으로는 결코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모습츤츤츤은 시로와 이리야의 대화 및 독백을 통해 충분히 제시되고 있다.

「특별이고 자시고. 보고 있으면 알아. 봐, 토오사카 녀석 평소 이상으로 무뚝뚝하잖아. 그러면서 사쿠라가 뭔가 실수하면 바로 주의를 주지. 저건, 즉」
「…………시종 마음에 두고 있는 거네. 하지만 그게 알려지고 싶지 않으니까 차가운 얼굴 하고, 사쿠라를 무시하고 있는 거지」 - HF 루트 10일차
「부, 불만은 없어. 호칭 같은 건 사쿠라의 자유고, 나도 사쿠라라고 이름을 부르고 있으니. 뭐, 선배라고 부르는 사람이 둘이나 있으면 헷갈리니, 그쪽이 알기 쉬운 거 아냐?」
흥, 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하고, 토오사카는 얼굴을 돌린다.
……그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고, 웃음을 다 숨기지 못하고 있는 건, 사쿠라도 알았을 거다. - HF 루트 10일차
「……하아. 그럼 말한다, 토오사카. 아까 그거 말인데, 사쿠라한테 너무 심한 소리 하지 마. 사쿠라도 좋아서 저런 몸이 된 게 아니잖아」
「알아. 하지만, 그렇기에 확실히 말하지 않으면 안 되잖아. 어중간한 태도를 취하면, 그거야말로 조켄이 허점을 이용할 뿐이지」
「……좋은 기회니까 확실히 말해두는데, 나는 사쿠라에게 동정하고 있지 않아.
그도 그럴 것이 조켄의 마리오네트라든가, 마토에 맡겨졌던 거라든가, 그런 건 나한테는 관계 없는 일인걸. 그 애 자신의 문제에, 내가 참견해봐야 별 수 없고 말야」
「————토오사카」
「알겠어? 내가 저 집에 있는 건, 사쿠라가 아니라 네가 있기 때문이야.
내 목적은 성배지, 사쿠라를 구하는 게 아냐. 그걸 위해서는 사쿠라를 감시할 거고, 미움 받더라도 상관없어. 그래서 아까 같은 소리도 할 거고, 이후로도 사쿠라를 적으로서 취급할 거야」
「……그럼 토오사카는 사쿠라에게 미움 받아도 상관없다는 거야? 지금은 생판 남이니까 관계 없다고?」
「그래. 거기에 불만 있어, 너는?」
「바보. 그런 거 당연히 있지」
……진짜, 토오사카답지 않다.
여느 때라면 부드럽게 넘기는 말인데도, 꾸욱 주먹을 쥐고, 필사적으로 속이려고 하고 있으니까.
「알았어, 토오사카가 그렇게 행동할 거면 마음대로 해. 토오사카가 그런 태도를 취해봐야, 마음은 확실히 사쿠라에게 전해지고 있으니 말야」
「에———자, 전해지고 있다니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네가 얼마나 사쿠라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라는 거. 외부인인 나도 알아채니까, 사쿠라한테는 다 들켰어」

린이 사쿠라에게 상냥하게 대하지 않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 린은 원래 퉁명스럽다. 이는 성격적인 단점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어린 시절부터 타인과의 사이에 벽을 두며 고독하게 살아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완전히 우등생의 가면을 쓰고 대한 사람들에게는 성격조차 완벽하게 위장이 가능했지만 사실 린에게는 정말로 마음을 터넣고 지내는 사람이 존재한 적이 없었다. 이것이 대인관계가 서투른 모습을 형성하게 된 원인으로 볼 수 잇을 것이다. 이를 시로는 '사람이 좋은데 그게 영 알기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린의 언행을 보면 퉁명스럽게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뒤집어 보면 걱정하는 마음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쿠라 역시 린의 이런 성격을 눈치채고 있는지 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은 하면서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둘째, 린은 이미 사쿠라를 구하기 어렵다고(죽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쿠라에게 상냥하게 대한다는 것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잔혹한 행동과 얼마나 모순되는 위선인가도 린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상황을 적당히 모면하기 위해서라면 위선적 언행조차 때로는 필요할지 모르나 린은 그러지 못하는 서투른 성격이다. 스스로를 냉혹하다고 생각하는 린으로서는 사쿠라에게 상냥하게 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 린이 사쿠라에게 상냥하게 대했다고 한들 린이 사쿠라를 죽이려 하고 있다는 전제가 바뀌지 않는 이상 위선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었을 것이다.

셋째, 시로를 믿지 못하는 사쿠라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것도 이런 쌀쌀맞은 태도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린의 시선에서 볼 때 시로는 정말로 사쿠라를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계가 자꾸만 꼬여가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사쿠라가 린을 연적으로 여기기 때문인데, 린이 시로에게 어떤 이성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쿠라의 의심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시로가 린에게 내심 이성으로서 끌리고 있음을 사쿠라가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사쿠라가 이런 불안을 품는 가운데 시로와 린이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것도 의심을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 됐다. 실제로 HF 루트 초반에 시로의 심층 욕망을 드러내는 음몽에 나온 것은 린이었고, 다음날 자신과 악수를 나눌 때 심하게 당황하는 시로를 본 린이 "좋아하는 여자애로 자위하는 타입이니?"라고 직설적으로 놀려오자 시로는 정곡을 찔렸다는 듯이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마지막 싸움을 앞둔 시로의 독백에서는 다음과 같이 린을 이성으로 여겼음을 인정하는 내용도 있다.[14]

