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as.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주문.
1 D&D 클래식
D&D 클래식 시절부터 존재해온 전통있는 주문으로, 클래식에서는 위저드 6레벨로, 한 명의 대상에 대해 한가지 행동을 강제하거나 특정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물건을 탈환해오라는 명령, 혹은 비밀을 누설하지 말라는 명령 같은 식.
클래식 버전에서는 우선 주문에 대한 내성굴림을 허용하고, 또한 강제하는 명령 또한 불가능한 일이어서는 안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도 않아야 한다. 불가능한 일을 시키거나 대상에게 '죽어라'라고 명령하면 기아스 효과가 시전자에게 역으로 되돌아와버린다!
기아스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 대상은 DM이 정한 페널티를 받는다. 페널티의 내용은 대중없지만 대체로 능력치 저하라든지 주문 상실이라든지 전투력 감소라든지 등등. 이 페널티는 대상이 다시 기아스를 따르거나,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주문 한 방에 치사력이 있진 않지만 굉장히 성가시다.
대상은 기아스가 강제라는 것을 알고, 당연히 좋아할 리가 없으며 저항의 마음을 먹을 수 있다. 강제로 기아스를 걸면 일단 기아스에서 시키는대로 임무를 마친 후 대상에게 보복하러 오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 그러므로 기아스를 건다면 성난 전사나 드래곤이 쳐들어와도 막아낼 수 있게 최대한 안전을 강구하고 나서 걸자.
기아스는 디스펠 매직이나 리무브 커즈 같은 일반적인 마법적 저주 해제 수단으로는 안풀리고, 기아스의 역마법인 리무브 기아스만 제거할 수 있다. (당연하지만 위시도 될 것이다.)
클레릭 5레벨에는 '퀘스트(Quest)'라는 비슷한 버전의 주문이 있는데, 불가능한 임무를 걸 시 역으로 되돌아오는 부작용이 없는 대신 저주 해제가 어렵다는 조건은 없다. 두 마법은 매우 비슷하면서도 매우 다른 이미지를 갖는데, 대체적으로 마법사의 기아스가 '의지를 강제하는 몹시 심한 저주'에 가깝다면 성직자의 퀘스트는 '신이 부여한 신성하고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임무'에 가까운 느낌으로 등장한다.
2 AD&D
AD&D에서도 마찬가지로 위저드 6레벨로 등장.
AD&D때는 이 주문이 제시하는 조건의 얄딱구리한 조건 때문에 많은 논란과 응용의 대상이 되었다. 우선 AD&D 버전에서는 기아스의 대상은 지시를 이해할 지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피블마인드 같은 주문으로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서 기아스에 동의하게 만들 수는 없다), 기아스를 듣기 위한 의식을 유지하고(다시 말해 잠든 대상에게는 기아스를 걸 수 없다), 시전자가 거는 기아스의 구체적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며(언어가 달라 말이 안 통하는 대상에게 기아스를 걸 수 없다), 마지막으로 자유 의지에 의해 기아스에 걸리는 것에 응해야 한다.
저 마지막 조건이 제일 골치아프면서도 논란이 심한 것이다. 대상은 자유 의지로 기아스에 동의해야 한다. 기아스 걸리는 것을 거부하면 이 주문은 걸리지 않는다. 두들겨팬다든지 해서 강제로 동의한다고 말하게 해도 자유 의지에 의해 동의한 것이 아니므로 기아스에 걸리지 않는다. 챰 퍼슨 주문으로 기아스에 동의하라고 꼬드겨도 안된다. 대상이 스스로 기아스를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해야만 비로소 주문이 힘을 발휘한다. 기아스 성립 과정에 속임수가 개입한다든지, 기아스로 수행해야 하는 목표가 불합리하다든지 하면 DM 판단 하에 부적당한 마법으로 보고 기아스 건 것이 취소당할 수 있으므로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보통 AD&D때는 기아스를 걸 때 '이러이러한 계약을 하겠다고 맹세(약속)하겠나?'라는 식으로 교묘하게 기아스인 것은 숨기되 합의에는 동의하도록, 혹은 기아스라는 것을 드러내더라도 맹세할 수 밖에 없도록 말재간을 동원해야 했다. 기아스 걸리게 만들려고 DM이고 플레이어고 잔머리 굴리는 것을 보면 악마의 유혹이 이런 것이구나 싶을 정도.
