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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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탄생
(The Birth of a Nation)
개봉일1915.03.03일 (미국)[1]
장르드라마 / 역사 / 로맨스
시간165분,186분(DVD)[2]
색상흑백영상
종횡비1.33:1
감독데이빗 워크 그리피스(David Wark Griffith)
출연매 마쉬, 릴리언 기쉬, 월레스 레이드,
스포티스우드 아이큰, 미리암 쿠퍼
작가토머스 딕슨 주니어(Thomas Dixon Jr.)
예산11만 달러(추정)
박스오피스3백만 달러(미국)

1 소개

토마스 딕슨 주니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D.W. 그리피스 감독의 남북전쟁 영화.

남북의 대립 이전부터 친교를 갖고 있던 북과 남의 훌륭한 두 백인 가문의 스톤맨 가와 카메론 가의 가족들이 남북 전쟁을 전후로 하여 겪게 되는 사랑과 갈등, 치열한 삶과 죽음의 곡예, 그리고 이들의 정치적 대립과 의식의 변화 과정을 당시의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유명한 장 뤽 고다르도 이 영화를 기준으로 현대 영화와 그 전 영화로 나뉜다고 평가할 정도로 유명한 영화로, 지금 우리가 보는 영화의 클로즈업, 플래시백(회상), 짧은 쇼트들이 잘게 나뉜 편집, 교차 편집 등 온갖 영화의 기법들이 본격적으로 영화에 나오기 시작한 기점이 된 영화기 때문이다. 특히 교차 편집 기법의 완성은 지금도 컬러 영화와 3D 영화의 발명을 넘는 혁신적인 진보로 꼽힌다. 그래서 영화 공부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보는 영화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2 문제점

영화의 내용 자체가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 포스터에서 말 탄 기사 같이 보이는 사람부터 다름아닌 KKK.
토마스 딕슨 주니어(1864~1946/Thomas Dixon Jr.)[3]의 소설 '클랜스맨(Clansman)'에 기초한다고 되어 있는데, 노예제를 바탕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다 몰락한 미국 남부 사람들에게 아첨하는 3류 소설이 영화의 원작이다.

그래서 흑인은 게으르고 무지하며 백인 여성이나 탐하는 속물로 그려진다. 머리 좋은 흑인은 백인 혼혈[4], 이 영화에서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흑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흑인들을 경멸하고, 백인 주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노예 흑인뿐이다. 그리고 어처구니없이 유색 인종은 물론 백인들에게조차 경멸과 혐오의 대상인 KKK단이 영웅으로 묘사된다. 심지어 어제의 북군 장교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KKK단에 합세해서 영웅적인 최후를 맞는다. 원작자인 딕슨 주니어가 KKK를 지지하던 백인 우월주의자였으니 이런 줄거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백인 갱들이 흑인을 공격하거나 흑인이 백인을 죽인 사건까지 있었다(...). 실제로 2차 KKK가 창설되는 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게 이 영화로, 현재 KKK의 핏방울 마크나 십자가 태우기 의식, 복장들이 사실 1차 KKK 때는 없었던 것들이라고 한다. 즉, 영화나 소설이 KKK단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반대로 KKK단이 다시 창설될 때 이 영화의 영향을 받았던 것.

이런 문제가 있는 영화였지만, 픽션이 진행되는 중간 중간에 남군의 로버트 E. 리 장군이 항복 문서를 작성한 뒤 북군의 율리시스 S. 그랜트 장군과 악수하는 장면이나 에이브러햄 링컨 암살 장면과 같은 실제 역사 현장을, 기록 사진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재현한 시퀀스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의 조감독이자 존 윌크스 부스로 나온 배우 라울 월시(1887~1980)는 영화에 출연한 미리암 쿠퍼와 결혼하였고 혼블로워 시리즈를 감독하여서 감독으로도 성공했다.

막상 그리피스는 흑백 차별에는 좀 무지하다시피 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흑인 하인에게도 이 영화를 권했고,[5] 백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요 엑스트라 및 조연으로 흑인 배우들을 고용했다.[6] 사실 그리피스가 정말로 혐오했던 건 흑인이 아니라 북부로 대변되는 자본가 세력이었다. 이후 영화들이 사회주의적 성향이 짙었던 것이나 레닌이 그리피스의 영화를 대단히 좋아한 게 바로 이런 이유였다. 당연히도 만델라 집권 이전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꽤 인기 있는 작품, 아니 주구장창 상영하고 틀어주던 영화였다.[7] 한편 독일에선 나치에 의해 미국을 까기 위한 선전용으로 장기 상영하였다.