「시로. 지금 물어둘게」
……그 때.
선행하는 토오사카가,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상관없는데, 뭐야」
「보석검. 어째서 만들어줬어」
그건 뭐라고 할까, 밑으로 내려가기만 하는 작업에 질려서, 심심풀이로 말한 듯한, 그런 쌀쌀맞은 느낌이었다.
「어째서라니, 뭐가」
-그러니까. 나는 사쿠라를 죽일 거라 하고 있잖아.
그런 나한테 무기를 맡겨도 되냐는 거지」
------」
과연, 하며 어둠에 대고 끄덕인다.
그건, 뭐어 확실히, 토오사카의 말이 맞다.
「안 돼. 안 되지만, 토오사카가 없으면 사쿠라는 구할 수 없어. 사쿠라를 구하고 싶다면, 한 명보다 두 명 쪽이 확실하잖아.
……거기다, 검을 투영하는 건 약속이었어.
나는 토오사카와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 그러니까, 또 하나 맺은 약속만은 제대로 지키고 싶었던 거야」
이미 훨씬 전.
세이버를 잃은 뒤, 나는 토오사카에게 조력을 구했다.
토오사카는 거기에 응해주고, 확실히 약속한 거다.
토오사카를 이기게 만든다.
토오사카를 성배전쟁의 승자로 만든다고 약속했다.
……그건 이제 지킬 수 없다.
그러니, 또 하나 한 약속만은 지켜야 한다.
그 때.
아무것도 없었던 나를 믿어준, 토오사카 린이라는, 좋아했던 여자애를 위해서.

문제는 정작 당사자인 린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며, 더 골치아픈 것은 린 역시 시로에게 끌리고 있지만 본인은 이를 전혀 자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15] 실제로는 시로와 린이 서로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를 민감하게 파악하는 사쿠라는 흑화의 영향까지 받아 이들에 대한 의심을 계속해서 키워가게 된다. 시로와 린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사쿠라의 일방적인 오해로 볼 수만도 없는, 사쿠라를 답답해 하는 린도 시로와 언니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쿠라도 사쿠라를 지키겠다며 동분서주하면서도 의심을 받게 되는 시로의 안타까움도 각자의 입장을 고려해 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진다.

넷째, 린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린은 자신이 사쿠라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실제로는 찌르지 못한 순간까지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린은 입으로는 죽인다고 하면서도 언니라고 부르는 사쿠라에게 흔들리기도 하는 등 일관성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왜 사쿠라에게 쓸데없는 기대를 하게 했냐는 비판이 있지만 이는 린이 사쿠라를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단 마음에 오랫동안 일부러 궁도장을 들락거리는 행동을 할 정도로 사쿠라를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고, 이런 상황에 놓이지만 않았다면 사쿠라를 위해 행동했을 언니였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의견이다. 죽이고 싶어서 죽이려는 게 아니라 죽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뿐, 린이 사적인 감정으로 사쿠라를 미워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사쿠라가 자신을 언니로 대해왔을 때 린의 마음이 순간 풀어져 버리는 것은 오히려 그녀도 사람, 그것도 고등학생에 불과한 소녀라는 증거이자 린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음의 군살 때문인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린이 사쿠라를 죽이는 2개의 배드엔딩 중 배드엔딩 30에서는 사쿠라를 죽인 뒤의 전개를 암시하는 키레이의 발언이 존재한다. 해당 배드엔딩에 따르면, 사쿠라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 이상, 린은 성배를 손에 넣지 않으면 붕괴할 거라고 한다. 프롤로그 때만 해도 '성배에 빌 소원은 없고, 그저 눈 앞의 싸움을 이기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말하던 모습과 비교하면 사쿠라의 죽음은 린의 심리 상태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크게 변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술사로서의 씩씩함과 또래의 소녀스러움이 공존하는 비교적 완성된 인간상'은 그녀의 루트였던 UBW 루트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지면서 긍정받으며, 원작자로부터도 아름다운 삶의 방식(生き方)이라고 코멘트받지만 사쿠라의 죽음은 이를 붕괴시키는 사건임은 린에게도 커다란 비극임을 알 수 있다. 즉, 린 스스로는 사쿠라를 필요하다면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죽이는 순간 린의 삶 역시 붕괴하는 것이다.

2.3 감춰진 고독

10년 간의 사쿠라의 처지가 강렬한 나머지 경시되는 경향이 있으나 사실 린의 10년 간 역시 결코 윤택한 삶은 아니었다.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자신의 고통을 겉으로 내세우려 하지 않으며 또한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치환해 버리는 린의 기질 탓이 크다.

린은 10년 전 부모를 잃은 후 의지할 곳은 코토미네 키레이 한 명뿐이라는 환경 속에서 타인과의 교류가 거의 없이 고독하게 살아왔다. 그 키레이가 마음의 안식처가 되지 못했음은 시로를 데리고 린이 교회를 처음 찾았을 때 키레이의 입에서 나오는 '네가 나를 의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는 대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16]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마술가문의 당주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했던 린은 언제나 우등생으로 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때문에 당주로서의 자신에 대해 UBW에서는 '이게 아닌데 싶기도 하지만 바꿔지지가 않는다' '이런 성격이니 후계자로 선택된 거겠지만 그걸 깨달았을 땐 충격받았다'고 자조하면서도 '재밌으니까'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한다.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즐기려는 방향으로 전환시키려 하는 린의 기질이 잘 드러난 부분.[17] 하지만 HF에서 린은 또 다른 내용의 고백을 한다. '나는 자신이 좋은 환경을 가졌다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내가 괴로우면 괴로울수록, 너는 편하게 있을 수 있다고 믿고 싶었어. 그것만 가지고도———괴롭다는 것 따위, 생각할 틈조차 없었으니까'라고.

