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룰 더블

타자가 친 인플레이 타구가 경기를 할 수 없는 곳으로 나갔을 때 심판 재량으로 선언된다. 여기서 그라운드 룰이란 경기가 유효하게 이뤄지는 영역을 정하는 룰이다. 야구는 축구나 농구처럼 단순하게 영역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좀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선을 벗어난 파울 지역에서도 경기가 진행되고, 덕아웃 등의 특수 영역이 존재하는 등, 경기 영역의 정의가 복잡하므로 이에 대한 규정이 필요해진다. 게다가 경기장마다 크기나 구성 또한 다르다. 따라서 경기 영역에 대한 규칙이 있고, 이를 그라운드 룰이라 한다. 원래는 구장(그라운드)마다 달라야 하나, MLB 같은 경우에는 정말 특수한 구장(아래 언급된 트로피카나 필드가 대표적) 아닌 다음에야 같은 규정을 모든 구장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라운드 룰의 반대말은 리그 와이드 룰(league-wide rule).

일반적인 그라운드 룰 더블인 인플레이 된 타구가 페어 지역에서 바운드되고 외야 펜스를 넘긴 경우 인정 2루타가 된 규정은 초기엔 홈런으로 인정되었다가, 1930년 시즌 후부터 2루타로 개정되었다.

일본에서는 엔타이틀 투베이스(entitled two-base, 인정 2루타)라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플레이 된 타구가 볼데드 상황(담장을 넘어갔다든지, 관중이 채갔다든지, 구조물에 끼었다든지)이 되면 그라운드 룰이 적용이 되고, 그라운드 룰에 의거 하여 두 베이스 씩 진루(entitled to advance two bases)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라운드 룰 싱글이나 그라운드 룰 트리플도 있다. 예를 들자면 모자로 공을 캐치한다거나 날아가는 공을 글러브로 맞춰서(...) 떨어트리면 3개 베이스를 진루할 수 있다(야구 룰 7.05).

다만 안전진루권이 이런 실책성 플레이에 기인하는 경우 2개 루의 안전진루권이 주어지지만 2루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령 수비수의 송구가 덕아웃에 들어가 안전진루권 2개 루가 주어진다고 그것이 2루타인 것은 아니다. 모자 던져 타구에 닿은 것과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며, 이 경우 타구의 성질에 따라 안타를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으며 안타를 주었다면 안타를 준 루부터 3루까지 추가 진루분에 대해 실책을 부여하고 안타가 아니라면 홈부터 3루까지에 대해 모두 실책 진루가 된다. 아래 장재중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며 이 경우는 2개 루 모두 실책이 된다. 따라서 인정 2루타는 '2개 루 안전진루권'에 포함되는 개념이지 2개 루 안전진루권을 얻었다고 모두 인정 2루타인 것은 아니다.

그라운드 룰 더블은 대개 외야에 타구가 떨어지고, 튕긴 공이 외야 관중석 포함해 야수가 정상적으로 잡을 수 없는 위치로 간 경우에 발생한다. 그러나 꼭 외야 관중석으로 넘어간 경우만 해당되진 않으며, 내야 땅볼인데 송구 에러로 인해 덕아웃에 공이 들어갔다든가, 펜스 사이에 끼거나 관중이 공을 가로채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자면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유명한 김영진장재중 사건에서 김영진이 공을 관중석으로 던져버려 볼데드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그라운드 룰 더블이 적용되어 1루에 있던 주자는 3루로, 타자는 2루로 진루했다. 또, 영화 아는 여자에서 이나영이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남기고 공을 관중석으로 던지면 어떻게 되냐고 질문하는데, 혹시 실제 상황이라면 그라운드 룰 더블이 적용된다. 관중의 방해에 의한 사례를 하나 들자면 2012년 6월 1일 넥센 대 롯데의 경기에서 3:7로 넥센이 뒤지고 있던 5회초 2사 무루에서 박병호가 좌측 파울라인 근처로 떨어지는 안타를 쳤는데 그 공을 좌측 익사이팅 존에 있던 어느 관중이 글러브로 낚아채는 바람에 심판이 곧바로 볼데드와 함께 그라운드 룰 더블 선언을 했다.

간혹 돔경기장인 경우 엄청나게 높은 플라이 타구가 지붕을 때리는 경우에도 인정 2루타를 주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2007년 8월 3일 메클리 카브레라가 친 타구가 투수 발을 맞고 튕겨나가서 그라운드 룰 더블이 선언 된 것 같은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경기장 마다 다르기 때문에 구장의 특정 시설물을 맞추면 홈런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 외 타구가 페어 지역에 떨어진 후 볼보이 등 경기 보조 요원이 타구를 건드려 경기 진행을 방해했을 경우에도 인정2루타를 주기도 한다.

그라운드 룰 더블은 야구 룰과 함께 홈구장에서 타구의 판정 기준에 따라도 차이가 있으므로, 머리 좋은 외야수라면 심판에게 못잡는다는 의사 표시를 해서 인정 2루타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판단이 왜 필요하냐면, 그라운드 룰 더블이 선언되면 주자들도 정확히 2개의 루만 진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자가 1루에 있는 상태에서 그라운드룰 더블이 나올 경우 상황에 따라 1타점 2루타가 될게 주자 2, 3루가 돼서 오히려 점수 1점을 손해보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천조국의 H빔파크 리글리 필드는 우익선상의 담쟁이 덩굴에 공이 들어갈 경우 2루타로 퉁치는데, 주자 1루 상황에 장타를 후려맞은 뒤 외야수가 눈치없이 괜히 꺼내려고 깝치다가 정말 꺼내서 던지는 바람에 주자가 들어오고 경기 흐름이 무너지고 덕아웃이 황폐화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다. 2015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서는 시카고 컵스가 6회에 2사 주자 1루에서 8번타자에게 2루타를 얻어맞았음에도 컵스 중견수 덱스터 파울러의 기민한 대처로 주자의 질주가 끊기고 투수 타석에서 외야 플라이로 처리한 바 있다. 물론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상대팀은 피꺼솟하게 마련이지만 그라운드 룰이니 뭐라 할 수도 없다.

그라운드 룰 더블은 두 개 루의 안전권을 얻었다는 말이므로, 코치 등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진루해도 반칙이 아니다.

타구가 페어 지역에서 그라운드에 떨어지지 않고 직접 수비수에 맞은 다음 페어 지역 담장을 넘어가면 인정 2루타가 아닌 홈런으로 인정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김주찬의 토스 홈런. 같은 조건에서 파울 지역 담장을 넘어가면 인정 2루타다.

2016년 KBO 리그에선 그라운드 룰 더블이 이틀 연속으로 나오는 진기록이 벌어졌다. 5월 20일 삼성 대 NC 경기에서 에릭 테임즈의 타구가 페어 판정 후 페어 존 밖을 벗어났다가 볼보이가 앉던 의자를 때리는 바람에 그라운드 룰 더블 판정이 나왔고, 그 다음날 kt 대 한화 경기에서는 이대형의 페어 타구를 어느 관중이 팔을 뻗어서 잡으려고 건드리는 바람에 그라운드 룰 더블 판정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틀에 걸쳐 그라운드 룰 더블의 주인공이 된 두 타자는 1루에 주자가 있어서 본래대로라면 1루 주자도 홈인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으나 주자도 정확히 루를 2개씩만 진루할 수 있는 규칙에 의해 1루 주자의 홈인이 인정되지 못함으로써 나란히 타점 하나씩을 잃어버린 결과를 낳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