이 자유 의지에 의한 동의와 이해 과정만 패스하면, 기아스는 무조건 걸린다. 이 주문에는 내성굴림이 없다! 더군다나 AD&D 버전 기아스는 대상이 기아스 효과에 저항할때 그 페널티도 막강하다. 조금 귀찮은, 약간 강한 저주에 지나지 않았던 클래식 버전과는 달리, AD&D 버전에서는 기아스 수행을 거부하면 몸이 점점 약해져서 1d4주 이내에 죽는다. 기아스 수행에서 일탈하면 당장 힘 능력치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기아스의 명령을 슬쩍 꼬아서 수행하는 것도 일탈로 간주할 정도로 빡세다. 캠페인에 따라서는 기아스에 걸린 상태에서 죽을 경우 영혼은 성불하지 못하고 영원히 지상에 묶이게 된다든지, 데스 나이트가 됐다든지 하는 이야깃거리로도 흔히 써먹는다.
정신지배는 아니므로 대상은 자유 의지를 갖고 기아스의 명령을 수행한다. 이게 좀 재미있으면서도 비극적인 부분. 대상은 자기가 하는 짓을 싫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미 기아스에 동의한 상태이기 때문에 싫어하면서도 자발적으로 행하게 된다. 스스로 정한 맹약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신화 속 영웅의 비극 같은 이야기가 연출되는 셈.
역시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마법 해제나 저주 해제로는 풀리지 않는다. 이제는 역마법 리무브 기아스가 없으며, 위시 같은 강력한 마법을 동원해야 한다.
역시 클레릭 5레벨 버전 주문 '퀘스트'가 있다. 기아스와 대충 비슷하지만 조금 더 온건파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동일. 프리스트가 특정 임무의 수행을 요구하고, 대상은 그것을 수행하고 그 증거를 프리스트에게 가져오는 것까지가 전체이다. 수행을 거부하면 하루에 내성굴림 1씩 갂이는게 중첩. 원치 않는 임무라면 내성굴림을 허용하지만, 동의하는 경우에는 내성이 필요 없다. 합리적인 임무라는 전제 하에, 주문을 시전한 성직자와 같은 가치관, 그리고 같은 종교일수록 내성 굴리기 어려워진다. 비합리적이거나 너무 이상한 임무라면 내성에 보너스를 받거나 자동으로 내성에 성공한다.
3 D&D 3판
3판 기아스는 전투 중 시전용 하급 기아스(4레벨 주문)와, 비전투 이벤트용 기아스(6레벨 주문)로 나뉜다.
일단... 바드 3레벨, 소서러/위저드 4레벨 주문인 하급 기아스(Lesser Geas)는 캐스팅 시간 1라운드, 내성 굴림 가능하고, 7 HD(혹은 레벨) 이하의 의사가 통하는 대상에게만 걸리며, 대상에게 직접적 죽음을 가져오는 명령도 안되며, 임무는 캐스터 레벨 당 하루의 지속시간 한계가 있다. (여기를 지켜라 같은 열린 임무형 지시를 내리면, 지시를 계속하다가 지속시간이 끝나면서 기아스 효과 종료.)
기아스의 수행을 방해받으면(예를 들어 감옥에 투옥되거나) 하루에 모든 능력치 -2씩 깎여서 최대 -8까지 중첩된다. 이렇게 깎인 능력치는 1 미만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능력치 감소로 죽지는 않는다는 뜻.) 이 페널티는 기아스를 다시 수행하기 시작하면 24시간 이내에 원상복구. 디스펠로는 못 풀지만 리무브 커즈나 브레이크 인챈트먼트 같은 상위 해제 마법으로는 깨트릴 수 있다.
전투 중 캐스팅이 가능하지만 내성이 가능하고 7 HD 이하의 대상 단독에게만 걸 수 있기 때문에, 주문 레벨이 낮은 편이라 해도 그다지 애용되는 편은 아니다. 그냥 시나리오 상 어떤 자가 제자리에 있으면 곤란하지만 직접 죽이기는 좀 곤란하다 싶은 상황에서 쓰는 주문. 그런 때는 챰 퍼슨 주문이란게 있긴 하지만 뭐...
6레벨 버전은 이것의 효과를 강화한 것이다. 바드 6레벨, 클레릭 6레벨, 소서러/위저드 6레벨 주문이며, 내성굴림 없이, HD 제한도 없으며, 임무를 거부하면 매일 3d6 피해와 함께 몸상태가 약화하며, 리미티드 위시나 위시/미라클 같은 강력한 효과로만 해제할 수 있다. 한편 지속시간은 레서 기아스와 마찬가지로 캐스터 레벨 당 1일, 혹은 완료할때까지이므로 무한하게 지속되는 임무를 부여할 수는 없다.