2.4 배드엔딩 40의 해석을 둘러싼 멘탈 논쟁

'사쿠라의 정신력은 린보다 훨씬 강하다'라는 주장이 핵을 이루는 소위 멘탈 논쟁을 타입문 관련 커뮤니티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때 주장의 근거로 '배드엔딩 40'가 거론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배드엔딩 40 '팜 파탈'은 린의 나약한 멘탈을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포함된 엔딩인 것일까? 멘탈 논쟁에 대해 본격적으로 언급하기에 앞서 우선 원작자 나스 키노코의 의도를 한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Fate/stay night에는 총 40개의 배드엔딩이 존재한다. 이 배드엔딩들이 무의미하지 않은 이유는 소위 정답에 해당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경우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를 제시해 주는 역할뿐만 아니라, 미처 드러나지 않은 인물들의 의도나 설정 등이 배드엔딩을 통해 암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HF 종반에 '시로가 세이버를 죽이지 않는다면?' 이라는 if를 전제로 도달하게 되는 배드엔딩 40 '팜 파탈'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배드엔딩 40은 본편의 이해에 다음과 같은 힌트를 준다.

1. 사쿠라의 열등감은 힘의 우위를 얻어 상대를 파괴하는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정신적 극복을 통해 해결되는 본편과 반대의 결말)
2. 사쿠라가 완전히 흑화될 경우 시로는 구할 수 없다.(현실도피에 다시 빠져버리는 시로의 모습)
3. 참혹한 능욕은 린도 무너지게 만들 정도로 가혹한 것이었다.

이 중 멘탈 논쟁의 빌미가 되는 것은 3번이다. 물론 이 엔딩에서 린이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참혹한 능욕 앞에 존엄성을 짓밟힌 자의 통곡을 유약함으로 매도하는 것이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주장인지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주장이 용인된다면 동일한 폭력을 장기간에 걸쳐 당해온 사쿠라의 과거를 한낱 더러운 것으로 치부하며 조롱하는 이들 역시 비인간적이라고 지탄받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특히 정신력의 우열을 논하려면 먼저 성격, 환경, 경험 등의 여러 요인의 종합적 결과물인 '멘탈(여기서는 주로 성적 학대에 대한 인내력)이 정량적으로 비교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HF 루트의 린과 사쿠라의 갈등을 둘러싼 논쟁은 불행의 총량을 겨루는 대결 구도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담이지만 근본적인 의문을 잠시 접어두고 멘탈의 단순 비교가 가능하다고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작중에는 다음과 같은 서술도 존재하기에 근거로서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할아버님. 저는 싸우지 않겠어요. 라이더는 이대로 오라버니에게 양도할게요”

재교육을 각오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는 말한다.
여기서 거역하면 어떤 처사가 기다리고 있을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손발의 감각을 끊기고, 벌레창고에 던져지는 공포는 영원히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던 건 2시간이 한도.
오늘은 그 몇 배나, 아니, 자칫하면 성배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 속에서 견디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미쳐버릴 것 같다. (HF 루트 9일째)

2시간 이상을 버티질 못한다고 말한 사쿠라의 멘탈은 린보다 멘탈이 약한 것인가? 오히려 버티지 못할 것을 암에도 이를 극복하고 실천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처럼 능욕에 대한 인내력을 기준으로 멘탈의 우열을 논하는 주장은 많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소위 멘탈 논쟁이 벌어질 때 성적 수치심에 민감한 여고생과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것으로 여기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아이라는 차이점에서 원인을 찾으려하는 의견도 볼 수 있는데야겜이긴 하지만 성적인 것을 특별하게 보지 않아도 해석하는데 지장이없다. , 성적 학대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서 누가 더 민감한가를 논하는 것도 결국 정량적 사고의 틀에 갇혔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멘탈이 허약하다'는 근거로 린의 성격이 거론되기도 한다. 린은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니 사쿠라보다 멘탈이 약할 것이라는 주장인데, 이는 아래 지문처럼 작중에서 묘사된 성격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다.

「있잖아, 아쳐. 자신이 해 온 일을, 후회한 적 있어?」
돌아보지 않고, 그녀는 말을 던졌다.
「--------」
「나는, 가능하면 마지막까지 하고 싶지 않아. 정말로 다시 일어날 수 없게 됐을 때도, 이를 악물고 계속 억지를 부리고 싶어.
하지만, 그건 어렵겠지. 분명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으로」
「마지막에 뭔가 남길 말은 있나. 유언 정도는 듣지」
간결한 말.
「……흥. 이럴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당신이라면 알고 있잖아」
여느 때와 마찬가지인 말투라, 토오사카 린은 대답한다.
「그렇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너다, 린.
동시에, 뒤집히지 않는 현실을 순간에 인정하는 것도 네 멋진 점이지.
---좋아. 그 모순은, 상당히 향기롭고 좋다」