내용상 문제로 박물관이나 공공 도서관 보관 여부가 논쟁거리인 작품. 미국에서도 영화적 완성도는 쓰레기로 취급당하며, 영화 제작 역사에서 혁신적인 제작 기법이나 그런 점은 찬양하지만 줄거리는 쓰레기라고 무시한다. 국내에서 DVD로 발매된 적이 있다. 물론 B자 DVD지만 영화가 퍼블릭 도메인으로 풀려서 저작권 문제는 없다.

3 후속작

이 영화의 원작 소설 작가 딕슨 주니어는 이 영화의 대박에 자신도 영화를 만들면 되겠다며, 다음 해 이 작품의 속편 'The Fall of a Nation(국가의 몰락)'을 만들었다. 영화 역사 상 최초의 속편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흥행은 대참패한 것으로 보이며, 그가 세운 제작사 Dixon Studios는 이 영화 하나만 내고는 5년 뒤인 1921년에 도산했다. 이 영화의 대참패로 딕슨도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며 죽을 때까지 고생하다 보니 이 영화 자체를 보기도 싫어서인지 아무렇게나 처분하여 현재는 원본 필름까지 소실되어 전해지지 않는다. 여담으로 딕슨은 경제적 위기에 처할 때 그리도 지지하고 찬양하던 KKK에게 도움을 애원했으나 쌩판 무시당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이 속편은 평론으로도 최악이었고 감독이자 원작자가 더 대놓고 인종차별주의를 찬양하는 프로파간다물에 지나지 않으며, 그나마 국가의 탄생처럼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장점도 없다. 그럼에도 줄거리 자체도 이랬다저랬다 하여 뼛속까지 인종차별주의자인 사람들인 KKK조차도 의아해 할 정도로 막장이었다고 한다.

그리피스는 이후 국가의 탄생의 후속작으로 1916년 인톨러런스[8] 를 찍었지만 대차게 망하고 릴리언 기쉬를 주연으로 여러 신파극을 만들면서 근근이 활동을 이어가다가 1919년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영화사 창립에 관여한것 때문에 기존 영화계의 높으신 분들에게 찍혀서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다. 이후 그리피스는 알콜 중독에 걸리고 가정도 무너지는 등 비참한 말년을 보내다가 결국 1948년 73살 나이로 노숙자처럼 거리에서 쓸쓸하게 쓰러져서 숨을 거둔다.

4 2016년작 영화

  1. 2015년 3월 3일에 개봉한지 100년이 되었다.
  2. 국내에 판매 중이던 DVD 판본은 186분 버전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품절된 상태지만 유투브에 많이 있으니 찾아보자
  3. 소설가이지만 KKK를 지지하던 백인 우월주의자. 참고로 이 사람의 대학 클래스메이트는 우드로 윌슨 대통령(...). 그 덕분에 이 영화는 백악관에서도 상영되었다. 그리고 윌슨 대통령은 이 영화를 "잘 만든 영화, 불행한 점은 이게 잔인하게도 사실이라는 거다(it is like writing history with lightning. And my only regret is that it is all so terribly true)."라는 말로 칭찬했다(...).
  4. 그리고 이 사람의 꿈은 백인 여주인과 혼인해서 흑인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주인을 왕비 자리에 앉히고 싶어 안달이 났다.
  5. 물론 그 하인은 표를 집어 던졌다. 아무래도 무지보단 개념이 없었을지도...
  6. 물론 주연들은 백인이 얼굴을 검게 칠하고 흑인 역을 한 것이다.
  7. 그 시절 마이클 잭슨이나 흑인 유명인들의 음악과 스포츠 모든 게 금지되던 나라였으니... 물론 지금은 남아공에서도 이 영화는 무시당한다.
  8. 국가의 탄생과는 정반대로 개봉 당시에는 망했지만 그리피스가 죽고 난 뒤 재평가되어 그의 최고 걸작으로 추앙받는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비롯한 고대의 여러 역사적 사실을 재현한 옴니버스 영화로 거대한 세트장에 2만 명이 넘는 배우진이 참여하는 등 국가의 탄생을 뛰어넘는 엄청난 거액인 32만 달러를 들여 만들었다가 겨우 1만 6천 달러를 벌어들이며 쫄딱 망했다. 세트장의 규모만 해도 어마어마했을뿐더러 튼튼하기까지 하서 1940년대에도 남아있었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국가의 탄생처럼 백인우월주의적인 내용을 기대하고 봤다가 다른 민족들의 역사를 까는 게 없어서 외면했다는 말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