내성굴림 없는 것이 괴상하게 강해보이지만, 이거 캐스팅 시간 10분. 전투 중에 기아스 주문을 10분동안 웅얼웅얼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걸려줄 바보는 없고, 붙잡아 놓은 놈을 강제하는데 보통 쓰인다. 3판에서 기아스에 걸리는 대상은 이미 전투 중에 죽은 거나 다름 없으므로 포기하면 편해. 사실상 롤플레이용, DM을 위한 편리한 도구이다. 악당 마법사가 플레이어들에게 기아스를 걸어서 조종하는 시나리오는 3.5플레이의 단골 컨셉이다. 랄록같은 경우는 캠페인 세팅에 명시적으로 '직접 나서기보다는 모험자들을 낚거나 가둬서 기아스를 걸어 조종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좋아한다'라고 되어 있을 정도.
위 설명은 3.5판 기준이며, 3.0판 6레벨 기아스/퀘스트는 내성굴림도 없는데 1액션 주문이었다. 전투 중 캐스팅도 가능하다! 이따위니까 3.0판이 짤리는거야!
레서 기아스와 기아스의 주문 설명을 잘 읽어보면, 레서 기아스는 머리를 잘 굴리면 임무를 슬쩍 꼬아서 수행하는 것은 가능하되, 수행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읽힌다. '임무 수행을 방해받으면' 페널티를 먹는다고 돼 있을 뿐 임무 수행을 거부한다고 돼 있지는 않은 부분이 미묘한 차이. 이걸 말 그대로 해석하면, 내성 굴림에 실패한 대상은 싫더라도 무조건 자발적으로 기아스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아스의 주문 설명에는 수행을 거부한다고 정식으로 명시하고 있어서, 대상은 기아스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 있다. 물론 그에 의해 피해를 입고 페널티를 받으며,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지만.
어쨌건, PC에게 기아스를 걸면 PC는 몹시 싫은 기색으로 꿈지럭꿈지럭 행동하거나, 어떻게든 곡해하려 하기 때문에 이 주문을 PC에게 쓸 일은 드물다. 아, 물론 기아스가 걸리자마자 갑자기 인격이 변해서 '이건 흑마법사가 시킨 거야. 크크크'하면서 동료의 배때지에 즐겁게 칼빵을 놓는 변태들도 RPG계에 흔히 있으므로... 하여튼 사용이 조금 까다로워 흔히 쓰기 보다는 어쩌다가 한번 이벤트성으로 쓰는 주문. 잘 내보내면 천편일률적이던 당신의 게임에 상큼한 참신함을 던져줄 수 있다. 물론 덤으로 우정도 파괴하고...
사실 일반적인 주문 해제 주문이 안 먹어서 그렇지 몇몇 강한 해제 주문으로 해제가 가능하니 상대가 걸렸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주문을 준비할 시간만 번다면 무조건 요시모같은 꼴을 당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참고로 3판에서는 마법사의 기아스와 클레릭의 퀘스트가 합해졌다. 그래서 '기아스/퀘스트'라고 주문 명칭을 표기한다. 뭐 어차피 비슷비슷한 효과를 내다보니 굳이 퀘스트를 따로 유지할 필요가 없긴 했다. 클레릭은 전투용 기아스인 4레벨 레서 기아스가 없다는 점에 주의하자. 하긴 킬레릭이 그런 것까지 쓸 수 있으면 양심이 없는 거지
4 기타 매체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중 나오는 요시모는 이레니쿠스에게 기아스로 조종당하고 있었다. 기아스가 들통이 난 후는 이레니쿠스의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주인공 일행과 싸우게 되고 죽는다. 죽은 요시모의 심장을 꺼내 일마터의 사원에 가져가면 검게 변한 심장을 정화해 영혼의 속박을 풀어주게 된다.
네버윈터나이츠1 XP2 호드 오브 언더다크에서는 미친 마법사 할라스터 블랙클록이 주인공에게 기아스를 걸었다. 대략 에픽수준으로 추측되는 주인공조차 얄짤없이 기아스에 걸려버렸으니, 고레벨 마법사의 기아스는 굉장히 무섭다는걸 알게하는 장면이다.
D&D쪽 설정을 많이 빌려온 더 로그에서도 등장한다.