나스 키노코는 린을 물러터진 현실주의자라고 자주 표현하는데 , 단순한 현실주의자가 아니라 '물러터진 현실주의자'라는 표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자.
린의 현실주의자적 면모는 현실에 쉽게 체념하는 모습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대한 인식, 분석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묘사된다. 린과 키레이의 대사처럼 린은 불가능함을 판단하는 능력은 뛰어나나 이에 순응하기보다는 저항하고자하며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이상주의적 면모를 갖기에 '물러터진 현실주의자'인것이다. HF 루트에서 사쿠라를 구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성배를 획득한다면 어쩌면...이라며 일말의 가능성을 시로에게 시사하는 모습이나 현실에 저항하는 시로의 모습을 보고 실낱같은 희망을 느껴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은 '체념적'이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시로와 린은 언뜻 보기엔 정반대인 듯 보이지만 현실에 대해 저항적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매우 닮은 면이 있다. 시로와 린이 어느 루트에서나 최종적으로 동일한 목표를 위해 협력하게 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대립하는 장면에 이르면 두 사람의 결정적 차이가 드러나는데, 시로는 마지막에 좌절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지만, 린은 최대한 저항하고 버티되 마지막이라고 판단하면 현실적인 최적의 답을 구하고 선택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음 서술에서도 린의 이런 성격이 잘 드러난다.

……그것이, 토오사카 린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저항이었다.
뒤로 미루고 있었던 결의를 굳힌다.
한계까지 에미야 시로를 기다리려고 했지만, 이 이상은 미룰 수 없다.
-아니.
애초에 자신들의 문제를, 시로에게 맡기려고 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토오사카 린의, 마토 사쿠라에 대한 약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사쿠라」
에?」
아무렇지도 않게, 아침 인사처럼 이름을 부른다.
-순간.
토오사카 린은, 깨끗이 승부를 결판 냈다.

무엇보다 '누가 더 불행한가'라는 접근법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명백한 이유는 린과 사쿠라가 겪어온 서로 다른 환경에 대해 나스 키노코는 결코 '누가 더 불행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스 키노코의 접근법은 다음의 지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것은, 자신과 얼마나 다른 세계였는가.

냉철한 가르침, 과제의 곤란함, 새겨진 마술각인의 아픔.
그러한 “후계자”로서 얼마나 힘들게 지내왔는가를 비교하는 게 아니다.
애초에, 등에 진 고뇌, 넘지 않으면 안 됐던 벽으로 말하자면, 그녀가 극복해 온 장해도 역시 그 외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힘들고 곤란한 것을 극복해 온 걸로는, 틀림없이 토오사카 린이 한 수 위겠지.
그렇기에 오대원소 사용자( average • one ), 마술협회가 특대생으로 맞아들이려고 할 정도인 젊은 마술사( 천재 )다.
이 방에 소굴을 이룬 벌레들을 통솔해라, 라고 하면, 그녀라면 반년이면 보다 뛰어난 술식을 짜낼 수 있다.
마토의 후계자가 10년 걸려서 아직 습득하지 못한 마술을, 린이라면 반년이면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그 우둔한 학습방식.
술사를 벌레들에의 노리개로 삼는다는 방식에 견뎌낼 수 있겠는가 라고 질문을 받으면, 그녀는 말을 삼킬 수 밖에 없다.(HF 루트 8일째)

지문에 명시된 것처럼 린이 놓였던 환경은 힘들고 곤란한 수련의 연속, 사쿠라가 놓였던 환경은 존엄성을 짓밟는 학대였다는 점에서 완전히 성격을 달리한다. 하지만 그러한 “후계자”로서 얼마나 힘들게 지내왔는가를 비교하는 게 아니다.라는 서술에 드러나듯 나스는 과연 누가 더 힘들었는가에 대해서는 끝내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에 힘들고 곤란한 것을 극복했다는 점에서는 린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그런 린이라도 마토의 수련을 견뎌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암시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린이 난관을 극복해 내는 방향으로 능력이 뛰어났다면 사쿠라는 인내하는 능력이 강했다는 추정 정도는 가능하겠으나, 명백한 우열을 논하기엔 두 환경은 너무나 달랐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나스의 의도는 불행의 비교에 있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엄성을 짓밟히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린이 사쿠라보다 좋은 환경에 놓였다고 볼 수 있는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 단정이 '그러니 (더 좋은 환경에 있었던) 린이 사쿠라의 고통에 매정한 태도로 일관한 것은 가혹하며' '(배드엔딩 40처럼) 자기도 못 견딜 고통에 있을 거면서 허세만 부렸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린이 사쿠라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경시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가. 아버지 분부를 어긴 건, 이게 처음이구나」
멍하니 중얼거린다.
별반, 그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깬 것 때문에, 소중한 무언가가 부서진 것도 아니니까.
다만, 후회하는 게 있다고 하면, 그건
「……바보네. 어차피 깰 거라면, 더 빨리 들이닥칠 걸 그랬어」
10년 이상이나 계속 참아왔던, 누군가에 대한 후회였다.(HF 루트 8일째)

앞서 인용한 벌레창고 장면에서의 독백이다. 린은 사쿠라가 겪은 수련의 내용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를 목도한 순간한 자신은 그 수련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 여기는 동시에 사쿠라를 더 일찍 구해내지 못했음을 후회하기도 했다. 10년 이상 린이 사쿠라를 구하려 하지 않은 이유가 무관심 때문이 아님은 궁도장을 일부러 찾아다녔다는 사실만으로도 명백하며, 이에 대한 본인의 소회는 다음 장면에서 드러난다.

2.5 따스함이 필요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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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그거」
————불쌍하네, 라고. 그녀는, 일체 동정하지 않았다.
「뭐————————」
「그런 일도 있지. 우는 소리 해 봤자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괴물이 됐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잖아?
그도 그럴 게, 지금은 안 아프잖아, 너」
냉혹한 모든 것에 대한 긍정.
……소녀의 외침은, 도를 넘기는 했지만, 그저 따스함을 바라는 행위였다.
그걸 부정당했다.
괴물인 자신이 긍정됐다.
그렇게 된 건 네가 약했기 때문이다, 라고.
항상, 항상 결벽하고 완전했던 언니가, 속일 길 없는 진실을 입에 담았다.
「언니———언니가, 그러니까————!」
그림자가 끓어오른다.
언니에게 눌려, 싸움을 부정하기 시작했던 소녀는, 절망과 함께 저주를 구현해 간다.
「그래. 그럼, 내 쪽에서도 딱 하나 말해둘게. 나, 괴롭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대개는 가볍게 받아넘겼고, 어떤 것도 잘 소화했어. 그래서 너처럼 코너에 몰린 적도 없었고, 몰리는 인간의 고민 따위 흥미 없었어」
「그런 성격인 거야, 나. 그다지 다른 사람의 아픔을 몰라.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사쿠라가 얼마나 괴롭게 느끼고, 얼마나 지독한 나날을 보내왔는지는 모르겠어. 미안하지만, 이해하려고도 생각하지 않아」
간결한 말.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괴로움을 호소하는 여동생에게 진실만을 말하고,
「하지만 사쿠라. 그런 무신경한 인간이라도 말야. 나는 자신이 좋은 환경을 가졌다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똑바로.
최대한 마음을 담아서, 마토 사쿠라라고 하는 소녀를 마주 쳐다봤다.

HF 루트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장면으로, 이 장면의 두 사람을 '내 군생활 vs 니 군생활'같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으나, 사쿠라가 절규하는 장면의 '……그 증오는, 언니인 그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세계와 자기자신에게 향해진, 출구 없는 간절한 애원이었다.'는 서술이나 린의 '자신이 좋은 환경을 가졌다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라는 대사가 사쿠라가 겪어온 고통을 가벼이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서술(이전 문단의 인용 참조) 등을 고려하면 이는 적절한 비유라고 보기 어렵다.

이 장면에서도 앞서 언급한 린의 기질이 잘 드러나는데, '똑바로. 최대한 마음을 담아서 마주 쳐다봤다'는 지문은 린의 이 대사가 사쿠라에게 성의를 담아 말한 말들임을 말해 주고 있다.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지금이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아프지 않은 것처럼) 좋은 점도 있다면 뭐 어때?라는 포지티브한 린의 사고 방식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하지만 퉁명스럽게 들리는 말투, 서로 대립하고 있던 상황, 이미 흑화가 진행됐고 린에 대한 적개심마저 심하던 사쿠라의 심리 상태가 어우러져 사쿠라는 이 말들을 잔혹한 긍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장면은 주의해서 읽어야 하는 점이 있는데 화자의 같은 대사가 청자의 심리 상태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복합적인 장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쿠라가 격분하는 장면의 지문은 린의 대사가 철저하게 냉혹한 말이었던 것처럼 서술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린의 포옹으로 인해 사쿠라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확실히 죽였다.
이걸로 끝이다, 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단검을 내밀고,
————아, 안 되겠어, 이거.
자신이 졌음을, 깨닫고 말았다.

확실히 빨랐다.
확실히 자신을 죽일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 중에도 마지막에서, 그녀는 단검을 찌르지 않았다.
「……아—아. 시로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말 못하겠네, 나도」
멍한 목소리.
그건 소녀가 쭉 동경하고 있었던,
곧잘 빈정거리고 용서가 없고, 하지만 따뜻하고 다정한, 토오사카 린이라는 소녀의 목소리다.
린은 생각한다.
……이렇다 할 일은 아니다.
요컨대 아까 그 순간, 가장 중요한 때에 깨닫고 말았다.
마토 사쿠라를 가까이에서 본 순간, 자신은 사쿠라를 죽일 수 없구나—, 라고, 당연한 듯이 느끼고 말았다.
「……하아. 바보야, 나」
……정말로 기가 막혀버린다.
마지막 중 정말 마지막에 그런 걸 깨닫게 되다니, 자신은 정말 확고하게 얼빠졌다.

린의 포옹은 계산된 행동이 아니다. 자신은 사쿠라를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정말로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깨닫게 되었기 때문에 나온 돌발적인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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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더 빨리 깨달으란 말이다.
……하지만 뭐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걸까, 라고 린은 납득해 본다.
「……응,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나, 야무지지 못한 녀석을 보면 내버려둘 수 없으니 말야. 딱 잡힌 구조를 정말 좋아하니까, 노력하는 녀석에겐, 노력한 만큼 보수가 있지 않으면 참을 수 없고」
———거기다, 무엇보다도.
「사쿠라를 좋아하니까. 항상 보고 있었고, 항상 웃고 있어주길 바랬고. ……응. 내가 괴로우면 괴로울수록, 너는 편하게 있을 수 있다고 믿고 싶었어.
그것만 가지고도———괴롭다는 것 따위, 생각할 틈조차 없었으니까」
가엾게 여기듯 사쿠라를 안는다.
일생에 한 번뿐인, 자매의 포옹.
그녀는 자신의 배를 꿰뚫은 동생을, 겨우 손에 넣은 보물처럼, 부드럽게 껴안는다.
「———언, 니———」
……체온이 사라져간다.
원망하는 말 따위 한 마디도 없다.
토오사카 린은, 자신의 죽음이 아니라, 껴안은 소녀를 구해주지 못하는 것만을 후회하며,
「미안, 이렇게 제멋대로인 언니라서.
……그리고, 고마워. 그 리본, 쭉 달고 있어줘서, 기뻤어」

UBW에서 아처가 말한 '토오사카 린은 마지막까지 간단하게 자신의 길을 믿을 수 있다'는 린의 성격은 여기에서 엿볼 수 있다.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사쿠라를 죽이지 못했지만 그런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도 '뭐 어쩔 수 없지'라고 간단하게 긍정해 버린다.

———하지만 말야, 사쿠라. 그런 무신경한 인간이라도 말야.
나는 자신이 좋은 환경을 가졌다고, 한 번도———
「————, 버」
……그 말에, 어떤 고독이 담겨 있었던 걸까.
소녀의 고뇌는 소녀만의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고, 해방하는 것은 타인에겐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 위선은 절대로 없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그녀가 동경하고, 계속 믿었던 소녀에게도,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고독이 있었다고 하면.
「————————어」
……그렇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항상 자신이 넘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전부 가지고 있고, 이상 바로 그것이었던 존재.
그런 언니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항상 무언가에 묶여 있었던 인간이었다고 하면.
「————내, 가」
……그렇다면.
결국, 약하고 잘못한 건 그녀의 세계가 아니라.
겁쟁이라 얼굴을 들지 못했던 자신뿐이고———
——그런 자신을, 서툴면서도, 사랑해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도————내가, 부숴, 버렸어」
……어디에서, 잘못 알고 말았던 걸까.
전부 있었다.
그렇게 원했던 것이, 사실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렇게 다정하게 껴안아주고, 그렇게 생각해주고 있었는데.
내가———자신의 손으로, 산산조각 내버렸다.
「————————, 아.
아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 ! ! ! !」
이쪽에서도 안아주지 못했던 손은 굳어진 채.
소녀는 사랑해주고 있었던 언니의 피에 젖어, 강하게, 자신을 저주하기 시작했다.

이 자매의 포옹 장면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전반과 후반의 괴리감이 너무 커서 공감이 안 간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대개는 린의 말들을 냉혹한 부정으로 간주하는 전반부의 해석을 지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쿠라가 생각을 왜 바꾸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런데도 언니는 와 주지 않았어요.
저 따위 모르고, 항상 깨끗한 채 웃고 있었어요. 비참한 저 따위 신경 쓰지도 않고, 토오사카 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어째선가요……! 같은 자매인데, 같은 인간인데, 어째서 언니만, 그렇게 웃고 있을 수 있는 건가요……!」
「--------」
……그 증오는, 언니인 그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세계와 자기자신에게 향해진, 출구 없는 간절한 애원이었다.

린에게 원망을 쏟아내면서도 실제 사쿠라의 증오가 향한 것은 언니가 아니라 세상이었으며, 다음의 문장에서 드러나듯 그녀가 원한 것은 동정이 아니라 따스함이었다.

「그런 일도 있지. 우는 소리 해 봤자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괴물이 됐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잖아?
그도 그럴 게, 지금은 안 아프잖아, 너」
냉혹한 모든 것에 대한 긍정.
……소녀의 외침은, 도를 넘기는 했지만, 그저 따스함을 바라는 행위였다.
그걸 부정당했다.
괴물인 자신이 긍정됐다.
그렇게 된 건 네가 약했기 때문이다, 라고.
항상, 항상 결벽하고 완전했던 언니가, 속일 길 없는 진실을 입에 담았다.

린의 포옹은 그동안 사쿠라가 믿어온 린의 모습으로부터는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 때문에 사쿠라는 자신의 생각을 근본부터 뒤집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동안 굳게 믿어온 언니에 대한 의심과 오해를 걷어내는 순간, 사쿠라에게는 린의 말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린의 말투는 차갑고 매정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시각을 바꿔서 보면 그녀 나름의 가치관(타자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는 없기에 동정하지 않는다)에 따른 솔직한 발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린은 사쿠라를 불쌍히 여기며 동정하는 대신 포옹을 했다. 죽일 수 있었음에도 죽이지 못하고 자신은 찔렸다. 계산에 의한 행동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사쿠라가 가장 원하던 따스함을 줬다. 이것이 사쿠라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사쿠라가 린의 본심을 헤아릴 수 있었던 이유는 린의 말과 행동에 명확한 일관성이 있었기 때문이고, 또한 한없이 미워하면서도 언니의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을 동시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며, 자신의 믿음을 뒤흔다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직시할 수 있을 만큼 사쿠라 자신도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린의 성격에 대해 나스 키노코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성격은 합리적이고 냉혹한 '붉은 악마'. 사람을 뿌리치는 듯한 태도를 취하지만, 일관성 있는 강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강함이 시로를 구하고, 아처를 구하고, 사쿠라를 구한다. 정말로 강한 사람은, 토오사카 린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Fate complete material II - Character material)

3 총평

3.1 희망의 상징

세이버는 인간으로서의 이상의 상징, 린은 인간으로서의 희망의 상징, 사쿠라는 인간으로서의 행복의 상징. - 토라노아나의 롱 인터뷰

종종 린의 존재가 희망인 이유를 시로의 이상을 현실로 펼치게 도와줄 인물로 포지셔닝하는 관점이 있다. 물론 실제로 린이 시로에게 마술을 가르쳐주고 마력을 제공하여 시로를 물리적으로 돕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린과 함께하는 시로가 혼자보다는 더 많은 것을 이룰 것이라는 예측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로의 이상은 이뤄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는 시로 본인조차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린의 존재가 희망인 이유는 이상을 추구하면서 시로가 좌절하지 않게 될 원동력을 이야기한다.

「나를 부탁해. 알고 있는 대로 미덥지 못한 녀석이니까 말이지.
———네가, 받쳐 줘」
다른 사람 일처럼, 기사는 말했다.
그건, 더할 나위 없는 이별의 말이었다.
……미래는 바뀔지도 모른다.
소녀 같은 인간이 에미야 시로의 옆에 있어 준다면, 에미야라고 하는 영웅은 생겨나지 않는다.
그런 희망이 담긴, 아득한 말. - 16일차, Stay away

여기서 말하는 희망이란, 무한하게 타인을 위한 이타주의를 실현하다가, 결국 자신의 사후까지 팔아버리고 이상에 좌절하게 될 시로의 미래를 구원할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에미야라고 하는, 시로가 수호자로 전락하게 되는 원인은 자신의 사후마저 포기할 정도로 자신을 배제한 이타주의에 있으며,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자기애의 부족으로 귀결된다. 이 때문에 린은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이야기한다.

「응, 알고 있어. 나, 힘낼게. 너 같이 비틀린 녀석이 되지 않도록 힘낼 테니까. 틀림없이, 그 녀석이 자신을 좋아하게 되도록 힘낼 테니까……!
그러니까, 너도————」 - 16일차, Stay away
「물론. 시로를 제대로 된 인간으로 만들어서, 최대한 해피로 만드는 게 내 야망이니까. 런던에 데려가는 정도로 약한 소리 해서야 견딜 재간이 없지」 - True Ending Epilogue

이는 이상을 추구하는 시로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지 않도록 주어진 또 하나의 숙제이자 UBW 루트에서 린이 맡은 역할이며, Fate/stay night의 해답편으로서의 UBW 루트의 절반의 테마이기도 하다.[18] 단, 시로가 불가능한 이상을 추구한 결과물도, 인간적인 행복을 찾으려고 한 결과물도 UBW 루트에서는 분명하게 다뤄지지 않으며, 두 가지 모두 가능성으로 남게 된다.[19] 물론 변화의 가능성은 희망적으로 남겨지는데, UBW 원작의 트루엔딩을 보면 시로는 '얼른 마술 실력을 키워서 린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것'이 '이상만큼 커다란 목표'라고 한다. 시로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린을 놀라게 하는 것이 이상에 준하는 무게를 가지는 목표가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있는 변화이다.

시로의 변화에 대한 희망적 관측은 UBW TVA가 나온 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20]. 에필로그에서는 2년 후 매일매일 즐겁게 살아가며 현실에 충실한 시로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짓게 되어 인간적인 측면에서 훨씬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인간 측 등장인물 가운데에서는 비교적 완성된 인간상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시로도 린과 함께 있는 한, 그녀와 함께 살아가는 한 아쳐화하지 않죠. (컴플리트 마테리얼 2 인용)
- 정의의 사자를 지향하는한, 린이 곁에 없다면 배드엔딩이 되는 것이 시로다. (Animation Elements 인용)

린이 시로가 정의의 사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자신의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며 미래로 나아가면서도 현재의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아는, 세계관 내에서 완성된 인간상이기 때문이다. UBW(애니메이션의 11화)에서는 퇫마루에서 대화하는 장면을 통해 둘의 대조가 잘 드러나는데, 시로와 린은 똑같이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마술사의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시로는 그저 정의의 사자가 되기 위해 마술을 배웠을 뿐, 배우는 일이 즐겁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반면 린은 마술각인을 지니는 고통이나 마술사로서의 삶에 대한 고독을 겪으면서도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일은 즐겁다고 말한다.

여기서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시로와, 어려운 일을 겪더라도 현재를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린의 차이가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정의의 사자라고 하는 쉽지 않은 길[21]을 걸을 시로에게 포지티브한 사고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린의 존재는 희망이며, 런던에서의 생활을 다룬 Curtain Call 드라마 CD에서도 시로는 '토오사카의 긍정적 사고가 자신의 정신적인 힘이 된다'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나스 키노코도 UBW 이후의 미래에 대해서 해피엔딩을 암시하고는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언제나 '린과 함께 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인다. 원작의 굿, 트루 엔딩이 'Briliant years', 'sunny day'라는 희망찬 타이틀이라는 점, 2쿨 엔딩에서 시로의 심상풍경이 톱니바퀴가 허공에 가득하고 무수하게 많은 검이 꽂혀있는 노을지는 황야에서 톱니바퀴는 땅에 떨어져있고 검은 녹슬어있는 한낮의 초원으로 바뀐 장면에서 린의 존재가 어째서 희망의 상징인지를 알 수 있다.
  1. 여담으로 산다 마코토는 타입문 세계관으로 범위를 넓히면 '영혼이 함께'인 토오노 아키하, 고쿠토 아자카, 아오자키 아오코까지, 나스월드의 츤데레는 모두 좋아한다고 한다.
  2. 사실 엄밀히 말하면 히로인의 정의는 '여성 주인공'이며, 작품 내에서의 린은 사실 이러한 정의에 가장 가깝다는 점에서 히로인 같지 않다는 지적은 오히려 아이러니하다.
  3. 나스 키노코는 Fate 루트는 문제제기편, UBW 루트는 해답편, HF 루트는 그 응용편이라고 언급한 바가 있다(콤프틱 2005년 8월호 부록 Fate/secret book 인터뷰 참조). 이밖에도 시로와 세이버의 관계에 대해서는 단순한 남녀 사이를 넘어선 혼의 쌍둥이이자 소울메이트라고 언급된 바가 있다. 우로부치 겐에게 남자들끼리의 사랑 같다고 언급당한 적도 있다 같은 모순을 가진 두 인물이 서로의 모습을 통해 흔들렸던 마음을 다시 잡고 이상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 Fate 루트의 핵심이며, 그 또한 아름다운 결말이다.
  4. 아처의 꿈은 린이 아닌 시로도 보고 있으나, 그 인생에 대한 평가 등은 거의 전적으로 린이 담당하고 있는 것도 의도적일 것이다.
  5. 나스 키노코는 세이버는 이상의 상징, 린은 희망의 상징, 사쿠라는 행복의 상징이라고 언급한 바가 있다.
  6. 트루 엔딩 타이틀 'Brilliant Year'도 굿엔딩 타이틀 'Sunny Days'도 모두 해피 엔딩을 암시하고 있다
  7. 참고로 이 장면의 소제목은 '붙잡힌 공주'.
  8. 린과 사쿠라는 자신이 놓인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로 이 모습에 충격을 받게 되면서 이를 특별한 기억을 간직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언니 또는 동생도 같은 모습을 보고 있었음을 알지 못하며, 잔인하게도 이 점이 HF 루트에서 린과 사쿠라의 사이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9. 에미야 시로는 흔히 이상주의자이며, 그 이상을 관철한 것이 Fate, UBW 루트, 현실과 타협한 것이 HF라고 설명되지만, 어느 루트의 시로나 불가능해 보이는 것(Fate, UBW에서는 모든 사람을 구하고 싶다는 이상, HF 루트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 없어 보이는 사쿠라가 그 대상)에 도전한다는 모습에 있어서는 공통적이다.
  10. 원풍경이란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원초의 풍경을 말하며, 사람이 어느 정도 연령에 이르렀을 때 가장 오래 남아 있는 풍경과 이미지를 의미한다. 가령 전쟁터에서 유년기를 보낸 사람에게는 폭격당한 폐허의 풍경, 어촌에서 태어난 자에게는 갈매기가 나는 항구의 풍경처럼 마음에 품고 있는 이미지일 수 있다.
  11. 엄밀히 말하면 HF 루트에서도 초반에는 시로가 린을 이성으로 의식하고 있음이 여러 차례 암시되며, 린 역시 결과적으로 시로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품게 되나 시로에게 이 기억에 대해 말하던 시점에서는 이를 자각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12. 시로는 흑화된 사쿠라가 모두를 집어삼키는 배드엔딩40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이며 대응하지 못한다.
  13. 이 배드엔딩 40은 사쿠라가 팜므파탈이라는 제목 그대로 완전히 파멸한 엔딩으로, 이런 사쿠라의 모습은 그동안 그녀를 옹호하던 시로조차 받아들이길 거부해 버리는 최악의 모습이기도 하다. HF 루트의 린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은 심정적으로 사쿠라의 편을 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결말이 인기를 얻는 것은 다소 이상한 부분. 능욕당한 사람이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울부짖었다고 멘탈 약하다고 까는것 자체가 이상하다
  14. 이런 이유들로 인해 HF 루트에서도 시로의 첫 사랑은 린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15. HF 루트에서도 시간이 흐르며 린은 시로에게 끌리게 되지만 자각하는 것은 런던 유학 이후이다. 본편에서는 배드엔딩40에서 린이 도움을 청하며 울부짖은 상대가 시로였다는 묘사를 통해 린이 자신도 모르게 시로에게 끌리고 있었음이 암시되고 있다.
  16. 만약에 여기서 린이 키레이에게 의지했다면 UBW루트애서 시도한것처럼 감금해놓고 성배의 재료로 썼을것이다. 천만다행.
  17. UBW에서는 아버지의 뒤를 계승했다는 책무를 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즐거움을 전환하는 린과 자신의 행복을 거부한 채 강박관념적인 이타주의를 실천하는 시로의 대비에 초점을 맞춰 그려진다.
  18. 물론 다른 절반은 시로와 아처의 대결에서 시로가 내린 결론, "남에게 빌려온 가짜이고 불가능할지라도 아름다운 이상이라면 그것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라는 해답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린은 아처와의 대결에 앞서 아인츠베른 성에서 시로의 내면을 파고들며 시로가 자신의 이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는데 도움을 준다.
  19. 응용편인 HF 루트에서는 이상을 대가로 자기애를 되찾는 방안을 하나의 해결 방법으로 제시한다. 성배의 파괴를 눈앞에 두고 시로가 '살고 싶다'라고 갈망하는 부분은 시로가 인간이 됐음을 상징한다.
  20. 나스 키노코는 '런던편'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서, 다음 루트인 HF 루트와는 별도로 독립된, UBW 루트만의 그랜드엔딩을 위해서였다고 한다.콘도 사장이 눈앞에서 '(원작의 엔딩으로는)약하다'고 디스하기도 했고.
  21. 작중에는 '황야'라고 호칭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